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92화
277장 달콤한 독점 전기(2)
수영조명이 본격적으로 전력사업을 개시한 이후, 다른 전력회사들은 하나둘씩 사업을 접고 있었다.
발전사업은 정리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 절차가 소모된다.
때문에 당장은 접지 못하고 전력 공급 서비스가 이어질 뿐이지, 내부적으로는 이미 폐업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사업을 위해서 이미 매입했거나, 매입하기로 되어 있는 연료까지는 다 써버리고 접어야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석탄, 가스 민간발전소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당장 가지고 있는 연료라고 해봐야 몇 개월 안에 정리할 수 있으니까.
때문에 벌써 최소한의 직원만 남기고 대량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폐업을 앞둔 정리해고이기에 법적으로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다.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였다.
한국수력원자력 공사는 현재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를 어찌해야 할지 발만 동동 굴렀다.
"우라늄 구매 계약은 위약금을 물어서라도 모두 취소하고, 남은 연료봉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만 발전소를 돌려야 합니다."
"근데 그렇게 하면 발전 단가를 못맞춰요. 수영조명 가정 공급단가를 보세요."
"생산원가만 놓고 보면 우리가 그리 비싼 것도 아닙니다. 한전이 챙기는 유통수수료만 조절하면 손해는 안 볼 수 있어요."
한수원은 당장 사업을 접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처지였다.
수력 발전소는 물을 저장하는 댐의 역할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는 당장 가동을 중지하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손해이기 때문에.
하지만 원전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주민들이 들고일어나서 시위했다.
-해로운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당장 중지하라!
-안전하고 깨끗하고 값싼 핵융합전기가 있는데 원자력이 웬 말이냐!
-원자력 발전소는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더 일찍 가동 중지하는 게 이익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핵폐기물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왜 한수원은 핵폐기물 장기 보관에 들어가는 돈은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더 이상 후대에 더러운 방사능 덩어리들을 물려줘선 안 된다! 이미 충분히 많이 쌓였다!
-니들 알량한 월급 주자고 후손들에게 핵폐기물을 물려줄 순 없다! 당장 원전 가동을 멈춰라!
주민들은 완벽한 대체재가 이미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데도 위험한 원전을 계속 가동한다는 현실을 이해 하지 못했다.
국민들 또한 마찬가지로, 싸늘한 눈으로 원전을 주시했다.
-원전은 가동 중지하는 데도 시간 오래 걸린다며, 지금 바로 정지 절차 시작하는 게 이익이지 않나?
-무조건 이익이지. 아니, 핵융합전기 펑펑 쏟아지고 있는데 핵물질 뿜뿜 만들어내는 원전을 뭐하러 계속 굴림?
-딱 봐라. 한수원 직원들하고 협력 업체들 먹여 살려야 한다면서 어떻게든 원전 계속 끌고 가려고 할 거임.
-박부성 대통령이 칼침을 좀 놔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원전들은 방사능 폐기물을 생산하는 중이다ㅋㅋㅋ
오랜 메이저 언론사 중원일보는 수영조명과 전력공급계약을 맺으려고 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있는 계약요청서를 양식에 따라 보내도 좀처럼 답이 없었다.
결국 답답해서 전화를 했는데, 상대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프리덤이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수영조명 고객센터 AI상담사 프리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중원일보 총무부장은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프리덤이 전화 상담에서 사용되는 것을 그는 처음 겪었기 때문이었다.
"왜 프리덤 네가 상담하는 거냐?"
「수영조명은 모든 고객상담을 저, AI상담사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콜센터 자체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건비보다는 그런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일자리를 굳이 만들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크다.
있던 걸 없애는 것은 반발이 크지만, 처음부터 없었던 거라면 문제될 게 없으니까.
"크흠. 알았다. 나는 중원일보 총무부장인데, 우리가 수영조명에 전력 공급 계약을 맺으려고 연락했거든?"
「예, 알고 있습니다.」
"근데 도통 대답이 없어서 말이야.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좀 알려줄 수 있을까?"
「경영지원부서에서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아직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현재 업무가 많이 밀려 있는 상태입니다.」
"아, 그런 거냐?"
「예. 어떻게 된 건지 자세한 상황은 상담부서에서도 알 수 없지만, 현재 경영지원부서는 매우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태라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근데 우리가 너무 급해."
「알겠습니다. 제가 경영지원부서에 연락해서 최대한 서둘러 달라고 요청하겠습니다. 중원일보라고 하셨죠?」
"그래. 중원일보 서울사옥."
「요청 전달하겠습니다. 답변이 나오는 대로 메일로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꼭 좀 부탁한다. 가능하면 이번 주 안으로는 설치가 됐으면 좋겠어. 우리가 지금 매우 급하단 말이야."
「그 부분도 전달을 올리겠습니다.」
총무부장은 비로소 안도했다.
"전국의 그 많은 회사와 가정들이 한꺼번에 변경하고 있으니까 밀릴 수밖에 없긴 하겠어. 아니, 그래도 그렇지! 우리가 누구야! 대한민국의 여론과 민심을 주도하는 가장 강한 펜 아니야? 감히 우리를 이렇게 홀대할 수가 있냐고?"
처음에는 납득한 것처럼 중얼거리던 총무부장은 뒤로 갈수록 점점 화가 나서, 급기야는 목소리까지 높였다.
팍!
그때 또다시 사무실에서 전기가 나가버렸다.
블랙아웃 현상이다.
"X발. 또 전기 나갔네. 대체 한전놈들은 전기 관리를 어떤 식으로 하는 거야!"
현재 전국의 전력망은 한전에서 수영조명에 임대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수영조명이 전력시장의 과반을 점유한 이상, 그렇게 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 중원일보는 잦은 정전에 시달렸다.
한전에 문의를 해보니 블랙아웃 현상이 요즘 잦다는 말뿐이었다.
-발전소에서 전기 공급이 안정치 못하다 보니까 블랙아웃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전력생산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므로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핵융합 전기가 펑펑 남아 돈다면서요! 근데 블랙아웃이 일어나는 게 말이 됩니까!
-핵융합 전기는 수영조명과 계약을 맺은 곳에만 공급되고 있어서, 좀 상황이 다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차피 송전망은 한전이 깔아놓은 걸 수영조명에서 임대해서 쓰는 거라며!
-자세한 상황은 저희도 알지를 못해서…… 아무래도 수영조명에서 송전망에 전용 송전선을 따로 연결해서 기존 송전망과는 분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송전망은 하나인데, 강릉 발전소에서 오는 전기는 비가입자 회사로는 들어올 수 없다?
중원일보 입장에서는 조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었다.
며칠이 지났다.
중원일보는 그동안에도 계속 블랙아웃에 시달렸다.
거의 하루에도 1/4 이상은 정전상태로 보내야만 했다.
답답한 나머지 총무부장은 다시 수영조명 콜센터에 연락했고, AI상담사 프리덤과 연결되었다.
"프리덤. 대체 언제 가입할 수 있는 거지?"
「죄송합니다. 지금 경영지원부서는 업무 과부하로 터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순서대로 차근차근 검토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송전망을 관리하는 건 수영조명 아닌가? 기존 전기도 제대로 공급이 되고 있지 않은데, 대체 무슨 문제야?"
총무부장은 답답해서 샤우팅을 했다.
「송전망은 문제없이 관리되고 있습니다. 원인은 다른 발전소들의 전력 생산이 매우 들쭉날쭉하다는 겁니다.」
"발전소 문제라고?"
「예. 원래 발전소는 24시간 쉬지 않고 꾸준히 전력을 생산해야 합니다. 그래야 도시와 공단, 가정에 끊이지 않고 전기를 보낼 수 있습니다. 어디에 모아뒀다가 보내는 게 아니라 생산하는 족족 내보내는 방식이니까요.」
"그럼 발전소들이 농땡이를 피운다고? 왜?"
「생산단가 문제입니다. 어차피 소비량은 줄었고, 받는 돈은 똑같으니, 전력 예비율에 맞춘 수준으로 전기를 띄엄띄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예비율인지 뭔지 아무튼 규정만 잘 지키면 문제없는 거 아니냐?"
「지금 발전소들끼리 제대로 된 공동협조가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불필요하게 많이 생산하는 시간이 있고, 반대로 다 같이 손을 놓고 생산하지 않는 시간이 있고, 그렇다 보니 블랙아웃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시스템 문제야? 그렇게 우리나라가 후진 거냐?"
「그냥 폐업하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덜 손해를 보고 싶은 이유에서 다들 자기 위주로 발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무부장은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그러니까 기존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들 간의 눈치 싸움 때문이라고?
결국 해결책은 수영조명이 하루빨리 전기를 공급해 주는 것뿐이라고?
"프리덤, 도대체 검토는 언제 나는 거냐?"
「기다려 주십시오. 결정이 나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경영지원부서에 이미 요청을 넣은 상태입니다.」
"제발 좀 부탁한다. 지금 전기가 들쑥날쑥해서 회사가 업무가 제대로 안 되고 있어."
「알겠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가고, 그렇게 시간이 가도 수영조명에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제는 하루에도 한두 번씩 매일 수영조명에 전화를 걸어서 추이를 알아보는 게 총무부의 고정 일과가 되었다.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검토 중입니다.」
「확인되는 대로 바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총무부장은 다른 언론사들 소식을 그제야 듣게 되었다.
그들도 자신들처럼 잦은 블랙아웃문제로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전기가 제대로 들어와야 회사에서 일을 하고, 기사도 작성하고, 서버도 돌리고 할 텐데,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전기가 나가 버리니.
이제는 겨울 빼고는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날씨인데 전기가 안 들어오니 제대로 업무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거 아무래도 이상하다. 수영조명에서 일부러 우리 언론사들을 배척하는 거 같은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부장님."
이제 총무부장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소름이 끼쳤다.
-지금은 곤란합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전기공급 가입 문의를 할 때마다 수영조명이 반복적으로 돌려줬던 대답은, 사실 가입을 받지 않겠다는 거절 의사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그간 수영그룹을 물고 늘어졌던 언론사들만 전기 공급 계약에서 쏙 빠질 리가 없었다.
알아보니까 사옥 주변에 있는 다른 회사들은 가입을 요청하는 족족 즉시 처리되었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은 언론사들은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그들은 즉시 수영조명을 합동으로 찾아가서 항의했다.
그제서야 그들은 겨우 수영조명 사장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뭔가 큰 문제가 있었군요. 제가 지금 바로 돌아가서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똑바로 해결하십시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펜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게 될 겁니다."
"네, 제가 책임지고 알아보겠습니다."
대전까지 내려왔던 언론사 임원들은 그런 확답을 받고 나서야 서울로 돌아갔다.
이만큼 분노를 보여줬으니, 이제는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은 채.
그들이 사라지자마자 수영조명 사장은 혼자 웃었다.
"그 잘난 펜? 그것도 전기 없으면 못 써, 이것들아."
언론사들이 아무리 거세게 항의해도, 검토 중이라고 무한 반복하면 그만이다.
수영조명의 입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우리 회장님을 물어뜯어 댄 니들한테 전기 팔 바에는, 차라리 폐업을 하고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