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33화
285 장 열도의 여름, 겨울 (3)
아쿠네시 주민인 준이치는 올해 60세였다.
정부가 아쿠네시 도시 정비 사업을 선언했을 때, 그는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이 나라에서 아쿠네시 같은 작은 마을은 정부가 해체한다고 하면 그날로 없어지는 거다.
소정의 보상금이라도 챙기려면 순순히 통제에 따르는 게 나았다.
-도시로 이주하셔서 치킨 가맹점을 운영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히사타로농업에서 그렇게 홍보를 했을 때, 준이치는 보상금을 빨아먹으려는 수작임을 바로 알아봤다.
이 나라 위정자들은 언제나 그랬으니까.
주민 개개인은 일본이라는 국가를 이룬, 언제든 대체 가능한 아주 사소한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준이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당장 타 지역으로 이주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막막한 상황.
빨대 꽂히겠지만 저거라도 해야 여생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보상금과 연금만으로 남은 생을 지내는 것은 너무 빠듯했다. 정말 간신히 밥만 먹고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앞으로의 여생에 대한 걱정을 한가득 안은 채, 그래도 다른 방도가 없어서 외길로 내몰린 혼슈의 히로시마시로 이주했다.
그런데…….
「준이치 사장님, 앞으로 제가 모든 걸 알아서 진행할 테니 염려 마십시오. 사고로 인한 모든 책임 보상은 수영농장에서 보증합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준이치도 알고 있었다.
공단이나 도시에서는 저것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고 들었다.
그의 아들 역시 안드로이드 프리덤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공사판을 전 전하며 하루하루 먹고살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그래도 안드로이드 프리덤 없이는 자신이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꾹 눌러 참았다.
헌데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알려주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면 되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당장 거주해야 할 주택은 물론이고, 히사타로치 킨 가맹점 임대차계약, 인테리어 계약, 시설 설치, 직원 채용 및 교육등 모든 것을 알아서 했다.
준이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망의 오픈일이 다가왔다.
많은 손님이 몰려들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치킨을 사갔다. 배달 주문 역시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가게가 바쁜데도 준이치가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카운터에 앉아서 느긋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다.
직원들이 실수를 하면 바로잡는 것은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모두 알아서 했다.
그리고 첫날 장사를 마감했을 때…….
「오늘 하루 수익은 6만3,510엔입니다.」
"으응? 그럼 많은 건가? 그중 내 몫은 얼마나 되나?"
「매출이 아니라 준이치 님의 추정수익입니다. 본사 수수료, 재료 매입비, 임대료와 가스전기수도 요금, 인건비를 포함한 월 지출을 고려하여 계산한 금액입니다. 시설 감가상각비용은 삽입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럼 6만3,510엔이 고스란히 전부 내 거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세금은 따로 나가게 됨은 인지해 주십시오.」
믿어지지 않았다.
아쿠네시에서는 보름은 힘들게 일해야 그만한 돈을 벌 수 있었는데, 겨우 하루 만에?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손님은 늘어갔고 일일 수익은 계속 늘어만 갔다.
「현시점에서 이번 달 총수익은 81만7,150엔입니다.」
겨우 열흘 장사만으로 81만 엔이 넘는 거금을 벌어들이고 말았다.
뿔뿔이 흩어진 이웃 주민들 소식을 들어보니 자신과 다들 비슷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것 없이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모든 걸 알아서 진행해 줬다. 히사타로농업과의 가맹점 계약부터 매장 풀세팅 및 운영까지 전부.
"떠나길 잘했어. 히사타로 총리가 정말 인덕은 있는 양반이야."
이미 정계를 은퇴했지만, 준이치는 그의 충실한 지지자가 되었다.
***
아쿠네시를 차지한 하수영은 주변의 토지를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농지와 목축장으로 사용한다는 말에 지방정부는 두말하지 않고 지원을 팍팍 해줬다. 히사타로 전 총리까지 뒤에 있으니, 히사타로농업의 확장세는 거칠 게 없었다.
토지 소유와 생산은 수영농장이 유통과 로비는 히사타로농업이 철저한 역할 분담은 환상의 시너지를 이뤘고, 이미 일본의 식량주권은 히사타로농업에 넘어온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 히사타로농업은 수영농장에 사실상 종속되어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사람들 눈에는 히사타로농업이 배운 거 없고 가난하고 무식한 한국노동자들을 데려다가 농장을 운영하는 것으로만 보였기에.
히사타로농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축산업 확장에 욕심을 부렸다.
이미 수영농장에서 생산되는 가축사료를 통해 축산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행사하고 있지만, 아예 직접 축산 재벌이 되고 싶어했다.
"음, 축산업은 농사보다는 기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 인건비가 더 많이 드는데요."
"안드로이드 프리덤으로는 어렵습니까?"
"가축 분뇨 처리 같은 일은 안드로이드 프리덤한테 시키기가 좀 그렇습니다. 세척과 냄새 제거, 오염의 문제가 있어서요. 사람을 쓰는 게 비용 면에서 훨씬 낫습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하나, 현 인류 문명의 기술로 만들어진 부품들을 조립한 것이다.
분뇨 등 더러운 것들을 끼고 사는 작업에 투입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부품 교체와 정비 주기도 짧아지고, 수명도 줄어든다.
"할 수 없죠. 한국에서 일할 근로자를 더 많이 데려오겠습니다."
축산업 근로자는 농부보다는 더 많은 돈을 줘야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히사타로농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은 각종 농기계와 안드로이드 프리덤의 지원으로, 비교적 편안하게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프리덤은 결론을 내렸다.
「일본 축산업에 일본 근로자들을 쓰는 것은 기껏 안드로이드를 도입해서 일자리를 쟁탈한 효과를 상쇄시킨다. 한국인 근로자를 써야 한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눈높이가 상당히 올라가 있어 웬만한 연봉으로는 일본 축사장으로 데려오기 어렵다. 연봉을 파격적으로 올려주되, 대신 우리 몫을 줄이는 방향으로 한다.」
「축산업으로 우리가 버는 돈이 0원이 되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일본 곡물 장사로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다. 축산업 장악을 통해 일본의 식량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는 게 더 중요하다.」
프리덤은 국내에 새로운 채용 공고를 냈다.
일본 축산업체에서 일할 근로자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
하수영은 도쿄에 처음으로 오픈한 수산물 마트를 방문했다.
가까이 가자 비릿한 바다 내음이 물씬 났다. 조금 독하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근처를 지나는 행인들은 일절 불만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마트 앞에서 이리저리 갸웃거리며 사진을 찍거나 안을 들여다 보려고 애썼다.
이미 마트 안에는 너무 많은 손님들이 들어와 있어, 더 이상 들어가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직원들이 입구에서 입장하려는 손님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금 매장 내에 너무 많은 고객분들이 계셔서 이동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다리고 계신 모든 분들께는 너무나 죄송하지만, 어느 정도 내부 고객님들이 퇴장을 하신 후 입장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매니저로 보이는 40대 남자가 쉰듯한 목소리로 줄을 선 고객들 앞에서 계속 떠들어대고 있었다.
하수영이 줄을 무시하고 입장하려고 하자 남자가 얼른 가로막았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입장이 안 됩니다. 그리고 맨 뒤로 가셔서 줄을서 주십시오."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쏘아보는 눈이 '저 새낀 뭔데 줄도안 서고 혼자 튀나?'라는 감정을 담고 있다.
하수영은 인파 앞에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유창한 일본어로 말했다.
"저희 매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매장의 사장입니다."
"뭐? 사장?"
"저렇게 젊은데?"
40대 매니저는 당황해서 굳었고, 하수영은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 적힌 수영양식장이란 글자를 확인한 40대 매니저가 얼른 허리를 숙였다.
"회장님! 제가 알아보지 못하고 극심한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괜찮아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죠. 그럼 수고하세요."
회장님이라는 말에 인파에서 흐르던 불만이 뚝 끊어졌다.
느긋하게 입장한 하수영은 마트 안에 가득 찬 사람들 사이를 여유롭게 뚫으며 지나갔다.
"사람이 정말 많네. 겨우 하루에 50kg밖에 안 파는데도."
「50kg 밖에 안 파니까 이렇게 많이 몰려든 게 아니겠습니까?」
수산물 마트는 일 50kg의 생선을 팔기에는 지나치게 컸다.
마트 크기가 가로세로 각각 100미터에 달할 정도였으니까.
나중에 판매량을 늘릴 수도 있으므로 처음 지을 때 아예 마트를 큼지막하게 지어버린 것이다.
「일본 생선 암시장 유지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일 50kg은 암시장이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물량이죠. 직원들을 보내서 매일 싹쓸이하는 것은 효율이 낮습니다.」
"일단은 희망이지. 일찍 일어나서 줄만 잘 서면 나도 예전처럼 생선을 싸게 먹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실업률이 하늘을 찌르는 일본에서는 그런 작은 희망도 아주 귀중하게 작용할 겁니다.」
마트 입장은 허용했지만, 판매를 개시한 것은 아니었다.
수족관 안에는 얼마 되지 않는 활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고, 손님들은 오랜만에 보는 살아 있는 생선의 자태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지갑을 열 준비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전쟁이 벌어졌다.
"비켜! 비켜! 그 광어는 내가 맡아 놨다고!"
"고등어 이리 주세요! 그냥 닥치는 대로 다 주세요!"
"아, 내 돈을 가져가고 생선을 내놓으란 말입니다!"
"순순히 생선을 내놓으면 유혈 사태는 없을 거요!"
"밀지 마요, 밀지 말란 말이야! 아아악!"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한 마리라도 어떻게든 생선을 사기 위해 서로 밀치고 밀리고 소리 지르고 몸싸움을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판매 개시를 시작하고 1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생선이 바닥이 났다.
40대 매니저는 이어폰을 통해 소식을 듣고 정말 죄송한 표정으로 허리를 바닥까지 깊이 숙였다.
"저희 매장을 찾아와 주신 고객 여러분!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오늘분생선이 모두 팔리는 바람에 오늘 영업은 이것으로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아, 뭐야!"
"아침부터 와서 쭉 기다리고 있었는데! 입장도 못 해보고 영업 종료라고?"
"대체 생선을 얼마나 코딱지만큼 들여왔기에 이렇게 오픈하자마자 문닫는 거야!"
"안 돼! 생선을 내놔!"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매장 내에서 생선을 한 마리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도 발을 동동 구르면서 클레임을 제기했다.
매장 직원들은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분노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매장 내 스피커를 통해 울리는 목소리에 소란이 잠시 멈췄다.
-방문해 주신 고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이 도쿄 지점의 지점장대리입니다.
바로 하수영의 목소리였다.
-금일 판매할 수산물은 전부 떨어졌지만, 이번 주 남은 기간 동안 판매하려고 준비해 둔 신선한 활수산물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걸 전부 가져올 테니, 30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와아아아! 생선이다! 생선이야!"
「마스터, 그럼 남은 6일은 어떡합니까?」
"어떡하긴. 문 닫고 일주일 뒤에 다시 열어야지. 고객분들의 선택인데 존중해 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