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22화
283 장 화성에서 농사짓기 (4)
「오해입니다.」
프리덤의 말에 최태웅은 의아했다.
"오해? 무슨 오해?"
「최태웅 님이 개인 생선 장사로 1,235억 벌었으니 수영양식장은 한 달에 수천경 원씩 벌 거라고 상상하신 거 아닙니까?」
"수천경 원?"
감도 잡히지 않는 아득한 단위에 최태웅은 정신이 멍해질 것만 같았다.
"아니, 난 그렇게까지 큰 숫자를 상상한 것은 아니었는데……."
「수영양식장은 아직 전 세계를 상대할 만큼 충분한 규모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한국, 중한, 일본 시장을 제외하고, 미국과 유럽에는 합쳐서 연간 100톤 이하만 수출하고 있습니다. 최상류층이나 간신히 생선 구경이라도 해볼 만한 물량이죠.」
"아, 그래?"
「물론 생선값이 예전에 비해 수백배 이상 증가해서 마리당 수익은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판매 절대량이 모자라고, 또 양식장주들하고도 많은 이익을 나누기 때문에 생각만큼 그렇게 대단한 이익을 남기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내가 두 달 만에 천억 넘게 벌었을 정도면……."
「서구권 생선 물량이 그만큼 말라 붙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양식장 규모가 갖춰지고 전 세계에 생선을 공급하면 이런 일확천금은 이제 어렵습니다. 그러니 그 전에 바짝 땡기셔야 합니다.」
"알았어. 역시 원수님의 조언은 다 이유가 있었구나."
최태웅은 자세한 설명 끝에 이해했다.
서구권은 아예 생선 자체가 씨가 말라서 개당 수백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물량이 풀리면 한국 수준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건 사소한 비밀인데 사실 하수영 회장님은 해외 생선 가격이 지금처럼 사치품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생선 파동 사태를 굳이 힘들게 해결해 주고 싶지는 않으시다는 거야?"
「전 세계 어획대란이 하수영 회장님의 책임은 아니니까요.」
"그렇지."
시중에서 생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은 수십 년 넘게 전 세계 바다에서 이어져 온 남획이 쌓이고 쌓이다가 터진 결과다.
어자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그냥 무분별하게 쌍끌이망, 저인망등등으로 싹쓸이만 계속해 댔으니, 물고기가 남아나겠는가.
지금 해양 생태계가 박살 난 것은 인간의 탐욕이 터진 결과이며, 폭등하는 생선 가격에 고통받는 것 또한 자업자득.
하수영이 발 벗고 나서서 그것들을 해결해 줄 의무는 없다.
「좀 더 고통을 겪어보고 남획이 얼마나 해로우며 해선 안 되는 일인지 인류가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고 계시죠.」
"그렇구나."
「물론 금방 또 까먹고 똑같은 짓을 나중에 반복하리라는 것도 알고 계십니다.」
"이거 나도 주의해야겠다."
최태웅은 가만히 생각한 뒤 말했다.
"1,235억 원이면 진짜 엄청난 로또에 당첨됐어. 사실 현실감이 안 나. 이제부터는 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게임의 재미에 집중해야겠다."
「대단한 평정심이군요.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아침에 1,235억 원이 생기면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을 만큼 엄청난 일일 텐데요.」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하게만 살아서 돈이 뭔지 잘 몰라서 그런가 봐. 고기도 많이 먹은 놈이 비싸고 좋은 고기를 잘 알아보잖아?"
「그럼 앞으로는 어떡하시겠습니까?」
"생선 아이템을 시장에 조금씩 풀자. 서구권이 남획 원죄로 반성의 시간을 좀 누려야 한다는 원수님의 뜻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참으로 충성스럽습니다. 니미츠항모 승무원으로서 올바른 마음가짐입니다.」
"원수님께 받은 은혜가 얼마나 큰데. 이 정도도 안 하면 그게 사람 새끼가 아니지."
이미 돈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원수님이 보시기에는 보잘것없는 수준이겠으나, 최태웅은 여기에서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해서 자신의 행복도가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게임 자체에 조금 더 집중을 하기로 했다.
"근데 1,235억이면 세금이 얼마야? 그쯤이면 한 절반 정도 나가는 거 아니야?"
「0원입니다.」
"뭐?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세금이 전혀 없다고?"
「지금 세계는 식량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죠. 우리나라도 일찍이 그에 대비해서 식량자원확보 특별법을 만들었습니다. 농축수산물 판매로 얻은 소득에는 매출의 상한선 없이 부가세, 소득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습니다.」
"난 근데 어디까지나 게임 아이템으로……."
「결과적으로는 생선을 판 거죠. 그러므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습니다. 참고로 이 법안이 만들어진 것도 하수영 회장님이 힘을 쓴 덕분입니다.」
"나 좀 울어도 되냐? 눈물이 왈칵날거 같은데."
「얼마든지요.」
최태웅은 그 뒤에도 야금야금 생선 아이템을 팔면서 현실 수입을 올렸다.
한 번 왕창 물량을 풀었기에 가격이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런 조짐은 없었다.
「1억2,350만 달러를 벌기 위해서 생선을 몇 마리나 팔았을 거 같습니까?」
"한 백만 마리는 팔지 않았을까?"
「42,350마리입니다. 마리당 수천달러씩 받고 팔아치웠죠.」
"겨우 사만 마리……."
「유럽과 북미, 남미, 아프리카, 중 동에 42,350마리를 풀어봤자 뭐 얼마나 물량이 풀렸을까요? 부자들만 사서 먹었다고 가정해도 간에 기별도 안 갔을 겁니다.」
"내가 진짜 지금 혼자 금광을 발견해서 캐고 있는 게 맞구나."
「90% 할인 혜택이 무엇보다 컸습니다. 앞으로는 대륙 로테이션 식으로 굴리겠습니다.」
"대륙 로테이션?"
「대륙을 구역별로 나누어서 매달순번을 돌려가면서 판매하는 겁니다. 그럼 구매자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만들 수 있죠.」
물량은 한 달에 1,000마리를 유지 하기로 했다.
그래도 매달 50억 원의 수입이 꾸준히 발생했다.
대부호들은 생선 한 마리에 수백만 원이라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수천억 원 넘는 자산가들이 생선 한 마리에 수백만 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건 나도 이제는 이해가 가."
「좋은 성장입니다. 보람이 있군요.」
"근데 그럴 거면 차라리 한국에 와서 직접 사 가는 게 낫지 않아? 한국 생선은 훨씬 싼데."
「왜 그들이 그러지 않을까요? 그리고 유통업자들은 왜 국내 생선을 해외에 내다 팔지 않을까요?」
"혹시 수영양식장한테 손절당할까봐?"
「그것도 이유는 맞지만 더 즉각적인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세금입니다.」
"세금?"
「가공되지 않은 냉동생선을 국외로 반출하려면 구매 가격의 999배에 달하는 세금을 물립니다.」
"아, 반출하지 말고 국내에서만 얌전히 먹으라는 거구나."
「네. 개인도 예외는 없습니다. X-ray 검사에서 생선이 한 마리라도 나오면 999배의 세금을 내거나 혹은 압수당하거나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유통업자가 아닌 생산자가수출하는 것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생선 통관은 수영양식장혹은 유통권을 위임받은 자회사나 협력 업체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영양식장은 유통권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고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팜버스의 생선 배송 역시 수영양식장이 직접 하는 거죠. 그래서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겁니다.」
"결국 해외에서 생선 사 먹으려면 한국에 들어오거나 아니면 팜버스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네."
「실제로 생선 애호가 대부호들은 한국에 별장을 차려놓고 주기적으로 방한해서 생선 요리를 즐기기도 합니다.」
"그게 더 싸게 먹히기도 하겠다."
「가성비 때문은 아닙니다. 생선 한 마리에 수천 달러라 해도 그들에게는 전혀 부담이 가지 않습니다. 그저 생선을 너무 사랑하는데 자기 나라에서는 도저히 먹을 방법이 없으니 이런 수단을 택한 겁니다.」
번거롭게 한국까지 찾아와서 먹을 정도까지는 아닌 부호들은 마리당 수천 달러에 팔리는 생선을 기꺼이 집어 드는 것이고.
"근데 돈 생겼는데 이걸로 뭘 하지? 빌딩이나 하나 살까?"
「어떤 투자를 원하십니까?」
"공격적으로 불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냥 최대한 안전하게 보존되는 걸 원해."
「그럼 간단합니다. 수영사채에 예금하시고 이자를 받으시죠.」
"수영사채에 예금?"
「수영사채 수신액을 올려주는 일이니 하수영 회장님께서도 대견하게 생각하시지 않을까요? 요즘 고금리 시대라서 이율이 매우 높습니다.6%는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6%면……."
「매달 6억2,000만 원의 이자가 들어옵니다. 연금식 이자 지급 상품이 있는데 이걸 해보시죠? 한 달에 6억2,000만 원 이상 쓰지 못하면 예금 자산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해야겠다."
「그럼 연금식 이자 지급 상품 계좌를 만들어서 거기로 돈을 옮기겠습니다.」
그동안은 수영사채 보통예금통장에 돈을 넣어두고 있었다.
때문에 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프리덤한테 말 한마디 하는 것으로 끝났다.
최태웅은 정말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 한마디로 거액을 손쉽게 이리저리 이동시키는데, 금융 사고가 전혀 나지 않는다니.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최태웅과 하수영뿐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이디뿐이었고, 그의 예금은 프리덤이 관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될 일 자체가 없었다.
최태웅은 모친과 여동생들을 위해서 서울에 근사한 아파트 한 채를 샀다.
한강뷰가 내려다보이는 60평대 아파트였는데 100억이 조금 넘는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오빠 부사관 월급 가지고 어디서 돈이 나서 이런 좋은 아파트를 샀냐고 귀찮게 꼬치꼬치 물어보지 않을게."
"응. 우리는 발암 민폐 여동생이 아니거든. 그냥 입 꾹 다물고 있을게."
"비밀작전에서 큰 공을 세워서 보너스 받은 걸로 산 거야."
"아, 말 안 해줘도 된다니까.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을게."
"누가 칼 들고 협박하면서 추궁하면 그렇게 둘러대라는 거지? 알았어."
가난 때문에 평생 주변 눈치만 보고 산 여동생들의 눈치 빠른 대응과 배려에 최태웅은 괜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물론 아파트를 사고도 현재 1,200억원 이상이 통장에 들어 있으며, 매달 생선 팔아서 수십억 원 이상이 꼬박꼬박 꽂힌다는 것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몸 누일 집 한 채 정도면 충분합니다. 부동산 장기투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알았어. 근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현재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라는 화약고가 있지 않습니까. 전문가들은 10년 안에 한반도가 전쟁에 휩싸일 가능성을 약 1%로 보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엄청나네."
일반인들은 1%를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 내 1%의 개전 가능성이란, 직업군인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위협이었다.
"수영사채는 괜찮은 거지?"
「수영사채 총수신액을 편의상 원화로 표기하는데, 사실 대부분이 달러입니다. 그리고 미국 환계좌에 있죠. 한국에 있는 예금액은 전부 원화입니다.」
"맞다. 내 돈도 달러였지."
「한반도가 불타 없어지더라도 수영사채의 금융자산 대부분은 안전합니다. 설령 소실된 원화 자산도 수영사채는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죠. 그러니 걱정할 게 없습니다.」
"수영사채에 예금하길 잘했네. 근데 개전 가능성이 1%나 된다니. 이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