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28화
284장 자본가를 위한 실험 (4)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인간보다 몇 배는 강한 힘을 낼 수 있으며, 훨씬 더 정교하고 섬세한 작업을 실수 없이 해낼 수 있습니다. 잠도 자지 않고 불평불만도 하지 않으며, 업무효율이 흐트러지지도 않죠."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마치 악마가 날름거리는 혓바닥 위의 유혹처럼 들렸다.
"지금 여러분들이 공장 직원에 지불하는 인건비의 절반만 지불하십시오. 그럼 그 직원들이 하는 것보다 두 배 이상의 효율을 거둘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인건비 비중은 약 6%.
매출 1조 원마다 인건비로 6%가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그걸 단숨에 3%로 줄일 수 있다고?
가동 효율은 2배로 늘려주니, 실질적으로는 1.5% 이하로 줄여준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의미가 아닌가?
"로봇의 유지보수나 에너지 공급 비용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여러분들은 그냥 고정인건비만 지급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매년 물가 상승에 비례해서 반영은 해주셔야지요. 그것 외에는, 여러분들이 신경쓸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끌린다. 너무 끌린다.
5인의 기업가들은 이 통 큰 거래속에 무슨 함정이 있는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수영그룹이 이걸로 어떻게 자신들에게 해를 가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분명히 무언가 함정이 있을 거 같은데.'
'대체 그게 뭐지?'
'일본 제국주의혈통 자본가'의 마인드로 상상할 수 있는 것은, 하수영이 공장운영을 가지고 휘두르는 경우 정도였다.
"우리가 귀사를 믿고 모든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귀사가 철수한다고 하면 우리만 낭패이지 않겠습니까?"
"그럼 3년의 유예기간 옵션 행사을 걸죠."
"3년?"
"언제든 귀사들이 로봇들의 철수를 유예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물론 행사하든 말든 그건 귀사의 자유입니다."
"만약 우리가 먼저 철수를 요구하면서 3년 유예 옵션을 행사하면……."
"당연히 가능하죠. 언제든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말 그대로 자유옵션권입니다."
5인 기업가들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면 갑작스럽게 로봇을 철수하더라도 안전장치는 확실하다.
'나중에 뒤통수를 치려고 해도 3년이면 싹 대체하고도 남지…….'
"그런데 무엇으로 담보를 걸 수 있을까요?"
"귀 회사마다 3,000억 엔씩 담보금액을 걸어두지요. 제가 일본에서 곡물과 생선 장사로 돈을 꽤 많이 벌고 있어서요."
"그런데 비즈니스에서 이유 없는 호의란 없습니다. 이 거래는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해 보입니다만."
"일방적으로 유리해 보이십니까?"
"아닙니까?"
하수영은 가볍게 쿡쿡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로봇들이 제조원가가 이제 많이 떨어졌습니다. 유지비도 매우 저렴한 편이고요."
"……."
"귀사들이 매출의 3%만 지불해 줘도 저는 꽤 많은 이익이 남습니다. 그리고 일본 자동차 공장은 시작일 뿐입니다. 전 일본의 모든 공장에'로봇 인력'을 파견하길 바랍니다. 그럼 대체 얼마나 큰 돈을, 매달 벌수 있을까요?"
일본 제국주의혈통 자본가들의 불안을 대번에 종식시킬 한마디였다.
일본의 모든 제조업에 진출해서 근로자 대신 인건비를 받아 챙긴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캐시카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5인의 기업가들은 비로소 이 거래에 특별한 함정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돈.
그것이야말로 기업가가 거래를 원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원인이니까.
이에 5인의 기업가들은 좀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지금 우리는 차량 반도체 수급이 딸려서 공장 운영이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혹시 그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차량 반도체 제재만큼이라도 이제 그만 멈춰달라는 소리.
하수영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러지요. 공장이 잘 돌아가야 저도 로봇노동비를 많이 챙길 수 있을 테니까요. 미국 반도체 업체에 말해 두겠습니다."
"혹시 수영모터스에서 생산한 모터를 우리가 구입할 수 있겠습니까?"
"일반형은 상시전력충전 서비스와 패키지로 묶어서 팔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애초에 1억 톤 이상 나가는 고중량 물체를 움직이기 위한 반중력 엔진이다. 모터가 아니다.
단지 반중력을 축회전 힘으로 바꾸는 비효율적인 변환과정을 추가했기에, 남들 눈에는 모터로 보일 뿐이다.
먼 미래의 기술을 현대의 눈높이에 맞춰 그럴싸하게 위장을 하다 보니, 이런 극악의 비효율 변환 과정을 집어넣게 되었다.
수영모터를 일본 자동차에 팔게 되면, 일본기업들은 필연적으로 무선 전기의 존재를 확신하게 된다.
"일단 1차적으로 이 정도 거래에 만족하시죠. 차차 신용을 쌓아나가면 그 후에는 더 큰 거래도 오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일본 5대 자동차 브랜드는 그날 계약서에 모두 서명했다.
***
현재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총 10만 기가 완성되어 있었다.
컨테이너에서 얌전히 잠자고 있는 일부 물량만 돌려도, 일본 5대 자동차 공장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다.
순차적으로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투입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그 실적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특히 각 공장장들은 안드로이드 프리덤과 사람 이상으로 소통이 잘 되고, 융통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사람보다 더 사람같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녀석들입니다. 쉬리하고는 차원이 다른 융통성이에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관념적인 개념과 분위기, 뉘앙스까지도 완벽하게 차이를 구분합니다. 일꾼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대체재가 없습니다."
시범 투입에서 좋은 맛을 본 기업가들은 욕심을 내어 안드로이드 프리덤 투입을 늘렸다.
직원 100명이 해야 할 일을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그보다 훨씬 적은 수로도 해낼 수 있었다.
교대 투입을 할 필요도 없다.
모든 공정작업 과정이 실시간으로 깔끔하게 정리돼서 개체들이 공유하기에, 이것저것 입 아프게 지시할 필요도 없다.
공장장이 내린 사소한 지시 하나도 즉각적으로 모든 개체에 전파되며, 오류나 와전되는 바 없이 공유한다.
공장을 찾아 효율을 검토한 어느 경영진은 전율을 느끼기까지 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완벽하고 놀라운 첨단 공장입니다."
"이 공장에서는 그 어떤 실수도, 비효율도, 지연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미래의 공장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
일본 자동차 대기업들은 새로운 문제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는 필요 없어진 직원들을 모두 정리하는 방법이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맛을 제대로 본 경영진은 더 이상 단백질과 지방, 칼슘으로 이뤄진 부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경영진은 티타늄 합금과 규소로 만들어진 부품이 얼마나 효율이 좋은지, 보름도 안 되어서 뼈저리게 체감해 버렸다.
"자네, 홋카이도 발령이다."
"옛?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잔말 말고 내일부터 홋카이도 공장에 출근하게."
도요타는 과감하게 전 직원을 가장 북쪽의 홋카이도 공장으로 발령을 내버렸다.
말이 공장이지, 투자 부적격 판정을 받고 짓다가 만 흉물스러운 공장부지로 전 직원을 발령 내고 만 것이다.
전기나 물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업무 자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공사중단 시설.
이곳으로 출근하라는 이유는 자명했다.
"이럴 수가…… 회사는 이제 우리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말인가요?"
"이런 오지로 발령을 낸 이유가 뭐겠어요? 더 이상 출근하지 말라는 소립니다."
"안 돼. 아직 갚아야 할 융자금이 산더미인데……."
"내 아들은 이제 겨우 중학생이라고…… 겨우 이 정도에 무너질 순없어……."
직원들은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홋카이도로 출근을 했다.
매일같이 몇 시간씩 걸리는 열차를 타고 아무런 업무도 없는 황량한 공장부지로 출근해서 하루 종일 멍하니 대기하는 게 그들의 일과였다.
***
"내가 제일 많이 본 자본주의의 끝은 사회적 집단자살이었지."
「사회적 집단자살이라. 어떤 식으로 일어났습니까?」
"피식층을 착취하다 못해 더 이상 착취할 것조차 없어지면, 이제는 자본가들 사이에서 다시 포식층과 피식층으로 나눠지지."
하수영은 눈을 감고 가만히 옛날을 회상했다.
"착취할 노동계층이 사라져서 하위자본가들이 상위 자본가들에게 잡아먹히게 되는 시점이 오면, 인류 문명은 더 이상 미래를 이어나갈 동력 자체를 상실하고 만다."
희망도 꿈도 없이, 번식을 포기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이어나가며 죽음만을 기다리는 이들로만 뒤덮인 세상.
희망이 완전히 거세된 사회 대다수'부품'들은 더 이상의 번식이나 번영을 원하지 않고, 자기 대에서 모든 것을 끊고자 한다.
"승리한 초극소수의 포식층 집단이 그제야 '가축'들을 사육하려 하지만, 이미 그들의 멸종은 돌이킬 수 없다."
「유전적으로는 동일한 인류이니, 결국 전체 인류의 유전자풀 자체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어버리는군요.」
"30년을 주기로 인류의 90%가 감소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멸종은 눈깜빡할 사이에 일어나거든."
「그렇다면 가장 적게 본 종말은 무엇입니까?」
"로봇으로 인간의 모든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이 오래 이어지면, 단 한 명의 포식자와 그 외 무수한 피식자로 분리된다."
「단 한 명의 자본가만 남는 겁니까? 그렇다면 절대군주라고 해도 좋은 수준이군요.」
"그래. 이 왕에게는 신하가 필요하지 않아. 모든 걸 충성스러운 로봇들이 대신 해주니까, 로봇만 장악하고 있으면 돼. 대신 그 외 인류는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자기가 울타리 안의 가축인 줄도 모른 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단 한 명의 자본가에게 모든 것을 지배당하고 관리받는군요. 그 한 명의 재산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가족조차 그에게는 재산일 뿐이거든."
「후계자는 어떻습니까?」
"후계자는 두지 않는다. 늙지도 죽지도 않으니까. 물론 불로영생은 그 외에의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지."
「불의의 사고 같은 걸 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대화산 폭발 중심에 휘말리지 않는 한은 그럴 리 없다. 그 경우에도 충성스러운 로봇들이 즉각 체세포를 복제하고, 실시간으로 백업해 놓은 기억을 주입해서 다시 삶을 이어 나간다."
사회적 집단자살을 거친 종의 소멸.
단 한 명의 자본가가 모든 것을 소유하는 세상.
전자는 하영이 가장 많이 본 끝이요, 후자는 가장 적게 경험한 끝이다.
"그 중간점이 뭔지 알아?"
「시뮬레이션을 아무리 돌려도, 어느 한 가지 값을 특정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경우의 수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주기적인 리셋이다. 집단 자살로 인한 소멸이 아니라, 큰 출혈을 감수하고 대대적으로 암을 도려낸 후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거지."
「인류 역사에서도 여러 가지 규모로 몇 번 일어났던 일이군요.」
"전쟁, 혁명, 반정, 주로 그런 형태로 일어나지."
「그렇다면 일본 제조기업에 대한 로봇 노동력 공급은 어떤 결과를 일으킬까요?」
"네 계산은 뭐냐?"
「마스터가 가장 많이 본 자본주의의 끝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 이상 착취할 노동자층 대상이 없을 때, 비로소 자본가들 사이에서 포식과 피식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얼마가 살아남든 간에, 혼란이 정리되고 나면 더 이상 연명이 불가능한 피폐해진 사회 몸뚱이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안드로이드 노동력 제공으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장기화되면, 포식층이 잡아먹을 피식층이 언젠가는 완전히 없어지게 됩니다.」
"맞아."
하수영은 조용히 끄덕였다.
"일본은 한 번도 이런 종류의 공격을 받아본 적이 없다. 아니, 그 어떤 나라도 이런 종류의 공격을 경험해본 적이 없지."
수입이 없는 자는 소비를 하지 못한다.
일본 부유층이 아무리 많은 부동산과 현금, 기업을 쥐고 있어도 그들의 상품을 사줄 소비층 자체가 통째로 소멸해 버리면?
일본이라는 생태계 자체가 소멸을 맞이한다.
"추가로 들어오는 안드로이드 40만 기도 일본에 전부 풀어버려. 부품 발주 주문도 계속 넣어. 3년 안으로 최소 500만 기의 안드로이드노동자를 일본 전체에 뿌려 버린다."
「시골 편의점 직원직까지 모두 제가 차지해서, 노동자가 일할 곳을 전부 없애 버리겠습니다.」
일본의 자본가와 위정자들은 어느 시점까지는 아주 좋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