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05화
279장 인앱결제 투쟁 (5)
프리덤폰은 쿠글 단말기마다 75센트를 내고 안드로이드 인증을 받는다.
그래야 쿠글 스토어, 쿠글맵스 등 중요한 플래폼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덤 스토어 오픈 이전에는 개별앱을 다운받기 위해서 쿠글 스토어 이용권은 반드시 필요했다.
또 GPS를 활용한 지도 정보 이용을 위해서는 쿠글맵스 역시 필요했다.
그런데 쿠글이 그것을 무기 삼아서 찌르고 들어온 것이다.
"정확히 무슨 말입니까? 앞으로 출시하는 프리덤폰에는 인증을 해주지 않겠다는 건가요? 아니면……."
"지금까지 해준 인증도 모조리 취소하고 인증료를 환불해 주겠다고 합니다. 쿠글맵스 생태계에서 우리 프리덤을 제거하려는 수작입니다."
국내 지도 데이터는 더 좋은 게 많으니 크게 상관없다.
하지만 국내를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쿠글이 방대한 위성 및 차량, 항공수집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집한 글로벌 맵 데이터가 있어야 전 세계 소비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인증이 종료되고 쿠글맵스 이용이 차단되면, 당장 프리덤앱을 사용하는 유럽 구독자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이놈들이 그걸 노리고 이렇게 나오는군요."
"명백한 계약 위반입니다. 유럽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이미 돈을 내고 안드로이드 인증을 마쳤는데, 우리 프리덤앱을 이유로 그걸 취소하는 건 말이 안 되죠. EU 제소감입니다."
"쿠글 그놈들이 억지긴 해도 명분은 내세웠을 거 아닙니까? 뭐라고 하던가요?"
"프리덤앱이 안드로이드 보안 인증을 침해했다는 걸 이유로 들었습니다. 최종사용자 권한을 마구 탈취해서 쿠글맵스 같은 정보를 활용한다나 뭐라나, 그런 이유였습니다."
"말도 안 되죠. 단말기 사용자가 완전한 통제 권한을 위해서 최고관리자 권한을 탈취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이미 미국에서도 해석한 적이 있는데요."
"프리덤은 단말기 사용자 본인이 아니라서 해당이 없다 뭐 그런 식으로 우기려는 모양입니다."
"명분과는 상관없이, 어쨌든 쿠글은 우리 프리덤을 몰아내려고 결심을 단단히 세웠습니다."
"래플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둘이 한 연합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래플이 지금은 조용하지만, 분명히 쿠글을 거들기 위해서 다른 수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방대한 글로벌 지도 데이터.
쿠글이 오랫동안 꾸준히 누적해 온이 데이터만큼은 프리덤인더스트리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고, 넘을 수도 없는 통곡의 벽이었다.
물론 지도 데이터가 없다고 해서 프리덤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맞춤형 고객 서비스는 제한을 받게 된다.
그때였다.
"사장님! 지금 회장님이 오셨습니다!"
"뭐? 하수영 회장님이?"
박덕준 사장(실비아그룹 총수)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다른 임원들도 급히 일어났다.
편안한 캐주얼 차림의 하수영이 회의실에 들어섰고, 다들 긴장해서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아아, 다들 편하게 하세요. 저이 런 딱딱한 분위기 싫어하는 거 아시잖습니까. 편하게, 편하게요."
하수영은 잔잔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덕분에 자기 자리를 양보하려던 박덕준이 뻘쭘한 얼굴로 다시 앉았다.
"쿠글 안드로이드 인증 취소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뇨, 왜 여러분들이 죄송하나요. 어차피 서로 맞붙은 이상 이런 식으로 자꾸 붙는 건 당연한 겁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수영그룹과 쿠글그룹은 거시적으로는 여전히 둘도 없는 협력관계라는 것이다.
래플이 과거 서해전자와 무수한 특허분쟁으로 소송싸움을 벌이면서도, 끝까지 끈끈한 파트너쉽 관계를 유지한 것처럼.
글로벌 기업일수록 칼로 무 자르듯이 딱 관계를 절단 내거나 붙이거나할 순 없다.
어느 사업부에서는 둘도 없는 단짝이요, 다른 사업부에서는 목에 칼을 대고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된다.
"쿠글이 이런 무리수를 둔 걸 보니, 우리 프리덤인더스트리가 제대로 목에 칼끝을 댄 게 맞는 거 같습니다."
"회장님?"
"오죽 급했으면 쿠글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짓을 했겠어요? 프리덤폰 인증 취소도 아니고 다른 안드로이드폰 인증 취소라뇨."
EU위원회에서 절대로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일이다.
"왜 다들 불안해하시죠? 이건 쿠글이 우리에게 보내는 찬사입니다. 니들 너무 게임 엿같이 한다고 판 자체를 엎어버린 거라고요."
그제야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네요. 바둑 둘 때 너무 궁지에 몰려서 열 뻗치면 바둑판을 뒤집기도 하잖아요?"
"아,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쿠글의 행동이 납득이 갑니다. 이성적으로 뭘 차근차근 해볼 여유가 전혀 없다는 거군요."
"적이 우리에게 보내는 찬사라니. 역시 회장님께서는 범인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시는 거 같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수영에 대한 아부가 인스턴트로 이어졌다.
적당히 아부를 즐겨준 후 하수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프리덤은 쿠글의 모든 지도 데이터를 로우 형태로 갖고 있습니다."
"예? 하지만 쿠글맵스에서는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전송할 텐데요? 데이터를 완전히 빼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상무님, 상무님이 출판사를 갖고 있고, 책 10만 권을 냈다고 칩시다. 그거 원고 데이터 아무리 암호화해서 꽁꽁 숨겨두면 뭐해요? 책 보고 그냥 타이핑하거나 OCR로 긁으면 어차피 싹 다 훔칠 수 있는데."
"……아."
"그냥 암호화된 맵스 데이터 해독하고 뭐고 할 필요도 없었어요. 쿠글맵스로 지구 전체 훑어보면서 다 캡처하고 베끼고 그러면 가져올 수 있는데요. 시간과 시스템 자원이 문제죠."
"그, 그렇군요."
"이제 GPS 데이터만 정확히 제공받는다면 쿠글맵스와 똑같은 서비스를 당장에라도 시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엄연한 도둑질이라서 사실 하고 싶진 않네요. 자존심 문제거든요."
하수영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그냥 쿠글이 나중에 도둑질보다 더 치졸한 짓으로 나오면 그때 똑같이 갚아주려고 준비해 놓은 장치일 뿐입니다."
일단은 쓰지 않고 봉인해 두겠다는 암시에 임원진은 아쉬움의 한숨을 품었다.
하지만 하수영의 말은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합법적인 글로벌 맵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회장님? 그게 가능합니까?"
"네, 미 정부에서 제공해 주기로 했습니다. 용량이 제법 크더군요."
"미 정부에서요?"
"네. 미 국방부에서 군사용으로 쓰려고 휴민트 자원과 전략위성 군단까지 동원해서 수십 년 동안 만든 방대한 맵 데이터라고 하네요."
"……."
"래플과 쿠글이 맵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것도 사실 거기에서 상용화가능한 부분만 뚝 떼어내서 받은 거죠. 우리도 똑같은 걸 받아서 사용하면 되니까 문제는 없습니다."
"미국이 정말 우리에게 그런 걸 준다는 말입니까? 래플과 쿠글이 큰 타격을 입을 걸 뻔히 알면서도 말입니까?"
임원들은 다들 믿을 수 없다며 놀라워했다.
래플과 미국은 엄연히 미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초거대 공룡기업.
이것은 어떻게 보면 한미경제전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고, 미국은 당연히 자국기업 편을 들어야 옳지 않은가?
그런데 미국이 오히려 이쪽 편을 들겠다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회장님, 혹시 미 정부가 다른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편드는 척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 래플과 쿠글이 큰 타격을 입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쉽게 우리 편을 들어줄 리가 없습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보증합니다. 제가 미국과 얼마나 친한데요."
하수영은 친절한 웃음으로 임원들을 안심시켰다.
"미국은 래플과 쿠글이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 편을 들어줄 겁니다."
"……."
***
정말 하수영의 말대로 되었다.
미 정부는 방대한 글로벌 상용화맵 데이터를 프리덤인더스트리에 보내왔다.
심지어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저 케이블, 송전선, 가스 파이프라인, 매설된 수도관 따위의 정보까지 포함된 방대한 맵 데이터였다.
임원들은 남의 나라 작은 지방에 깔린 수십 년 넘은 수도관 매설 위치까지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는 미국의 집요함에 놀랐으며.
그걸 서슴없이 건네받은 하수영의 미국 인맥 관리 능력에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포드 항모에 F-22까지 주고받는 사이인데 이까짓 맵 데이터가 뭐가 대수겠어요? 하하."
"……."
"아. 그리고 앞으로 미국의 GPS 위성 데이터도 다이렉트로 쏴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다른 회사가 공유해주는 위치정보에 기반해서 서비스를 운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GPS 정보 제공까지 직접…… 그럼 비용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무상이니까 그냥 마음껏 쓰면 돼요."
"도대체 회장님은 미 대통령과 얼마나 친하신 거죠?"
"에이, 대통령 한 명 하고만 친해서는 이런 거 못 받아요. 의회하고도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야 이 정도는 받아낼 수 있습니다."
임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수없을 것이다.
하수영이 곧 미국 그 자체로 대우받고 있는 비밀 조약의 존재를.
***
유럽에서 안드로이드폰의 쿠글인증이 한꺼번에 풀렸지만, 프리덤은 문제없이 위치 및 맵 정보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비자들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으며, 쿠글 인증이 풀렸다는 사실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갔다.
물론 프리덤이 설명을 해주긴 했다.
"그래서 뭐 달라지는 게 있는 거냐?"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님이 체감하시는 것은 그대로 유지될 겁니다. 다만 쿠글메일앱은 이제 사용하지 못하십니다.」
"뭐야? 그럼 메일이 통째로 날아가?"
「앱은 못 쓰지만 쿠글 브라우저에 로그인하면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괜찮습니다. 혹시 모르니 모든 내용을 백업해 둘까요?」
"백업을 하는 게 나을까?"
「백업을 하는 게 좋습니다. 쿠글은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을 이미 몇 차례나 저질렀습니다. 언제 어느 때 갑자기 약관위반이라면서 쿠글메일함을 잠가버리고 모든 접근 시도를 차단할지 모를 일입니다.」
"그럼 백업을 해줘. 안전한 곳에."
「예. 프리덤 클라우드에 그럼 백업을 해두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데이터센터입니다.」
쿠글의 반격은 결국 허공에 헛발질로 끝나고 말았다.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 줄 알았던 쿠글은 오히려 유럽에서 쿠글맵스가 퇴치될 위기에 처하자 급격히 당황했다.
쿠글은 부랴부랴 프리덤의 쿠글메일 등 클라우드 접속 자체를 차단시켰다.
하지만 쿠글의 기술력으로는 이게 프리덤의 접속인지, 아니면 사용자의 수동 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변별력이 없었다.
쿠글이 그동안 꾸준히 돈을 들여 개발한, '봇 감지기술'은 인간 이상으로 인간의 언행을 재현하는 프리덤을 능가할 수 없었다.
쿠글의 회심에 찬 기습 공격이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걸 본 래플은 준비해 두었던 반격의 수를 조용히 접어두었다.
쿠글은 오히려 유럽에서 힘들게 올려놓은 점유율만 까먹은 체 비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프리덤인더스트리의 반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프리덤OS를 기본 OS로 채택해 주는 핸드폰 디바이스에 인증비용으로 10달러씩 책정하겠습니다.
-네? 아니, 쿠글도 겨우 75센트밖에 안 받는데 10달러나 받겠다고요? 13배가 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아뇨, 우리가 준다고요.
-예?
-우리가 인증비용으로 니들한테 준다고요. 단말기 1개당 10달러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