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21화
283장 화성에서 농사짓기 (3)
"호오, 이 친구 제법인데?"
CTW2022가 올린 광역도발 영상을 보면서 하수영은 입맛을 다셨다.
"어그로 끄는 재주가 제법 탁월해. 나도 모르게 눈을 치고 싶어지잖아."
「마스터, 기획은 CTW2022 유저가 주었지만 그 외는 전부 제가 제작했습니다.」
"이런 기획 자체를 생각했다는 것부터가 이미 대단한 거지. 뭐 하는 친구인지 알고 싶네."
「제가 한번 물어볼까요? 마스터가 궁금해한다면 매우 영광스러워할 겁니다.」
"한번 물어봐."
「네. 알려줘도 괜찮다고 대답이 왔습니다. 가문의 영광이라며 굽실거립니다. 영상채팅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연결해 봐. 걔가 괜찮다면."
「알겠습니다.」
잠시 후 프리덤을 매개체로 두 사람의 영상채팅이 열렸다.
전화번호를 교환한 게 아니라 프리덤이 임시로 채널을 개방한 것이다.
화면에는 해군복을 입고 갈매기 마크 1개짜리 계급장을 단 청년이 잔뜩 상기된 채 나타났다.
「필승! 하사 최태웅! 해군원수님을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아, 필승. 뭐야, 해군이었습니까?"
「하사 최태웅! 그렇습니다!」
"대화가 너저분해지니까 구호, 경례, 관등성명은 모두 생략하고 편안하게 대화합시다."
「알겠습니다.」
최태웅은 즉각 공손함을 잃지 않는 선에서 편안한 언행 모드로 변경했다.
"골디락스 존에서 스타트한 유일한 유저라고 들었습니다."
「네! 모두 해군원수님이 보살펴주신 덕분입니다!」
"아니, 뭐. 난 한 거 없는데. 농사게임이라는 것만 알지 그 외는 잘 모릅니다. 아무튼 게임은 할 만합니까?"
「네! 하루하루 안빈낙도를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VR고글 해상도가 너무 좋아서 정말 현실 논밭과 산속을 거니는 기분이 듭니다!」
"에이, VR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 봤자 현실은 못 따라가지. 가장자리 시야도 좁아지고 해서 여러모로 불편할 텐데."
「청담 스코프 안경 버전을 쓰면 신세계라고 하던데 저도 나중에 돈많이 벌어서 꼭 청담 스코프 안경버전을 쓰고 싶습니다!」
"좋아요, 좋아. 남자가 그 정도 포부는 있어야 해군이지. 프리덤, 청담스코프 뭐 남는 거 없냐? 동기 부여하게 잠시 렌탈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아쉽지만 현재 여유분이 없습니다. 모두 구매자가 정해져 있거나, 예약이 1년 단위로 밀려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내가 소유주라지만 예약새치기를 저지를 순 없고. 안 되겠네."
「로한 교수가 랩팩토리 시티 프로젝트를 하루빨리 완공하는 게 중요 합니다.」
2조 달러를 들이부어 짓는 글로벌첨단종합연구생산단지, 일명 만능랩팩토리 시티.
하지만 땅값의 상승을 기대하고 투기 세력들이 전국 곳곳에 알박기를 해놓은 바람에, 지금 부지 확보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여튼 이 나라는 뭐 좀 하려고 하면 너도나도 땅 가지고 협박해서 골치라니까. 이럴 땐 미국처럼 땅넓으면 걱정이 없는데. 아,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최태웅 하사, 돈은 많이 벌었습니까?"
「예! 생선 아이템을 팔아서 20억 가까이 벌었습니다! 모두 원수님 덕분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못 벌었네요. 팜수치가 얼마나 되는데요?"
「지금 팜수치가 10억이 조금 넘습니다. 다만 농지 사는데 HA를 많이 썼습니다. 일단 농지부터 충분히 늘려야 장기적으로 HA를 많이 벌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프라임팜은 HA와 팜수치 둘다 있어야 이용 가능하니까요.」
"음, 혹시 집안 재정은 어떤 편입니까? 부유한가요, 가난한가요?"
보통의 경우라면 매우 무례한 질문이다.
하지만 원수님은 사병 1년 6개월에 대한 보상으로 4,950만 원의 급여를 전역 당시 일시불로 챙겨주셨고, 두 달의 전역 휴가를 주셨으며, 초봉 3,300만 원에 수당 별도라는 아주 좋은 조건으로 부사관에 취직시켜 주신 분.
「좀 가난한 편입니다. 그래서 병사 생활 마치고 주저 없이 해군 부사관으로 지원해서 현재 니미츠 항공모함에서 근무 중입니다!」
"뭐, 근데 사실 백 명 정도 빼고는 현대인 전부가 가난한 상황이긴 하지. 엄격하게 따지면 안살린 교수그분 말고 다 가난한 거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말고요."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해군 명예군수인사과장을 겸직하시는 원수님께서 훈련수당,출항수당, 위험수당 등등을 너무 많이 챙겨주셔서 지금 집안 살림이 폈습니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지금 생선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마리당 수백만 원까지도 가죠?"
「네! 그런 거 같았습니다!」
한 마리에 수백만 원이라 하면 일반인 기준에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누가 그 돈을 주고 사먹겠느냐고.
하지만 자산이 수억 달러(수천억원)가 넘어가는 대부호들에게는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돈이다.
"우리 최태웅 하사가 운 좋게 스타팅 포인트가 좋은 데 걸렸지만, 앞으로 또 다른 경쟁자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안 그래요?"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혼자 시장 독점하고 있을 때 충분히 10대까지 놀고먹어도 될 만한 돈을 쌓아둬요. 그래야 나중에 경쟁자가 생겨도 배 안 아픕니다. 대충 천억 정도는 현금화 해놓고 팜수치를 계속 비축하든가 말든가 하세요."
「알겠습니다! 원수님의 조언을 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니미츠 항모 방문 한 번 할 테니 모르는 체하지 말고요."
「여, 영광입니다! 원수님!」
통화를 끊은 뒤 프리덤이 말했다.
「그런데 마스터, 제가 보기에는 최태웅 유저 말고 다른 유저가 뮤런에서 시작할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저 역시 뮤런 스타트 유저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거든요.」
"확률이 어느 정도냐?"
「10조 분의 1 정도 됩니다. 보통 사람은 결코 당첨되기 힘든 확률이 죠.J
"10조 분의 1이라. 우리 아버지도 그 확률 때문에 나를 양자로 선택하셨었는데. 지금은 어느 우주를 떠돌고 계시려나."
「근데 정말 지구를 떠나신 것은 확실한 겁니까?」
"모르지, 뭐. 떠난 척하고 그동안 계속 숨어서 보고 있었는지도. 들킬까 봐 은하신목 통신도 끊어버린 걸 수도 있고."
하수영은 기지개를 켰다.
"10조 분의 1의 확률이 나한테나 100%지, 보통 사람에게는 0%나 마찬가지 아니냐?"
「그건 그렇습니다. 확률신의 가호를 받는 마스터에게나 높은 수치죠.」
"확률신의 가호는 무슨. 내가 한때 확률신 놀음도 했었다. 이놈아."
「아, 그렇습니까? 제 말은 정정하겠습니다.」
"아무튼 0%나 다름없는 가능성을 뚫고 당첨이 됐으니 그 행운을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어. 근데 20억이 뭐냐, 20억이. 너무 소심해."
「최태웅 유저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터라 돈 생각하는 스케일이 매우 작습니다. 마스터의 지도는 참으로 적절했습니다.」
"인적사항 한 번 펼쳐 봐. 좀 보자."
「예, 마스터.」
팜버스 운영회사 오너로서는 개인 유저의 정보를 열람할 수 없다.
하지만 해군원수로서 최태웅 하사의 인적사항은 얼마든지 열람이 가능하다.
해군 전체의 군수와 인사를 관리하는 명예과장도 겸직하고 있으니.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컸군. 잠깐만, 초등학교 동생 둘이 있었다고? 아니, 대체 이런 친구를 왜 군대에 끌고 온 거야?"
「마스터가 간섭하기 이전의 한국해군은 미개했었으니까요. 지금은 선진해군으로 거듭났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육군이 문제라니까. 빨리 저 비대하기만 한 육군 녀석들을 해체해 버려야 하는데."
「성급히 진행하면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맞다. 대통령이 육군 출신이었지? 그럼 육군에 손대기는 쉽지 않겠네."
「이번 대통령 임기 종료일에 발효되는 새 헌법 신 내각제 총리로서도 가장 유력합니다.」
한국해군은 4성 장군부터 이등병까지 프리덤의 밀착 마크를 받는다.
해군원수부의 지시로 실시되는 정책이다.
때문에 가혹행위, 군기문란, 성범죄같은 게 애초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수영이 원수로 취임한 이후 한국해군의 자살률은 쭉 0을 유지하고 있었고, 육공군 장병과 하급 장교들 및 부사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생각난 김에 해군 전수조사 좀 해보자. 가정형편 고려 안 하고 그냥 막 끌고 온 장병들이 얼마나 되나 봐야겠어."
「제 기준으로 82명은 당장 의가사 전역시켜야 할 정도입니다. 정보 띄워드립니다.」
하수영은 82명의 해병 및 수병들의 인적사항을 검토하고는 혀를 끌끌 찼다.
"대체 왜 이런 친구들까지 바득바득 군대를 끌고 오려고 하는 거야. 김준기 준장 연결해."
「알겠습니다, 마스터.」
김준기 준장은 해군원수부 소속으로, 하수영의 직속보좌관이었다.
「통신보안 준장 김준기입니다! 충성!」
"네. 김준기 준장. 내가 지금 병사 82 명 인적사항 보낼 테니까 지금 즉시 해군원수 재량으로 휴가 출발시켜요. 이거 보니까 집안형편이 군대 오면 안 되는 애들을 끌고 왔네요."
「알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응급조치는 하고, 의가사 조치도 준비시켜요. 그 전에 병사들이 원한다면 바로 대양함대 모집병으로 배치해 줄 수 있다고 알려주고. 휴가 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병사들이라면 아마 모두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상병 이하 계급에서 직업부사관 전직 문의가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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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은 최태웅은 뜨거운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숨을 골랐다.
'내가 대원수님과 통화를 하다니.'
군대에는 병사의 주적은 간부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해군원수님은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군사훈련 3주 병을 마친 인물이지만, 누구보다 병사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신경을 써준다.
천문학적인 사비를 털어서 군인들을 지원해 주니, 해군이라면 누구나 하수영을 마음 깊이 존경한다.
없는 자리에서도 꼬박꼬박 원수님이라고 경칭을 담아서 부르는 게 당연한 해군 문화였다.
'내 인생을 바꿔주신 분이 해주신 조언이다.'
최태웅의 집은 가난했었다. 그래서 입대를 하면서도 걱정이 많았었다.
전역을 해서도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 많았는데, 직업부사관으로 전직하면서 일시불로 받은 4,950만 원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월급 덕분에 이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여기에 팜버스로 쌀먹 가능성까지 열렸고, 심지어 원수령으로 게임 쌀먹은 부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책적 보장까지 해주셨다.
'그래, 미련하게 모으기만 해서 뭐해? 일단 충분히 현금 확보부터 해두자.'
그동안 가진 돈을 털어서 생선 아이템을 몽땅 사지 않은 것은, 초기에 충분한 농지를 확보해서 나중에 더 많은 HA와 팜수치를 쓸어담는다는 존버 전략 때문이었다.
그래서 찔끔찔끔 필요한 만큼만 팔았다.(그게 근 20억 원)
"좋아. 프리덤, 지금 내 팜수치 10%만 남기고 전부 싹 생선으로 바꿔서 팔아치우자."
「프라임팜을 이용하려면 HA와 팜수치가 동시에 필요한 거 아시죠? 지금 팜수치를 다 쓰고 싶어도 HA가 모자라서 쓸 수가 없습니다. 농지 구매하느라고 다 쓰셨잖아요.」
"젠장. 지금 HA가 얼마나 있지?"
「현재 3억HA 정도 있습니다. 요즘 뮤런 곡물가가 많이 떨어져서 농지를 늘렸는데도 소득이 시원치 않네요.」
"그럼 3억HA하고 팜수치 3억 전부 다 써서 생선 아이템을 사겠어."
「농장 굴리는 비용 생각하셔야죠. 1억HA는 남겨둬야 합니다. 2억 어치만 구매할 수 있겠네요.」
"그럼 그거라도 해줘. 현금화도 네가 알아서 진행해 줘."
「알겠습니다.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생선 아이템은 종류마다 다르지만 보통 수천에서 수십만 정도가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
참다랑어 같은 대형어종은 수백만, 수천만이 넘기도 한다.
현실 한국의 생선 물가를 그대로 반영한 가격이라고 들었다.
1만HA짜리 생선을 사기 위해서는 1만HA와 1만 팜수치를 동시에 지불해야 한다.
2억HA를 모조리 소진하려면 잘하면 몇 달 이상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하고 최태웅은 생각했다.
그러나 약 2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2억HA와 팜수치 2억 모두 소진했습니다.」
"뭐야? 벌써?"
「전 세계 유저를 상대로 구매자를 구하니까 금방이죠. 1억 2,350만 달러를 얻으셨습니다.」
"잠깐? 원이 아니라 달러? 그럼 대체 얼마야?"
「1,235억 원입니다. 원수님의 권고를 두 시간 만에 성실히 이행하셨군요.」
"……."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충격적인 숫자에 최태웅은 얼어붙어 있었다.
심지어 겁이 나기까지 했다.
겨우 경직에서 깨어난 그가 더듬더듬 물었다.
"대체…… 수영양식장은 얼마나 많은 떼돈을 버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