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86화 (1,186/1,270)

프랜차이즈 갓 1186화

276장 긴급 대선 (6)

청정에너지원 특별감세법.

정부가 발전소 쿼터제 폐지에 이어 2번째로 올린 법률안이었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일수록 세제 혜택을 준다는 개념.

본래에도 존재하던 제도였으나, 신정부에서는 더욱 과감하고 효과가 큰 조항들을 삽입해서 법사위에 올렸다.

법사위원들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법안의 내용을 분석한 뒤 경악하고 말았다.

"이럴 수가. 이 법대로라면 수영조명은 전기 장사로 버는 돈에서 세금을 전혀 내지 않게 됩니다."

"부가세, 환경세, 교육세, 심지어 법인세조차도 면제가 되는군요."

"이건 너무 노골적으로 수영조명을 위한 법안인데요? 국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로한과 친분을 쌓고 싶은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법안 편을 들었다.

"국민 저항이라,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무슨 뜻입니까? 국민들이 이런 특정 기업을 위한 핀포인트 특혜를 용납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핵융합 전기는 아주 안전합니다. 환경오염도 없고, 얼마든지 지속 가능하죠. 이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앞으로 반영구적으로 전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반영구적으로요?"

"아니, 여태 그것도 몰랐습니까? 강릉의 수영발전소는 수소 핵융합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수소는 온 세상에 널려 있어요! 바닷물을 분해하기만 하면 수소가 나오니까!"

친로한파 의원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반대주의자들이 움찔했다.

"다른 나라들은 돈이 있어도 못 쓰는 게 핵융합 전기입니다. 그 대단한 미국이 굽실거리면서까지 겨우 받아간 게 핵융합 발전소예요. 발전소 안전이나 운영 같은 거 절대 간섭 안 할 테니 지어만 달라고 해서 캘리포니아에 겨우 지었어요."

사실 캘리포니아에 지은 핵융합 발전소는 위장이고, 실제로는 강릉에서 무선으로 위장 발전소에 전기를 공급하는 식이다.

물론 이 사실은 미국에서도 극소수요인들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수영발전소는 딱히 전기 장사로 돈을 벌 마음이 없어요! 이정도 특혜는 베풀어줘야 한 번 해볼까 말까 고민한단 말입니다!"

"에이, 말도 안 되죠. 기업이 장사에 관심 없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전력회사가 전력 판매에 무관심하다니, 지나가던 유치원생도 웃을 이야기입니다."

"뭐요?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아, 그럼 증명해 보시던가요!"

쌈박질이 날 기세이자 위원장이 나서서 위원들을 뜯어말렸다.

"그러지 말고, 우리 관련자를 불러다가 한 번 직접 들어봅시다. 안 그래도 내가 이미 불렀습니다."

위원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련자를 부르셨다고요?"

"네, 로한 의원을 이 자리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아, 로한 의원……!"

다들 입에서 가벼운 탄성이 터졌다.

위원장은 가까운 보좌관에게 지시했다.

"로한 의원더러 들어오라고 하세요."

"네, 의원님."

잠시 후 로한이 의젓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조각 같은 마스크와 훤칠한 비율이 빚어내는 비현실성이, 회의실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을 한순간에 오징어로 만들어버린다.

여성 의원이나 여성 직원들의 눈빛은 벌써부터 초점이 풀리고 있었다.

"로한 의원님, 공사가 다망한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법안 심사를 위해서 몇 가지를 질문할 건데 편히 말씀하시면 됩니다. 법적 강제성이 있는 자리는 아니므로 거북한 질문은 그냥 편안하게 넘기세요."

"네, 위원장님. 뭐든지 물어 보십시오."

"예. 청정에너지원 특별감세법에 관해서는 로한 의원님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죠?"

"네, 이번에 정부에서 내놓은 2호 법률안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결과적으로 수영조명이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그 점에 관해서 어떤 생각이 듭니까?"

가장 민감한 질문부터 던지자 위원들은 바짝 긴장해서 로한의 대답을 기다렸다.

로한은 어깨를 으쓱했다.

"혜택이라고 누릴 만한 게 없는데요."

"왜 혜택이 없습니까! 전기에 덕지덕지 붙는 모든 세금이 면제되는데! 그게 어디 한두 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소수정당 의원이 벌떡 일어나서 로한한테 질문했다.

적개심에서 나온 행동보다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튀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리라.

"수영조명은 전기 장사를 할 마음이 없어서요."

"뭐, 뭐라고요?"

"애초에 농장이랑 프랜차이즈 사업부, 그리고 자회사에 안정적으로 전기 공급하려고 설립한 회사입니다."

"그, 그게 무슨……!"

위원들의 얼굴이 벌게졌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핑계라고 생각했다.

핵융합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류를 도약시킬 대발명이 고작 자가발전수급 대책에서 나온 것이라니.

"에너지 시장이 워낙 불안정하잖습니까. 유럽에서는 탄소세니 환경세니 이것저것 제약을 붙이고 있고, 이러다가는 농작물 같은 상품에도 탄소발자국 세금이 붙게 생겼으니까요."

"……."

"그래서 자체적으로 전력회사를 만든 겁니다. 전기 장사를 하려고 만 든 게 아니고요."

다른 위원이 발언권을 얻고 질문했다.

"그럼 전기에 붙는 세금이 0원이라해도 국내 전력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겁니까?"

"제가 알기로 작년 한국전력공사매출이 60조 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압니다."

"……그 정도일 겁니다."

"게다가 적자였죠. 물론 한전이 손해 보고, 발전회사들은 이익을 보는 구조겠죠. 만약 수영조명이 전력시장을 독점한다 치고 전기료를 유지한다 가정하면…… 한 5조 원 정도는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5조 원이나!"

사실 훨씬 더 많이 남길 수 있지만, 이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서 일부러 적게 불렀다.

"수영그룹에서 이번에 F22 랩터를 700기를 발주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게 왜죠?"

"전기 팔아서 5조 원 남겨봤자 F22 랩터 38기밖에 못 삽니다."

"……."

"전기는 그 특성상 식품처럼 한 번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배선이나 방문 AS 서비스 등 손이 많이 갑니다. 지속적으로 관리해 줘야죠. 겨우일 년에 랩터 38 기도 못 사는 돈벌려고 그렇게까지 한다…… 상상만으로도 귀찮아지네요."

다들 멍청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한 채 입만 벌렸다.

한 위원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러니까 로한 의원님 말씀은, 전기 시장이 너무 작아서 진출할 필요를 못 느낀다?"

"예. 미국이나 유럽 전체, 아니면 중국 정도 규모는 되어야 좀 파는 맛이 날 겁니다. 국내 전력 시장은 작아도 너무 작습니다. 진출을 해야 할 메리트가 없습니다."

이 순간 원자력 카르텔과 연관이 있는 몇몇 의원들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발전소 쿼터제, 애초에 할 필요조차 없었던 거 아닌가?'

위원장이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자자, 다들 로한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그래도 연간 5조 원의 순이익이 사업할 가치도 없을 만큼 작다는 것은……."

"수영그룹 모든 사업체가 보유한 현재 실시간 현금만 2,120조 원이 넘습니다."

"혀, 현금이라고요?"

"네. 현금입니다."

"……."

"……."

"5조 원은 수영그룹에 있어서 그렇게 큰돈이 아닙니다. 병원선으로 쓰는 포드항모 한 척이 13조 원이라는 걸 기억해 주십시오. 의료재단 사업은 지금 돈 빨아먹는 거대적자지만, 수영그룹에서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을 다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한은 차분한 몸가짐으로 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쐐기를 박았다.

"5조 원이 누군가에게는 큰돈이겠지만, 수영그룹에는 푼돈입니다. 이상입니다."

길게 이어진 정적을 깬 것은 친로 한파 의원이었다.

"크흠…… 그러니까 로한 의원님 말씀대로라면 이 세제 개정안이 수영조명에 그리 큰 메리트가 아니기 때문에 수영조명은 국내 전력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거로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 법안이 수영조명을 위한 정부의 사사로운 특혜가 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위법하지 않습니다."

튀고 싶은 또 다른 소수정당 의원이 발언권을 얻고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그걸 누가 보장합니까! 말은 이렇게 하고 법안이 통과된 다음에 세제혜택을 노리고 수영조명이 발전사업을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수영조명은 국내 일반전력판매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대국민 선언을 하라고 제가 일러두지요. 그럼 되겠죠?"

"뭐, 뭐라고요!"

호기롭게 발언했던 의원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정말 그렇게 했다가는 자신은 국민들한테서 두고두고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원에 세제혜택을 주는 건 좋은 법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전력발전 회사들이 자극을 얻어서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할 겁니다. 이 법안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영조명은 국내전력시장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아니, 로한 의원님. 잠시 고정하시고요."

"흥분한 적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그 말대로 로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평온한 톤을 유지하고 있었다.

***

어찌어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회본회의에서 의결도 받았다.

청정에너지원 특별감세법은 정식 법률로 효력을 발휘했다.

국회에서 친로한파 의원들이 필사적으로 말린 덕분에, 수영조명이 '장사 안 해!'라는 대국민 발표까지 치닫지는 않았다.

하지만 로한이 한 말대로, 수영조명은 국내전력사업에 정말로 진출하지 않았다.

강릉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그 많은 전기는 수영그룹 사업체, 번국이나 마찬가지인 중한 줌왈트 구축함,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 발전소에 송전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법사위에서 있었던 언쟁 때문에 단단히 마음이 상한 거 같은데요."

대통령이 말하자 비서실장이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수영그룹은 정말 국내 전력 시장에 관심이 없습니다."

"하아, 이걸 어쩐다. 수영그룹이 전력시장을 챙겨 가줘야 하는데. 그래야 이 나라 체질이 개선된단 말입니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정말로 나라를 위해서 수영조명의 시장 진출을 원하는지, 아니면 수영그룹의 힘을 배경으로 삼고 싶어 하는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지원금을 주는 건 어떻습니까?"

"대통령님, 설마 청정전기에 추가로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세금 없이 60조 원어치 팔아봤자 얼마 안 남는다고 하니까, 지원금이라도 더 얹어줘야 열심히 장사를 할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지원금이라면 어느 정도 규모를 생각하시는지요?"

"대충 우리나라 전력시장 전체를 장악했다 가정했을 때, 매년 10조원 정도 추가 수익이 나온다면 수영그룹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지 않을까요?"

"매출 6원마다 1원씩 지원금을 얹어주자는 말씀이시군요."

"이걸로도 모자라다면 더 올려줘도 되고요. 아무튼 난 핵융합 전기가 우리나라 전체에 공급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결국 정부에서는 예산심의안을 추가로 제출했다.

국회에서는 이것이 수영조명을 위한 선물포장세트라는 걸 알아차렸지만, 민심은 이미 정부와 핵융합 전기에 있었다.

국민들은 수영조명이 독점 전기판매자가 될 경우, 말도 안 되는 누진 세를 폐지할 거라고 생각했다. 겸사겸사 전기 요금도 낮추고.

결국 국회는 청정전기에 한 해 매출 10원마다 2원씩 추가지원금을 준다는 예산안에 동의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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