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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36화 (1,236/1,270)

프랜차이즈 갓 1236화

285장 열도의 여름, 겨울 (6)

윤태호 차수와 그를 따르는 측근들은 하수영을 단순한 지도자쯤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중한국의 새로운 왕쯤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십 년 넘게 굳어진 김씨 왕조체제에 길들여졌기에 새로운 왕이라는 개념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이는 윤태호와 측근뿐만 아니라, 중한국 주민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착취하기만 하는 부패한 왕과는 달리 사재를 아낌없이 퍼부어 백성들을 책임지는, 선정을 베푸는 부유하고 인자한 왕.

오늘 당장 하수영이 중한국에 왕정제를 선포해도 주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반길 것이다.

'어차피 하수영 의원님이 아니었으면 폭삭 망해서 전부 다 굶어 죽었을 나라다. 차라리 저런 위대한 군주가 아예 소유해 주시는 게 이나라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차수님, 굳이 양도담보로 넘겨야 합니까?"

"맞습니다. 그냥 양도담보 형식이 아니라 의원님께 전 국토의 소유권을 아예 넘겨 버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음, 나도 그 생각을 한 건 사실이지만 의원님이 양도담보 형태를 먼저 말씀하셨으니, 어찌 거기에 토를 달 수 있겠나?"

왕이 조언을 구하면 아는 것 모르는 것 죄다 쥐어짜 내서 고언을 해야 하지만, 왕이 일단 내린 결정이나 명령에는 토를 달아선 안 된다.

"아마도 의원님께서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틀림없다."

"외부의 시선입니까?"

"우리 중한의 국가로서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주시려는 거지. 또 남조선 정부나 국민들의 시선도 고려 해야 하고. 난 그렇게 생각한다."

개성 정부는 꼼꼼하게 조약문을 만들었다.

혹시라도 후대에 못된 권력자가 등장해서 참군주 가문에 칼을 꽂는 일이 없도록.

놀랍게도 조약 체결 자리에는 공증인으로서 미국 부통령이 전권특사자격으로 참석했다.

"미합중국의 이름으로 이 조약의상호구속력을 보증합니다."

채무에 대한 보증으로 한국의 '현재와 미래'의 모든 국토를 양도 담보로 제공한다는 계약이 그렇게 체결이 되었다.

조약은 국가 대 국가 간의 서약이지만, 하수영이 개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

서명을 마친 뒤에는 오히려 윤태호와 그 측근들이 더 홀가분하게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것으로 안심입니다. 이제 의원님이 혹시라도 우리 중한을 버리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런 주민들이 있었나요?"

"많죠. 엄청 많았습니다. 이 꿈같은 행운이 언제 갑자기 떠나 버릴지 몰라서 다들 겁을 많이 먹고 그랬습니다."

윤태호는 촉촉한 눈빛으로 지난 시간들을 회상했다.

"일방적으로 너무 크게 받기만 하니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비록 한평생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았지만,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이치 정도는 압니다."

"뭐, 중한이 저한테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는 건 사실이죠."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고, 윤태호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근데 뭐 그냥 특별한 별장 하나 구매한다는 생각으로 중한에 좀 투자를 했습니다."

"별장 입니까?"

"혹시 언짢습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 중한 주민들은 대별장을 관리하는 직원들인 겁니까?"

"좀 그런 마음으로 지원을 한 건 사실입니다."

우주 황제 시절에는 우주 곳곳에 지구보다 훨씬 더 큰 행성들을 개척하거나 창조해서 송두리째 별장으로 삼았다.

큰 행성을 혼자만 별장으로 쓰고 있으니 심심해서 백성들을 데려다가 살게 만들었다.

백성들은 자신들이 우주 황제의 자비 덕분에 별장에 '얹혀산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했다.

때문에 함부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우주 황제의 별장을 관리하는 직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수십억 명의 백성들이 살아갔다.

"유달리 크고 특별한 별장인 셈이로군요, 하하."

부통령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농담을 던지며 웃었고, 윤태호도 같이 웃었다.

하수영만 살짝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음, 그렇게 큰 별장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

"……."

"중한에 지금까지 퍼부은 것들만 돈으로 따져도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훨씬 더 넓은 땅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래요?"

윤태호는 얼른 웃음을 지우고 동의 했다.

"맞습니다. 우리 중한국이 별장치고는 그렇게 큰 것은 아닙니다. 의원님께서 쏟아부으신 돈에 비하면 너무 좁지요."

***

현재 중한에는 법 제도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또한 제대로 된 정부 기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윤태호와 측근들이 정부 역할을 하고 있긴 한데, 헌법이든 뭐든 공식적인 법 제도로 못을 박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중한은 나름대로 잘 굴러가고 있었다.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수영사채가 중한국의 재정기구 역할을 하면서 국가의 신용을 보증하고 있는 덕분이다.

프리덤폰을 통해 개개인의 거래까지 100% 전자화폐로 돌아가다 보니, 금전적으로 문제가 생길 일도 없었다.

"의원님, 이제 슬슬 나라의 체제를 제대로 가다듬을 때가 된 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하수영이 중한을 찾아줬다. 윤태호는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고 싶었다.

"지금 우리 중한국에는 제대로 된 법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저를 중심으로 군정 비슷하게 굴러가는 형태입니다. 새로운 헌법부터 갖춰 나가야 합니다."

"그렇네요."

"의원님이 그에 관해서 별말씀을 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사실상 방치했었습니다."

정확히는 하수영의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자신이 단독으로 추진했다가 불쾌함을 사게 될 것이 두려웠다.

'돈은 내가 다 썼는데, 니들끼리만 나라 체제를 잡는다고? 앞으로 내 돈 못 받을 줄 알아라.'

이렇게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라 했다.

하수영의 확실한 승인을 받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흐음, 일단 지금 정부 기구 역할하는 사람들 싹 다 오라고 해보세요.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봅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십 명에 달하는 윤태호 파벌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애초에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이 윤태호 파벌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전부 군인이에요? 군인 말고 다른 직종은 한 명도 없습니까?"

"……."

"……."

하수영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고 눈치만 살폈을 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여러분 중에서 난 행정에 관해서 잘 안다, 라고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분?"

역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와, 지금까지 대체 어떻게 꾸려온 겁니까?"

"프리덤이 여러모로 도움을 줬습니다. 프리덤이 조언한 대로만 지시를 내리면 문제 되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거 참……."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하영이 진지하게 좌우를 둘러보았다.

"혁명으로 독재왕조를 청산해서 고통받는 주민들을 구해낸 여러분."

심상치 않은 눈빛과 어조에 군인들은 목울대가 위아래로 크게 한 번 꿈틀거렸다.

"다시 한번 혁명을 일으켜 볼 생각 없습니까?"

"혁명을 다시 한번이라면……."

"AI 정부 도입 한번 해보실래요? 성능은 제가 보장합니다."

하수영의 제안은 이랬다.

"먼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로 나눠서 3명의 사람이 각 기구의 수장을 맡습니다."

각 기구의 수장은 그룹 회장처럼 전체적인 흐름을 지시하고 무한책임을 질 뿐, 모든 실무는 AI가 알아서 진행한다.

"사실 이런 시스템에서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로 굳이 나눌 필요도 없어요. 하지만 너무 완전히 다르면 위화감이 드니까 연착륙하는 셈치고 보편적인 체계와 비슷하게 가는 거죠."

"모든 실무를 AI가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한국 전역에 비와 강풍이 엄청나게 들이닥치는 큰 재해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 프리덤이 재난본부를 대신해서 모든 세세한 행정 지시를 수립하고 즉각적으로 내렸습니다. 그래서 피해가 거의 없이 막아낼 수 있었죠."

과거 사례를 브리핑해서 보여주자 윤태호 인사들은 손뼉을 치면서 크게 감탄했다.

독재왕조에서 뼛속까지 들인 습관이 남은 것도 있지만, 프리덤의 활약은 진심 어린 감탄이 나올 만큼 뛰어났다.

"즉 모든 실무적인 판단은 AI한테 전부 맡겨 버리고, 사람은 연산 결과에 따라 나온 지시대로 움직이기만 하는 겁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각 기구의 수장이 무한책임으로 지는 겁니까?"

"네. 하지만 AI가 그 어떤 경우에도 사람보다 못한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제가 보증합니다.

프리덤을 그간 봐오셨으니 잘 아실 겁니다."

"……."

프리덤은 정말 살아 있는 전자인격체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뛰어났다. 나이 든 중한 주민들은 프리덤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도 했다.

프리덤이 만약 실수를 한다?

그럼 그것은 인간들의 지성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큰 문제일 게 확실하다.

"그 어떤 정부보다 유능하고, 사용을 부리지 않으며, 투명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그런 정부가 될 겁니다. 왜냐면 제가 아니, 로한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요."

모든 프리덤 하되, 사람은 흐름을 잡아주고 확인을 하고 또 책임을 지는 역할만.

윤태호가 가장 먼저 벌떡 일어나서 요란하게 박수를 쳤다.

"저는 두 손 들어 적극 찬성합니다!"

"저도 적극 찬성합니다!"

"찬성합니다!"

이에 질세라 그의 부하들도 뒤따라 일어나며 박수 세례를 보냈다.

속으로 아쉽거나 다른 생각이 들순 있어도, 이 자리에서는 그걸 티낼순 없다.

지금 하수영은 중한국의 사실상 최고 존엄인 것이다. 감히 그 앞에서 어떻게 반대를 하겠는가.

"좋습니다. 그럼 일단 임시로 윤태호 차수님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초대 수장을 겸직하는 게 좋겠습니다."

"찬성합니다!"

"찬성합니다!"

"프리덤은 실무 판단을 내리는 것 뿐이니까 지시를 이행할 집행인은 각 기구에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서일단 그 자리에 배치를 하죠."

윤태호 측근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이것으로 일단 정부 조직 직함을 정식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프리덤이 더 세세하게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윤태호를 제외하고는 프리덤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인물은 없어졌다는 게 다를 뿐.

"그럼 제 조언은 여기까지. 앞으로는 프리덤과 잘 의논해서 세팅을 해보세요. 윤태호 차수님, 고생하세요."

***

윤태호는 정식으로 통령의 자리에 취임했다.

거창한 취임식은 생략하고, 중한 전역에 생중계를 내보내면서 자신이 3대 정부 조직의 수장이 되었음을 알렸다.

주민들은 찬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하수영은 어찌 되는 건지 갸웃거리기도 했다.

"의원님께서 셋 중에 두 개 정도는 가져가셔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지, 셋 다 가져가셔도 부족하지. 우리 중한을 폐허에서부터 일으켜 세우신 국부이신데!"

윤태호도 이런 주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주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싶었고, 하수영의 신뢰도 두텁게 유지하고 싶었으며,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도 번영해서 잘 먹고 잘살았으면 했다.

"프리덤. 그러니까 기준을 잡아달라고?"

「그렇습니다. 두루뭉술해도 좋으니 차근차근 하나하나 기준을 잡아 주십시오. 그래야 제가 그 기준에 따라 질서를 세팅하고 운영 방식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의원님이 우리 중한국의 왕이라면 이런 식으로 운영했을 것이다. 라는 가정을 세우고 그 비슷한 방식으로 설정을 잡는 것도 가능한가?"

「마스터가 중한국의 왕이었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말입니까?」

몇 초지만 프리덤이 이어질 말을 아꼈다.

윤태호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은 잘 몰랐다.

「전 세계는 대동강의 승천을 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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