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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11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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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나는 것에 뚜껑을 덮는다.'

나쁜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하기보다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일단 가려둔다는 것.

관용구로 이어져 내려올 정도로 일본의 문화로 자리 잡은 현상이다.

이러한 극단적 회피성은 공공기관등 관료제 사회에서 극대화되지만, 글로벌 대기업이라고 해서 덜하지도 않다.

닌텐도가 지금 바로 그랬다.

E숍을 중심으로 유저들의 금융개인정보가 사정없이 유출되고 있지만, 닌텐도는 자기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E숍에 대한 어떤 외부적 공격 시도도 감지되지 않았고, E숍의 자료가 유출된 정황도 없기 때문이었다.

닌텐도는 언제나 그랬듯이 소비지들이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닌텐도는 최선을 다해 모든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기저기 개인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소비자들까지도 보호해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피해자 숫자가 어느덧 다섯 자리를 돌파했다.

이 정도면 '이거 정말 우리는 잘못 없는 거 맞아?'라고 돌아볼 법도 하련만, 닌텐도는 E숍은 아무 문제 없다는 내부 엔지니어들의 말만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리하여 소비자들의 불만은 점점 쌓여만 갔다.

이미 금융정보 누출로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는데, 닌텐도는 정작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인터넷에 피해자 모임카페를 만들어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닌텐도 이 개자식들은 진짜 마지막까지 나 몰라라 하네.

-상식적으로 E숍 이용자 중에서 금융정보 유출 피해자가 만 명이 넘었는데, 그럼 당연히 이용자가 아니라 E숍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는거 아니냐?

-근데 닌텐도는 E숍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던데.

-그럼 스위치에 문제가 있나 보지.

-이번 세대 기종은 죄다 중국산반도체가 들어갔다는 말이 있음.

-뭐? 그게 정말임?

-이거 진짜 스위치 기기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스위치가 일본에만 팔리는 것도 아닐 텐데, 다른 나라는 아무 말도 없음?

-백도어다! 중국이 스위치에 백도어를 심었다!

일본 피해자 카페가 그렇게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해결책을 찾는 사이, 일본 밖에서도 하나둘씩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해외 첫 포문은 미국이 쏘아 올렸다.

천만 구독자를 지닌 IT 스트리머가 스위치의 보안성을 폭로해 버린 것이다.

-내가 일부러 한도 300불짜리 계좌를 등록하고 스위치에 계좌를 등록했어. 그런데 계좌를 등록하자마자 곧바로 1센트가 빠져나가더니, 그 다음엔 100불씩 계속 빠져나가는 걸 확인했어.

-이상한 건, 스위치 와이파이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 이 일이 일어났다는 거야. 더 웃긴 건 뭔지 알아? 내 공유기에서는 스위치가 와이파이로 접속한 내역이 로그로 남아 있어.

-스위치에 중국이 첩보칩을 심은 건 아무래도 사실 같은데 이거 CIA가 나서야 하는 게 아닐까?

미국에서도 똑같은 피해가 동시다 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 SNS 인민군단이 발끈해서 나섰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위대한 중화는 치졸하게 반도체에 수작 같은 거 부리지 않는다.

-정말 중국이 수작을 부렸다고 가정하면, 왜 피해 수치가 전체 기종에서 10%도 안 되는 것이지?

-이건 일본 닌텐도의 음모다. 그놈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떡같이 설치해서 어딘가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병신 머저리 같은 유저들이 자기 개인 정보도 칠칠맞게 관리해서 그러는 걸 수도.

미국 네티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다 좋은데 니들 대체 어디서 뭘 보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거냐? 중국은 UCC 포털 금지 아니었냐?

-불법 다운로드거나 불법 스트리밍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중국의 저작권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바닥이니까.

-신형 스위치 기종 산 사람들은 거기 입력한 개인정보가 이미 중국에 싹 털렸다고 보면 된다.

-근데 게임기에 입력할 만한 개인 정보가 뭐 얼마나 된다고?

-닌텐도 이숍에 가입하려면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 이름, 주소, 카드번호 등등 쓸 게 얼마나 많은데.

-헐, 그럼 그게 다 털린 거야?

-다 털렸다고 봐야지. 피해 사례가 전체의 10%도 안 된다고? 100%전부 한 번에 털어버리면 중국이 자기가 한 짓이라고 까발리는 셈인데, 설마 처음부터 그렇게 하겠냐?

유럽과 한국에서도 피해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FBI와 CIA, 그리고 EU에서도 스위치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즈음에서 거짓말처럼 더 이상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기 시작했다.

닌텐도는 그거 보라는 듯이 의기양양해서 언론플레이를 시작했다.

"우리 닌텐도의 기기와 이숍 보안은 완벽합니다. 다만 개인정보를 허술히 관리한 일부 유저들 때문에 잠시 소란이 일었을 뿐입니다."

"닌텐도는 안전합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게임을 즐겨 주십시오."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는 닌텐도가 되겠습니다."

***

하수영은 CIA 동아시아 지부장을 만나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닌텐도 스위치에 들어간 모든 중국산 반도체에서 백도어칩이 발견되었습니다."

"모든?"

"예. 표본 조사한 샘플 전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니 모든 기종에 백도어칩이 들어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친구들은 참 간도 크네요. 처음부터 버젓이 그런 짓을 하면 자기들 반도체 신뢰가 박살 날 텐데. 이거 회복이 되겠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정보 탈취 작업을 시도한 거 같습니다. 정보 탈취가 너무 많으면 빼도 박도 못하고 중국 반도 체가 의심받게 되니까요."

"혹시 테스트였습니까?"

하수영이 본질을 바로 짚어내자 CIA 지부장은 역시, 하고 속으로 감탄했다.

"네. 진짜 목적은 테스트로 보입니다. 반도체 백도어가 일본 시장에서 어디까지 통하는지 1차적으로 가늠한 것 같습니다. 눈치가 빠르시군요."

"겨우 스위치 E숍 사용자들 개인 정보 팔아넘기려고 움직이진 않았을 테니까요. 앞으로 닌텐도에 반도체를 더 못 팔지도 모르는데."

"중국은 닌텐도가 가지는 한국 혐오, 한국 멸시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회사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 기업에는 숙이지 못한다는 걸 확신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닌텐도의 자존심은 엄청나죠. 나노소프트가 백지수표를 불렀을 때에도 그 친구들은 비웃으면서 협상을 결렬해 버린 놈들입니다."

"이런이런. 지부장님도 아직 일본을 잘 모르시는군요."

하수영이 가볍게 실소를 흘리자 지부장의 눈이 진지해졌다.

"제가 놓친 게 있다면 가르침을 주십시오."

"닌텐도는, 아니, 일본은 말입니다. 절대로 스스로 먼저 제 앞에 고개를 숙이지 못해요. 자존심만 너무 높아서 말이죠."

"그건 제가 이미 말씀드린……."

"스스로 먼저, 이게 포인트입니다."

"예?"

"숙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개를 숙일 만한 명분이나 구실을 만들어주면 기다렸다는 듯이 납작 엎드릴 거란 말입니다."

"그 구실이라는 게……."

"폭력이죠."

"……."

"머리를 발로 밟아서 강제로 엎드리게 해주는 거, 누구보다 닌텐도가 그걸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걸요? 그래야 힘이 부족해서 폭력에 굴복했다고 면피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냥 먼저 굽히면 오히려 더 피해가 적지 않습니까?"

"그랬다가는 자존심도 없이 한국에 겁먹고 항복했다고 주변에서 이지메당해요. 놈들은 지금 그게 더 무서운 겁니다."

지부장은 2차 대전 당시 끝까지 미국에 항복하지 않고 발악했던 일본제국군인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막상 포획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 양이 돼서 모든 걸 불고 착실히 따랐다. 그래서 미군은 이게 역정보 공작이 아닌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또한 다 같이 항복을 한 처지에, 항복을 먼저 한 순서를 가지고 자기들끼리 계급을 나눠서 겁쟁이니 뭐니 하면서 군영 내 이지메를 하곤 했다.

"이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괴롭혀오면 저놈들, 항복하고 싶어도 절대 못 합니다. 일본 국민들 눈에는 뜬금없이 닌텐도가 '조센징한테 투항한 모지리 겁쟁이'가 되거든요."

"일본을 정말 잘 아시는군요."

"그래서 놈들이 바라는 방식으로는 공격 안 해주는 겁니다. 공개 주식모집 같은 정면 공격이요."

"닌텐도가 정면 공격으로 자기들을 무릎 꿇리기를 바란다는 거군요."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항복을 해야 한다면 그런 식으로 이뤄지길 바랄 겁니다."

하수영은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근데 게임과 전쟁은 상대가 빡치는 방법으로 싸워줘야죠. 음습하고 치졸하게 뒤에 숨어서 잽만 날리는 식으로 자빠뜨릴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가져온 정보가 좋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물론이죠.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이거는 용돈으로 쓰시죠."

하수영이 달러 지폐가 가득 든 가방을 내밀자 지부장이 손사래를 쳤다.

"아유, 괜찮습니다. 이런 걸 받으면 큰일 납니다."

"얼마 안 돼요. 겨우 백만 달러입니다. 그냥 수고비 용돈이에요. "

"이거 받으면 저 큰일 납니다."

"왜 큰일이 나죠? '조국'이 주는 성과금인데?"

"……."

"아니면 CIA는 '그 조약'을 무시하기로 한 겁니까?"

하수영을 미국 그 자체로 대우한다는, 의회의 승인까지 받은 특별조약.

그 조약의 논리대로라면 하수영이 지부장에게 지급하는 용돈은, 국가가 국고에서 정당하게 지출하는 공무적 포상금이다.

"거절할 수 없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염치불구하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감사할 거 없습니다. 업무와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포상금입니다. 정감사할 거면 본인의 열정에 자화자찬하세요."

지부장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사람이니까 미국 그 자체로 대우한다는 관계를 기꺼이 조성할 수 있구나 싶었다.

가슴 벅찬 상상이 솟구쳤다.

차라리 영국 왕실처럼 하수영이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 미국의 왕으로 공식 등극한다면, 미국이 얼마나 더 강대해질까.

얼마나 더 굳건한 헤게모니를 구축할 수 있을까.

***

한국 과기부에서 신형 닌텐도 스위치 기종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닌텐도 신형 스위치 기종에서 백도어 칩이 발견되었습니다. 악의적으로 불법 백도어 장치를 탑재한 기종의 국내 수입을 금지합니다."

과기부의 공식 발표는 한국의 게임시장을 흔들리게 만들었고, 유저들은 경악하며 너도나도 환불러시에 동참했다.

한국닌텐도는 과기부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며 환불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으나, 행정부에서 강제 행정명령으로 환불을 진행했다.

여기에 불법정보유출 백도어 칩문제로 천문학적인 징벌적 과징금을 때렸고, 한국닌텐도는 유지가 힘들 정도로 크게 휘청거렸다.

한국 시장은 닌텐도 입장에서 그렇게 위협적인 매출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이 불법 백도어를 공식적으로 입에 담으면서, 닌텐도는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유럽 등 다른 나라 사용자들도 의구심을 품고 환불러시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껏 사태가 수그러드는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한국 정부에서 뒤통수를 친 셈.

"한국 정부가 나선 게 아닙니다. 수영그룹에서 한국 정부를 움직여서 뒤통수를 친 겁니다."

"으으으! 이렇게 음습하게 갑자기 뒤통수를 치다니! 엔도비를 움직여서 반도체 공급을 끊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불법 백도어칩으로 모함까지 해?"

더 화가 나는 것은 수영그룹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급을 끊은 것도 미국 반도체 기업이 한 것이고.

백도어 칩으로 모함 공격을 한 것도 한국 정부였다.

수영그룹은 어디에도 자신들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그림자를 유감없이 크게 보여주면서, 뒷배에서 자신들이 조종하고 있다는 걸 전혀 숨기지 않는다.

"유럽에서 반품 러시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EU에서 아무래도 신형 기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모양입니다."

"미국도 전량 리콜 조치를 강제할 모양입니다."

닌텐도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궁지에 몰아넣는 실체도 똑똑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실체는 철저히 남의 뒤에 숨어서,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약만 바짝 올리고 있었다.

"수영그룹, 이놈들! 공격을 할 거면 정정당당하게 공격하란 말이다! 사무라이 정신도 모르는 비겁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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