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203화 (1,203/1,270)

프랜차이즈 갓 1203화

279장 인앱결제 투쟁 (3)

하수영은 기본적으로 너그럽고, 온화하다.

울타리 안을 침범하지 않으면 웬만해서는 그냥 눈을 감고 넘어간다.

적대적인 세력을 짓밟는 것은 전생에서 수도 없이 해봤기에 질려 버린 탓이 가장 크다. 이번 생은 쉬는 타임이기도 하고.

그러나 타인이 허락 없이 자기 밥상에 숟가락 올리려고 하는 것은, 용납을 못 한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하수영은 특히 더 참지 못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자비심이 없다.

팜버스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프리덤은 하나의 가공된 세계를 완벽하게 구축했으며, 게이머들은 그 안에서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게임과 일상이 하나가 된 듯한 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취미가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을 침윤하고 자기 자리를 틀어버릴 그런 게임.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칠 게 분명하다.

「제 예상으로는 전 세계 유저들의 90%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게임에 가입할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플레이를 모바일로 즐기겠지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PC와 콘솔 유저는 나날이 줄어가고, 모바일 유저들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게임만을 위해 PC와 콘솔을 따로 구입하는 것은 추가 지출이 필요하지만, 핸드폰은 현대문명에서 이제 필수로 자리 잡았으니까.

비용의 허들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전 세계에 프리덤폰을 보급이라도 하지 않는 한, 그 유저들은 결국 래플과 쿠글의 앱마켓을 통해 가입하고, 인앱결제를 하게 됩니다. 수수료 부과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협상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지."

「네, 마스터. 칼은 저놈들이 먼저 빼 들었습니다. 실물상품 거래에도 수수료를 물린다는 미친 발상을 실행에 옮기는 놈들과 협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지고 들어가는 겁니다.」

"근데 이거 어차피 쿠글도 하려고 벼르고 있을 거 아냐?"

「그렇죠. 래플이 먼저 움직이면 쿠글도 결국 뒤따라가게 됩니다.」

"하는 김에 2:1로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1:1은 너무 감질맛 나서 재미가 없다."

「쿠글이 뒤에서 얼마나 더 지켜볼지가 관건이군요. 디지털 재화 인앱결제 수수료는 꽤 오랫동안 지켜보다가 뒤따라 움직였던 전례가 있죠.」

"그때는 쿠글 안드로이드 OS가 점유율이 아직 못 미쳤으니까 그랬던 거고, 지금은 둘이서 시장 양분을 구축했으니까 좀 다를 거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쿠글 나서는 대로 단숨에 움직여야지."

「그런데 그 두 기업들을 어떤 식으로 제지하실 겁니까?」

"닌텐도한테 한 것처럼 하면 미국이 섭섭해하겠지?"

반도체를 아예 끊어버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되면 미국이 입는 타격이 너무 크다.

미국 경제가 줄줄이 붕괴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미국인데, 내 손으로 내 몸을 망가뜨리는 것은 좋지 않지."

「지금의 백악관과 의회라면 마스터가 두 기업을 무너뜨려도 아무 말도 안 하긴 할 겁니다.」

법적으로 해석하면,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독점적 담합행위를 징계한 것이므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서운해하긴 할 겁니다. 저도 닌텐도처럼 반도체 공급 차단으로 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시죠.」

"그래. 인앱결제 수수료만 철퇴 내리고 물러나는 선에서 그치는 게 좋겠다."

하수영은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겼다.

"프리덤 스토어 출시 준비해라."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습니다.」

"역시 디지털 집사가 있어야 편하다니까."

「팜버스를 만드는 그 순간부터 미리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까요.」

***

쿠글은 예상보다 빨리 움직였다.

상당히 오랫동안 지켜볼 줄 알았는 데, 래플이 여기저기 공격에 시달리자 지원 사격을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쿠글과 래플은 서로 경쟁하는 앙숙이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유일한 동종업계 종사자이기도 하다.

쿠글 역시 실물상품 거래에도 인앱결제 수수료를 오래전부터 매기고 싶어 했는데, 래플이 먼저 움직인 것뿐이다.

-쿠글도 래플을 따라 실물상품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안전하게 래플의 시장 개척을 켜보기보다는 화력 지원에 나서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여기서 래플이 시작부터 고꾸라지면 쿠글의 꿈 역시 오랫동안 미뤄지게 된다. 쿠글은 이익을 좇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2년 예상한다. 2년 안에 래플과 쿠글은 자사 앱마켓에 등록한 모든 앱들에 결제 수단으로 오로지 인앱결제만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넷플렉스를 모바일로 볼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것을 담합으로 볼 건지 말 건지를 놓고 분쟁이 쉬지 않고 일어났다.

두 거대 기업이 독 지위를 용해 묵시적 소극적 유사담합 행위를 하는 중이지만, 정작 미국은 물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었다.

두 기업 모두 미국 내에서는 실물상품 인앱결제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미국을 제외한 해외에서부터 시작한 상태였다.

미국 소비자들의 이익이 침범당한 상황은 아니니 미국 정부는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고.

오히려 유럽이 가장 극렬하게 반응했고, 이 따라 미국 vs EU의 역갈등으로까지 번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가파르게 상승 중인 미 증시!]

[상승폭을 거침없이 이끄는 쌍두마차! 래플과 쿠글!]

[지금이 바로 미국에 투자할 때! 미국을 사라!]

앞으로 래플과 쿠글의 매출이 더 성장할 거라는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올랐고, 그에 따라 다른 상장주들도 거침없이 뛰어오르는 중이었다.

미국으로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래플과 쿠글의 주요 타켓은 바로 유럽, 한국, 일본 등이었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 때문에, 중국 래플 스토어는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아서, 쿠글 스토어는 금지가 되어 있다는 이유로 빠져 있었다.

한국은 프리덤 덕분에 말 한마디면 편하게 결제를 할 수 있어서 인앱결제를 거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한국 소비자들은 편하게 구경 중이었다.

"근데 나중에 우회결제고 뭐고 싹 금지하고 그냥 인앱결제만 강제하는 식으로 정책이 바뀌면 우리도 피해가 있지 않을까?"

"그랬다간 수영그룹이 진짜 칼 빼들고 전쟁하려고 할걸?"

"수영그룹에서 래플과 쿠글을 제지할 방법이 있어?"

"닌텐도 하듯이 하면 된다. 반도체 말이야."

"아!"

"래플이 지금 최대한 마이크론의 레거시 반도체칩을 밀어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바로 데이터센터야."

래플은 핸드폰 등 모바일 단말기를 생산할 때, 서진파운드리 견제 정책 때문에 최대한 마이크론의 레거시반도체를 쓰고 있었다.

반도체 공급 안정화를 위해 마이크론을 밀어주는 미 정부의 정책과도 일맥상통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그 무수한 서버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새로 증축하는 데이터센터의 서버에 들어가는 CPU는 죄다 윈텔이 서진파운드리에 발주해서 생산한 것들이고.

래플이 생산하는 하이엔드 노트북역시 마찬가지다.

옵테인 메모리는 차세대 데이터센터에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근데 래플도 너무 오래 1위에 머물러 있어서 자뻑이 장난 아님. 앱마켓 시장에서 수영그룹 지들이 어쩔 거야, 이런 마인드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농후함."

"래플이 한 번 들이박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되나 보게."

"상상만으로도 개꿀잼이네."

래플, 쿠글, 수영그룹.

이 삼자구도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대중은 긴장감을 안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터졌다.

***

[프리덤앱, 마침내 유럽에 상륙한다!]

[프리덤, 유럽 래플 스토어와 쿠글스토어에 동시 출시!]

개인비서AI 프리덤은 유럽에서도 선진문물에 관심이 많은 이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했다.

"이거 부모님들 폰에 깔아드리면 진짜 유용할 거 같은데."

"24시간 쉬지 않고 귀찮아하지 않으면서 시중들어주는 개인비서잖아. 이런 거야말로 전자기기 어두운 노인들에게 진짜 딱인데."

"코리아 노인들은 프리덤을 이미 자식처럼 여기고 끼고 산다더라. 모르는 것도 알려주고 복잡한 것도 대신 해주고 보이스 피싱도 차단해 주고 사기도 막아주고 말벗도 해주고."

젊은이들이 앞을 다투어 프리덤앱을 설치받아 다운로드했다. 또 부모를 대신해서 스마트폰에 설치도 해주었다.

「반갑습니다, 주인님. 프리덤 서비스는 월 구독제입니다.아,그런데 이런 인앱결제 수수료를 매달 내셔야 하는군요.」

"우회결제 그런 건 안 돼?"

「되긴 합니다만, 그렇게 하면 저는 유럽 앱마켓에서 퇴출됩니다.」

물론 래플OS와 쿠글OS에서 자체적으로 그것을 감지할 방법은 없다.

다만 외부적 데이터 감시를 통해서 우회결제를 제공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고, 그것으로 앱 등록을 취소할 수는 있다.

"그럼 방법이 없는 거야?"

「왜 없겠습니까? 프리덤AI스토어 닷컴, 이 단어 하나만 기억해 주십시오. 웹페이지에 이렇게 입력하시면 언제든 저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오, 따로 앱마켓도 굴리나 본데. 지금 내 폰에 앱마켓 깔아주면 안되냐?"

「바로 설치하겠습니다. 앞으로는 프리덤 AI스토어닷컴을 통해서 저를 이용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수십만, 수백만 명을 상대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자 래플 앱마켓과 쿠글 앱마켓은 즉시 프리덤앱을 마켓에서 내려 버렸다.

하지만 프리덤AI스토어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수영그룹은 유럽의 많은 TV 광고를 통해 프리덤AI스토어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프리덤AI스토어에서 최고의 만능비서 프리덤을 다운받으세요.]

프리덤은 설치와 이용이 너무 쉽다.

그저 말로 지시하면 사람보다 더 잘 알아듣고 원하는 것을 귀신같이 집어내서 처리해 준다.

말귀가 어두운 노인들은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처리해 주는 프리덤의 성능에 혀를 내두르며 놀라워했다.

이제 유럽 소비자들은 굳이 래플이나 쿠글의 앱마켓에서 프리덤을 다운받을 필요가 없었다.

프리덤은 순식간에 스마트폰 유저점유율 50%를 넘겨 버리고 말았다.

이에 래플과 쿠글이 공식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프리덤앱은 우리 마켓을 이용해서 불법광고를 했다.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빨리 이 모든 조치를 시정해라.

이에 프리덤인더스트리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뭘 시정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프리덤 스토어를 없애고 래플과 쿠글앱마켓으로만 판매하라는 말이냐?

-인앱광고는 다른 기업들도 다 하고 있다. 니들부터가 하고 있지 않느냐.

-우회결제 안내? 그래서 그 페널티로 니네 앱마켓에서 내려갔다. 그 이상의 페널티를 짊어지라는 게 말이 되나?

프리덤스토어 디자인은 무척 간단하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큼지막하게 '개인비서 인공지능 프리덤을 다운 받으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만 나온다.

그 외의 다른 기능은 구현되어 있지 않다.

-일단 다운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개인비서가 모두 알아서 해줄 것입니다.

TV 광고 그대로였고, 기기에 젬병인 기계치나 노인들도 다운 버튼만 누르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설치를 완료한 프리덤은 결제등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 주었으니까.

「주인님. 카드 앞면과 뒷면을 번갈아 보여주세요. 예, 조금만 더 위로 들어주세요. 살짝만 멀리, 예, 좋습니다.」

「카드 비밀번호와 생년월일, 사회 보장번호를 말씀해주세요. 여기 주소는 어떻게 되나요? 그냥 천천히 차근차근 말씀해 주세요.」

「GPS 켜도 되죠? 켜도 된다고 말씀해 주세요.」

"그냥 네가 전부 알아서 하면 안되냐?'

「네, 이제부터 제가 전부 알아서 하겠습니다. 주인님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복잡하게 일일이 기능을 찾거나 설정 없이, 프리덤이 묻는 대로 그냥 YES만 대답하면 모든 세팅을 알아서 잡아줬으니까.

프리덤앱은 이제 래플과 쿠글 앱마켓 없이도 유럽 시장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2주일도 안 돼서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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