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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11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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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요 주주들의 지분을 싹 긁어모은 결과, 히사타로농업은 닌텐도의 전체 지분 중 과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영그룹의 지분을 잠시 맡아두는 것에 불과하니, 실제 경영권이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닌텐도 사장단은 비상이 걸려서 연일 철야를 하며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확실한가? 히사타로 총리가 정말로 수영그룹의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각본이라기보다는 수영그룹의 요청에 따라 얼굴마담으로 나서준 거라고 봐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칙쇼! 일본의 전 총리라는 자가 어떻게 일본의 자긍심을 조선에 팔아넘길 궁리를 하고 있단 말인가!"

"정치인들이란 결국 자기 욕심만 충족할 수 있으면 지지자도 나라도 갖다 팔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까?"

"우리 닌텐도를 조선에 넘겨서 총리에게 뭐가 좋을 게 있다고? 겨우 그까짓 농산물 하나 때문에?"

"그게…… 히사타로농업이 우리 일본의 쌀 내수시장을 독점하면서 히사타로 총리는 평생 보유했던 재산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뭐야? 쌀 시장 독점이라고?"

"네, 지금 일본에 유통되는 쌀은 거의 대부분 히사타로농업에서 파는 겁니다."

"다른 벼 농가들은?"

"변종 붉은불개미 때문에 모두 파산했습니다. 지금 일본은 한해살이 작물을 키우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 합니다."

전국에 퍼진 붉은불개미 입장에서 한해살이 식물의 연한 뿌리는 갉아먹기 딱 좋은 먹잇감이다.

특히 수확을 앞두고 물을 뺀 논의 무성한 벼들은 붉은불개미 입장에서 공략하기 아주 좋다.

거칠고 단단한 지반이나 산악에 자라난 들풀보다 훨씬 편한 먹잇감이다.

"젠장, 그럼 히사타로 총리가 지분을 인수한 것도 언젠가 넘겨주기 위해서겠군."

"네,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방의 퇴로가 막혀 있었다.

도망칠 곳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궁지에 몰린 쥐가 물어뜯을 고양이도 안 보인다.

일본 정계가 움직인 거면, 고작 닌텐도의 힘으로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히사타로 총리 본인을 설득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닌텐도가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히사타로 총리는 현역 시절부터 게임 등 문화 산업에 시큰둥한, 전형적인 늙은 꼰대였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국가가 투자를 하느니, 그 돈으로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에 투자하는 게 훨씬 건전하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던 사람이다.

후루카 순타로 사장은 부들부들 떨다가 이를 악문 채 말했다.

"방법, 방법을 찾아……!"

"사장님."

"이러고만 있지 말고 다들 방법을 찾으라고! 다들 언제까지 탁상공론만 하고 있을 건가! 이미 지분은 저놈들 손에 넘어갔다고! 주총을 개최하면 이사회는 전부 물갈이란 말이야!"

대체 무슨 방법을 찾으라는 건지, 임원들은 어이가 없었다.

일본 정계를 지배하는 원로 막후 실력자를 어떻게 설득하라고?

히사타로농업보다 더 큰 이권을 그에게 약속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인데.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어떻게든 이 기라고 윽박지르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항복할 방법을 찾으라고, 항복!"

"……예?"

"이대로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병신처럼 쫓겨나기만 할 뿐이라고! 그러니 항복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뭐라도 건질 거 아닌가! 누가 이기지 못할 싸움을 이기라고 했어!"

"……아."

"2차대전 때도 우리 일본은 미국에 의해 석기시대로 돌아갈 뻔했어. 하지만 치욕을 감내하는 위대한 카미카제 정신으로 항복 문서에 서명하고 지금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후루카 순타로 사장은 눈빛을 활활 불태우며 강하게 말을 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항복도 못 해본 채 초토화될 지경이다! 저 간악한 조센징 놈이 어떻게 나올 거 같아?

우리 닌텐도를 인수했으니 얌전히 사업을 이어서 할거 같나?"

"아, 아닙니까?"

"당연히 아니지! 사업부와 특허권, IP를 갈가리 찢어서 여기저기 흩어 놓을 거다! 닌텐도의 재산은 남아도 닌텐도란 이름은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게 뻔해! 닌텐도 스위치는 하수영 스위치로 창씨개명당할 거고 말이다!"

임원들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장의 말을 듣고 있으니 충분히 그럴듯해 보였다.

닌텐도의 정신이 뭔지도 모르는 저 간악한 조센징 놈들이 과연 닌텐도를 온전히 경영하겠는가?

그럴 리가 없다.

사장의 말대로 이리저리 찢어서 필요한 대로 마음껏 편식을 취한 뒤, 남은 것들은 그냥 음식물 쓰레기 버리듯이 내다 버리고 말 것이다.

"항복이다. 항복을 해야 해. 그래야 닌텐도의 이름만큼은 지켜낼 수 있다."

"그렇다면 히사타로 총리님을 찾아가서 도게자를 해보겠습니다. 모든 처분을 맡길 터이니 투항을 받아달라고 하시면, 같은 일본인으로서 히사타로 총리님도 분명히 사정을 봐주실 겁니다."

"그래. 총리님이 그래도 같은 일본인이니, 우리가 완전히 굽히고 들어가면 분명히 어여쁘게 봐주실 거다. 뭐 해? 다들 움직여!"

보통은 사장이 직접 움직여서 사죄를 청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주인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를 가신이 대신 짊어지는 법.

히사타로 총리를 찾아가는 것은 사장이 아니라 부사장의 몫이 되었다.

***

"앞으로 모든 처분을 총리 각하, 그리고 수영그룹의 의지에 맡기겠습니다. 그저 겸허히 내려주시는 말씀을 몸과 마음에 깊이 새기고, 의심없이 따를 뿐입니다."

히사타로 총리를 찾은 닌텐도 부사장은 시작부터 머리를 박으며 정중히 도게자를 했다.

진정한 사죄를 청하는, 일본 도게자 전통 예법을 구석구석 깊이 따른 행동에 총리는 흡족하게 웃음을 지었다.

"간만에 제대로 된 도게자를 봤어."

"예법에 눈이 밝지 않아 총리님의 마음을 어지럽혀 드린 것은 아닌지, 그저 송구하고 걱정이 될 뿐입니다."

"아니야. 정말 제대로 된 도게자였네. 요즘 젊은것들은 도게자가 뭔지도 몰라서, 그냥 엎드려서 고개만 대충 숙이면 되는 줄 알지. 쯧쯧……."

부사장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기 전에 제대로 도게자 하는 법이란 책을 사서 읽어보고, UCC 동영상도 찾아보며 몸에 익혀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 자네들은 수영그룹에 완전히 투항을 하겠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 대가로 바라는 것은? 내가 가능한 한 손이 닿는 한에서 최대한 노력을 해보지."

"아닙니다. 어찌 투항을 하면서 대가를 보장받을 수 있겠습니까?"

히사타로 총리의 얼굴에 더욱 진한 웃음이 그려졌다.

"저희는 그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조건 없는 투항을 할 뿐입니다. 그 마음만 살짝 굽어살펴 주십사, 간청을 드릴 뿐입니다."

"음, 자네들 마음은 내가 확실히 알겠네. 이만 돌아가 보게."

"예. 총리님."

마지막까지 무릎을 반쯤 굽힌 채 등을 보이지 않고,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는 태도가 썩 흡족하다.

히사타로 총리는 전화기를 들었다.

-하수영입니다.

"히사타로 총리요. 방금 닌텐도에서 부사장이란 친구가 왔는데, 하회장한테 항복을 하고 싶다고 합디다."

-항복이요? 이제 와서요?

"내가 같은 일본인이라서 두둔하는 것은 아니고, 이렇게 한번 울타리 안으로 투신한 친구들이 또 철통같이 충성을 다합니다. 거둬들여서 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흐음…….

"어차피 닌텐도를 운영하려면 직원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히사타로는 하수영이 당연히 이 제안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총리님 말씀은 대두 농사는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요?

대두 농사란 말에 히사타로는 당황했다.

사타로농업이 일본 축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수영농장에서 대두농사를 시작해 줘야 한다.

볏짚과 밀짚만으로는 그 많은 사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소."

-우리가 이미 합의한 것에서 제 결정을 덜어내려고 하시니, 총리님의 결정 역시 부분적으로 양보하신다는 말씀이신 줄 알았는데요.

"내가 결례되는 짓을 했어요. 그 부분에 심심한 사과를 표합니다."

-아닙니다. 총리님 본인이 아니라 저의 이익을 고려해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점은 알고 있습니다.

조금 뜨끔했었지만, 이어지는 하수영의 융통성에 총리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나이에 맞지 않게 서로 말이 잘 통하는 친구가 아닌가.

"앞으로 아무것도 중재하지 않겠소. 그냥 하 회장이 하라는 대로만 잠자코 하리다."

-지금부터 냉동물류 시스템 구축에 힘을 써두십시오. 육류 산업은 결국 냉동물류 인프라가 핵심입니다. 소와 돼지들은 사료만 잘 주면 알아서 잘 커서 신경 쓸 게 없어요.

"조언 고맙소."

전화를 끊은 히사타로 총리는 자리에 없는 닌텐도 부사장을 향해 짜증을 터뜨렸다.

"도게자만 제대로 할 줄 알면 뭐 하나. 생각지도 못하게 어른한테 피해나 끼치는 못난이 같으니."

***

닌텐도 주주총회가 열렸고, 기존이사회는 전부 해산되었다.

사외이사는 물론이고 감사까지도, 기존의 닌텐도 경영진은 한 명도 남지 못하고 모조리 퇴출되었다.

해임과 동시에 열린 선임 의결에서는 수영그룹이 추천한 친한파 인사들이 모두 통과되었다.

새로운 이사회는 일본 게임계에서도 독립성이 강해 배척을 받은 게임프로듀서가 대거 합류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어에 능통한 한국인 게임 기획자 출신들도 있었다.

"앞으로 닌텐도는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변할 것입니다. 그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될 겁니다."

새 이사회는 가장 먼저 닌텐도의 낡은 사내 시스템부터 뜯어고쳤다.

회사 클라우드와 사내 메신저, 소통 시스템을 바닥부터 갈아엎었다.

임직원들이 하는 모든 업무와 결재는 이제 이사회에서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한눈에 투명하게 들여다볼수 있게 되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를 쓴단 말입니까. 이제부터는 보안 USB 체제로 대체합니다."

"팩스? 전자 팩스 시대에 무슨 아날로그 팩스입니까? 그리고 팩스를 쓸 거면 그냥 PDF를 쓰세요."

"도장을 비스듬하게 눌러 찍으려 하지 마세요. 그냥 막 찍으세요. 이런 걸 신경 쓰고 눈치 보느라고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란 말입니다."

거침없는 체질 변화 때문에 닌텐도는 한동안 크게 앓아야 했다.

새 이사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기존 이사회를 배임 행위로 고소했다.

불법 백도어 설치로 인해 회사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큰 피해를 입혔다는 명목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앞으로 생산 거점은 장기적으로 한국으로 옮깁니다. 한국은 닌텐도 하드웨어가 필요로 하는 모든 부품을 생산하고 있어서, 한국에 공장거점을 두는 게 합리적입니다."

일본 공장은 어차피 서진파운드리의 반도체 수출 제재 때문에 가동을 못 하고, 베트남 공장은 당분간만 운영하기로 했다.

세계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만한 규모의 공장을 한국에 짓는다는 결의가 이사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엔도비를 포함한 반도체 회사들이 닌텐도 베트남과 일본 공장에 드디어 부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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