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06화
279장 인앱결제 투쟁 (6)
남의 OS를 써주는 건데 무료도 아니고 오히려 로열티를 준다고?
보통 이런 식의 영업은 사기 아니면 다단계다.
아니, 둘이 범위만 다를 뿐 개념자체는 다를 게 없나?
아무튼 10달러씩 오히려 로열티를 주겠다고 하자 핸드폰 제조회사들이 냉큼 움직였다.
가장 먼저 서해전자의 겔드폰 사업부가 잽싸게 달려와서 무릎을 꿇었다.
겔드폰 사업부 사장은 프리덤인더스트리가 아니라 서해그룹의 사생아였다가 왕자로 편입된 김범석을 찾아가서 납작 엎드렸다.
"사장님, 저희 모바일 사업부를 부디 살려 주십시오."
모바일 사업부 사장 및 임원들은 확실하게 김범석 쪽에 줄을 서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승계 싸움의 무거운 한 추가 알아서 오는 셈이니, 김범석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겔드폰이 프리덤폰에 비해 한없이 하찮기는 하지만, 하수영 회장님의 축복을 세상에 널리 퍼뜨리는 일에 동조하는 것은 아주 의미가 있는 일이지요."
원래라면 겔드폰에 괘씸죄 때문에라도 프리덤OS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 시장에서 래플과 쿠글을 잡아먹어야 하는 데스 매치가 열린 상황이다.
"다만 프리덤OS를 설치한 겔드폰의 국내 판매는 불허합니다. 이건 설명 안 해도 이유를 아실 겁니다."
"물론입니다. 저희도 국내 시장은 이제 얼씬 안 한 지 오래됐습니다."
국내 모바일 시장은 이미 프리덤인 더스트리가 제패한 지 오래였고, 그 어떤 기업도 여기에 반기를 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 봤자 국내 핸드폰 제조회사는 이제 서해전자와 프리덤인더스트리 밖에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겔드폰 사업부는 가장 중요한 게 아직 남아 있었다.
"저, 그러면 인증 수수료는 어떻게 되는 건지……."
"설마 그것까지 받을 생각이었습니까? 설치하게 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겔드폰 입장에서는 프리덤OS를 돈내고 쓰게만 해줘도 감지덕지다. 과거 비대한 욕심으로 프리덤을 탐낸 원죄까지 있으니.
때문에 혹시나 하고 찔러 봤던 모바일 사장은 얼른 허리를 굽혔다.
'역시 머슴들은 한 번씩 패줘야기 강이 제대로 잡힌다니까.'
김범석은 느긋한 시선으로 경영진을 관찰하며 반전 카드를 꺼내서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줄 알아요. 하수영 회장님은 아주 관대하고 자비로우신 분이라는 것을."
"사장님? 설마?"
"내가 그래도 서해그룹의 오너 일가 아닙니까? 프리덤OS처럼 뛰어난 OS를 정작 겔드폰에 장착하지 못한 점을 늘 안타까워했습니다. 단말기 당 단돈 100원으로 프리덤OS를 설치할 수 있도록, 내가 회장님의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일부 임원들은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김범석을 찾아오지 말고 그냥 프리덤인더스트리를 찾아갈 걸 그랬나, 하고 말이다.
돈까지 받아가면서 설치할 수 있었는데, 적은 돈이지만 오히려 일일이 지불하고 받게 생겼다.
그런 마음을 안다는 듯 김범석이 피식 웃었다.
"서해그룹이 국내 대기업들을 얼마나 예리한 눈으로 보고 있는데, 그런 편안한 방법이 통할 거 같아요? 다른 데 안 들르고 나한테 곧바로 찾아온 게 오히려 다행입니다."
"죄송합니다. 감히 다른 생각을 한건 아니었습니다."
"프리덤인더스트리에 갔으면 개당 인증비용으로 오히려 10불씩 내야 했을 겁니다. 나라서 그나마 100원, 10센트로 깎은 겁니다. 회장님은 가신의 장원 살림살이에 지대한 관심이 있으신 분이거든요."
결국 겔드폰은 해외 회사들과 달리 인증료를 100원씩 내야만 했다. 다행인 것은 달러가 아니라 원화로 지불해도 된다는 점.
김범석을 영접하고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경영진 간의 분위기가 밝았다.
"해외 경쟁사에 비하면 손해를 보지만, 그래도 한 단말기당 100원으로 끝낸 것은 참으로 다행입니다."
"적어도 쿠글에 내던 인증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하지 않습니까? 거의 몇 배 차이입니다."
프리덤OS를 설치했다고 해서 곧바로 프리덤AI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프리덤OS폰을 구매해도 마찬가지.
다만 1개월 동안은 무료로 개인비서AI를 체험할 수 있고, 그 후에 유료 구독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
유료 구독으로 전환을 하지 않더라도 프리덤OS는 놀라울 만큼 친사용자적이었다.
프리덤이 개인비서 역할을 하지 않을 뿐이지, 사용자를 상시 관찰하면서 폰의 상태를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그냥 프로그램대로만 구동하는 래플폰이나 쿠글폰과는 전혀 달랐다.
일단 프리덤이 조용히 관리해 주는 폰이었으니까.
그러나 일단 프리덤OS폰을 접한 99% 이상의 구매자들은 모두 유료구독 서비스로 넘어갔다.
"고기를 아예 한 번도 안 먹었으면 모를까, 이렇게 맛있는 걸 먹어버렸는데 어떻게 앞으로 평생 안 먹을 수가 있겠냐."
"닥치고 프리덤 결제한다. 구독 서비스 신청하라고, 어서!"
10달러씩 인증 수수료를 역으로 주는 프로모션 정책은 중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프리덤 스토어의 점유율을 무섭게 늘리는 데 일조했다.
프리덤 OS의 놀라운 점은, 쿠글 스토어 등 경쟁사 앱마켓도 열어줬다는 점이다.
래플 스토어는 래플의 허락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열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는 전부 다 열어줬다.
오로지 사용자의 이익과 편의만을 위해서 중요한 잠금을 전부 해제해 버린 것이다.
***
안드로이드 사업부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인증료를 낸 단말기의 쿠글인증을 강제로 해제하는 파격적인 초강수를 두었는데도, 프리덤 스토어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도대체 맵스 데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겁니까?"
"분명히 우리 쿠글맵스를 이용하면서 로우 데이터를 모조리 긁어서 떠둔 게 틀림없습니다. 이건 엄연한 약관 위반이에요!"
"소송을 걸어야 합니다! 소송을 걸면 우리가 무조건 이깁니다!"
프리덤인더스트리가 불법적으로 쿠글맵스 데이터를 탈취했다고, 절반에 가까운 인원들이 강력하게 소송을 주장했다.
"소송이요? 지금요? 지금 무단 인증해제 문제로 우리가 EU에서 제재를 받게 생겼습니다. 이런 상황에 프리덤에 소송이라니요?"
무단 인증해제는 당연히 쿠글의 일방적인 과실이었고, 유럽 사용자들은 지금 대규모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EU 위원회 역시 이참에 쿠글의 독점적 행태를 단단히 손봐주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쿠글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리고 맵 데이터가 우리 쿠글맵스에서 탈취한 게 아니라면 어떡하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게 아니고서야 프리덤이 어디서 그 방대한 맵데이터를 얻었겠어요?"
"맞습니다. 아무리 프리덤이 뛰어난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맵 데이터는 수많은 관측장비를 전 세계에서 오랜 기간 운영해야 쌓을 수 있는 겁니다. 추론이나 연산으로 대충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프리덤은 안드로이드 체제하에서 오랫동안 쿠글맵스 등 여러 데이터를 열람했습니다. 그것들을 모조리 카피하고도 남았겠죠. 인공지능이니까 더더욱 쉬웠을 테고요."
이사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며 핀잔을 주고 나섰다.
하지만 말을 꺼낸 이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제가 워싱턴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아, 우리 입장에서는 전혀 흥미롭지는 않겠군요."
"무슨 이야기를요?"
"미 정부에서 프리덤인더스트리에 어스 맵 데이터를 제공하라는 승인 이 났었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신빙성이 없지는 않아요. 믿을 만한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거든요."
"……."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요."
"아무리 현재 정부가 수영그룹과 친하다 해도 그 정도까지 해준다는 것은……."
"……불가능……."
"하진 않은 거 같은데요?"
"어, 음……."
"으음……."
"……."
어색한 침묵이 좌중을 휘감았다.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진지하게 파고들다 보니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 미국은 공공연히 '하수영은 미국의 가장 끈끈한 최우선 혈맹'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하수영이 직원들을 데리고 미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본인은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입국심사 따위는 일절 없었다.
에어포스 원이 들어온 것처럼 모든 절차가 그냥 프리패스다.
게다가 지금 미국은 입자집합명령기술과 핵융합 기술에 군침을 질질 흘리고 있으며, 화성탐사를 위해 나사와 항공우주연구원은 그 어느 때보다 끈끈한 공동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런 관계인데 그까짓 어스 맵 데 이터가 뭐가 그리 대단할까?'
'적당한 대가만 치른다면 얼마든지 거래 가능한 재화가 아닌가?'
'적어도 미 정부한테 수영그룹은 그 정도쯤은 되지 않나?'
안드로이드 사업부 임원들은 괜히 무단 인증해제라는 초강수를 두었다고, 이제야 비로소 후회하기 시작했다.
***
초상집 분위기는 래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이쪽은 쿠글보다는 조금 나았다.
초반에 프리덤앱에 잠깐 훼방을 놓았다가 크게 데일 뻔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아무것도 안 한 채 굳어 있던 게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다.
가장 큰 피해는 오히려 쿠글이 전부 선제타격으로 얻어맞았고, 래플은 비교적 덜 아픈 후속 타격에만 노출된 덕분이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앱마켓으로 인한 수수료 장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씻을 수 없는 타격이었다.
"그러게 대체 왜 실물재화에까지 인앱결제 수수료를 물린 겁니까!"
"애초에 그것만 안 했어도 일이 이 지경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실물재화 인앱결제 수수료 때문에 수영농장에서 발끈하고 나서서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 아니오!"
실물재화 수수료 카드를 야심 차게 꺼내 들었던 래플 앱마켓 임원들은 주주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욕설에 시달렸다.
수수료 장사를 더 이상 못 하게 된 래플의 주가는 주춤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하락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쿠글 역시 마찬가지였고, 주주들은 이사회에 대한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임원들로서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우리가 실물재화 수수료까지 건드렸을 때는 수익 창구가 더 커진다면서 좋아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제 와서 이렇게 나올 수가 있단 말입니까?"
"우리는 오로지 회사의 이익 증진만을 생각했을 뿐입니다. 설마하니 수영그룹이 이렇게까지 치킨 레이스를 벌일 줄 알았겠어요?"
"그때 그 상황에서 누구라도 이런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습니까? 그게 가능하다면 그건 신입니다, 신이라고요!"
전문가들은 앞으로 앱마켓 수수료장사는 항구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수영그룹의 '평탄화 작업'에 두 손을 번쩍 들며 좋아했다.
-하수영 농부가 손을 뻗어 이르시되, 저 고얀 두 개의 산을 무너뜨리라 외치시니, 거대한 삽이 내려와서 래플산과 쿠글산을 평지로 만들었도다.
-수-멘.
-다시는 수영농장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수영농장은 우리 우매한 인류를 박애정신으로 아낌없이 내려온 신의 자녀임이 틀림없습니다.
***
소중히 가꿔온 점유율이 완전히 뒤집히고 얼마 되지 않은 날, 쿠글과 래플의 앱마켓 사업 총책임자는 각각 수영농장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
[요즘 날씨 변덕이 기승을 부립니다. 경치 좋은 곳에 돗자리를 깔고 극상의 만찬을 갖춰 놓았으니, 차분히 내한하시어 모바일 시장의 미래를 논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