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23화
283 장 화성에서 농사짓기 (5)
화성에서 드디어 첫 감자를 수확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들이 밀폐박스에 감자를 가득 담은 뒤에 청담 2호에 실었다.
"제 목표는 이뤘군요. 저는 이만 돌아갈 건데,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
3명의 우주비행사들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서로를 쳐다봤다.
지구가 그립긴 했지만, 화성 생활에서 얻는 미지에 대한 탐사 욕구는 하루하루가 갈수록 오히려 불어났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하수영과 함께 돌아가야 하지만, 그들은 조금 더 이곳에 남고 싶었다.
"저희가 여기에 좀 더 지내면서 화성을 탐사하고 싶다면, 그래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죠. 식량은 충분하니까요."
청담 2호 외 3척의 우주왕복선은 처음부터 물자와 식량, 식수 등을 잔뜩 싣고 왔다.
식량은 3인의 우주비행사들이 1년 이상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조종한다면 지구에서 2주일도 안 돼서 식량을 싣고 돌아올 수 있다.
인간이 타지 않으면 가속, 감속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편도 여행 시간을 압축할 수 있다.
"원하신다면 일정을 그렇게 변경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우주왕복선 3척이 모두 못 쓰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청담 2호가 한 달 안에 여러분들을 구조하러 올 겁니다. 청담 2호마저 무슨 일이 생기면 청담 1호를 보내도 되고요."
하수영이 혼자 떠나더라도 화성에서 뭔가 잘못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주선은 3척이나 되었고, 정 뭐하면 지구에서 다시 구조대가 오기까지 기다리면 된다.
"맷 데이먼은 수백 일을 넘게 기다려야 했지만, 여러분들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화성과 지구는 유인으로 20일 안에 끊을 수 있어요. 무인으로 오면 더 빠릅니다."
"그럼 저희는 이곳에 남아서 좀 더 화성을 탐험하고 싶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저 혼자 떠날게요. 아,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청담 2호에 필요 물자 또 가득 실어서 바로 보내드리죠."
"감사합니다, 대장님."
하수영이 탐사대장이므로 대장이란 호칭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수영은 세 우주비행사 중 최고 연장자를 지목했다.
"신승목 비행사"
"예, 대장님."
"이제부터는 신승목 비행사가 화성탐사대장입니다. 나머지 두 분도 대장의 지시를 잘 따르고, 안전하고 무탈하게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하길 바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잘들 있어요. 나중에 지구에서 만나면 파티합시다. 언제든지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편안하게 나로센터에 보고하고요."
"예!"
그렇게 하수영은 청담 2호를 타고 다시금 우주로 떠나기로 했다.
그는 일부러 단 1기의 안드로이드 프리덤도 싣지 않고, 모두 화성에 내려놓았다.
자신은 더 이상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필요 없지만, 화성탐사대 입장에서는 1기라도 더 많은 안드로이드프리덤이 있는 게 만약의 상황에서 생존에 유리할 것이다.
"그럼 모두 안녕. 다들 나중에 지구에서 귀환 파티 크게 열어줄게요."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나중에 지구에서 뵙겠습니다!"
하수영은 화성탐사대의 배웅을 받으며 청담 2호기에 탑승했고,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멋지게 화성을 출발했다.
"팜버스 농장 레벨도 나중에 다 확인할 겁니다. 제가 떠났다고 해서 게을리하지 마세요."
"……일단 농장부터 먼저 만들어야 농장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렇게 하수영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최초로 화성을 밟은, 최초로 화성을 떠난, 그리고 최초로 화성-지구 편도여행을 '혼자서' 해낸 지구인 타이틀을 모조리 쓸어 담았다.
화성 대기권을 벗어나자마자 하수영은 명령했다.
"프리덤, 시작해라."
「예, 마스터. 잠시 시스템 점검을 위해 10분간 통신을 차단한다는 메시지를 발송했습니다.」
"좋아. 그럼 밟아볼까."
하수영은 조종간을 가볍게 쥐었다.
청담 2호는 핵융합 로켓의 출력을 급격하게 올리기 시작했다.
평범한 인간은 그 어떤 중력을 입어도 절대로 버텨낼 수 없는 막대한 압력이 온몸을 통해 전해졌다.
그러나 하수영은 표정 하나 일그러지지 않은 채 조종간을 계속 당겼다.
「마스터, 시속 50만㎞에 도달했습니다. 핵융합 엔진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겨우 이 정도로 한계라니. 기술이 부족해, 기술이……."
「입자집합명령 연료탱크라고 해서 무한대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리고 7일이면 지구에 도착합니다.」
"7일이라…… 이거 또 한 번 세상이 뒤집어지겠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하겠어."
「지구에서도 걱정하고 있을 테니 이만 통신을 재개하시죠.」
"그래야지. 통신 재개하면서 좌표도 전송해라."
「네, 통신 재개 완료. 현재 좌표및 속력 등 항행정보를 전송합니다.」
잠시 후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난리가 난 기지센터장의 목소리가 하수영을 불러댔다.
「여기는 나로센터, 청담둘 나와라.」
"여기는 청담둘. 무슨 일인가?"
「항행정보를 받고 믿을 수 없어서 호출했다. 지금 시속 50만km를 넘어섰다는 게 사실인가?」
"그렇다."
「현재 좌표도 사실인가?」
"물론이다."
「대체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그런 엄청난 가속을 할 수 있었나? 파일럿의 신체가 버티지 못했을 텐데?」
"그건 수영스페이스의 비밀 기술이다. 그러므로 이 이상의 질문은 사양한다."
「그, 그런…….」
"중력 저항 기술 테스트는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나 외의 다른 파일럿들한테는 아직까지 적용할 수 없을 것 같다."
중력 저항 기술이니 뭐니 하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엘릭서로 인간을 초월한 하수영의 신체가 순수한 피지컬로 중력가 속도를 우습게 넘겨 버린 것뿐이다.
'전 세계 항공우주 전문가들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리고 혼란에 빠져 살아라.'
"일주일이면 지구까지 당도할 것 같다. 급격한 감속을 버티기 위해 그때에도 통신 시스템을 잠시 중지 할 수 있음을 미리 통지한다."
「알겠다. 무사 귀환을 기대하겠다.」
그리하여 일주일의 편도항해를 마치고, 청담 2호는 급격한 감속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지구 근처 우주에서 이뤄진 것이기에 웬만한 우주선진국들은 청담 2호의 놀라운 감속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청담 2호기는 거리가 가까워지자 우주선의 머리 방향을 역으로 바꾸고, 지구 방향을 향해 핵융합 로켓을 분사하기 시작했다.
지표면 상공 120km 궤도에 진입했을 때, 청담 2호는 이미 초속 1㎞까지 감속을 마친 상태였다.
나사, 유럽우주국, 러시아 연방 우주국, 중국의 국가항천국, 일본의 JAXA 등 내로라하는 선진우주기관들은 가까워진 청담 2호의 관측 및 궤도 추적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큰 절망에 빠졌다.
"이게 된다고?"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이에요! 이럴수는 없습니다!"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올 때도 똑바로 내려앉다니……."
보통 유인우주선들은 지구에 재진 입을 할 때에 위성처럼 지구 주변을 여러 번 공전하면서 속도와 좌표 등을 조절한다.
간을 보듯이 빙글빙글 돌다가 신중하게 착륙지점에 내려앉는 식이다.
하지만 청담 2호는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직선 코스로 정확하게 나로우주센터 정거장에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달 관광을 통해 이리 여러 번 보인 비행 착륙이지만, 시속 50만km를 1시간 동안 급격하게 감속하면서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내려앉는 착지 비행술이라니.
각국의 우주 전문가들은 경악에 빠져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청담 2호는 우리가 지닌 모든 우주항해기술을 아득하게 뛰어넘었습니다."
"비단 핵융합 추진 엔진, 입집명연료탱크뿐만이 아닙니다. 우주선의 자세와 기동, 출력 제어의 미세함등 총방면에서 절대로 따라잡지 못할 격차가 벌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이제 겨우 증기기관을 만들었다면, 수영스페이스는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에 이미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권력자들은 우주 전문가들의 그런 비관적인 절망에 공감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인지부조화가 듬뿍 담긴 거부감을 드러냈다.
"증기기관과 자기부상열차라니. 그 정도로 큰 차이가 벌어졌을 리가 없다."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 연료탱크를 제외하더라도 그 정도 차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이제 그만두시오!"
"아무리 로한이 천재라 해도 하루 아침에 그런 격차를 벌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거 아니오?"
우주 전문가들은 신경질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권력자들의 반응에 넌덜머리가 났다.
객관적 사실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행태가 한두번이 아니라지만, 이번에는 너무 심했다.
그나마 '하메리카 조약'을 맺은 미국 백악관은 이 상황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다.
나사 국장이 직접 대통령을 독대하고 지금의 상황을 보고했다.
"청담 2호는 1억㎞를 자그마치 7일 만에 돌파했습니다. 보이저 1호보다 무려 8배가 넘는 속력이죠."
"국장, 그렇다면 가장 빠른 우주선 속도를 기록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나사의 태양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는 시속 59만 km에 육박하는 속도를 기록한 적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금성의 중력을 훔쳐서 얻은 가속력입니다. 청담 2호는 순수한 자기 엔진의 추력만으로 시속 50만 돌파했습니다."
"자체 추진력만 놓고 봤을 땐 어쨌든 가장 빠른 우주선이 맞군요."
"그렇습니다,대통령님. 나사가 나 로우주센터와 협력하기로 한 것은 정말 훌륭한 결정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군요."
"네, 대통령님. 저는 나사 한국지부를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모든 우주개발투자는 한국을 중심으로, 아니, 한국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될 겁니다."
나사국장은 결연히 말을 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나사 행정인력만 이곳에 남기고, 나머지는 싹 들어다가 전부 한국으로 옮기고 싶은 심정입니다."
"일단 한국지부는 무조건 추진해야 할 일입니다. 계획을 세워서 보고하세요."
"네, 대통령님."
***
화성 감자 공약.
하수영이 팜버스 흥행을 위해서 전 세계 게이머들을 상대로 내건 공약이다.
가장 많은 진행도를 기록한 최상위게이머 100명을 상대로 화성산 감자를 나눠 주겠다는 것.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감자를 받을 만큼 유의미한 진행을 기록한 게이머가 딱 1명뿐이었던 것이다.
-본 원수는 실망했습니다.
농장 레벨을 비교해서 상위 100명을 상대로 감자를 나눠주려 했는데,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직 제대로 된 농장을 갖추지 못했다니요.
이래서야 나머지 99명을 선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모전에서 성적이 미흡해서 수상자를 한 명도 안 뽑는 상황과는 다르다.
채색까지 완성된 그림을 일단 제출해야 심사에 들어갈 수 있는데, 한 명만 완성품을 내고 나머지는 밑그림 스케치만 제출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유저들의 랭킹을 비교하기 위해서 농장 레벨이 필수인데, CTW2022을 제외하고는 아직 농장이 열리지도 않았으니.
-본 원수는 크게 실망했지만, 고민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1위 게이머인 CTW2022 유저에게는 공약한 대로 감사를 사은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99인분의 감자는 냉동으로 보관해서 99인의 수령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냉동해서 아마 맛은 없을 겁니다.
CTW2022은 우승상품인 화성 감자를 수령하는 대신 팜버스 경매장에 그대로 올렸다.
1kg 의 감자는 무려 28억 원이라는 거액에 낙찰되었다.
-X발. 내가 더러워서 농사 꼭 짓고 만다.
-개쩔어주는 우주전함 있어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냥 손바닥만 한 텃밭 하나 있는 게 낫다.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농장 구성에 지친 일부 유저들은 다른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테라포밍해서 농사짓는 것보다 CTW2022이 있는 별을 찾아서 물물교환하는 게 더 빠르고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