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217화 (1,217/1,270)

프랜차이즈 갓 1217화

282장 튜토리얼이 너무 헬이다 (3)

프라임팜에서 파는 식량 아이템이 귀속템은 아니다.

90% 할인가로 샀기 때문에 귀속이 된 거지, 기본적으로는 거래 가능한 템이다.

상점 최초 접속자인 최태웅에게만 주어진 특전이기에 다른 사람들은 해당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 시점에서 프라임팜 이용 가능한 유저는 최태웅뿐이었다.

-현금 거래를 했더니 진짜 생선 열 마리가 왔습니다. 그것도 완벽하게 냉동 포장되어 매우 신선한 식품입니다.

수염 난 영국 유저가 신이 나서 떠들어댄 리뷰를 통해, 귀속템이라는 오해가 여기저기 퍼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템 자체를 팔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CTW2022는 이 아이템이 귀속템이라며, 배송지를 제가 원하는 곳으로 해주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주소를 알려주는 건 조금 꺼려졌는데, 프리덤이 중간에 끼니까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CTW2022는 돈을 받고 아이템만 사용했을 뿐,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더 자세한 걸 묻고 싶었는데 CTW2022는 그 외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타 게이머와 교류를 즐기는 스타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메시지 알림을 꺼놨다는 주장에 나도 적극 동의합니다.

-무엇보다 이 먹음직스러운 생선이 고작해야 한 마리에 1,000달러밖에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영국인이 왜 파운드로 거래를 하지 않고 달러로 거래를 했는가. 팜버스가 달러&원화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마리당 천 달러가 아니라 이천 달러를 줘도 생선 한 마리 구하기 어렵습니다. 항구에 들어오는 생선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팜버스의 생선은 나에게 있어 기적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무려 1년 만에 드디어 생선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영국은 생선 자체를 구경할 수 없다.

해수어가 아닌 담수어도 찾아볼 수 없다. 영국 정부에서 호수, 강, 하천에서의 낚시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해수어를 구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담수어를 낚으려고 몰려들었고, 담수어가 멸종 위기에 처하자 긴급히 전면 금어 조치를 내린 것이다.

노르웨이 양식어는 고등어와 연어 정도뿐이었고, 그마저도 수요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물량이라서 전략자원 취급을 받는다.

아무리 큰돈을 준다고 해도 물량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요즘 세상에서는 생선은 아주 큰 부자들만 먹는 매우 귀한 음식이 되었다.

이런 시국에서 영국 유저가 올린 리뷰 영상은 전 세계 팜버스 유저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귀속템이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야겠네.

-짓는다. 내가 농사짓고 만다.

-이 은하계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반드시 경작 가능한 행성을 찾아내고 말겠다!

-골디락스 존을 찾아라!

-벼의 기원으로 보이는 건 일단 찾았는데, 이거 품종개량 어떻게 하는 거임?

튜토리얼 클리어를 포기하고(다시 말하지만, 시스템상 튜토리얼이란 개념은 없다) 지금에 안주하기로 한 게이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농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DM이 CTW2022 의계정에 쌓였지만, 알림을 꺼둔 최태웅에게 닿는 것은 없었다.

최태웅 채널에 올라온 플레이 영상의 조회 수는 하나같이 1억 이상의 뷰를 찍었으며, 엄청난 수의 문의 댓글이 달렸다.

DM을 보내도 소용이 없으니 게임영상에 댓글을 달아서 농사 비법을 물어보는 것이다.

이쯤에 이르러서는 최태웅도 팜버스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어떤지 모를 수가 없다.

"지금 메시지가 몇 개라고?"

「질문하신 시각 기준으로 7,530만 개 이상입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환장하겠네. 그냥 다 씹어야겠다. 그걸 어느 세월에 대답하고 있어."

최태웅은 초조해서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가 갑자기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아니, 아이템 팔아서 용돈이나 좀 벌어볼랬더니 이게 뭔 일이래. 이렇게 어그로를 끌어버리면 들통이 날수가 있잖아."

「세금 문제 때문에 그러십니까?」

"세금보다는 겸직금지 때문에 그렇지. 난 해군 부사관이라고."

어쩌다가 한두 번 아이템을 팔아서 현금을 만지는 것은 괜찮다.

자주, 반복적으로 하더라도 온 세상 사람들이 너도나도 다 하는 거라면 괜찮다.

근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까 프라임팜으로 돈 버는 건 자신뿐이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자신한테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면 군부에 들킬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그런 거라면 전혀 걱정하지 마십시오.」

"뭐?"

「작업장 운영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그냥 혼자서 게임하다가 아이템팔아서 돈 좀 벌었다고 겸직금지 수칙을 위반한 것은 아닙니다.」

"정말이야?"

「그럼요. 해군원수님께서 팜버스출시 전부터 일찍이 공고하신 내용입니다. 아, 물론 해군과 해병대에만 해당됩니다.」

해군원수가 육공군에 명령을 내릴 순 없으니, 당연히 해군과 해병대만 누리는 권리이다.

「여가 시간에 혼자 게임 좀 했고 아이템 좀 팔아서 용돈 벌었다고 처벌하면 그게 소련군이지, 어떻게 자랑스러운 대한해군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라고 실제로 장군들을 상대로 발언도 하셨죠.」

"해군원수님, 정말 당신이란 분은……. 이 미천한 하사 나부랭이가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최태웅은 거짓말 아니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말단 군인의 마음을 이렇게 잘 헤아려 주는 장군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래도 세금은 내셔야 합니다.」

***

튜토리얼 클리어를 위한 유저들의미친 도전이 시작되었다.

쌀먹(템 팔아서 쌀 사 먹는다, 인게임 재화 거래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뜻함)을 노리는 유저들은 이 미친 튜토리얼을 어떻게든 클리어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생선 아이템 하나면 못해도 최소천 달러야. 게임 하나로 큰 부자가 될 수도 있다고.

-천 달러? 우리나라에서는 삼천달러를 불러도 사겠다는 부자들이 넘쳐 난다.

-보니까 프라임팜에서 생선만 파는 게 아니고 송이버섯도 파는 거 같다. 송이버섯은 중국을 포함해서 아시아권에서 아주 인기가 좋지.

-일본 게이머들은 무엇보다 송이를 노리고 있을 듯.

-근데 중국에서는 이 게임 못 하지 않음?

-LL VPN 우회로 할 거 다 함. 걔들은 월 50달러를 내면서 하고 있음.

-왜 걔들만 월 50달러임? 기본이 5달러 아님?

-약관에 있음. 접속 지역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우회 접속하면 10배로 요금 내야 됨.

-중국 저격 조항인 듯.

-중국 유저만 2억이 넘는다는데, 그럼 최소 월 100억 달러임?

-ㅋㅋ 팜버스 전체 유저가 10억명이라 치고, 중국 빼면 8억 명인데 그래 봐야 40억 달러, 중국 하나가 100억 달러를 내네…….

-중국 정부에서 어떻게든 팜버스 제재하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 있을듯.

CTW2022는 DM이든 댓글이든 대답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식량 아이템 거래는 귀신처럼 대화에 응했다.

본인이 직접 대화를 하는 건 아니고, 게임 도우미 AI 프리덤을 시켜서 진행하는 게 틀림없어 보일 만큼 반응 속도가 즉각적이었다.

-CTW2022는 식량 아이템 현금구매 아니면 대답을 안 한다. 다들 참고하길 바람.

-생선은 모두 1개당 천 달러 고정.

-가격을 더 올릴 생각은 없는 듯.

-X나 양심적이네. 나 같으면 개당삼사천 달러는 부르고 봤다.

-접속 지역을 보니 한국, 역시 팜버스의 출시 국가다운 기품이 있다. 캬, 근본 보소.

-팜버스 한국 게임이었음? 미국게임이 아니라?

-CTW2022가 지금까지 대체 얼마나 벌었을까? 난 그게 너무 궁금한데.

***

팜버스는 공개 경매장이 존재한다.

같은 지역에 있는 유저들끼리는 서로 경매장을 통해 자유로이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다.

즉 지역이 다르면 거래를 할 수 없다.

"오늘도 아이템 올린 건 나뿐이구나……."

최태웅은 텅 빈 경매장을 쓸쓸히 바라봤다.

올라와 있는 아이템은 전부 생선 아이템, 그것도 모두 자신이 올린 것들이었다.

경매장 메시지 로그를 죽 읽어봤지만, 출시일부터 지금까지 아무도 경매장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진짜 나 혼자뿐이네. 여기는."

물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나라가 있고 NPC도 잔뜩 존재한다.

다만 유저는 자신 혼자뿐.

"이거 빨리 HA를 모아야 농지를 더 많이 늘릴 수 있는데."

최태웅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억단위 수익을 올렸다.

처음에는 이렇게 돈을 많이 벌어도 되나, 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돈에 덤덤해지고 숫자로만 보게 되었다.

"이거 경쟁자 나오면 생선 가격 떨어질 텐데. 그 전에 크게 벌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농지부터 늘려야 하는데……."

농산물을 NPC한테 팔아서 얻는 팜 수치가 있어야 프라임팜에서 생선 아이템을 살 수 있다.

팜 수치를 많이 벌려면 농지를 크게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농지 구매에 필요한 HA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최태웅은 큰마음 먹고 '비할인 가격'으로 생선 아이템을 사서 경매장에 올렸지만, 아무도 사가지를 않는다.

"프리덤, 현금으로 HA를 살 순 없어?"

「당연히 살 수 있습니다. 다른 유저와 거래하시죠.」

"아니, 다른 유저한테 HA를 받고 싶어도 지역이 달라서 못 받잖아."

그게 문제였다.

계좌로 현금을 보내고 인게임 화폐인 HA를 받으려 해도 지역이 다르니까 못 받는다.

서로 왕래가 불가능한 지역끼리는 당연히 그 어떤 거래도 안 된다, 라는 설정이니 할 말은 없다.

「그럼 다른 유저들이 우주항로를 개척하고 이곳 '뮤런'에 컨택트하는 날을 기다리시죠.」

뮤런. 최태웅이 게임을 시작한 이 행성의 이름이었다.

세계지도를 보면 대충 지구와 아주 흡사하게 생겼다.

"난 팜버스에 현금을 내고 HA를 구매하고 싶다고."

「안 됩니다. 회사는 유저를 상대로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템, 화폐, 기타 재화를 판매하진 않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플레이를 통해 획득하거나, 아니면 다른 게이머와 거래를 하여 마련하셔야 합니다.」

"으으으"

「비주얼 룩템 랜덤박스는 얼마든지 회사와 현금 거래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HA는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안 됩니다.」

가챠 요소를 철저히 배제한 게임답게, 그런 부분은 확실했다.

"이거 진짜 골치 아프네. 어디 보자. 내가 지금 가진 게 1억HA도 안되니까……."

팜 수치는 9억 넘게 있지만, HA는 1억도 채 안 된다.

농지를 1만 제곱미터까지 늘리고, 또 소소하게 농기구 몇 가지를 사느라고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엽총 괜히 샀나. 아오……."

「엽총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러십니까. 죽은 멧돼지 팔아서 식량 아이템 얻고 쏠쏠하게 현금 만지셨잖아요.」

"농지, 농지를 늘려야 하는데 HA가 없어. HA가 없다고!"

다른 게이머들 계정을 보면 죄다 조 단위로 HA를 가지고 있다.

우주함대나 초거대 국가, 마법 문명 등을 거느린 유저들이니까 돈 스케일 자체가 달랐다.

"딱 1천억HA만 있어도, 아니, 100억HA만 있어도 진짜 지금 농지보다 20배는 더 큰 농지를 새로 살수 있는데……."

「그럼 지금부터 부지런히 테크를 올리셔서 원양우주를 개척하세요. 다른 플레이어와 접촉하시는 겁니다.」

"내 스타팅 포인트는 달도 제대로 못 가는 21세기 문명 수준인데 어떻게 저 먼 우주까지 가라는 거야……."

팜버스의 밸런싱은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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