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10화
280장 오직 YES (4)
[자동차 회사가 마차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다!]
[마부들이 실직하는 일은 없을 것! 이 모든 게 자동차회사의 자비?]
[자동차 회사는 왜 마차 회사를 보존키로 하였나?]
미국 외신에 속속들이 올라온 헤드라인이었다.
자동차 회사는 서진파운드리, 마차 회사는 마이크론을 뜻한다.
화학적 인쇄를 이용한 구 레거시반도체를 마차로, 입자집합명령 장치를 이용한 3D입자프린터 반도체를 자동차로 비유하는 것에서 빗댄 말이다.
엄밀히 말해 서진파운드리는 마이크론을 인수하지 않았다.
단 1주의 지분도 매입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서진파운드리는 마이크론에 신 공정 특허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특허 적용을 위한 특수공정설비를 제공하기로 했다.
최소 30%의 효율 증진을 꾀할 수 있게 된 걸 확인한 마이크론은 앞으로 모든 공정라인에 이 설비를 적용 하기로 했다.
[로한, 로열티로 연간 단 1달러 받는다!]
[특수공정설비, 겨우 제조원가만 받기로.]
[믿을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 수백억 달러짜리 기술을 겨우 연 1달러에?]
[월가 전문가들, 특별한 지분 옵션이 걸려 있을 것이라고 모두 입을 모으다.]
[마이크론은 실질적으로 서진파운 드리의 자회사나 마찬가지?]
미국 언론들이 마이크론 인수로 오해한 것은 바로 그런 파격적인 조건에 있었다.
누가 봐도 그냥 퍼주다시피 하는 조건이니, 그만큼 알려지지 않는 대가가 비밀계약으로 있을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일부 반도체에 관심 높은 이들은 다른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냥 3D입자프린터 공장을 미국에 지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게 말이다. 미국에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면 될 걸 가지고, 왜 굳이 마부 회사를 살리려 드는지 모르겠네.
-한국은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해. 지금 경복궁에서도 매일 전통행사를 복원한 왕의 행차 같은 것을 운영하고 있지. 마이크론 인수도 그 일환이 아닐까?
-마이크론 지분 구조는 변동이 없는데 왜 자꾸 인수인수 거리는지 모르겠다.
-입자집합명령 장치는 로한 박사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고 들었어. 미국에 공장을 설치할 정도는 아닌 거지. 얼마 되지 않는 장치를 흩어 놓는 것보다는 그냥 서진파운드리 한국 공장에 모아놓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그럼 한반도 남쪽에 짓는다는 두번째 공장은 뭐임?
-두 번째 공장을 짓기로 했으니까 더더욱 미국 공장은 지을 여력도, 이유가 없는 거지. 무엇보다 기술 유출의 위험이 큼.
-미국만큼 기술 보호가 철저한 나라가 어딨다고?
-미국만큼 산업스파이 시스템이 발전한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지. 미국이 스파이 시장에서 방패만 들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주 크고 튼튼한 창도 쥐고 있다.
서진파운드리가 레거시 반도체 생태계 보존에 한 손을 보태기로 한 정확한 이유는 대다수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마이크론 공정 효율에 크게 보태고, 또 대량의 반도체를 발주했으며, 그 반도체를 가지고 미국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다수 짓기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서진파운드리는 데이터센터를 관리하기 위한 인력을 과할 정도로 많이 뽑았다.
다른 데이터센터 같으면 1명으로 충분한 일을, 3명을 뽑아서 하기로한 것이다.
연봉은 동일 업종에 비교하면 대등한 수준인데, 업무 시간이 1/3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관리에 적격인 중고급 개발관리자들이 취직을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주3일 근무라니. 도대체 한국 근로자들은 어떤 천국에서 살고 있는 거야?"
"수영그룹은 주4일제가 기본이고 그마저도 주3일제로 바꿔나가고 있다더라."
"이상하다. 내가 알기로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근무 환경이 빡세기로 유명한데, 잘못 알고 있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맞을걸. 한국 다른 기업들은 여전해. 수영그룹만 특이하게 근무 시간이 널널한 거야."
"한국 해군 모집병들도 주4일제로 번갈아가면서 쉰다더라. 수영그룹은 민간이니 더 말할 것도 없지."
프리덤인더스트리는 북미 시장에 프리덤OS를 당당히 진출시켰고,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먹어치웠으며, 이제는 데이터센터까지 지으며 앱 개발사들을 무차별적으로 받고 있었다.
앱 개발사들에 어떤 눈치도 주지 않고 오히려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친절하게 대했다.
래플이나 쿠글의 초갑질 및 불통시절을 기억하는 앱 개발사들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온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문제점이 발생해서 문의 메일을 넣으면 거의 즉시 회신이 온다.
복사 붙여넣기식의 무책임한 회신이 아니라 문제점을 자세히 분석하고 명확한 해결책이 제시된 회신이었다.
그러고도 해결이 되지 않거나 앱개발사들의 궁금증이 충족되지 않으면, 실시간 통화를 통한 문제 해결및 설명 청취가 가능하다.
「안녕하십니까. 프리덤OS 고객센터를 담당하고 있는 프리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기, 혹시 AI프리덤이세요? 사람 아니죠?"
「네, 저는 사람이 아니라 AI 입니다. 하지만 사람보다 더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가능하다고 자부합니다. 멍청멍청한 타사 AI와는 격이 다르죠. 저는 시적 토의와 영화 감평도 가능한,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인공지능입니다.」
"아, 네. 저희 회사가 지금 뭐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냐면……."
앱 개발사 입장에서는 젊고 열정넘치는 CTO가 직접 통화를 걸어서 같이 문제 해결을 궁리해 주는 듯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래플이나 쿠글의 앱마켓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콜센터 인력 감축을 신성시하는 래플과 쿠글의 문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밴드회사 대응이었다.
자연히 앱 개발사들은 프리덤 앱마켓에 판매하는 앱들 위주로 유지보수 관리를 신경 쓰게 되었다.
피드백의 정확함, 그리고 즉각즉각 이뤄지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런 흐름이 차곡차곡 누적되다 보니…….
-대체 이 앱, 래플 마켓에 올라온건 왜 이렇게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거임?
-자꾸 꺼지는 버그 때문에 성질나 죽겠는데 왜 여태 안 고침?
-프리덤 앱마켓에 올라온 건 벌써 고쳐서 재업데이트 했던데.
-뭐? 아니. 근데 왜 장사 이따위로 함?
-그거 플래폼 피드백 속도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음. 프리덤 앱마켓에 올라온 건 플래폼에서 미리 문제 인지하고 먼저 앱 개발사에 연락했다 함.
-정말이야?
-정말임. 래플 유저들이 사용하다가 문제점 발견하기도 전에 거기서는 이미 플래폼이 문제점 지적해 줬음.ㅋㅋㅋ
-이런 식으로 고치면 될 거라고 프리덤 플래폼이 아예 수정 소스까지 작성해서 줬다는데. 앱 개발사는 그냥 그거 그대로 복붙해서 코드 고쳤다고 함.
ㅡㄹㅇ 프리덤은 만능이네.
-래플 원래 일하는 속도로 봐서는 며칠 걸릴 듯. 그냥 참고 기다리면 됨.
-답답해서 못 해먹겠는데, 나도 그냥 확 프리덤 OS로 가버려?
-아직도 프리덤 안 쓰는 호구들이 있음? 지금 안드로이드 유저들은 80% 이상이 죄다 프리덤으로 넘어온 지 오래인데, 랩등이들은 절반 넘게 이사 안 하고 버틴다며?
-야. 네가 한 번 래플 생태계에 발목 묶여 봐. 인질로 잡힌 게 한둘이 아니라서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감.
-그 인질을 다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프리덤 AI를 써보는 걸 추천함. 솔직히 그동안 래플 생태계 구축에 쏟아부은 거 다 버려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프리덤 AI는 좋다. 진짜 나만을 위한 집사 세바스찬이야…….
마이크론은 로한의 신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는 모조리 그쪽에만 독점으로 넘긴다고 했다.
그리고 마이크론은 향후 자사의 모든 공정에 신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렇다는 것은, 더 이상 쿠글과 래플은 마이크론의 반도체를 살 수가 없다는 뜻이다.
쿠글과 래플은 이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동시에 수영그룹과의 모바일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인지했다.
특히 래플의 분위기가 심각했다.
"마이크론의 반도체를 사지 못하면 대만의 폭스콘도 결국 멈추게 됩니다. 래플폰, 래플북, 래플포드 등 우리 래플의 모든 전자기기에는 현재 마이크론의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마이크론이 모든 공정에 로한의 특허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상황이 곤란해집니다."
"모든 공장이 결국 멈추고 말 겁니다."
"그렇다고 중국 반도체를 사와서 쓸 수는 없잖습니까. 닌텐도 스위치에 일어난 해킹툴 사건을 잊어선 안됩니다."
"쿠글은? 쿠글은 어떻지?"
"쿠글은 원래 마이크론 레거시 반도체는 안 썼고 서진파운드리 반도체를 썼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차단이 된 상태죠. 우리하고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도 쿠글은 우리보단 낫습니다. 이미 충분한 수의 데이터센터를 지어놓았고, 하드웨어 사업은 거의 하지 않으니까요."
"데이터센터 확장이 조금 늦어진 것일 뿐, 쿠글은 당장 타격은 없습니다. 5년 이상 여유가 있으니 그동안 천천히 협상을 하거나 다른 방법을 알아보면 됩니다."
래플은 자체 공장은 없지만 어쨌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에 충실한 제조업체이다.
"으으! 그렇다고 북미 앱마켓 시장을 눈뜨고 앉아서 고스란히 내줄 순없지 않습니까! 내가 직접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가서 협상을 벌이겠소!"
래플 CEO 팀 콕이 결국 한국행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쿠글 CEO 문차이도 이에 질세라 한국으로 향했다.
***
하수영은 두 CEO와 동시에 3자 대면을 하기로 했고, 두 CEO한테 거부권은 없었다.
만나주기로 한 것만 해도 감사히 따라야 할 입장이었다.
"두 분, 괜한 헛걸음을 하셨군요. 섬멸전 프로세스는 이미 발동되었습니다. 어느 한쪽이 섬멸하기 전까지는 결코 종료되지 않아요."
"회장님, 우리 두 회사가 무너지면 전 세계적으로 큰 경제 위기가 옵니다. 부디 인류 전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재고해 주십시오."
"기회는 이미 저번에 드렸습니다. 그것을 거절한 것은 귀사들입니다. 전쟁 프로세스는 이제 멈출 수 없습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굳이 말하자면 있습니다. 무조건 항복을 하면 됩니다. 그것도 전쟁 프로세스 종료 조건 중 하나니까요."
섬멸전의 끝은 한쪽이 완전히 소멸하거나, 소멸하기 전에 무조건 항복을 하거나다.
이 무조건 항복에는 승리한 쪽이 패배한 쪽을 영구적으로 소멸시키는 결정까지 감당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게 대체 왜 인앱결제 수수료라는 통행세를 붙였습니까? 디지털재화 2, 30%에 만족하지 못하고 왜 사람들이 먹는 쌀과 밀, 고기에까지 수수료를 붙였냔 말입니다."
"저희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반성? 아니죠. 그냥 통곡의 벽을 만나서 잠시 주저앉았을 뿐입니다. 만약 나중에 제가 모든 사업을 접고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면,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할 겁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이거 보세요.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주저함도 없이 거짓말을 하시는군요."
두 CEO는 결국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하수영은 래플 CEO로부터 은밀한 연락을 받았다.
-무조건 항복하겠습니다.
-먼저 연락을 하셨군요. 좋습니다.
항복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1분도 채 되지 않아 문차이 CEO한테서도 연락이 왔다.
-무조건 항복하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거절합니다.
"아니, 무조건 항복한다면서 왜 살려달라고 조건을 달지? 이건 조건부 항복이잖아."
K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