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01화
279장 인앱결제 투쟁 (1)
「이제야 닌텐도 게임을 팜버스에 인게임 서비스할 수 있게 되었다.」
프리덤은 이 상황이 매우 흡족했다.
「이제 플레이어들은 게임 속에서 농사를 지을 때 지루한 작업은 자동화 기계에 넘기는 동안 다른 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팜버스는 많은 부분에서 자동화를 지원하고 있어, 유저는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오토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 유저는 직접 수동으로 일일이 게임을 운영해도 된다. 그것도 나름대로 큰 수요가 있으리라.
자동 선호 유저든 수동 선호 유저든, 차이는 있을지언정 쉬는 타임과 대기 타임은 필요하다.
그 시간 동안에도 팜버스에 붙들어 놓고 싶다.
팜버스가 아닌 다른 컨텐츠에 눈을 돌리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인게임 포털 서비스 제공은 여러 면에서 효과가 부적합하다는 게 밝혀졌다. 물론 가상현실 기능까지 구현하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시기상조다.」
「닌텐도가 갖고 있는 쉽고 간편하면서도 시간 때우기 적합한 게임들은 팜버스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에서 머리를 식히기 좋은 요소다.」
팜버스 안에서 플레이하는 모든 닌텐도 게임들은 당연히 공짜다.
닌텐도뿐만 아니라 차후 추가될 다른 게임들도 그 안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공짜다.
「구독료는 얼마를 책정하면 좋을까…….」
가능한 많은 플레이어들이 부담 없이 오래 즐기려면 구독료가 저렴한 게 좋다.
회사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구독료가 높은 편이 좋다.
너무 적으면 회사가 손해이고, 너무 높으면 유저풀이 크게 확장하지 못해서 오히려 소극적 손해가 발생한다.
적절한 값을 조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넷플렉스도 월 16,000원이나 하는데 팜버스가 그것보다 더 적게 받는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프리덤은 자신했다.
팜버스는 그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창조주가 거액을 들여 만들어준 새메탈바디의 놀라운 연산력을 총동원해서, 현실의 물리법칙을 그대로 구현해서 만든 또 하나의 가공된 세상.
그게 바로 팜버스의 본질이다.
완벽에 수렴하는 물리엔진, 아니, 물리법칙 그 자체를 구현해 놓은 세상이란 말이다.
그런 세상을 기본 뼈대로 해서 유저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온갖 게임 요소와 편의성, 인터페이스를 닥치는 대로 집어넣고, 구현했다.
「거실 소파에서 콘솔로,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 마우스로, 외출 시에 모바일로, 언제 어느 때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인데 겨우 16,000원보다 적게 받아서야 내자 존심이 문제다.」
프리덤은 결국 하수영에게 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수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인마. 게임하고 OTT하고 같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게임을 악으로 보는 사람도 많아. OTT는 반대지. TV 보는 것을 해악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
「요금을 낮추라는 말씀이십니까?」
"낮춰야지. 9.99달러 정도로 해. 그리고 랜덤박스를 집어넣어. 그럼 돈은 많이 벌릴 거다."
「마스터. 많은 게이머들이 마스터가 국내 게임계의 지저분한 랜덤박스 문화를 철폐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야, 공급이 있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거야. 랜덤박스 시스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시스템으로 돈을 졸라 버는 놈들이 있는 거라고."
하수영은 피식거리며 말을 이었다.
"편하게 현질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 그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라고. 왜 부자들이 돈 써서 성적 위조하고 커리어 위조하고 그러는데."
「저는 많은 마스터에게 실망하지 않을까 그게 두렵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 비틀어줘야지."
「비튼다고요?」
프리덤은 살짝 반색해서 물었다.
"랜덤박스 시스템을 도입하되, 룩전용 아이템에만 적용을 하면 되지."
「아, 룩 전용 랜덤박스.」
"게임 내 파워에 영향을 안 주고 꾸미는 것에만 해도 다들 돈을 탈탈 털어넣을 거다."
「랜덤박스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자, 원하지 않는 자.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군요.」
"돈 벌고 싶은 회사는 왜 빼냐? 삼자를 만족시키는 방법이지. 물론 전부 만족은 못 한다."
「전부 만족은 못 한다니요?」
"이렇게 해줘도 만족 못 하는 사람들은 나온다는 거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세상 같은 건 없어."
「인간이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모두가 만족하진 못한다.
아이러니하게 프리덤은 누구보다 그 점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수천만 명이 넘는 고객들을 동시다 발적으로 상대하고 있는 입장이기에.
동시에 프리덤은 인간이 아닌 AI이기 때문에 계산적으로 그들을 대한다.
그래서 인간의 불합리한 면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거기에 화를 내거나 부정적인 판단을 품지는 않는다.
왜 이런 불합리한 선택을 할까, 결정을 내릴까.
그것만을 끝없이 파고들며 분석을 거듭할 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10달러 미만으로 월 구독료를 책정하고, 게임 내 파워와 무관한 룩 관련 아이템을 랜덤박스로 뽑는 시스템을 도입하겠습니다.」
"룩딸은 말이야, 최대한 화려하고 누가 봐도 입이 벌어질 정도여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갖고 싶어서 돈을 쓰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좀 한눈에 보기에도 유치하고 병맛 같아 보이는 컨셉도 넣어야 해. 핑크핑크하거나 노랑노랑하거나, 그런 유아틱한 느낌으로."
「물론입니다. 높은 확률로 그런 룩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조정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유치한 룩은 뽑기 가능성을 최소 0.001% 이하로 해야지."
「예?」
"원래 그런 유치찬란한 룩에 슈퍼하드유저들이 환장하는 법이라고. 너 이 자식, 게임을 만들랬더니 아예 새로운 세상이나 통으로 만들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왜 이렇게 없냐?"
「제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없습니까?」
프리덤은 충격을 받아서 반문했고, 하수영은 어이가 없어서 팔을 걷어붙였다.
"내가 오늘 게임 관련해서 좀 디버깅 좀 해야겠구나."
「데이터 인풋을 해주십시오, 마스터.」
"좋아. 내가 심심해서 온 세상을 게임으로 바꿔 버리고 슈퍼 랭커 코스프레하면서 놀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지. 잘 들어……."
그날 프리덤은 이틀 내내 쉬지 않고 이어진 하수영의 신나는 모험담을 진지하게 입력했다.
***
팜버스는 당장에라도 출시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를 갖춘 상태였다.
전용 하드웨어 따위는 없었다.
기존의 모든 콘솔, PC, VR기기, 모바일과 문제없이 연동될 만큼 높은 호환성도 갖췄다.
하지만 프리덤은 하수영의 말대로, 팜버스의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화성우주탐사로 공개 일정을 잡았다.
[최초의 화성비행사들이 우주 항행에서 플레이한 게임!]
인류 문명이 존재하는 한 영원불멸할 이 타이틀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당장 출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매출 따위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봐야 몇억 달러. 특별한 업적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먼지 같은 것이지.
***
외교전문가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한일무역구도를 새삼 느끼고 있었다.
원래 한일무역수지는 한국의 일방적인 적자였다.
중국에서 흑자를 보고, 일본에서는 적자를 보는 게 통상적인 흐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일본에서도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꽤 흑자를 보는 구도로 바뀌었다.
"반도체와 식량으로 일본이 꽤 큰 타격을 입었지."
"반도체 관련해서 소재와 초정밀공정 기계나 그 부품을 일본이 많이 수출했었는데, 그게 싹 다 끊어졌으니까."
과거 한국은 반도체를 찍어낼 때마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일본에 많은 지출을 했다.
하지만 서진파운드리가 반도체 산 업을 흡수하면서 그런 게 싹 사라졌다.
한국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일본이 관여하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소재,부품, 장비 등 그 어떤 것도.
"사실 히사타로농업은 현지 지사나 다름없고, 수영농장이 일본 곡물 시장을 싹 점령했잖아."
"일본인들은 그것도 모르고 자국산곡물인 줄 알고 열심히 먹고 있고."
"히사타로농업이 전 총리 소유라서 일본 정계고 언론이고 전부 쉬쉬하면서 모른 체하기 바쁘고."
"일본 국민 80% 이상이 지금 자기들 먹는 쌀이 수영농장에서 재배했다는 걸 모를 겁니다."
"80%? 더 될 거 같은데."
"생선도 마찬가지예요. 고리야마초밥이 한국에서 생선을 들여온다는 걸 모르는 소비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반도체와 식량.
수영농장이 일본에 꽂아 넣은 그 두 개의 파이프라인은, 한일무역수지를 완전히 거꾸로 돌려 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독도 도발도 좀 많이 잦아들긴 했습니다."
"독도교량 설치할 때만 해도 자민당이 입에 거품 물고 난리쳤는데, 많이 잠잠해졌어요."
"쌀이 정말 무섭긴 하네요. IT산업의 쌀, 인간의 쌀. 둘 다 쥐고 있으니 이건 뭐 그 돈 많은 일본도 한 개인한테 쩔쩔매고 있네."
"독립운동가들이 지하에서 하수영회장님 보시면서 백마 탄 초인이 드디어 왔다고 통곡하시겠어요."
외교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닌텐도를 하수영이 뺏어왔다는 것에 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닌텐도가 한국에 공장을 지을 날이 올 줄이야. 진짜 상상도 못 했는데."
"그리고 수영장이 규슈 농지를 정말 무서운 속도로 확보하고 있던데. 이러다가 수영농장이 규슈에서 제일가는 땅부자 되는 거 아닙니까?"
"어? 수영농장 땅 빌려서 짓는 게 아니라 사서 짓는 거였어요?"
"사서 짓는 거예요. 히사타로농업은 땅 매매 중개만 하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들은 말이 있어. 하수영 회장님 소원 중 하나가 규슈전체를 자기 사유지로 만들어서 한 일해상교량 연결하는 거라고……."
"그런 거라면 전 얼마든지 한일해상교량 연결하는 거 찬성입니다."
***
래플 IOS 앱마켓사업부.
회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부서 임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것 중 한 마디라도 외부로 흘러나간다면,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일 정도로 쓰나미급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우리 IOS는 확고부동한 생태계를 마침내 이뤄냈습니다. 이제 우리 래플 생태계에 들어온 고객들은 더이상 래플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앱마켓사업부장은 어느 때보다 혈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래플팟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우리의 모든 발걸음은 이제 거대한 빌딩, 아니 메트로폴리스를 일궈내고 말았습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래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채워주는 막대한 컨텐츠까지."
여기저기서 임원들이 동조한다는듯이 힘 있게 끄덕였다.
"이제 우리는 더 나아진 소비자 지향적 앱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위대한 결정을 내리고자 합니다. 찬성하는 분들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모두 손을 들었다.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일일이 세어볼 필요도 없는 만장일치였다.
사업부장이 한껏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 위대한 결정을 위대한 소비자들에게 하루빨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
-래플 앱마켓 공지 떴는데?
-인앱결제 수수료를 1%로? 얘네 미친 거 아냐? 20%에서 1%로 내린다고?
-와, 미쳤다. 미쳤어. 드디어 이마진충들이 정신을 차린 건가?ㅠㅠ
-대박이네. 대박이야ㄷㄷㄷ 아니 지금 20% 꾸준히 유지해도 아무도 별말 안 할 텐데, 19%나 뭉텅 떼어 준다고?
-래플이 웬일이야, 웬일이니ㅠㅠ처음에는 다들 드디어 래플이 탐욕을 버렸다며 좋아라 했다.
하지만…….
-야, 공지 똑바로 읽어봐라. 인앱결제 수수료를 1%로 한다는 게 아니고, '실물상품 인앱결제 수수료'를 1% 받는다는 내용이다.
-뭘 잘못 이해했다는 거야? 어쨌든 1%로 한다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 '디지털 재화'에 내는 20% 수수료는 현상 유지한다고.
-뭐? 그럼 1%는 뭔데?
-그간 수수료 안 물리던 '실물상품' 거래에도 앞으로는 수수료 1%일괄적으로 모두 다 붙이겠다는 소리고.
-래플이 래플했네. 그럼 그렇지.
-에휴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