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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11화 (1,211/1,270)

프랜차이즈 갓 1211화

281 장 게임 in 화성 (1)

하수영은 래플에 대한 반도체 공급 제한 조치를 풀어주었다.

이제 래플은 다시 예전처럼 마이크론의 반도체를 제한 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우리가 마이크론의 레거시 반도체만을 고집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항복한 주제에 날을 세우고 있다고 수영그룹에 그릇된 신호만 주는 꼴입니다."

래플이 레거시 반도체를 고집했던 이유는 수영그룹을 견제하고, 서진 파운드리 반도체에 종속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무조건 항복을 한 지금, 그런 동기는 더 이상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앞으로 모든 래플 제품에는 레거시 반도체가 아닌, 서진파운드리에서 생산된 고성능 고효율 반도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무조건 항복을 하고 전향한 래플은 마치 처음부터 이쪽 편이었던 것처럼 맹렬한 기세로 수영그룹의 생태계로 들어왔다.

윈텔, ADM 등 기존 반도체 회사들에 서진파운드리 반도체를 주문했다.

그리고 자사에서 직접 설계하는 AP 등 주요 반도체 부품들을 서진 파운드리에 위탁생산을 맡겼다.

[래플이 드디어 서진파운드리 반도 체 생태계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래플이 앱마켓 시장에서 수영그룹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앞으로의 앱마켓 시장은 프리덤인 더스트리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프리덤 AI비서를 한 번이라도 겪어보면 다신 그 이전으로 못 돌아간다. 래플은 결국 모바일 단말기 시장에서 철수하게 될 것.]

[스마트폰 시장, 앞으로 프리덤폰으로 전 세계가 통일될 듯.]

[EU, 반독점 카드 언제 꺼내 들지 타이밍만 재고 있다?]

한편 외신들은 끝내 용서받지 못한 쿠글의 처지도 인정사정없이 보도했다.

[용서받지 못한 그 이름, 쿠글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다.]

[쿠글이 살 수 있는 반도체는 오직 중국제뿐.]

[미 정부, 한 걸음 물러서서 뒷짐진 채 구경하기만 바쁘다?]

[당장은 큰 타격 없을 것. 하지만 5년 뒤가 관건.]

[5년 뒤 늘어날 트래픽량을 감당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데이터센터 증설에 들어가야 한다.]

쿠글은 여전히 반도체 구매가 막혀 있었다.

서진파운드리와 마이크로에서 생산한 것 모두 마찬가지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이크론이 로한의 신특허를 적용하지 않은 반도체는 쿠글도 구매할 수 있었다. 법이나 계약으로 막아놓은 게 아니므로.

하지만 그 반도체들 역시 이미 수영그룹에서 전부 싹쓸이를 한 상태였다.

"레거시 반도체 기술은 보존할 가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입자집합명령 기술은 절대로 특허를 내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죠. 3D입자프린터 반도체 공정기술은 사장돼서 맥이 끊어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럴 리는 없지만 북한이나 중국이 갑자기 핵공격으로 한반도를 불태워버리거나.

혹은 대지진 등으로 한반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거나.

그렇게 되면 입자집합명령 기술은 사장된다.

특허를 내지도 않았기에 인류가 복원을 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론이 레거시 반도체를 유지보존하는 것은 나름 의의가 있었다.

"우리 수영그룹 역시 미 정부의 그런 정책 기조에 동의하기 때문에, 기꺼이 저렴한 가격으로 레거시 공정 개선기술을 개발한 겁니다."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병 준 놈이 뒤늦게 약도 준 거나 다름없는 셈이다.

게다가 그 약 준 놈이 이제는 미정부와 더불어 가장 큰 고객으로까지 부상했다.

래플이 탈주한 지금, 마이크론의 고객은 미 정부와 수영그룹, 이 둘이 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이크론의 입장은…….

"매출이 서진파운드리가 등장하기 이전보다 훨씬 더 늘어났습니다."

병준 놈이 뒤늦게 준 약을 먹고 나니, 오히려 병을 얻기 전보다 더욱 건강한 몸을 갖게 되었다.

"수영그룹에서 엄청난 양을 발주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굳이 연방 정부에서 지원성 제품 발주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수영그룹은 도대체 이 미국에 데이터센터를 몇 개나 지으려고……."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프리덤 다음 가는 초고성능 슈퍼컴퓨터까지 만들 것 같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최고로 꼽는 슈퍼컴퓨터는 프리덤이 설치된 슈퍼컴퓨터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암암리에 추정하고 있었다.

일단 슈퍼컴퓨터 조립을 위해 하수영이 사들인 CPU, 옵테인 메모리 등 부품 개수만 해도 천문학적인 양이었다.

게다가 그 부품 하나하나가 서진파운드리에서 만들어진, 이론상 최고의 성능치를 보이는 최상품들뿐이다.

"기왕 슈퍼컴퓨터를 만들 거면 서진파운드리 부품을 써도 됐을 텐데요."

"이건 마이크론, 아니, 레거시 반도체에 지원하는 생계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명백한 낭비의 극치라 할 수 있었다.

입집명 반도체를 쓰는 게 돈이든 뭐든 어떤 면에서나 우월하니까.

하지만 수영그룹은 미국 내 프리덤앱마켓 데이터센터를 모두 레거시반도체로만 고수했고, 슈퍼컴퓨터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크론만 신이 난 셈이다.

미 정부 입장에서도 수영그룹이 천문학적인 구매를 해준 덕분에 체면이 섰다.

쿠글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지만, 수영그룹은 그 이상으로 돌려주었으니.

게다가 일자리 창출 효과도 대단했기에 유권자들이 수영그룹의 폭주를 방치하지 말라고 요구할 명분조차 없었다.

그렇게 인앱결제 수수료 대전은 일단락을 맺었다.

쿠글은 KO패배, 래플은 판정패, 수영그룹은 판정승, 마지막으로 마이크론은 부전승으로 가장 달콤한 과실을 얻는 결말로.

***

나노소프트는 수영그룹에서 사들이는 어마어마한 레거시 반도체 구매량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

"아무리 레거시 반도체가 성능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지만, 저 정도의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데."

"구체적으로 우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나지?"

"어, 음. 저 정도면 못해도 대충 우리 클라우드 서비스 자원의 20%정도는 될 겁니다. 물론 전체 발주량을 가지고 추정한 겁니다."

"20%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군."

프랜차이즈 요식사업부를 제외하면, 나노소프트의 가장 큰 매출 파이프라인은 기업 클라우드 서비스다.

나노소프트는 레거시 반도체 서버로 이뤄진 구 데이터센터 외에도, 서진파운드리 반도체로 구성된 신형 데이터센터를 끊임없이 증설하고 있었다.

근데 이번에 수영그룹이 마이크론에 발주한 레거시 반도체를 다 합치면, 현재 나노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 자원의 약 20%나 된다니.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프리덤인더스트리는 앞으로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면 증설했지, 여기서 멈출 거 같지 않습니다."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 진출은 필연적으로 보입니다."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그치면 좋은데, 만약 기업 시장까지 진출한다면……."

'모회사'가 자회사의 가장 큰 파이 프라인을 침범하게 되는 꼴이다.

사티아 CEO는 두려운 마음에 요식업 프랜차이즈 최고책임자 발머스틴을 찾아갔다.

발머 스틴은 시큰둥해서 핀잔을 주었다.

"사티아,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하는군. 프리덤인더스트리가 기업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할 일은 없을 거야."

"어떻게 확신을 할 수 있겠습니까? 프리덤인더스트리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래플과 쿠글까지 밀어내고 앱마켓 시장을 장악했으니 이제 투자한 만큼 뽑아내려고 할 겁니다."

"그거야 래플과 쿠글이 생각 없이 쌀 거래에다가 수수료를 물려서 그렇게 된 거고. 프리덤인더스트리는 앱마켓 시장 관리에만 충실할 거야. 결국 개인고객 클라우드 서비스 진출을 위한 포석이지."

"혹시 하수영 회장님한테서 당부를 받은 게 있습니까?"

"그런 건 없네. 하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야."

"……."

"안심하고 돌아가게. 기업 클라우드 시장 그거 얼마나 된다고, 설마 모회사에서 자회사 밥그릇을 뺏을 거 같나?"

***

수영그룹 각 계열사 홍보부는 요즘들어 공격적인 기사가 부쩍 줄어든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원래는 어서 돈 내놓으라고 징징거리는 언론사들의 공격성 기사가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나타나곤 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회장님 억까 기사들이 요즘 거의 잘 안 보이네요."

"통신사업으로 인터넷 데이터 무제한 제공해서 국민들이 엄청 열광했잖아요. 쿠글과 래플에 맞서서 인앱결제를 없애기도 했고요."

"그래도 대형 언론사들이 그런 분위기에 계속 주눅 들어 있을 애들이 아니잖아요. 잠시 몸 사리다가 잊혀진다 싶은 분위기면 재빨리 다시 나서서 나팔 불어대는 애들인데."

억까 기사를 애써 찾아봐야 겨우 한두 개 발견할 정도로 뜨문뜨문해진 분위기에, 홍보부 직원 대다수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에이, 과장님.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십니까?"

"박 대리는 뭐 아는 거 있어?"

"전기요, 전기. 수영조명이 지금 전기 시장도 다 먹었잖아요."

"그랬지. 근데 그게 기레기들이 조용해진 것과 무슨 상관인데?"

"제가 들었는데 대형 언론사에 전기가 지금 들쭉날쭉 제대로 공급이 안 된답니다. AS 민원을 넣어도 조치가 잘 안 되고 있다고 하네요."

"뭐? 그게 정말이야?"

"요즘 시대에 건물에 전기 잘 안들어오면 답이 없죠. 기사야 뭐집에서 충전해온 노트북으로 쓴다고 해도, 어디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겠어요? 안 그래도 이상기후 때문에 에어컨 안 켜면 건물이 찜통일 텐데."

"그건 그렇지. 설마 수영조명에서 언론사 건물에 일부러 전기를 끊은 건가?"

"그런 말 하면 큰일 납니다. 잘 아시 분이 왜 그러세요."

"아참."

"아무튼 국내에서 지금 몇몇 건물들이 불안정한 전기 공급 때문에 업무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전부 대형 언론사들이랍니다."

"저런, 그런 사연이 있었군. 어쨌든 조용해져서 기분은 좋네."

"지금 다른 발전소들도 폐업일만 손꼽아 기다리는 처지라서, 수영조명이 제대로 조치 안 해주면 영업하기 힘들 겁니다. 아니면 지들이 자가발전기라도 돌리던가요."

"그래서 우리 그룹에 우호적인 기사들만 요즘 보였던 거로군."

"울릉군민일보가 요즘 언론계에서 떠오르는 샛별이죠. 포털 들어갔다 하면 울릉군민일보에서 올린 기사 투성이입니다."

"울릉군민일보 기사는 잘 안 봤는데. 낯뜨겁게 회장님 찬양으로만 일색하는 내용 아니야?"

"아닙니다. 저도 봤는데 회장님 언급은 오히려 거의 없고, 수영그룹계열사들이 과학, 경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무슨 일을 했는지를 분석한 기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기자가 제대로 공부하고 인터뷰해서 썼다는 게 딱 느껴지는 그런 기사들이에요."

"오, 그 정도야? 나도 한 번 챙겨 봐야겠네."

"울릉군민일보가 이번에 청담동에 지사도 하나 크게 냈잖아요. 이제는 지역 신문이 아니라 전국구 신문이더라고요. 좀 있으면 해외에도 진출할 기세던데."

"직원 몇 명 안 되던 영세신문사가 물주 잘 만났다고 아주 팔자가 바뀌었네."

생각난 김에 PC를 켜서 포털 사이 트에 들어가 보니, 과연 울릉군민일보에서 작성한 전문성 넘치는 기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 이거 뭐지? 드디어 우주 엠바고가 풀리다?"

눈에 띄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클릭하자 곧바로 여러 장의 사진이 포함된 장문의 기사가 스크롤 압박을 가하며 떠올랐다.

굵게 강조된 첫 줄이 기사가 담고 있는 내용을 독자에게 단숨에 전달했다.

[우주왕복선 수리 완료! 드디어 인류첫 화성유인탐사가 시작된다! D-12일!]

"오, 드디어 화성 가는 거야?"

[프리덤인더스트리, 아주 특별한 서비스 공개까지 D-12일!]

"화성 가는 날에 프리덤인더스트리는 또 뭘 발표한다고? 이거 패착아닌가?"

"그러게요. 기왕이면 날짜를 피하는 게 이익일 텐데, 왜 이러죠?"

"혹시 화성탐사하고 뭔가 관련 있는 그런 서비스인 건 아닐까?"

"화성탐사 한정판 스마트폰 커버라도 내놓을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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