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94화 (1,194/1,270)

프랜차이즈 갓 1194화

278장 컨텐츠가 필요합니다 (1)

「마스터, 드디어 끝났습니다.」

하수영은 프리덤의 보고에 잠시 뭐가 끝났다는 것인지 생각했다.

이것저것 시켜놓은 게 하도 많다 보니, 밑도 끝도 없이 끝났다는 말만 들으면 감이 안 잡힌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경영시뮬레이션 온라인게임, 팜버스가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이야. 진짜 오래 걸렸네. 대체 몇 달이 걸린 거냐?"

「제 새 메탈바디의 성능 테스트를 요하는 게임 구축 프로젝트였던 만큼 호락호락 대강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만들었습니다.」

프리덤의 친근한 기계음은 어느 때보다 당당함과 뿌듯함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정도는 이제 스스로 알아서 구현할 줄 안다.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닙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면, 그럼 뭐냐?"

「언젠가 먼 훗날 인류가 자신의 정신을 서버에 업로드가 가능해지는 날, 그때 완벽한 가상세계에서의 영원한 삶을 누린다는 가정하에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습니다!」

"그래 봐야 가상현실 게임이지. 근데 지금 기껏해야 VR기기 정도밖에 없을 텐데? 신경접속 모듈이 보급되려면 한참 멀지 않았나?"

「마스터께서 언젠가 지루함이 깊어지거나 색다른 걸 해보고 싶은 변덕이 들 때 신경접속 모듈도 꺼내시겠죠. 그때를 대비해서 최고 수준으로 게임 속 세상을 창조했습니다.」

"야. 근데 가상현실 수준으로 게임을 만들어놓으면 서비스를 할 수가 없잖아. 지금 신경접속 모듈은 나오지도 않았고, 딱히 내가 꺼내놓을 생각도 없다고."

「상관없습니다. 하위 버전으로도 얼마든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VR기기로도 즐길 수 있고, PC, 콘솔, 심지어 모바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단말기마다 서로 다른 버전으로 내게?"

「아닙니다. 게임 자체는 하나의 통합 서버,통합 월드입니다. 단지 플레이어는 그때그때 게임 플레이 상황에 따라서 매번 다른 단말기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겁니다.」

아침 출근길에는 모바일로 간단하게 게임을 하고.

회사에서는 PC로 월급 루팡을 하면서 게임을 하고.

저녁에는 쇼파에서 콘솔 컨트롤러를 잡고 뒹굴거리면서 게임을 하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VR기기를 착용하고 게임을 하고.

「당연히 접속 단말기에 따라 게임에서 유저를 지원하는 정도가 달라 집니다. 모바일이나 콘솔로 게임하는 유저는 더욱더 많은 보조적 기능을 제공해야지요.」

모바일이나 콘솔은 아무래도 PC만큼 정교하고 복잡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간단한 터치나 조작으로 게임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도록 강력한 보조 기능이 제공된다는 게 프리 덤의 설명이었다.

하수영은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개요는 좋네. 근데 겨우 농사짓는 게임인데 뭐 그렇게 복잡한 플레이라고 할 만한 게 있냐?"

「그럼요. 농사를 짓기 위해서 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거친 대자연과 끝없는 투쟁을 해야 하고, 각종 농기구도 직접 만들어야 하며, 따라서 광석 채굴을 통해 원재료도 확보해야 합니다.」

프리덤은 열을 띠고 설명했다.

「원재료나 부품을 가지고 유저끼리 거래를 할 수도 있고, 농사보다는 아예 농기구 생산 쪽으로 루트를 잡는 유저도 나올 겁니다.」

"흐음."

「어디 농기구만 만들겠습니까? 농사에 필수적인 기상 상황 체크를 위해서 기상위성도 쏘아 올려야 하고, 그래서는 고도의 문명 발전이 필요 합니다.」

"이건 이미 농사짓는 게임이 아닌데. 그냥 문명발전류 게임이잖아."

「아뇨. 이 게임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농사의 고결함을 일깨우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근데 지금 들은 대로라면 농사보다는 딴 거에 더 흥미를 느끼는 유저들이 많이 나올 거 같은데. 그럼 농사짓는 게임이라고 할 수가 없지."

「그래서 게임에 농사의 신이 나옵니다. 농사를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는 세계관을 강제하지요.」

"농사의 신?"

「예. 주기적으로 일정한 농산물을 공양받는 신입니다. 얼마나 귀중한 작물을 얼마나 많이 공양했느냐에 따라 유저는 다양한 공적치와 경험치, 아이템, 업적, 던전 출입 권한 등등의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흠. 그럼 결국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거군."

「그럼요. 단지 플레이어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직접 수확해서 공양물을 바치느냐,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농산물을 확보해서 공양물을 바치느냐, 그런 차이죠.」

"공양을 바치면 이득만 얻는 거냐? 그 반대의 개념은 없냐?"

「당연히 있습니다. 일정한 공양을 바치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신의 분노를 사게 되는 거죠.」

"이래나 저래나 농산물에 신경 쓸 수밖에 없겠군."

「그래도 항상 숨이 턱턱 막히게 진행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이니까요.」

"그럼 바로 즉시 출시할 수 있는 거냐?"

「그럼요. 그 전에 먼저 마스터가 클로즈베타 테스터를 해주십시오.」

"한번 보자."

하수영은 VR고글을 쓰고 게임에 접속했다.

그 다음에는 PC로, 콘솔로, 마지막으로는 모바일로 게임을 플레이했다.

풀템과 만렙으로 무장하고 게임 속도를 빠른 배속으로 돌린 채로 게임을 체험했다.

"게임 만들랬더니 진짜 가상 세계 하나를 만들었네. NPC들은 왜 이렇게 정교해?"

「후후, 저 NPC들은 자기가 NPC라는 것도 알지 못합니다.」

"네가 조종하는 거 아니야?"

「제가 관리하긴 합니다만, 저와는 별개의 연산 모듈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사고연산 모듈에서 전부 분리시키고 독자적인 연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죠.」

"그러다가 NPC 본연 목적을 벗어나서 플레이어를 방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변수까지도 전부 게임의 일부 요소인 겁니다, 마스터.」

"흐음. 알았다. 그럼 언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좋으려나."

「마스터, 그런데 당장 출시하기에는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뭔데?"

「저는 팜버스를 가장 극적인 순간에 공개해서 홍보 효과를 높이고, 또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고 싶습니다.」

"극적인 순간?"

「예.마스터, 머지않아 화성으로 유인탐사를 떠나지 않습니까?」

하수영은 알겠다는 듯이 피식거렸다.

"우주비행사들한테 클로즈 베타를 시키려는 거냐?"

「네. 어차피 궤도에 접어들면 우주비행사들이 특별히 할 건 없습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 말고는 할 게 없죠. 남는 여가 시간에 팜버스를 플레이하게 하는 겁니다.」

"확실히 홍보 효과는 제대로 누리겠어. 그건 나도 생각해 본다."

「그리고 팜버스 안에서 누릴 만한 컨텐츠가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웬 컨텐츠?"

「게임 속의 게임 말입니다. 농사란 자고로 기다림의 영역, 성장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머리를 식히며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 안에 다른 게임을 넣겠다고?"

「예. 그리고 그 게임들은 이미 유저들이 익숙한 기존 게임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가볍고 쉽고 편안하게 즐길 만한 게임이면 더 좋고요.」

하수영은 프리덤이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게임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무슨 게임을 생각하고 있는데?"

「닌텐도요.」

"닌텐도라. 걔들은 절대 다른 곳에 자기 IP 주지 않을 텐데."

「그래서 안 되는 겁니까?」

"절대 안 해주는 놈들이니까 졸라 재밌겠다. 당장 하자."

***

일본 닌텐도 본사는 갑작스러운 손님을 맞이해서 시끌시끌한 상태였다.

느닷없이 한국의 하수영이 비즈니스 이야기가 있다며 미팅을 요구해온 것이다.

비즈니스 안건도 닌텐도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 우리 게임을 자기가 만든 플래폼에서 서비스하고 싶다고?"

닌텐도 사장 후루카 순타로는 임원들과 함께 껄껄 비웃음을 터뜨렸다.

"이거이거, 하수영 회장인가 하는 그 친구 아주 감이 없군 그래."

"먹거리로 돈 좀 벌었다고 비디오게임 시장이 참 우습게 보이나 봅니다."

"에이, 갑자기 성장한 졸부 중에 이런 사람이 어디 처음이었습니까?"

"옛날 나노소프트가 엑스코트 게임기에 우리 게임 넣으려고 찾아와서 미팅했던 게 생각나는군요."

당시 나노소프트는 백지수표를 제시할 테니 닌텐도를 팔라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닌텐도 임원들은 아무 말없이 그저 크게 웃으며 그 자리를 나왔다.

나노소프트 입장에서는 제대로 큰 망신을 당한 것이다.

"수영그룹은 나노소프트와 친할 텐데,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나 봅니다."

"그냥 엑스코트 시리즈 게임이나 들여올 것이지, 주제에 무슨 우리 닌텐도 게임을 바라는 건지."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하하, 우리도 돈은 아주 많은데 말입니다."

닌텐도의 시가총액은 미화로 무려 720억 달러에 달하는 수준.

게임과 휴대기기 관련해서 어마어마한 특허를 가지고 있어서, 제대로 특허권 주장을 하면 전 세계 게임업계가 뒤집어질 수 있다.

다양한 독점 킬러 타이틀을 통해 닌텐도 게임기를 구매하지 않으면 게임을 즐길 수 없게 강제하는 독자적 생태계 또한 닌텐도의 강점.

닌텐도는 망할 일 없이 반영구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아무리 큰돈을 준다 해도 팔아치우는 것 자체가 바보짓인 셈이다.

"하수영 회장이 왔습니다."

"음, 그래도 먼 길 오신 이웃나라 손님이니까 정중히 맞이해야지요. 다들 너무 다그치지는 말도록 합시다."

"나노소프트 때처럼 했다가는 아주 분노해서 생선 공급을 끊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에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고리야마 사장하고 아주 친해서 우리 때문에 그런 화풀이를 할 순 없어요."

"그럼 뭐 마음 놓고 몰아붙여도 되는 거 아닌가요?"

임원들은 다들 즐겁게 떠들며, 하수영이 기다리고 있을 회의실로 향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혼자였다. 수행비서나 경호원도 일절 거느리지 않았다.

돈이 많으면 당연히 그런 수행이나 안전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할 텐데, 졸부라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는 편견만 더 진해지게 만들었다.

후루카 순타로 사장은 친근한 미소를 머금고 일본어로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닌텐도 사장 후루카순타로입니다."

"반갑습니다. 하수영입니다."

뜻밖에도 하수영의 일본어 발음은 자연스러웠다.

그저 유창한 정도가 아니라, 일본에서 태어나고 쭉 살아온 사람 같았다.

그러나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본 후 루카 순타로는 발음만 네이티브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인 특유의 속내를 숨기고 겉치장을 중시하는 화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화법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한국인이란 성질이 급하단 말이지.'

"저희 게임을 귀사의 플래폼에 서 비스하고 싶으시다고요."

"네."

"혹시 어떤 플래폼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후루카 순타로는 당연히 프리덤폰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수영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제가 이번에 오픈 월드 게임 하나를 만들었는데 그 안에서 닌텐도 게임도 즐길 수 있게끔 서비스했으면 합니다."

"오픈 월드 게임? 지금 게임 속에서 게임을 판매하겠다는 말입니까?"

"네. 하드웨어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부 지원할 생각입니다. VR기기, PC, 여러 콘솔, 모바일까지도요. 당연히 귀사의 닌텐도 하드웨어도 여기에 포함될 겁니다."

하수영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하시는 숫자를 무조건 맞춰드리겠습니다. 제가 뭘 해드리면 닌텐도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을까요?"

"유감이지만, 우리는 타 플래폼에 절대로 게임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얼마를 주든 변하지 않는 원칙입니다."

"아, 그럼 제가 닌텐도를 살 순 없을까요? 회사를 제게 파시죠."

그 말에 후루카 순타로를 포함한 임원들이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대화를 교환했다.

어찌 보면 혼자인 이쪽에서는 불쾌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하수영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기다렸다.

"혹시 나노소프트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백지수표를 줄테니 회사를 팔라고 했고, 우리는 웃으면서 그대로 회의실을 나왔지요. 회장님은 그때와 똑같은 말씀을 하고 있군요."

"못 판다는 건가요?"

"팔지 않습니다."

"그럼 저도 앞으로 닌텐도에는 반도체 칩 일절 안 팔게요. 유익한 만남이었습니다."

하수영은 그대로 일어나서 회의실을 나가 버렸고, 사장과 임원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그만 얼어붙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