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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32화 (1,232/1,270)

프랜차이즈 갓 1232화

285장 열도의 여름, 겨울 (2)

"안 그래도 불경기인데 먹는 거 고민이라도 좀 덜어줘야지. 일본 정부는 그럴 능력이 없으니 내가 해줘야겠다."

「일본이 겪는 고통을 둔화시켜 장기적으로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기 위함입니까?」

"그거야 자기 손발 썩어들어 가는거 뻔히 보고 있으면서 통증 덜하다고 방치하는 놈 잘못이고, 나는 순수한 호의야. 외부의 호의를 악의로 소화시키는 거야 속 좁은 놈들 특징이지."

***

-이렇게 초고속으로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면 일본은 망한다!

경제전문가들은 매일 아우성을 피워대고, 일본 정·재계인도 모르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 스스로가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당장 개선되는 수익 구조에 만족하며,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이 기주의로 인하여.

"초콜릿 왕창 먹어서 이빨 다 썩었다고 초콜릿 싸게 판 놈 잘못이냐? 애도 아니고 성인인데."

「그래도 일본인들 사이에서 그런 여론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대처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걔들은 원래 그래.놔둬. 정안된다 싶으면 줌왈트로 해상봉쇄하고 항모전대 띄워서 폭격기로 두들겨주면 알아서 말 듣는다. 내가 원자탄이 없냐, 핵융합탄이 없냐?"

「둘 다 있으시죠.」

"섬나라는 두들겨 패야 말을 들어. 근데 다른 섬나라는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패도 말 안 듣더라. 나도 걔네 훈육은 여러 번 포기했었다."

「영국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

규슈는 벌써부터 주민들의 대거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한국과 가까운 규슈부터 차근차근 일자리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수영농장은 규슈를 떠나려는 주민들이 나오면 그들이 보유한 주택이나 토지를 얼른 좋은 가격에 사들였다.

이미 그전부터 매물이 나오는 족족사들여서 모으고 있지만.

그렇게 해도 일본에서 번 돈을 다 쓰지 못하고 한국으로 송금한다.

일본인들은 웬만해서는 살아온 터전을 옮기려 하지 않는 성향이 유독강했기 때문이다.

"원래 수도보다는 지방부터 먼저 죽어나가는 법이지."

예전보다는 규슈를 떠나 외지로 이 주하는 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그래 봐야 규슈 전체를 차지하려면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청담동 싹쓸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쉬울 거다."

「청담동은 매물이 말라붙은 탓에 오히려 부동산 소유욕과 주거욕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청담동은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은지 오래였다.

임대차 계약은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매매거래는 증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하수영이 나오는 족족 물량을 쓸어 담은 바람에 청담동의 가치가 오히려 더욱 올라가 버린 탓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청담동과 인접한 신사동, 삼성동의 시세까지 덩달아 올라 버렸다.

청담동에 거주하는 연예인, 부자들은 굳이 살기 좋은 동네를 떠날 이유가 없기에 매물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었고.

본의 아니게 강남 땅값은 하수영이 더욱 하늘 위로 끌어올리고 있던 셈이다.

「정말 이러다가 청담동 싹쓸이 전에 규슈부터 싹쓸이할 수도 있겠습니다.」

"수영농장 첫 삽 뜨고 나서 지금 규슈 인구가 얼마나 줄었지?"

「1,270만 명에서 1,250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동안 무려 20만 명이나 줄어든 겁니다.」

20만 명이 적은 수는 아니지만, 천만 명이 넘는 단위에서는 있으나 마나인 듯한 숫자로 보인다.

"그나저나 히사타로 전 총리한테 성의 표시는 해야 할 텐데…… 뭐가 좋을까?"

로봇 도입은 히사타로 총리 입장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비즈니스다.

그럼에도 그는 중앙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해서 쉽게 정착할 수 있게 해줬다.

당연히 그에 대한 성의 표시를 해야 앞으로도 이것저것 도움을 주지 않겠는가.

"곡물 가격 인하하고 해산물 판매점 오픈은 총리한테는 별 도움이 안되는 것들이니까. 사례라고 할 순없고. 뭐가 좋으려나……."

「총리의 개인적인 돈벌이에 도움이 되면서 일본의 국고를 갉아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라. 이거 참, 저의 하이엔드 연산 기능으로도 선정이 어렵군요.」

히사타로 총리는 돈을 원한다. 동시에 일본 정부를 쩔쩔매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을 원한다.

그가 기초 식량인 쌀농사에 집중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지금 일본 정부는 히사타로 총리의 말 한마디면 쌀 공급률이 바닥을 치는 구조다. 해외 수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막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로 정치인. 현 총리도 쩔쩔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히사타로 총리는 쌀농사로 돈도 벌고, 은퇴해서 일본 정부도 이리저리 휘두르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가축 사료 장사는 이미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 목축업을 더 늘려줄까? 아니면……."

하수영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결정했다.

"그래, 뭔가 결정하기 어려울 땐 치킨이지."

「치킨입니까?」

"수영치킨을 일본에 상륙시킨다. 규슈하고 엮어서 같이 처리하자고."

***

수영농장은 후쿠오카시, 기타규슈시, 구마모토시 등 규슈에서 인구가 많은 지역보다는, 인구수가 적고 밀도가 낮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공략해 왔다.

그중 규슈 남서부 쪽 해안지역의 아쿠네시를 이번에 타켓으로 잡았다.

인구가 1.9만 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해안도시.

연락을 받은 토요쿠니 사장이 득달같이 청담동으로 날아왔다.

"아쿠네시 전체를 매입하고 싶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어차피 소멸 예정의 도시이지 않습니까? 총리님이 도와주시면 주민들 소거 작업하고 토지수용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 아쿠네시가 인구 1.9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이긴 합니다만……."

토요쿠니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흘렸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고 해도 인구전체를 들어다가 다른 곳에 보내는 것은, 정치적인 부담이 있다.

"무슨 고민인지는 저도 압니다. 제가 말끔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오셨으니 이거 한 번 드셔 보시죠."

하수영이 지시하자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을 내왔다.

느닷없이 치킨이 등장하자 토요쿠니는 어리둥절해서 하수영을 바라봤다.

"이런, 여태 한 번도 우리 수영치킨을 드셔본 적이 없는 모양이군요."

"부끄럽습니다. 사실 업무상이 아닌 관광으로 한국을 온 게 무려 5년 전입니다."

"그러면 잘 모르실 수도 있죠. 일단 한 번 드셔 보시죠."

조심조심 치킨 맛을 본 순간, 토요쿠니 사장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수영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맛이 어떻습니까?"

"어, 어떻게 일개 치킨에서 이런 맛이…… KFC 치킨이나 편의점 치킨 따위는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당연하죠. 황금비단우산버섯을 갈아서 만든 기름으로 튀겨낸 치킨이니까요.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그 비싼 황금비단우산버섯으로 기름을 만들어 치킨을 튀긴다고요?"

토요쿠니는 거듭 경악했고, 그 모습을 보며 하수영은 일본이 참 한국돌아가는 사정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국이 삽질하는 건 그렇게나 관음하길 좋아하면서, 잘 풀리는 것들은 이 악물고 외면하는 건 여전하네.'

"일본에서 KFC가 대표적인 치킨 브랜드인 건 저도 압니다. 한국 치킨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힘을 쓰지 못하다가 한류 열풍에 힘입어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점이죠."

"……."

잘 모르는 분야였기에 토요쿠니는 입을 닫고 듣기만 했다.

"지금 한국의 모든 치킨 매장은 우리 수영농장에서 판매하는 황금비단 우산버섯 오일을 쓰고 있습니다. 맛차이가 너무 심하거든요."

수영치킨은 치킨장사를 원하는 자영업자는 가맹점에 가입하지 않아도 동등한 조건으로 황비버섯 오일을 팔고 있었다.

때문에 6만 개가 넘는 가맹점을 거느린, 사실상 유일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임에도 욕을 먹지 않는다.

가맹점에 대한 조건이, 이전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에 비하면 비교하는 게 모욕일 정도로 후하기도 했고.

"그럼 회장님께서 논의하고 싶으신 것은……."

"일본에 수영치킨 브랜드를 출시하려는데, 총리님과 손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영농장과 마찬가지로 제휴로 말입니다."

"이 정도 맛이라면 단독으로 진출하셔도 일본 치킨 시장은 평정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치킨 장사만 할 거면 당연히 혼자 진출했겠지요."

"아쿠네시로군요."

토요쿠니는 조용히 인구 1.9만 명의 작은 해안도시 이름을 중얼거렸다.

"규슈에 더 많은 농지와 목장을 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총리 각하의 도움은 당연히 필수죠. 사실 까놓고 말해 치킨 그거 팔아서 얼마나 벌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토요쿠니는 1.9만 명을 반드시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아쿠네시를 비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하수영이 말했다.

"아쿠네시 주민들에게 치킨 가맹점계약을 맺는 건 어떻습니까?"

"예?"

"규슈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여 가맹점을 열게 해주는 겁니다.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니 토지수용을 하더라도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면서 이주할 수도 있죠."

"아, 그런."

토요쿠니의 안색이 환해졌다.

토지수용금 외에 그런 식의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면 주민들도 큰 불만 없이 이주할 것이다.

"총리님의 너그러움을 주민들에게 널리 보일 수 있고, 앞으로 '히사타로치킨'이 일본 전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기에도 적절한 미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총리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돌아가셔서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아,평생 치킨 한 번 못 튀겨본 것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해주세요. 우리 수영치킨 점주분들 중에는 라면 한 번 제대로 못끓이다가 가맹점을 여신 분들도 많습니다."

까막눈이라 해도 매장 운영 문제없이 완벽하게 지원해 주겠다는 소리다. 토요쿠니로서는 걱정거리를 하나 더 덜어낸 셈이다.

"알겠습니다. 총리님께 잘 말씀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일본으로 돌아간 토요쿠니는 즉시 총리를 찾아가서 프랜차이즈 치킨 장사에 관해서 설명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비행기 안에서 고심했던 여러 가지 설득 이유를 입아프게 나열할 필요는 없었다.

프랜차이즈 제휴라는 말을 듣자마자 총리가 좋아라 반응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고리야마 스시 같은 걸 나한테도 해주겠다는 거 아닌가?"

"예, 맞습니다."

"수영그룹의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이지. 그런 걸 나한테 주겠다는데, 당연히 해줘야지."

"그리고 하수영 회장은 규슈에서 더 많은 토지를 확보해서 농업, 축산업을 확장하고 싶어 합니다."

"그것도 결국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데, 당연히 거들어줘야지."

그리하여 히사타로 총리는 일본 중앙정부와 규슈 지방정부를 동시에 움직였다.

[죽어가는 아쿠네시를 개편한다!]

느닷없는 도시 재정비 사업이 발표되자 아쿠네시 주민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다.

아무리 후한 보상금을 제시한다 해도, 한평생 살아온 동네를 떠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

바로 그때 히사타로농업에서 나섰다.

"얼마나 막막하시겠습니까? 히사타로 전 총리 각하께서는 아쿠네시와 오랜 인연을 가진 입장에서, 주민여러분들의 고통을 공감하십니다."

히사타로 총리는 아쿠네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히사타로 농장은 일본 전 지역에 곡물과 가축 사료를 공급하는 기업입니다. 그 이름을 걸고 약속을 립니다."

아쿠네시 주민들도 히사타로 농업이 일본의 곡물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들이 사먹는 모든 쌀포대마다 히사타로란 이름이 박혀 있었고, 또 히사타로는 그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전직 총리였다.

때문에 히사타로농업의 설득은 쉽게 먹혔다.

"도시로 이주하셔서 치킨 가맹점을 운영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토지 수용금이면 충분합니다. 모든 지원은 저희 히사타로 그룹에서 해드리겠습니다."

1.9만 명에 달하는 아쿠네시 주민들은 오랜 고민 끝에, 모든 이들이 히사타로농업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규슈 남서부의 작은 해안도시 하나가 하수영한테 송두리째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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