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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11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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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서 스위치 백도어 여부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스위치 기기에서 불법 정보 유출 기능이 있는 백도어를 발견했습니다."

EU는 차마 '백도어칩'이라는 말까지 발표문에 담지는 못했다.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기능인지, 하드웨어 단계에서 구현한 기능인지는 쏙 빼버린 것이다.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중국의 무역공격이 무서워서다.

러-우 전쟁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이 심심하면 잠기는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작정하고 유럽 수출물로를 끊어버리면 유럽만 더 힘들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치솟는 식재료, 원자재, 에너지 가격 때문에 유럽은 지금도 숨을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닌텐도가 전부 뒤집어쓰는 것은 유럽 입장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해외 게임사로 빠지는 국부 유출을 잠글 수 있으니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정치적인 이유에서 '스위치에서 백도어 기능을 발견했다.'라는 식으로 발표문이 얼버무려진 것이다.

-역시 일본은 믿을 게 못 된다.

-다시는 일본이 만든 그 어떤 전자기기도 사지 않겠다.

-일본 병신 새끼들은 진주만도 기습하고 나중에 선전포고 처날리더니, 수십 년이 지나도 하는 짓은 안바뀌네. 음습한 원숭이 새끼들.

유럽에서 대대적인 환불 러시가 이어졌고, 엄중한 과징금의 철퇴가 예고되었다.

한 번 칼을 뽑은 이상 닌텐도의 손가락 하나라도 잘라야만 했다.

그래야 EU의 지엄함을 지켜낼 수 있으니.

"전월 1일 이후 닌텐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모든 하드웨어의 리콜, 그리고 수입 금지를 명령합니다."

미국도 기다렸다는 듯이 유럽에 맞춰서 닌텐도의 폐를 찌르는 결정을 내놓았다.

온 사방에서 닌텐도를 공격하는 지금,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일본 국내 팬들뿐이었다.

-양키들이 닌텐도에 독을 풀었다!

-제국주의 자본가 놈들이 우리 일본의 자랑 닌텐도를 강탈하기 위해 손을 잡고 수작을 부리고 있다!

-가미카제 정신으로 맞서라! 자랑스러운 닌텐도를 서양의 마수로부터 지켜내야만 한다!

-사서 응원하자! 플레이해서 응원하자!

-백도어는 서양 열강들이 지어낸 사기다!

-기후 위기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 적 음모다.

-시발 꺼져. 그럼 작년 재작년에 일어난 폭우 폭염은 대체 뭐란 말이냐?

-닌텐도를 지키니 마니 하는데 지방방송 좀 꺼라. 이 개새끼들아.

서양의 폭거에 일본 국민들도 대응에 나섰다.

일본 소비자들은 오히려 닌텐도를 지키겠다며 들고 일어나서 응원했다.

금융정보 유출로 피해를 본 이들이 아무리 피해를 호소해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

-꺼져! 네놈처럼 개인정보도 제대로 관리 못 하는 바보들을 바로 히키코모리라고 하는 거다!

-평생 방 밖으로 나갈 일이 없으니 개인정보관리라는 게 뭔지도 모르지?

-백도어? 스위치에 그런 걸 설치한다는 게 말이 되냐? 닌텐도가 뭐가 아쉬워서? 상식적으로 백도어를 설치했으면 피해자 수가 그거밖에 안 되겠냐? 닌텐도 구매자가 일본에서만 몇 명인데?

-재일조선인이 선동하는 게 틀림없다. 일본의 자랑 닌텐도가 눈꼴시려서 어떻게든 깎아내리려고 지어내는 거다. 저놈들 집을 수색하면 틀림없이 개고기가 냉장고에 있을 거다.

-나도 재일조선 놈들이 선동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함.

닌텐도 불법정보 유출 피해자 모임카페는 온 사방에서 악플 공격과 디도스 테러에 시달리다가 끝내는 폐쇄를 맞이하고 말았다.

이제는 백도어 피해자들도 자신이 그런 피해를 입었다고 함부로 말도 꺼낼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다.

-백도어 유출 피해? 꺼져!

-너 조센징이지?

-잡았다, 조센징!

-조센징이 닌텐도에 백도어를 풀었다! 조센징을 족쳐라!

불법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재일한국교포나 그 2세, 3세보다는 토박이 일본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말만 꺼내도 한국인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서는 모두 바짝 사려야 했다.

***

히사타로 전 총리는 은퇴한 지 오래지만 막후에서 일본 정치계에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영향력 행사를 극히 자제하고 있었다.

말년 사업체인 히사타로농업 관련일이 아니고는 전화기를 드는 것을 삼가왔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수영농장 주인이 연락을 해왔다.

-총리님, 저는 닌텐도를 원합니다. 도와주시지요.

닌텐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히사타로 총리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봐야 결국 애들 갖고 노는 게임기나 만드는 회사, 그게 딱 히사타로 총리의 인식일 뿐이었다.

자동차 기술, 우주 기술 같은 국가의 중심사업도 아닌, 그저 없어도 그만인 장난감 회사가 아닌가.

"우리 사이에 사소한 도움을 전달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겠습니까? 수영그룹이 움직이고 제가 뒤에서 도우면 닌텐도 같은 작은 장난감 회사 정도야 주머니 속의 물건 꺼내듯이 손쉽게 만지작거릴 수 있지요."

일본의 전통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한국인이라면 으레 하는 덕담으로 오인한다.

하지만 이 젊은 한국인 농부는 그의 마음에 쏙 들 정도로 말뜻을 잘 알아듣는다.

-규슈 농장에서 쌀 말고 이제 밀도 슬슬 재배를 해볼까 하는데요. 이 정도 선물이면 어떻습니까?

대답도 기왕이면 일본 전통 화법에 맞춰서 해주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너무 큰 욕심이겠지.

"닌텐도는 마땅히 가야 할 길로 나아가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히사타로농업은 현재 일본 쌀 내수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었다.

붉은불개미로 전국의 벼 농가들이 망한 틈을 노리고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직접 농지를 소유하고 농사를 짓는 수영장이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가지만, 독점유통을 담당하는 히사타로농업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큰 마진을 챙기고 있었다.

'전쟁 때문에 밀값이 마침 폭등이었는데.'

일본도 원래 밀을 일정 부분 자급하긴 했다.

하지만 붉은불개미 때문에 밀농사도 박살이 났고, 현재는 비축량으로 버티면서 해외 수입에 100% 의존하는 중이었다.

'수영농장이라면 밀 역시 쌀처럼 저렴하게 재배할 수 있겠지.'

일본의 밀 내수시장까지 독점하면, 히사타로농업의 수익은 더욱 커진다.

히사타로 가문이 정치재벌의 틀을 깨고, 진정한 자본재벌의 체질까지 갖출 수 있게 된다.

권력에 이어 돈까지 갖추게 되면, 히사타로 가문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일본의 태양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내 아들이 다음 대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그만큼 더 많은 돈을 쥐고 있어야 한다.'

정치적 영향력은 이미 넘칠 정도로 쥐고 있다.

여기에 넘치는 돈까지 가세하면, 그 어떤 것도 두려울 게 없었다.

아들은 물론이고 손주, 그리고 그 다음 대까지 두고두고 거듭해서 총리 자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으리라.

중국의 국가주석 못지 않은, 오히려 합법적이고 떳떳한 일본의 쇼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나서주실 생각이신가요?

"일본의 많은 은행들이 정책보유주로 닌텐도 주식을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들은 결국 일본 내각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죠."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일본 정부도 부담스러워서 함부로 은행을 움직이긴 어려울 거 같은데요.

"어리석은 신민들을 분노의 늪에서 꺼내어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준엄한 숙명입니다."

히사타로 총리는 일반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뉘앙스였다.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겠다는.

"정 부담스러우시다면 히사타로농업에서 1년 정도 보유하고 있다가 수영그룹에 넘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곡물 구매대금 대신 주식을 고정가격으로 넘기는 것이지요."

-그럼 주식 매입은 어떻게?

"그거야 기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됩니다. 충분히 무이자로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각을 움직여 은행들로 하여금 닌텐도 정책보유주를 모두 팔게 만든다.

그리고 히사타로농업이 내각의 주선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그 주식들을 모두 산다.

이후 곡물대금을 명분으로 닌텐도 주식을 조금씩 수영그룹에 넘긴다.

아니면 수영그룹이 남은 대금을 모두 지불하고 모조리 사들여도 된다.

미국 같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히사타로 총리는 이미 일어난 일을 복기하듯이 태연히 말하고 있었다.

-좋네요. 깔끔한 거 같습니다.

"이런데 이렇게 되면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지고 과정도 여러모로 복잡해집니다. 다소 지연될 수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저도 밀을 추가하는 것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나 하고, 방금 막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히사타로 총리는 음흉하게 웃었다.

이 어린 한국인 농부는 진짜 귀신처럼 자신의 혼네 (본심)를 알아듣는다.

-히사타로농업에서 특별히 원하시는 게 있으면 말씀하시죠.

히사타로는 상대가 보상의 대가로 분명히 선을 그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히사타로농업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농업' 관련 보상만 요구하라는 의미다.

그 이상을 요구했다가는 상대가 선을 넘었다고 속으로 불쾌하게 여길것이다.

'생선유통…… 하지만 이건 수영그룹이 일본 시장에서 크게 돈을 벌고 있는 아이템이지. 이걸 달라고 하면 좋게 생각하지 않을 거 같군.'

평소 생각해 두었던 구상 중에서 무얼 꺼낼지 궁리하던 히사타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는 일본의 전 총리로서 축산업진흥에도 꽤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값싼 호주와 미국 육류에 맞서서 일본의 육류 자급화를 지켜내는 것은, 식량패권주의가 판치는 근미래 국제사회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수행해야 할 정치적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수영은 곧장 알아들었다.

-볏짚과 밀짚만으로는 그 많은 가축들 사료를 조달하는 건 어렵겠네요.

규슈 농장에서 재배하는 곡물은 엘릭서 사료를 최소한으로 쓰고, 안살린이 개발한 차세대 사료 구루마를 주로 사용한다.

테라리움과 달리 벼의 생장주기를 감출 수 없기 때문에 다운그레이드한 것이다.

-대두도 추가로 재배하겠습니다. 규슈에서 생산하는 볏짚과 밀짚, 그리고 콩으로 충분히 일본 축산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겁니다.

"귀하 덕분에 일본의 식량주권을 일본인 스스로 지키게 된 것에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양식장 이야기도 슬쩍 떠보고 싶었지만, 생선만큼은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것을 이 노회한 정치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

일본 내각이 움직였고, 은행들은 정치권의 결정에 두말없이 따랐다.

모든 은행 및 기관들은 보유하고 있던 닌텐도 주식을 전량 히사타로 농업에 팔아넘겼다.

프리미엄이 전혀 붙지 않은, 최근 6개월의 거래 기간 중 최저가를 기준으로 삼은 가격이었다.

심지어 주식을 구매할 돈이 없는 히사타로농업을 위해서 무이자로 초장기 대출까지 해주었다.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닌텐도 주식을 히사타로농업에 훌러덩 넘긴 것이다.

하루아침에 엄청난 주식이 히사타로농업으로 이동했지만, 닌텐도는 오히려 안심했다.

히사타로농업의 오너가 은퇴한 지 오래된 일본의 전 총리이자 정치 거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내각의 보호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겠구나 하고 여긴 것이다.

그게 꿈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주식이 넘어가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사장님. 히사타로농업의 메인 파트너가 수영농장입니다."

"뭐?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저도 이제 알았습니다."

닌텐도는 농업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몰랐기에, 정보가 한발짝 늦었다.

"보통 파트너가 아닙니다. 농사는 전부 수영농장이 알아서 짓고, 히사타로농업은 그냥 농산물 유통만 합니다. 수영농장 없이 히사타로농업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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