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31화
285 장 열도의 여름, 겨울 (1)
미국 기업들은 로봇산업이 안드로이드 프리덤으로 급격히 대체되는 것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그들은 자신들도 직원들을 해고하고 안드로이드 프리덤으로 대체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은밀하면서도 강력한 경고를 실행했다.
긴급행정명령을 통해 로봇산업계에 일제히 로봇세가 부과된 것이다 이에 로봇제조업체들은 거느리고 있는 안드로이드 프리덤마다 생산성을 측정하여 로봇세라는 것을 별도로 납부하게 되었다.
막대한 로봇세가 부과되었지만, 로봇업체 CEO들은 결국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로봇세를 추가로 내고서라도 사람 대신 로봇들을 쓰는 게 훨씬 나은데?"
"이러면 로봇을 안 쓸 이유가 없지."
사실 연방정부는 더 큰 로봇세를 부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로봇산업계가 비틀거리면 하수영을 방해하는 셈이 된다.
'하메리카 조약'에 의거하여 미국은 하수영을 미국이란 국가 그 자체로 대해야 하므로,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그를 방해할 순 없었다.
대신 타 산업계에 전하는 강력한 경고가 될 수 있었다.
'로봇산업은 이 정도로 끝내지만, 너희들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로봇을 들이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하는 수가 있다.'
'그러니 알아서 잘 판단해라. 응?"
이런 의도가 담긴 로봇세 부과였던 것이다.
물론 하수영이 정말 미국 산업계 전체에 로봇을 쫙 풀어버린다면, 미정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조약을 파기하지 않는 한, 하수영을 방해할 순 없으니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하수영은 로봇의 일자리 100% 대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해하고 있었고, 분명한 선을 그어 놓았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모든 일자리를 차지한 로봇산업계는 이전보다 더욱 높은 효율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실직한 로봇공학자들도 랩팩토리에 채용되어 이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로봇공학자들이 가장 만족한 것은 바로 본인과 가족에 대한 무제한 의료지원정책이었다.
"그 어떤 병이든 치료비 걱정 없이 끝까지 치료받을 수 있다고?"
"임플란트를 하는 데 0원이라고?
오, 맙소사. 지금까지 손해 보면서 살았습니다."
"한국에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인 줄 알았으면 진작 정착했을 텐데."
로봇공학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족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
더 많은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만들어졌고, 더 많은 일본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되었다.
일본 기업인들은 풍성하게 쌓이는 수익에 흐뭇해했고, 일본 정부도 나날이 높아지는 경제지수에 매우 흡족해했다.
실업률이 조용히 증가하고 있었지만, 정치인들은 모른 체하며 뚜껑을 덮어버렸다.
식견 있는 경제 전문가들이 당장 3년 뒤가 위험하다며 아우성을 피웠지만, 중앙정부의 높은 곳에까지 닿지 못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자본주의체제는 결국 소비로 돌아갑니다. 소비해줄 주체가 없어진다면 기업도 결코 존재할 수가 없어요."
"기업이 망해도 자본가들은 망하지 않겠죠. 많은 자산을 독식하고 평생 여유롭게 사치를 누릴 수 있겠죠. 하지만 비가역적으로 망가진 나라에서 그 사치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요?"
"최악의 상황이 되더라도 자본가들은 피해를 보지 않습니다. 책임을 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모은 자산을 모조리 긁어서 해외로 이사 가면 그만이란 말입니다."
"근로시장을 보호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기업이 유지되고, 나라가 굴러갈 수 있습니다."
"로봇들에게 더 이상 일자리를 내주지 마세요."
그러나 이미 일본 전역에는 로봇 일꾼 열풍이 불어 닥친 뒤였다.
공장주들은 먹지도, 자지도, 불평하지도 않는 로봇 일꾼에 크게 만족했다.
사람보다 더 일을 잘하는 데다가 융통성이 있고 부지런히 일하는 금속 일꾼 때문에, 더 이상 단백질과 지방으로 만들어진 일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느덧 200만 기가 넘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일본에 들어왔다.
그 말은 20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 몇 배의 실업자가 발생했다는 뜻이 된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몇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이 터졌다.
"로봇은 더 이상 우리 일본인들의 일자리를 뺏지 마라!"
"부탁입니다. 저희에게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한국이 만든 로봇에게 우리의 일자리를 나눠주지 마세요."
"한국은 빨리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어느 공장에서 대량해고를 앞둔 직원들이 오너의 결정에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시위대로 돌변한 직원들은 즉각 공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로봇들의 투입을 거부했다.
이에 경찰까지 나서서 시위대를 모조리 끌어내는 것으로 사태가 해결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일본 만세! 근로자 만세!"
로봇으로 공장이 재가동되자 쫓겨났던 직원들이 다시 몰려와서 난동을 피웠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로봇을 때려 부수려 들었고, 공장을 불태웠다.
시위대 중에서는 피해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전혀 저항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막다른 곳에 몰려 미처 도주하지 못한 안드로이드 프리덤 몇 대가 파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가동을 멈추는 그 순간까지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히사타로 전 총리가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중앙정부를 압박했다.
-총리, 수영그룹이 현재 우리 일본의 경제성장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알지 않나?
"하잇,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1기는 150만 달러나 되는 가치를 갖고 있네. 그 소중한 로봇이 무려 3대나 부서지고 말았어. 이 손해를 어떻게 보상할 셈인가?
"망가진 로봇을 모두 돌려주고 600만 달러의 보상을 하겠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거 아닌가? 매번 이런 식의 소요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공장이 멈출 거고, 그로 인한 손실이 대체 얼마란 말인가?
"하잇, 알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영농장은 손해가 없었다.
로봇 값보다 더 많은 돈을 보상금으로 받은 데다가, 부서진 로봇은 수리해서 다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으니까.
또한 일본 언론은 안드로이드 프리 덤이 가진 '비폭력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자신을 미워하는 인간이 철저히 파괴하려 들어도 끝까지 저항하지 않고 죽어가는 로봇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 그 감동의 알고리즘을 들여다보다.]
[일본인은 과연 로봇을 사랑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권력까지 동원했다.
일자리를 잃은 시위대가 공장이나 로봇을 습격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고, 필요하다면 과잉진압도 서슴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로봇을 공격하는 것을 열등한 패배자들의 비겁한 발악이라고 포장해서 연일 내보냈고, 시위대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싸늘한 이지 메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이탈했다.
결국 실업자들은 아직 로봇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서비스업 등)에서 파트타임이라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파트타임 직업으로 벌리는 소소한 수입, 그리고 모아놓은 저축, 여기에 별 도움은 안 되지만 정부에서 나오는 실업급여.
이것들을 조합해서 하루하루 어떻게든 꾸려 살아나가는 데 적응하려 노력했다.
로봇에 대한 투쟁이 초반의 진화작업을 못 버티고 금세 수그러진 것이다.
'로봇 실업자'들은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줄이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었으니.
가지고 있는 저축, 얼마 안 되는 수입과 실업급여 등을 최대한 비축해야 버틸 수 있었으니.
그런 지출 감소는 일본의 경제지표에도 서서히 반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건비를 대량으로 걷어낸 많은 대기업들은 굉장한 수익 개선을 보였고, 지출 감소 지표는 그에 비하면 별거 아닌 손실로 취급되었다.
"저번 분기에 비하면 매출이 살짝 감소했습니다만, 대신 수익 개조가 놀랄 만큼 개선되었습니다."
"일시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거야 계절을 타는 거니까 그럴 수 있지. 허허, 수익이 이렇게나 개선되다니. 역시 아무것도 안 하고 월급만 잡아먹는 도둑들이 이렇게나 많았던 거였어."
일본 대기업 자본가들은 만족해했다.
***
"뭐? 곡물 가격을 20%나 내리겠다고?"
히사타로 총리는 느닷없는 보고에 토요쿠니 CEO를 다그쳤다.
"정말 수영농장에서 그리 통보했단 말이냐?"
"예, 총리 각하."
"아니, 대체 이유가 뭐란 말이냐?"
"일본에 발생한 대량 실업을 우려하는 모양입니다. 실업자들이 생계를 꾸리기 빠듯할 것이니 식비라도 조금 줄여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었습니다."
"에잉……."
일본인들을 배려해서 그렇게 하자고 하니 할 말은 없다.
유통가격 결정권은 엄연히 토요쿠니에게 있지만, 농장 관리를 하나부터 열까지 도맡아 하는 생산 파트너의 제안을 무턱대고 무시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일본을 배려하는 제안이지 않은가.
"대신에 감소한 몫만큼의 이익 감소는 자기들이 부담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우리 측의 수익이 줄어들 일은 없을 겁니다."
"다행이군. 자네도 참, 그 말을 제일 처음에 했어야지."
수익 변동이 없을 거라는 말에 히사타로는 히죽 웃었다.
토요쿠니가 다시 보탰다.
"이것은 최근 높아진 실업률로 인한 고통을 히사타로 전 총리님이 일본인들과 함께 짊어지기로 한 결정이라는 것을, 우리 측에서 선전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함께 왔습니다."
"이걸 내 공으로 돌리겠다고?"
"네. 어차피 히사타로농업은 일본 기업입니다. 당연히 총리님께서 그 명예를 누리시는 게 자기들에게도 이익이라고 했습니다."
"이거 참. 하수영 회장에게는 내가 번번이 신세만 지는군그래."
곡물 가격은 떨어뜨려 주는데, 자기 수익은 그대로이며, 그 명예도 자신에게 양보를 해주다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없었다.
"그리고 로봇 실업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 12곳에 수산물유통망을 낸다고 하였습니다."
"수산물유통망을?"
"네. 수영양식장에서 직접 운영할 예정이며, 한 지점마다 매일 50㎏의 생선을 한국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 그럼 로봇 때문에 일자리 잃은 놈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겠군."
쌀값의 하락, 그리고 일반인들은 고리야마 초밥 외에는 먹을 방도가 전무한 생선의 정상가 공급.
12곳이라고 했으니 하루 600㎏밖에 안 되는 물량이라서 매일 박이 터질 것이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구할 길이 없던 생선을 소량이나마 풀리게 된다는 것은, 일반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각에 연락해서 아무 불편함이 없도록 전면지원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총리 각하."
토요쿠니는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고 저택을 나섰다.
차에 오르는 그의 표정은 전 총리 앞에서와 달리 불길한 찝찝함으로 가득했다.
"모르겠다. 이 같은 조치가 정말 일본을 위한 길인지, 아니면 곪아가는 상처가 잘 보이지 않도록 뚜껑을 덮는 것인지……."
전문경영인인 그는 최소한 남다른 시각으로 일본 경제의 미래를 그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감히 품는 것조차 주군에게는 불경한 일.
그는 눈을 돌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