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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81화 (1,181/1,270)

프랜차이즈 갓 1181화

275 장 긴급 대선(1)

대통령이 쓰러지고, 주치의는 긴급 후송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주막하 출혈, 이건 청담수영병원에서만 건드릴 수 있다!'

뇌 표면 동맥 손상으로 일어나는 출혈.

사망 위험이 매우 높으며, 살아나더라도 산 게 아니게 될 수 있다.

뇌 손상은 비가역적이고, 되돌릴 수 없기에.

하지만 지주막하 출혈은 '가능한 즉시 처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청담수영병원은 너무 멀었다.

오히려 서해서울병원과 한국대 병원이 훨씬 가깝다.

지금은 청담서울병원이 자타공인 1위지만, 한때는 한국대와 함께 1등을 다투던 기업 병원이 아닌가.

일단 청와대에서 가깝다는 게 크다.

"한국대와 서해서울병원에 당장 연락해! 뇌신경외과 교수가 지금 누가 있는지 알아보고! 개두 수술이 가능한 사람으로!"

"알겠습니다!"

전담 간호사가 허둥지둥 전화를 돌리고는 급히 돌아왔다.

"한국대 의대는 지금 개두 수술 가능한 뇌 교수가 없고, 서해서울병원에는 있습니다!"

"좋아, 서해서울병원으로 간다!"

앰뷸런스가 이미 대기 중이었다.

헬기를 이용하면 빠르겠지만, 진동 때문에 오히려 뇌압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청와대에서 서해서울병원까지 최단 코스로 일제히 신호등이 바뀌었고, 경찰들이 나와서 차량을 전부 통제했다.

오토바이를 앞세운 앰뷸런스가 앞에서 내달렸고, 경호 차량들이 그 뒤를 줄지어 달렸다.

비서실장이 주치의에게 창백한 안색으로 말했다.

"각하께서 그렇게 위험한 상태시면 청담서울병원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어요?"

"너무 멉니다. 이건 1분이라도 즉시 처치해야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청와대 처치실에서 손을 댔을 겁니다."

"각하께서는 괜찮으신 겁니까?"

비서실장의 눈이 묘한 광기로 번들 거리는 것을 느꼈다.

주치의는 마른침을 삼키며 잠시 말을 아꼈다.

"지금으로써는 아무것도 장담을……."

"보통 이런 경우 예후가 어떤지, 일반적인 기준으로 말해주십시오. 모든 경우의 수를 알고 있어야 대비할 수 있습니다!"

"……뇌압이 너무 높아요. 출혈량이 상당합니다. 지금으로써는 살아나실 수 있을지도 장담을 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살아나게 되시면요? 정상적으로 직무에 복귀하실 수 있습니까?"

"……."

거의 불가능하다. 매우 희박한,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 확률.

그 때문에 청담수영병원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곳은 믿을 수 없지만, 기적으로 가득 찬 곳이니까.

이보다 더 중증의 환자도 일단 병원 문턱을 넘기만 하면 모두 살아났고, 후유증 없이 완치돼서 퇴원했다.

의학자로서 미신을 믿지 않지만, 청담수영병원은 그 많은 환자들을 상대로 몇 년간 그런 기적을 반복해 왔다.

그가 청담수영병원을 포기한 이유는 단 하나.

너무 멀어서 도착하기 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8, 90%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하나 때문.

"알겠어요. 난처하겠지요."

그 난처한 침묵이 오히려 비서실장에게는 충분한 대답이 되었던 모양이다.

표정이 달라진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중요한 손님을 맞이한 서해서울병원에서는 최고의 의료진이 총동원되었다. 집에서 휴식 중이던 다른 뇌신경외과 교수들도 불려왔다.

그러나 수술실에 채 들어가 보기도 전에, 대한민국은 대통령 유고를 맞이했다.

온 나라의 언론들이 일제히 하나의 기사를 내보냈다.

[대통령 서거.]

***

급작스러운 대통령 유고에 온 나라가 심한 충격을 받았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도중 질병으로 사망한 것은 초유의 사태였으니까.

그러나 증시는 흔들리지 않았다.

해외 자금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호재를 맞이한 것처럼 증시와 선물 시장 등이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사망한 대통령의 직무 능력에 불안함이 많이 쌓였다기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로한의 존재였다.

-로한 의원은 대통령 선거를 결정 짓는 강력한 무기나 다름없다. 그가 손을 들어주는 후보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다.

-로한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된 이는 당연히 로한을 입각시킬 것이다. 과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로한이 입각한다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이런 기대감 덕분에, 현직 대통령 유고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오히려 증시가 오르고 시장이 흔들리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러졌다.

전국 곳곳에 문상을 할 수 있는 빈소가 세워졌으며, 국회에도 빈소가 세워졌다.

하수영은 문상을 위해서 검은 정장을 입고 출발할 준비를 했다.

장효주와 정서희도 각각 단정한 검은 정장을 입은 채 함께 움직였다.

차량은 일반 대형 세단보다 전장이 1미터 정도 긴 검은 리무진 차량이었다.

장효주가 먼저 말했다.

"수영 씨한테 이런 차가 있을 줄 몰랐어요. 캠핑카나 트랙터만 타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문상을 대비해서 준비해 놨습니다. 커스텀 주문이에요. 전기차고요."

"아, 그래서 차가 조용했었네요."

"이런 차는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덤프트럭이 측면에서 박으면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죠. 저야 괜찮은데 일행이 염려돼서 평소에는 안 타고 다닙니다."

"알아요. 캠핑카가 진짜 안전하다는 거."

세단은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대형 덤프트럭과 고속으로 충돌하면 부서지거나 깔리는 등 위험이 매우 크다.

하지만 캠핑카는 차고가 높고 체급이 비슷하며, 덤프트럭과 충돌해도 깔릴 일이 절대 없다.

"사람 목숨이 참 부질없네요. 현직대통령이면 건강검진을 철저히 받을 텐데, 이렇게 한순간에 훅 가버리다니요."

"오는 덴 순서 있어도 가는 덴 순서 없죠. 저하고 이리저리 갈등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좋은 마음으로 명복을 빌어주려 합니다."

"오늘 카메라 세례 많이 받겠어요."

정서희도 덤덤하게 말을 받았다.

그녀들은 대통령과 어떤 친분도, 관계도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톱스타와 식품재벌이라는 공공적 영향력이 있었다.

그녀들이 문상을 가지 않으면 당연히 주변에서 이상하게 볼 것이다.

하수영 역시 마찬가지.

어느덧 리무진이 국회 빈소에 도착했고, 정문 통제소에서는 군말 없이 들여보내 주었다.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수많은 기자들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뜨려댔다.

하수영과 두 여자는 덤덤하게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빈소를 향해 이동했다.

영정 사진 앞에 향을 피우고 목례를 했다. 절은 하지 않았다.

한쪽에서 기자들이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수영과 장효주, 정서희의 사진을 내보내면서 어떻게든 자극적인 맛을 섞어 보려고 발악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수영 의원, 톱스타 장효주와 사업 파트너 정서희 부회장과 함께 빈소 문상!]

[하영의 여자들! 문상복으로도 감출 수 없는 미모가 빛나다!]

[하수영 의원이 타고 온 리무진은 주문제작 커스텀? 가격은 얼마?]

"에휴. 기더기들은 참 이럴 때도 조회 수만 노린다니까. 분위기 파악을 안 해요, 안 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죠. 멍청해서 그래요. 공감도 지능이거든요."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의원 및 재계 인사들이 보였다.

그들은 차마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하고 흘끔흘끔 눈치만 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저만치서 로한이 나타나며 시선이 둘로 갈라져 쏟아졌다.

빈소에 향을 올린 로한은 하수영 쪽을 향해 차분히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교관님."

"그래. 야, 설마 네가 손쓴 건 아니지?"

"저 이제 그런 사고 안 칩니다. 언젯적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럼 진짜 급사인가 보네."

하수영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

"이제부터 네 주변이 좀 정신없어 지겠는데?"

"어떻게 할까요? 더 바빠질 수도 있고, 관망할 수도 있습니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런 거까지 내가 일일이 터치하기에는 너도 이제 짬이 있지."

"음, 그럼 제가 판단해서 하겠습니다."

"그래. 알아서 해라. 널 국회에 넣은 목적은 뭔지 알지?"

"당연합니다. 널리 수영농장산 먹거리를 지구 전체에 퍼뜨리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장효주와 정서희는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둘을 조금 새삼스럽게 바라봤다.

연예계에 나도는 괴이한 소문처럼,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상명하복이 확실한, 끈끈한 조직의 보스와 이인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둘을 오래 볼수록 그런 느낌이 더욱 짙어진다.

"이만하면 체면치레는 충분히 한 거 같으니, 우리는 돌아갑시다. 로한, 너는 여기 있을 거지?"

"네. 현직 의원이라서 저는 국가장 내내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합니다."

"알았다. 먼저 간다."

하수영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두 여자와 함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국회를 떠났다.

***

국가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선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대통령 자리를 최대한 빨리 채우겠다는 의지인지, 선관위는 선거일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잡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대선.

제대로 된 준비를 갖춘 이는 없었고, 모두가 정신없는 와중에 기습처럼 쪽지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

잠룡들은 이번 대선에 나서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부터 주판알을 튕겨야 했다.

또 누구를 견제하고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지도 머리를 쥐어짜 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견 없이 품은 공통분모가 있었다.

바로 로한의 지지를 받아내는 것이다.

로한의 의원사무실은 하루에도 수십 번 넘게 잠룡, 보좌관들이 들락거렸다.

야심을 품은 잠룡들은 그를 쫓아다니며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적극 간청했다.

그때마다 로한은 동일한 멘트로 일관했다.

"저는 누가 대통령에 어울리는지 아직 잘 알지 못합니다. 다른 후보자님들이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거야 천천히 알아가면 될 일이고, 일단 나를 지지해 주세요. 그럼 내가 로한 의원을 원하는 장관으로 임명해서 큰 뜻을 마음껏 펼치도록 해주겠습니다. 장관 2년 임기 후에는 국무총리로 발탁을 해주겠습니다."

여의도 기준에서는 파격적인 제안들이 주저 없이 쏟아졌다.

심지어 공수표도 아니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로한을 가까이에 두고 싶어 했다.

로한은 무지막지하게 지지율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였으니까.

"식품, 먹거리에 대한 모든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법안도 추진해 주겠습니다."

"모든 먹는 것에 대한 일체의 세금을 없애겠습니다. 아, 지금은 식량위기 시대 아닙니까? 먹거리 사업을 아끼고 보호해 줘야 합니다."

곡물과 고기 등 기초 식재료 판매는 소득세와 부가세가 안 붙는다.

하지만 그것을 가공하거나, 식당에서 파는 요리 등에는 당연히 세금이 붙는다.

그것까지 면제한다면 수영식품그룹은 사실상 완전한 면세의 영역에 들어선다.

전 세계가 식량 때문에 아우성이니, 명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전 국회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후보자들의 직무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입법업무, 그리고 과방위와 농식품위 업무를 하는 것만으로도 버겁습니다. 무엇보다 화성탐사라는 귀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이번 대선을 철저히 중립을 지키겠습니다."

로한은 자기를 지지해 달라는 잠룡들의 끈질긴 권유를 계속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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