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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20화 (1,220/1,270)

프랜차이즈 갓 1220화

283 장 화성에서 농사짓기 (2)

화성에 캠프를 꾸린 탐사단은 곧바로 화성 탐사를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로버를 타고 이동하면서 많은 드론을 날려 화성정찰에 들어갔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암석을 채취하고, 생명의 흔적을 찾고, 모든 과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부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일반 시청자들을 위해 24시간 실시간 스트리밍을 내보냈다.

시청자들은 언제 어느 때든 마음편히 접속해서 실시간 화성 상황을 8k 고화질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본인의 PC가 사양을 지원하는 한에서.

12기의 안드로이드 프리덤 중 2기는 캠프에 남고, 10기는 탐사를 떠났다.

그리고 200기의 드론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고화질 영상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시청자들은 수백 개가 넘는 카메라를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화성의 신비를 마음껏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지금 화성하고 지구 거리가 1억 km 아님?

-맞음.

-그럼 광속으로 통신해도 편도로 5분 30초의 딜레이가 발생하는데, 왜 화성 탐사대 시간표하고 여기 시간표하고 초까지 동일한 거임?

-양자 얽힘 통신이라서 그럼. 딜레이 없이 즉각 통신 가능함. 우주 반대편에서도

-리얼임?

-사실 모름. 정확한 건 로한 교수님만 알고 계실 듯.

의문은 하나 더 있었다.

-드론들 뭐 저렇게 오래 날아다 님? 보니까 복귀도 안 하고 그냥 계속 혼자서 돌아다니는 거 같은데, 전력은 대체 어떻게 충당하는 거임?

-태양광으로 충전하지 않을까?

-저 조그만 몸체에 패널 달아봤자 얼마나 단다고? 그걸로 충당이 될까?

-초소형 핵융합로라도 달았겠지.

-로한 교수는 답을 알고 있다. 그에게 물어봐라. 기밀이라며 알려주지 않겠지만.

-캠프에도 태양광 패널 일절 안깔았던데. 대체 전기를 어디서 끌어오는 거야.

-강릉 수영발전소에서 양자 얽힘터널로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모든 게 말이 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족까셈.

-사실 저긴 화성이 아니라 남미어딘가에 있는 세트장이다. 수영그룹은 지금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즉시 압수수색을 실시해서 하수영이 그놈과 양놈새끼를 같이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 그것만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다!

-잰 뭔 깡으로 저런 헛소리를 하는 거냐?

-그러게. 소리소문없이 세상에서 격리되고 싶은가 봄.

-메이저 왜구 일간지 신문사들도 몇 년 동안 하수영 형님 씹어대다가 정전 크리 맞고 지금 폐업이니 마니 하는 상황인데…….

-시청자 명단에서 사라진 거 보면 아무래도 접속 끊긴 거 같은데.

-혹시?

-그새 벌써?

-빠르네.

***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열심히 탐사활동을 하는 동안, 파일럿들은 크게 할 일이 없었다.

그들이 직접 수행하는 임무는 화성산 감자를 키울 실내농장을 꾸미는 일이었다.

그마저도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상당 부분 거들어줘서 할 게 별로 없었다.

화성의 모래를 퍼와서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내고, 지구에서 가져온 박테리아를 섞어서 골고루 뿌리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물은 수영장을 차려도 될 정도로 풍부했고, 안살린이 만든 구루마 비료도 투입했다.

구루마 비료의 상표가 일부러 슬쩍 노출되게끔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구루마. 저거 우리 농장에서도 쓰는 건데, 아주 효과 좋음.

-우리 농장에서도 저거 씀. 수영농장에서도 저거 쓴다던데.

-중국 황비버섯 농장에서는 구루마하고 수영농장 가문 비법 섞어서 쓴다더라.

-아무튼 저 비료 좋음. 짱 좋음.

비료를 알아본 시청자들이 신이 나서 한마디씩 했고, 비료 주문이 급격히 늘기도 했다.

***

비행사들은 화성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우려와는 달리 감자들은 아주 쑥쑥 잘 자라났다.

최초로 감자를 수확해서 방송으로 보여주었을 때 세상은 또 한 번 뒤집어졌다.

-어딜 가든 농작물을 재배했다면 그곳을 지배한 겁니다. 당신들은 진정한 화성의 지배자입니다.

화성 생존 영화로 유명한 영화배우가 영화 속 자기 대사를 응용해서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렇게 화성 비행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어모았다.

한국 방송국에서는 아예 하루 종일 화성탐사대 보도만 내보내는 채널을 따로 편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성 비행사들도 애로사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화성에서도 농사짓는 양반들인데 게임 속에서는 전전긍긍하시네.

-팜버스 최강 길드 거느리고 있으면 뭐하나. 테라포밍 하나 못하고 계신데 ㅋㅋㅋ

-아 우주농장으로 15조HA 날려먹은 게 이분들이었음? 전혀 몰랐네ㅋㅋㅋㅋ

- 현실 최강 농부들인데 팜버스에서는 잼민이 하나 못 이기고 쩔쩔매는 농부지망생 ㅋㅋㅋㅋㅋ

-팩트) 수영좌는 팜버스를 플레이 하지 않으신다. 그러므로 현실최강농부'들'이란 표현은 틀렸다.

-아, 수영좌 팜버스 안 함?

-ㅇㅇ 안 함. 유저 계정 없대. 현실에서 이미 농사짓는데 뭐하러 농사짓는 게임 하냐고 안 하신다고 들음.

-안 하는 건 아니고 일반 플레이 어로는 안 하는 거지. 프라임팜이 뭐겠음? 수영농장 아님?

-아 NPC 보스몹이신 거네 그럼ㅋㅋㅋㅋㅋ

- 보스몹이라기보다는 NPC 대군주 뭐 그런 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

화성 비행사들은 일과 시간에는 감자밭을 가꾸고, 그 외에는 팜버스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팜버스는 꾸준히 노출 및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었고, 전세계에서 압도적으로 사랑받는 게임이 되었다.

게임이 가진 방대한 스케일, 쾌적한 환경, 다양한 플래폼 지원, 놀라운 그래픽, 그리고 사람을 빨아들이는 재미.

도우미 AI가 상시 달라붙어 언제 든 필요한 설명이나 지원을 해주니, 접근 난이도도 무척이나 낮았다.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노인들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생선이 귀한 해외에서는 팜버스에서 실물 생선을 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어 '쌀먹'을 노리는 해외 유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ssalmuk이란 단어는 K-돌풍을 타고 전 세계에 퍼졌고, 이제 게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행위를 일컬어 해외에서도 '쌀먹'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CTW2022님 제발 비법을 전수해 주십셔. 어떡하면 농지를 지을 수 있습니까?

-비법은 무슨. 운 좋게 골디락스존에서부터 시작해서 태평하게 농사짓는 거지.

-부정 타게 지랄하지 말고 니네 벌레소굴로 썩 꺼져. CTW2022님, 제발 그곳이 어디인지만이라도 좌표찍어 주십셔. 제가 금괴 우주선에 잔뜩 싣고 교역하러 가겠습니다.

-경매장에 생선 아이템 좀 올려주세요ㅠㅠ

-HA 말고 현금으로 삽니다.

최태웅은 경매장에 거래가능 생선 아이템을 올려둔 뒤,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불능 생선 아이템만을 샀다.

HA를 받고 팔 수는 없지만, 유저한테 현금을 받고 아이템을 사용해서 원하는 배송지로 생선을 보내줄 수는 있었다.

프리덤이 중간에서 거래를 보증하기에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안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수수료도 1% 밖에 되지 않았다.

-사기도 게임의 일부라던 새끼들 보다는 훨씬 낫네.

-그건 솔직히 지랄 같은 방침이지. 지들이 사기범 잡아낼 엄두를 못 내니까 사기도 게임의 일부 요소예요, 이런 지랄이나 하고 있고.

-PK야 게임의 일부라 치지만 사기는 법적으로도 범죄인데 게임사가 그걸 방관하는 게 말이 되나.

유저들이 거래시 서로에게 사기를 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모든 유저들은 도우미 AI를 상시거느리고 있었기에, 이상하다 싶은 상황에서 적절한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쌀먹에 굳이 매달리지 않아도 게임 그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꼭 전쟁만 할 필요 있나? 채굴하고 생산만 해도 충분히 게임 즐길 컨텐츠는 많음.

-쌀먹 지망생들 자원 소모가 장난 아님ㅎㄷㄷㄷ 쌀먹 망생이들한테 이런저런 생산품하고 광석 좀 팔았더니 조만간 10조HA 찍을 듯.

-개나 소나 다 단위 HA들고 있어서 인플레이션 엄청날 거 같은데, 의외로 거시경제가 체계적으로 굴러가는 게 개 신기함…….

-유저 한 명 한 명이 그냥 작은 도시라고 생각하면 경제규모가 말이 안 되는 게 아님.

-오히려 아직까지 순자산 30조HA 를 넘긴 유저가 안 나온다는 게 신기한데?

-도시급에서 국가급으로 성장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지.

-버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나가는 것도 생각해라. 나 이번 달에 3조 HA 벌었는데 세금이니 유지비니 인건비니 자원매입비니 해서 3조 5,000억HA가 나갔음 ㅋㅋㅋㅋ

-은하은행 대출 고고.

-은하은행 대출한도 안 나오시는 분들에게 사적 대출해드립니다. 은하은행 이율보다 겨우 3%밖에 안비쌉니다. 많이 이용해 주세요.

***

"근데 왜 이렇게 재산 차이가 나는 거지?"

최태웅은 갑갑했다.

다른 유저들은 죄다 개인 순자산이 몇 조HA에 이르는 거부들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쥐고 있는 현금이 몇 억HA도 채 되지 않는다.

돈 벌기가 너무 힘들었다.

빨리 돈 많이 벌어서 수천만 제곱킬로미터가 넘어가는 대농지를 거느리고 싶은데.

「아프리카 오지에서 수렵 채집 생활로 살아가는 원주민 부족과 월가에서 헤지 상품 굴리는 금융사의 현금 조달력이 비등할 리가 없잖습니까.」

"농산물 팔아서 HA 모으는 거 너무 빡세다."

최태웅은 그동안 생선을 팔아서 벌써 10억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게임 속 머니가 아니라 현실 화폐 이야기다.

하지만 게임 머니 지갑은 여전히 곤궁했다.

「HA를 많이 얻기 위해서는 외부 유저와의 컨택트가 필요했다. 그래야 경매장을 이용해서 거래를 할 수 있다. 시원하게 유저 계좌 내역 한 번 까시죠.」

"계좌 내역을?"

「다른 유저들이 태양계 외행성들을 뚫고 뮤런까지 당도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딱 명왕성까지만 오면 됩니다. 그럼 경매장을 이용할 수 있으니, 생선 아이템을 직접 팔아서 최태웅 님이 HA를 버실 수 있을 겁니다.」

"계좌 내역을 까는 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아, 알겠다."

「지금 다른 유저들은 아무래도 동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게임 즐길거 다 즐겨가면서 천천히 농지 개발하겠다는 유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바쳐서 반드시 농사를 짓고 말겠다는 강렬한 동기를 유지하는 유저는 전체에서 1%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하드 플레이 유저들이기에 온라인에서 쉽게 노출이 되고 드러날 뿐, 절대적인 수치로는 많이 부족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태양계를 찾아내서 명왕성까지만 도달하는 것은 난이도가 훨씬 낮으니까요.」

"그럼 계좌 내역 한 번 까야겠네."

「컨셉과 주요 멘트 같은 것을 정해주시면 제가 1초 안에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최태웅은 목청을 가다듬으며 잠시 생각했다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여기 있다, 생선 아이템 거래를 원하면 찾아와라, 최초 거래자에 한해서 원하는 생선 10,000개를 10조HA에 팔겠다. 대충 이런 내용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

「알겠습니다. 달리 더 필요하신 컨셉은?」

"음, 최대한 어그로를 팍팍 끌었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기획 CTW2022, 제작프리덤, 극본 프리덤, 연출 프리덤등등의 과정을 거친 도발영상 하나가 전 우주에 공개되었다.

[5,000만 달러를 원하는 자, 나를 찾으라.]

현재 시세를 보면, 생선 아이템 10,000개면 충분히 5,000만 달러에 팔아치울 수 있다.

[가장 빠른 자만이 5,000만 달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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