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30화
284장 자본가를 위한 실험 (6)
일본의 젊은 경제전문가들은 수영농장의 로봇 투입이 주요 제조산업의 유능한 직원들을 대규모 실직으로 내몰고 있음에 우려를 표했다.
"이거 예감이 좋지 않아요."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너무 많은 일자리를 뺏고 있습니다. 실직한 직원들은 갈 곳이 없어요."
"자동차, 조선, 반도체, 화학, 직물, 섬유…… 이미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직원들을 내몰고 죄다 공장을 차지하고 있어요."
"여기서 멈추면 좋은데……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계속 들어오는 건 아니겠죠?"
"설마요. 개당 5,000만 달러나 하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그렇게 남아돌 리가 없습니다."
애써 행복회로를 돌리던 경제학자들은 곧이어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의 부품 구매가가 150만 달러밖에 안 된답니다!"
"뭐라고요? 아니, 5,000만 달러라고 분명히 들었었는데……."
"미국 로봇 업체들이 초기 투자비를 전부 환수해서 수영농장에만 특별히 합리적인 마진으로 부품을 제공해 준다고 합니다."
"겨우 150만 달러라니."
1기에 150만 달러면 너무 저렴하다.
충분히 인간 직원의 완벽한 대체를 노려볼 만한 가격이다.
수영농장도 당연히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신규 계약한 물량만 해도 40만 기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 수준입니다."
"여기서 40만 기나 더 들어온다고!"
"안 됩니다!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40만 기면 최소 160만 명의 일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이다. 160만 명이나 되는 일본인들이 실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급히 보고서를 만들어 경제기획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일본 관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건 너무 지나친 망상 같은데……."
"백보 양보해서 대량의 실직자들이 발생한다고 가정합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업들이 경비를 크게 절감해서 이익을 내고 있으니, 오히려 이득이 아닐까요?"
"일자리는 또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폭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경제기획청은 전문가들이 올린 미래위험예측 보고를 그렇게 무시했다.
재무성까지 어찌어찌 보고 내용이 흘러들어갔지만, 거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하하, 억측도 참 이 정도면 억지로군."
"일본 경제가 얼마나 튼튼한데."
"안드로이드 프리덤 때문에 인건비를 절약하고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하면, 그게 다 어디로 가겠어? 결국 낙수효과로 일본 전 사회에 골고루~ 뿌려지게 되는 거라구."
일본 정부는 낙관했다.
높아지는 실업률보다는, 인건비 절 감으로 대기업들이 큰 폭의 수익개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
"우리 일본이 일 할 데가 얼마나 많은데. 찾아보면 결국 일자리는 나온다고."
***
미국 로봇 업계는 요즘 들어 신이 났다.
하수영이 얼마 전 40만 기의 안드로이드 제작에 필요한 물량을 추가 발주해 놓고, 또다시 무제한 매입통보를 해온 것이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1기당 부품 원가가 150만 달러인데, 또다시 추가 발주를 넣다니.
-최소 900만 대 이상을 더 생산할 계획입니다. 거기에 맞춰서 부품 생산을 계획해 주세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고가 부품을 대량으로 주문해주고 있으니, 이보다 더 고마운 고객은 없으리라.
"근데 안드로이드를 이렇게 많이 제조해서 어디에 쓰려는 거지?"
"몰랐어? 지금 만들어지는 안드로이드 죄다 일본 제조시장으로 들어가고 있잖아."
"그래?"
"응. 지금 일본 공장 가보면 죄다 서진파운드리처럼 안드로이드 프리덤으로 돌아가고 있어. 사람 직원이라고는 공장장 정도뿐이라고 하더라."
"저런, 그럼 실직자가 엄청나게 늘어났겠네."
"그래도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아낄 수 있으니 좋은 거지."
"근데 150만 달러나 하는 안드로이드 투입해서 본전 찾으려면 대체 몇 년을 일해야 하는 거지?"
"안드로이드 프리덤 1기가 근로자 연봉 40만 달러어치를 다 합친 만큼은 한다고 하더라고. 수영농장은 인건비의 절반만 받으니까 대충 20만 달러, 7년 반이면 본전은 회수하겠네."
"근데 부품 교체도 있고 하니까 7년 반으로는 원금 회수가 안 될거같은데. 적어도 10년은 굴려야 원금회수가 되는 거 아니야?"
로봇업체 사람들이 보기에는 수영농장이 너무 손해 보고 일본에 로봇 근로자를 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로봇업체 경영진은 일본 공장에서 활약하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의 흐름을 매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호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반수성 금속처리 핵심시설을 안드로이드 프리덤으로만 지었다고 해서 혹시나 했는데, 과연……."
"저 정도면 정말 웬만한 직종은 사람을 쓰지 않아도 되겠는데요?"
직접 설계를 한다거나 하는 것을 제외한, 기술공정은 단순한 것이든 복잡한 것이든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월등히 나아 보였다.
아니, 복잡한 엔지니어링일수록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더욱 빛을 발했다.
안드로이드는 실수를 하지 않으니까.
또 피로로 인해 흔들리지도 않으니까.
"흠, 우리도 부품 공정 과정에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한 번 써볼까?
고급 기술자를 몇 명 더 해고해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로봇업체 경영진은 그런 판단을 내리고, 수영농장에 즉시 접촉을 해보았다.
"귀사 공장에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시범 도입하고 싶다고요?"
"그렇습니다. 가능할까요?"
"비용이 맞다면 불가능할 것은 없죠. 안드로이드 프리덤 1기당 연 70만 달러는 주셔야 합니다."
"연 70만 달러나요?"
로봇 경영진은 화들짝 놀랐다.
아니, 일본은 평균 연 20만 달러씩 받고 있으면서 (총 렌탈비를 대수로 나눈 대략적인 수치) 왜 미국에는 70만 달러나 요구하는가?
"일본은 잊으십시오. 일본과 미국은 사정이 다릅니다."
"……."
"하루 1시간의 정비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연 365일 고급 엔지니어 역할을 해내는 일꾼입니다.
70만 달러의 사용료가 과연 비싼걸까요?"
일하는 시간으로만 따지면 연 20만 달러의 고급기술자 5, 6명이 일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로봇업체 경영진은 결국 수영농장의 딜을 받아들이고, 시범적으로 몇 대를 도입해서 로봇 제조에 써보았다.
그리고 대만족했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어!"
"로봇을 쓰면서 생산율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고급 엔지니어의 수작업으로만 진행되는 공정을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모두 대체했는데, 불량률은 오히려 0이 되었습니다."
"좋아! 바꿔 버려! 사람 말고 안드로이드를 투입해서 다 바꿔 버려!"
크게 만족한 로봇 업체들은 더욱더 많은 로봇 렌탈 주문을 넣었다.
렌탈비가 연 70만 달러나 하지만, 사람을 쓰는 것보다 로봇을 쓰는 게 더 큰 이익이었다.
졸지에 로봇업체에 종사하던 기술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로봇을 만들었는데, 정작 자신들은 그 로봇한테 일자리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
미국의 경제 석학들은 수영장이 일본에서 벌이는 일을 두고 전율했다.
"이것은 거대한 실험 모형이다. 지금 수영그룹은 일본을 상대로 대규모 사회적 실험을 벌이고 있다."
"어쩌면 시뮬레이션의 끝을 알고 있기에 그걸 노리고 계획적인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노동 시장이 급속도로 붕괴하고 있다. 이건 연착륙은커녕, 경착륙 수준조차도 아니다. 그냥 추락이다, 추락!"
급격한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는 큰 충격과 피해를 야기한다.
지금까지 많은 국가 정부들은 어떻게든 연착륙을 유도하려 했지만, 단 한 번도 연착륙에 성공한 역사는 없었다.
소프트랜딩을 유도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은, 승객들이 하드랜딩을 각오하고 마지막 기도의 올릴 시간을 주는 것 정도의 의미밖에 없었다.
백악관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일본이 망할 것이라고?"
"그렇습니다. 지금 일본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로봇 렌탈 서비스를 쓰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일단 경쟁자가 쓰는 이상, 나도 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나 혼자 손해를 독박 쓰게 되니까.
그리고 한 번 써보면 그 저렴한 가격과 증가한 산출량에 더할 나위없는 황홀감을 느낀다.
다음에는 지금까지 왜 비싼 돈 들여서 사람을 썼지, 라는 후회가 이 어지고.
"대량 실업자들이 발생하고 가계 소비지출은 급격히 떨어질 겁니다.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결국 기업들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규모가 작은 기업부터 하나둘씩 문을 닫게 되겠지요."
"돈을 벌어놓은 기업가들은 문을 닫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문제는 경제계, 나아가 일본이라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결국 일본은 극소수의 초거대자본가들만이 살아남아 모든 것을 움켜쥔 기형적인 사회로 변하고 말 겁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로봇세를 크게 거둬들여야 하는데, 일본 정부는 그런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발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조짐이 우리 미국에서도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자문을 나선 경제학자들은 앞을 다 투어 실리콘밸리 로봇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최근 한 달 동안, 미합중국 로봇 업체 종사자가 70% 이상 감소했습니다. 전부 안드로이드 프리덤에 일자리를 뺏긴 겁니다."
자기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낸 로봇이 자기들을 밀어내고 대신 일자리를 차지한, 아이러니한 상황.
로봇에 평생의 꿈을 바친 이들은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고, 회사에 돈을 댄 자본가와 최고경영진만 그 수혜를 누리고 있었다.
"지금 다른 기업들도 로봇업계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자기들 공장에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도입하기 위해 줄을 서려 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이익을 위해서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을 무턱대고 막을 수만은 없지 않소?"
"대통령님!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반년도 채 가지 않아 미국의 근로시장이 붕괴하고 말 겁니다! 그럼 미국은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에서의 폭발로 인해 주저앉고 맙니다!"
로봇 렌탈 서비스에 군침을 흘리는 미국 기업들을 정부의 힘으로 직접 억압할 순 없다. 그것은 기업의 당연한 본능이기에.
"즉각 로봇세를 도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로봇을 쓰는 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걸 기업가들이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격렬한 토론을 거치며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백악관은 밤을 새워가며 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을 논의했다.
하지만 청담동에서 온 한 통의 연락이 허무하게 모든 것을 무마시켰다.
-로봇업계는 부품을 빨리빨리 더 많이 찍어내라는 의미로 렌탈 서비스를 해줬습니다. 근데 다른 곳에까지는 안 하려고요. 저도 미국의 근로시장이 붕괴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역시 로봇 렌탈 서비스가 불러올 파급효과를 잘 알고 있었군요."
-이 추락 끝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잘 알고 있죠. 길게 3년을 잡긴 했지만, 1년 안에 누구나 볼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가 바로 튀어나올 겁니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하수영이 일본에 아주 달콤한 설탕을 준 것은, 당뇨병에 걸려 죽으라는 의미임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죽음으로 몰아가는 당뇨병이 아닌, 단기간 내에 급성 혈당 발작을 일으켜 사망케 만드는 지독하게 달콤한 독이었다.
-실직한 로봇 기술자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전부 제가 고용했고, 앞으로 제주도 랩팩토리에서 근무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