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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88화 (1,188/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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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1188화

276장 미끼를 물었다 (1)

무선 전기 카드는 숨겨둔 채, 핵융합 패를 먼저 까버렸다.

국내 증시가 뒤집어지고, 전력회사들은 탄식을 내뱉었으며, 일반 가정은 크게 환호했다.

"전기료를 싸게 해준다면 대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싸게 해준다는 거지? 뭐 정확한 가이드 같은 거 나온 건 없나?"

"아직 세부적인 지침은 없는데, 상한선은 수영조명에서 벌써 발표했네."

"뭐라고?"

"부가세 포함해서 월 2,000kWh를 썼을 경우 99,000원이 될 거라고 하네."

"근데 2,000kWh면 어느 정도야?"

"보통 1,000kWh를 넘기면 슈퍼 유저라고 한단다."

"슈퍼 유저라고 하니까 뭔가 멋지다."

"좋은 의미는 아니니까 멋지다고 할 필요 없어. 1,000kWh 이상 구간부터는 300~400kWh 구간보다 3.7배나 더 올려서 받거든. 전기 요금이 진짜 토 나오는 거지."

"그럼 2,000kWh가 9.9만 원이라는 건……."

"엄청 엄청 싼 거지. 지금 일반가정 기준으로는 아무 생각 안 하고 펑펑 써도 무조건 몇만 원대로 나온다는 거니까."

"근데 2,000을 넘기는 가정은 그럼 어떡해?"

"야! 일반 가정에서 2,000을 넘기려면 100인치 TV가 서너 대 있고 에어컨 한 10개 이상 되는 방 10개 짜리 집일 텐데, 그런 집에서 전기 료 걱정을 할 거 같아?"

"아, 그런가?"

"하여튼 우리나라는 꼭 없는 것들이 부자들 걱정해 주고 자빠졌다니까. 그러니까 개돼지 소리 듣는 거지."

소비자들은 전기료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크게 부풀어 올랐다.

수영조명에서 한국전력공사와 정식으로 접촉해서 전기 판매를 거론했다.

"강릉 발전소는 근데 너무 거리가 멀어서 송전 중 손실이 크지 않습니까? 전국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손해가 엄청날 텐데요."

"걱정 마십시오. 거리 때문에 손실이 크다면 더 많은 전기를 보내면 됩니다."

"아니, 그게 무슨……."

한전 측 인사는 이런 말이 나올 줄 몰랐는지 당황했다.

수영조명 사장은 온화한 미소를 띤채 말했다.

"송전 중 손실은 우리가 부담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각 가정의 전력소비측정기 기준으로 전기 요금을 물리지 않습니까?"

가장 중요한 논리부터 격파당하니, 한전 측은 백기를 내세워 점령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분간은 한전의 송전망을 이용하지만, 우리 수영조명에서 차차 독자적인 송전망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아니, 어째서입니까? 이미 존재하는 송전망을 놔두고 따로 구축하는 건 심각한 낭비입니다. 자원과 인력, 시간도 낭비지만 무엇보다 이 좁은 국토에서 또 다른 송전망을 깐다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그 부분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낭비는 없을 테니 안심하세요. 우리는 미리 통보만 해두는 겁니다."

수영조명 내부에서 무선 전기를 아는 이들은 극소수이며, 전부 과학자들이다.

사장 본인도 무선 전기는 알지 못했다.

다만 로한에게 귀띔받은 대로, 독자적인 송전망 구축을 준비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사장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미 있는 송전망 대신 따로 만드는 게 국토 낭비이기는 하지만, 로한 교수라면 더 좋은 송전망을 구축하겠지.'

눈앞에 있는 한전 인사가 애처로워질 지경이다.

'한식 송전망이 전국에 깔리게 되면 기존 한전 송전망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 모조리 철거될 테고. 그럼 결과적으로 국토 낭비가 아니지.'

오히려 더 성능 좋고 효율적인 송전망으로 대체함으로써, 한국의 에너지 혈맥이 새롭게 태어나게 되지 않는가.

그리고 그렇게 되면…….

'한전은 더 이상 존재 의의가 없지.'

수영조명이 전기도 생산하고, 각 가정에 직접 공급까지도 한다. 산업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아무 문제 없다.

전력 공급 시스템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컴팩트해지며, 극도의 효율성을 띠게 된다.

앞으로 지어질 것들까지 포함해서, 전국의 핵융합 발전소에서 모든 산업체와 회사, 가정 구석구석까지 효율적으로 값싸고 깨끗한 전기가 공급된다.

상상만 해도 아름다운 풍경이 될 것이다.

과연 이 사람은 자신의 직장이 언젠가 없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

핵융합 전기가 온다!

전력 카르텔은 살아남기 위해 아우성을 쳤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와중에 수영조명은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팔기 시작했다.

한전 공급가가 훤히 공개되기 때문에, 한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기 요금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전력회사들은 중대한 고민을 해야 했다.

더 나아갈 것이냐, 이쯤에서 접을 것이냐.

"핵융합 발전을 무슨 재주로 이깁니까? 단가든 뭐든 도저히 상대가 안 니다. 가능한 빨리 접는 게습니다."

"더 밀어붙여 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입니다. 무조건 빨리 접는 게 남는 겁니다."

밑에서 줄줄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건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오너들은 좀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전력 시장은 매출이 상시 보장된 안정된 캐시카우.

지금까지 한전에 빨대 꽂고 빨아먹은 돈이 워낙 달달했기에, 섣불리 손을 놓기가 망설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전기 카르텔 오너들의 망설임을 깡그리 날려 버리는 소식이 새로 떴다.

[정부, 전국적으로 전기보일러 교체 사업을 지원하기로 결정.]

[가스보일러를 전기보일러로 교체 시 70%의 보조금 지원.]

[지금 전국은 전기보일러 교체 광풍!]

가정용 전기보일러는 그동안 인기가 없었다.

초기 설치비용이 높고, 전기료 누진제로 인해 마음 놓고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료 걱정은 수영조명 덕분에 이제 해결이 됐다.

그리고 정부에서 전기보일러 보조금까지 70%나 지원을 해준다고 나왔으니.

"이건 무조건 교체 가야 한다."

"당장 전기보일러로 바꿔야 해."

"보조금 줄 때 후딱 바꾸자. 유지 비 생각하면 무조건 돈 버는 거다."

"지금 가스도 민영화된 지 오래라서 너무 비싼데, 잘됐다. 이참에 전기보일러로 가자."

"엥? 가스가 민영화됐다니? 도시가스공사는 공기업이잖아?"

"도시가스공사가 공기업이면 뭐해? 가스 사오는 회사들이 죄다 민간회사인데, 재벌들이 도시가스에 빨대 꽃은 지 좀 오래됐다."

"뭐야, 그게 진짜야?"

"그리고 민영화라고 하지 말고 재벌 사유화라고 해야지."

"몰랐네. 가스가 언제 재벌들한테 먹혔지?"

"인프라 가격이 비싸다 싶으면 민영화, 아니 재벌 사유화를 생각하면 된다. 지금 수도세 싸지? 아직 사유화가 덜 돼서 그래."

"당장 전기보일러 교체 가야겠네."

대충 계산을 해보니 전기보일러로 교체하면 매년 유지비로 수십만 원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가스로 해처먹는 놈들이 많다는 소리.

"마음 같아서는 가스레인지를 전부 인덕션으로 교체하고 싶은데."

"그럼 해. 뭐가 문제야? 난 이사가면 인덕션 달 건데."

"인덕션은 화력이 좀 약해서. 아무 래도 가스만큼 화력은 안 나오잖아."

"그럼 가스레인지 써. 어차피 가스요금 대부분은 겨울 난방에서 나오는 건데. 그 정도면 상관없지 않나?"

전국적으로 전기보일러 열풍이 불었고, 불과 며칠 만에 보조금 신청가구가 1,000만 가구를 넘어서고 말았다.

한창 건설 중인 신축 아파트 단지들은 아예 전 세대를 전기보일러로 바꿔 달기로 했다.

설계 변경은 필요 없이, 내부 보일러만 교체하고 전기 배선만 좀 더 굵직한 것으로 하면 되기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일러 회사들은 부랴부랴 가스보일러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보일러생산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앞으로 가정용 가스보일러는 시장에서 전멸하고 말 거야."

"핵융합 전기가 정말 많은 것을 바꿔놓네요. 참 대단합니다."

"민영화로 기간산업에 빨대 꽂던 재벌들 사업체 여럿 날아갔어요."

"지금 KTX에 빨대 꽂고 있던 SRT 노선도 벌벌 떨고 있다던데요."

"수영철도에서 SRT 열차 노선은 아예 받아주지를 않는다던데, 사실 일까요?"

"해상교량에 통신, 이제 전기까지 수영그룹이 전부 먹었군요."

***

하수영은 정부의 전기보일러 보조사업에 헛웃음을 흘렸다.

"와, 이걸 이렇게 받는다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을 위해 추가로 퍼주지 않는가?

전기보일러 보조사업은 자신의 양해를 구할 필요도 없다.

정부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

수영조명은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전기 요금을 사용구간 상관없이 균등하게 매기므로, 소비자는 2,000kWh 당 9.9만 원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1,000kWh 일 경우는 9.9만 원을 2로 나누고, 4,000kWh 일 경우는 2를 곱하면 되는 것이다.

"레이스 더 가도 상관없다는 건가. 흐음."

「박부성 대통령은 순수한 호의에서 이러는 것일까요?」

"그 호의라는 게 뭔데? 나에 대한 호의 정경유착이고, 국가에 대한 호의 정책적 성과를 위한 야심인데."

「정치인은 호의라는 것을 가질 수가 없는 직업이로군요.」

"가져서도 안 되지. 정책이라는 건 무조건 기계적으로 해야 하는 거야. 그게 안 되는 애들이 정치를 하고 있으니까 왕정제든 민주주의는 항상 개판이 벌어지는 거고."

하수영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역시 날 위해서 이러는 건 아닌 거 같다. 내 느낌이 그래. 그렇다고 이 나라를 위해서 그러는 것도 아닌 거 같아."

「그럼 결국 본인을 위해서란 말입니까?」

"아마도 자기 사익을 위해서 이러는 거라는 예감이 든다. 어떻게든 나한테 빚을 지우고 싶어 하는 강한 마음이 느껴져."

「그럼 조만간 움직이겠군요.」

"아니,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거다. 나한테 좀 더 크게 빚을 지워서 내가 방해하러 나서지 못하게 만들 거야.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모른 체하게 만들려고."

「마스터는 어떡하실 겁니까?」

"애초에 선물한 의도를 알려고 시작한 거잖아. 속마음 밝힐 때까지 계속 받아주고, 더 내놓으라고 해야지. 아마 기뻐서 내놓을 거다."

***

[충격! 수영그룹, 포스코 광운제철소 지분 공개 인수 선언!]

[상장폐지까지 무제한적으로 지분인수할 것!]

[뜨겁게 달궈지는 철강주! 개미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주가에 즐거운 비명 질러.]

포스코 광운제철소는 반수성 철강제품을 만들어내는, 전 세계 조선소의 중심지다.

하수영은 본래 광운제철소의 지분 50%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나머지 지분마저 모조리 차지하려고 들었다.

포스코가 지금은 민간기업이지만, 국가의 산업 중추를 맡고 있다 보니 정부의 입김이 민감하게 닿아 있다.

하수영이 광운제철소를 완전히 사유화하게 되면 국가의 철강산업을 뿌리부터 뒤흔들 힘을 지닌다.

정부 입장에서는 무척 부담스러운일, 그의 단독 소유만큼은 막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영 방송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찬동의 뜻을 나타냈다.

「반수성 금속을 광운제철소를 통하지 않고 다른 제철소를 통해서 한다면 포스코의 경쟁력은 어차피 상실하게 됩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수영그룹에 광운제철소를 넘기는 것이 국가 경쟁력 면에서는 더 낫지 않나 하고…….」

정부가 해상교량, 전기에 이어 철강까지 넘겨주려는 것인가 하고 여론이 술렁였다.

그리고 정서희는 마침내 여의도에서 떠도는 희미한 단서를 포착하고 있었다.

"개헌이요?"

"네, 박부성 정부와 여야의 대표가 긴밀하게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꽤 오래전부터,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부터 이미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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