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213화 (1,213/1,270)

프랜차이즈 갓 1213화

281 장 게임 in 화성 (3)

오랜만에 스트리밍 채널을 켠 하수영은 출시작 게임 '팜버스'를 적극 홍보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아무리 하수영이라 해도 실시간 시청자 5억 명이라는 숫자는 세계대전선전포고 정도가 아니고서야 힘들다.

[화성 우주비행사들이 한다는 게임!]

[팜버스, 지금 당장 설치하세요!]

[플스, 엑스코트, 스팀,PC, 모바일, VR기기 등 모든 플랫폼에서 실행 가능합니다!]

[하나의 통합된 서버에서 전 세계 플레이어들과 함께 농사를 지어보세요!]

[언어의 장벽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완벽한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뭐야? 플랫폼 따로가 아니고 통합 서버라고?

-그럼 모바일 유저, 콘솔 유저, PC 유저가 전부 한 서버에서 만난다고?

-에반데…… 그럼 PC 유저만 제일 유리한 거 아니냐? 마우스 컨트롤을 모바일 터치하고 콘솔 패드 조작으로 어찌 이김?

-X신이냐. 그게 아니라 한 계정으로 모바일, 콘솔, PC 전부 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뭐? 그럴 리가. 다른 건 몰라도 플스에서 그걸 허용해 준다는 거야? 걔네 정책상 말도 안 되는데.

-응, 소니 지금 닌텐도 넘어간 거 보고 벌벌 떨면서 납작 엎드려 기는중.

-수영좌가 가라사대 하면 소니는 플스가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전자제품 생산 중단됨. 지금도 일본 내 공장에서는 뭐 제대로 만들지도 못하고 있음.

-반도체 가지고 미 의회에 몰래 로비한 징벌을 쎄게 받는 중.

이제 화성까지 가는 동안은 우주비행사들이 특별히 할 게 없다.

그래서 하수영도 우주선 안에서 우주비행사 및 시청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팜버스를 홍보하는 중이었다.

「하수영입니다. 이 게임의 장점이 뭐냐면요, 플랫폼을 안 가린다는 겁니다. 모바일로 플레이할 때 PC 유저를 만나면 그럼 어떡하냐고요? AI가 알아서 컨트롤을 보완해 줍니다.」

「단돈 몇 달러로 한 달의 행복을 누려보세요. 랜덤박스 같은 사행성 요소는 일절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랜덤박스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랜덤박스 뽑기를 하지 않는다고 불리한 건 전혀 없습니다! 게임 파워 밸런스에 관한 아이템이나 스킬 같은 요소들은 랜덤박스와는 전혀 무관하거든요.」

「바로바로 룩템! 비주얼 스킨 관련 아이템 일부는 랜덤박스로만 취득할 수 있습니다! 룩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 랜덤박스를 구매하지 않아도 됩니다!」

모든 유저들이 뉴비인 공평한 스타트.

쪼렙 유저들은 파워 관련 아이템은 랜덤박스와 무관하다는 선언에 안도했다.

-역시 수영좌가 혜안이 있으시네.

-망할 가챠질은 여기선 더 안봐도 되겠군.

-가챠가 룩딸질 템만 있다면 게임하는 데는 전혀 지장 없겠네.

남들보다 많은 돈을 써야만 강력한 아이템을 가질 수 있다면, 결국은 현질을 많이 한 부자 유저가 최고 티어에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많은 유저들은 그런 게임회사만 배 불리는 사행 요소에 넌덜머리가 나 있었다.

특히 한국 게이머들이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그래. 현질 할 돈 많은 애들은 룩템에나 신경 써라.

-근데 스킨만 쩔어주고 파워는 구리다면 돈 많은 헤비과금 유저들은 이 게임 안 하려고 할걸?

-자기가 강력한 캐릭터로 군림하려고 돈 쓰는 건데 컨트롤 좋고 시간 많이 투자해서 강한 잼민이들한테 발려야 한다면 안 하지.

-엌ㅋㅋㅋ 팜버스 이거 계정 양도가 정식으로 가능하다는데? 회사에서 시스템 지원한다고 함.

-뭐야?

-그냥 남이 X라 빡세게 키워놓은 계정 사서 룩딸질하면 되겠네.

-아니, 게임 계정 거래를 회사가지원한다고?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현실에서도 농장 같은 거 잘 가꿔서 남에게 팔고 사고 하기도 하잖아? 농사짓는 게임이라고 그런 점까지 반영한 듯.

-이게 사행성을 부추길지 아닐지 잘 모르겠네.

-근데 농사짓는 게임이 뭐 재밌을만한 요소가 있나?

-파밍 시뮬레이터 시리즈 재밌게 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데. 수영그룹에서 칼 갈고 만들었으면 그래도 할 만할 거다.

***

"농사 게임을 무슨 재미로 한대?"

최태웅은 농장 경영 시뮬레이션 같은 것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화끈하게 싸우는 FPS 게임, 혹은 시원한 전투가 동반되는 RPG 게임 위주로 플레이했다.

"우리 원수님께서 출시하신 게임인데 부하 된 도리에서 그래도 당연히 해봐야지."

그는 니미츠 항공모함에 타는 현역부사관이었다.

원래는 해군 일반병사였는데, 병장전역을 포기하고 직업군인의 길로 들어섰다.

노예 시급 1년 6개월에 대한 보상으로 수천만 원을 단숨에 지급받고, 안정적이고 높은 월급을 받기에 군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해군원수 직속부대(엄밀히 말하면 직속이 아니지만, 하수영이 돈 주고 사 온 함선 관련은 모두 직속이라 부른다)는 군 내부 부조리가 일절 없었다.

함대 사령관부터 말단 이병까지, 모두 의무적으로 프리덤의 보호 겸 감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군원수의 명령으로 프리덤을 상시 대동하기에 직급을 가지고 함부로 가혹행위를 할 수 없다.

24시간 원수님께 보고가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선입이고 장교고 간에 모두 언행을 조심하게 되었다.

게다가 성범죄가 완전히 근절되었기에 다른 부대, 특히 여군들이 강력하게 도입을 바라고 있었다.

"어디 보자…… 아, 캐릭터가 아니라 농장을 만드는 식이구나. 캐릭터중심 플레이가 아닌가?"

찾아보니까 플레이어 아바타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었다.

게임 접근이 어렵진 않았다.

찾아보다가 모르겠다 싶으면 프리덤을 호출해서 물어보면 된다.

팜버스는 기본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도와주는 프리덤 AI가 있어서, 굳이 수고롭게 게임 게시판에다 질문글을 올리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프리덤, 그럼 공략도 알려주나?"

「간단한 공략은 제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추천을 드리지만, 게임의 흥미를 저해할 수 있는 고급 공략, 전술 같은 것은 직접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답을 알려드리진 않더라도 조언이나 자문 정도까지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

"좋네. 그나저나 아바타 캐릭터는 한 개만 만들 수 있는 거야?"

「기본적으로 제한을 두진 않습니다만, 2개 이상부터는 화폐를 소모합니다.」

"아바타 캐릭터를 여러 개 만들면 계속 비용이 증가하고 그래?"

「그렇진 않습니다. 개당 비용은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건 좋네."

아바타 캐릭터를 만들고 게임을 시작하자 스타트 지점이 형성되었다.

작은 시골에 자리를 잡은 최태웅은 가로세로 10미터짜리 텃밭을 얻었다.

"역시 쪼렙이라서 스타트 포인트는 작구나."

적당한 농기구와 파종할 씨앗, 그리고 인부를 고용할 초기 자금이 있었다.

"화폐 단위가 'HA'야?"

「그렇습니다. 하수영 회장님의 성을 따서 정립한 단위입니다.」

"이거 원수님의 성을 함부로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네."

「원래 화폐에는 군주의 얼굴이 들어가게 마련이죠. 영국은 현 국왕의 얼굴을 항상 화폐 도안에 넣습니다. 왕위가 바뀌면 화폐 도안도 바뀌죠.」

"진짜 화폐 도안에 원수님 존안이 들어가 계시네……."

게임을 해보니까 'HA' 단위가 한국의 원화와 대략 비슷했다.

궁금해서 프리덤을 시켜 검색을 해보니, 농기구 가격들이 현실의 농기구와 동일했던 것이다.

가로세로 10미터밖에 안 되는 텃밭이기에, 인부를 2명만 고용해도 무난하게 굴릴 수 있었다.

물론 아바타 캐릭터를 직접 농사에 투입하면 1명만 고용해도 되고, 아예 인부를 고용하지 않고 혼자서 할 수도 있었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작은 오두막도 있구나. 이런 시골까지 전기가 들어오는 것도 대단한 거 같다. 내가 시골에 살았었는데, 재현을 정말 리얼하게 잘했네."

「저희 팜버스는 현실성과 게임성,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감자 말고 다른 것도 심고 싶은데…….'

「지금 유저님 상황에서는 감자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벼나 밀을 키우기에는 농지가 너무 작지 않을까요?」

"빨리 땅을 사야 되는데. 땅값이 얼마야?"

「1제곱미터당 5만 HA입니다.」

"땅값이 묘하게 리얼하네."

농사 게임이라서 그런지 시간 개념은 무척 빠른 편이었다.

수확을 하는데 현실 시간으로 몇 달씩 걸리면 게이머들도 답답했을 것이다.

「감자라서 이렇게 빠른 겁니다. 특정 곡물 중에는 현실 시간으로 하루 이상씩 걸리는 것도 있습니다.」

"대신 그만큼 더 비싸겠지?"

「그렇습니다.」

열심히 감자를 심어놓은 최태웅은 기다리는 동안 상점을 구경하면서 무엇무엇을 파는지 알아보았다.

농기구부터 시작해서 경운기, 트럭, 승용차,트랙터,콤바인,이양기 등등 처음 보는 이름의 농기계들이 가득했다.

"미쳤네. 트랙터 하나에 3억 HA라고? 뭐가 이렇게 비싸?"

「원래 트랙터가 고가 기계입니다.」

"이건 무슨 트랙터길래 10억 HA가 넘는 거야?"

「4륜 궤도형 트랙터죠. 질척한 늪지역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하수영 회장님이 예전에 저걸 타고 가로수길을 지나간 적이 있지요.」

"와…… 근데 뭔가 다들 삐까번쩍해서 갖고 싶다. 언제 돈 모으냐."

「초기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런 장비를 사용하려면 그만큼 농지가 거대해야 합니다. 일단 농지부터 넓히는 방향을 권합니다.」

"그래… 가로세로 10미터짜리…… 감자밭이나 굴리는 영세 농민이 무슨 트랙터야, 트랙터는."

게임 그래픽은 말도 안 되게 좋았다.

확대하기에 따라서는 나무에 붙은 벌레들까지도 선명하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벌레들이 징그럽다면 설정에서 보이지 않도록 필터링도 가능했다.

"풍경, 경치 좋네……."

최태웅은 감자가 익어가기를 기다리면서 상점을 구경하거나, 농지 주변을 돌아다녔다.

밤이 되면 강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아바타 캐릭터를 앉힌 다음 불멍을 때리기도 했다.

아침이 되면 호숫가에 떠오르는 일출의 풍경이 끝내줬다.

"이건 그냥 경치 구경만 해도 마음이 힐링되는 거 같다. 다른 건 몰라도 그래픽은 확실히 최고인 거 같애."

「당연하죠. 이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섬세하게 물리법칙을 설정했는데요.」

"근데 게임 내 화폐는 아이템 사는거 말고 또 어디에 쓸 수 있어?"

「게임 내 화폐로 현실에서 농작물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게임 내 머니이기 때문에 현실 가격과는 단위가 조금 다르게 적용됩니다.」

"오, 진짜야? 그럼 게임만 열심히 해도 현실에서 식비 걱정 안 해도 되겠네?"

「그럼요. 국제 배송까지 수영농장에서 도맡아 해주기 때문에 걱정 없습니다. 한국은 상관없지만, 생선이 귀한 나라에서는 생선 배송 받으려고 열심히 게임할 겁니다.」

게임 출시일부터 이틀 동안 최태웅은 느긋하게 게임을 즐겼다.

인부를 고용해서 밭 관리를 맡겨놓으면 알아서 굴러가기에, 마치 오토를 켜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경치 구경을 하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할 게 없었다.

밭 면적과 농작물 성장 속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는 손이 많이 갈 구석도 없었다.

"나쁘진 않은데 조금 지루하긴 하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게임 하려나……."

궁금한 마음에 최태웅은 쿠글 스트리밍 채널에 올라온 플레이 영상을 찾아봤다.

그런데 영상들이 하나같이 죄다 이상했다.

"이거 뭐야? 나랑 같은 게임 하는거 맞아? 와씨, 누구는 꼴랑 삽 몇 개 주고 누구는 우주전함이야?"

거대한 우주전함으로 괴물들과 싸우는 플레이 영상을 보고 최태웅은 어이가 없었다.

"설마 이틀 만에 이 정도로 격차가 난 거야? 말도 안 되는데. 아니, 근데 농사 게임인데 우주전함하고 우주괴물은 왜 있는 거야?"

「스타팅 포인트가 달라서 그렇습니다. 저 유저는 시작부터 우주전함을 받았어요.」

"와, 진짜.너무하다. 우주는 전함 갖고 시작하는데 누구는 흙수저 들고 시작하네."

차마 해군원수님 회사에서 출시한 게임을 가지고 '이 X망겜' 이라고 욕을 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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