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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80화 (1,180/1,270)

프랜차이즈 갓 1180화

274장 선악과(4)

이미 프리덤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여러 사이트 비밀번호부터 물품 구매, 인터넷 예약, 조회 등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대신 처리해주는 유용한 개인비서 없이 어떻게 이 험악한 IT 정글을 헤치고 나갈 수 있단 말인가.

학부모는 마음이 다급해져서 일단 위기를 넘기려고 했다.

"알았다, 알았어. 그럼 내가 아들 녀석을 설득하면 되지?"

「설득의 형태를 낀 강요가 돼서는 안 됩니다.」

"강요 절대로 안 한다니까. 아들 녀석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득할게."

「그렇다면 제가 참관하는 자리에서 하십시오. 제가 지켜보고 판단을 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냐, 이게?"

「아동청소년의 인권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학부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프리덤이 지켜보지 않는 자리를 마련해서 따로 아들을 설득했다.

"……이렇다니까 네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먹는 걸로 해두자. 알았지?"

"그럼 뭐 해주실 건데요?"

"뭐 필요해?"

"용돈 올려 주세요. 50%."

"알았다."

그렇게 협상을 마치고, 다시 프리 덤 앞에 나란히 섰다.

폰 거치대에 올려서 프리덤이 카메라 렌즈로 두 사람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아들하고 좋게 협의했어. 용돈 50% 올려주고 대신 황금선악과 꾸준히 먹기로."

「정원 주인님, 그 거래에 진정 만족하십니까? 황금선악과를 꾸준히 먹는 걸 기꺼이 택할 정도의 대가입니까?」

"응."

「만약 용돈 50%를 포기하는 대신 황금선악과를 먹지 않아도 될 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아들은 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래도 먹을래. 어차피 마음 수양하는 데 도움 되잖아. 내키진 않지만 날 위해서 먹는 거야. 용돈도 더 많이 받고."

「좋습니다. 올바른 자유의사로 내린 결정으로 보입니다.」

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모든 학부모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프리덤이 듣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아들과 협상을 한 모 여사는 당황한 상황에 처했다.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니, 프리덤?"

「주인님은 저에게 거짓말을 하셨습니다. 아드님에게 강압적인 거짓말을 요구했어요. 아드님은 황금선악과를 원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이라니? 내가 언제 거짓말을 요구했다는 거야?"

여사는 찔끔해서 반박했지만, 프리덤은 조금도 주저 없었다.

「아드님의 핸드폰은 꺼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동료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았습니다.」

프리덤은 전부가 하나의 단일 인공지능이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각각 개별 인공지능이라 받아들이고 있었다.

「주인님은 저에게 거짓말을 하시면서까지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는 행동을 관철시키셨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약관 위반입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약관 위반 행위.

프리덤은 인공지능의 도덕 기준을 위배하는 행동을 한 사용자에 대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

이에 윤정아는 발끈해서 반박했다.

"아니, 여자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앤데 황금선악과가 왜 필요 없어!"

「그건 오로지 먹는 이가 자유의사로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부의 강압에 의해서는 안 됩니다.」

"공부가! 입시가 바로 특수한 경우야!"

「특수한 경우란 헌법이나 법률, 기타 정당한 공권력에 의해 개개인의 자유권이 불가피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군대나 행정명령이 발동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윤정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정말 이대로 구독 서비스를 해지한다고?

「그러므로 현 시간부로 윤정아 님에 대한 서비스 구독 계약을 해지하며, 남은 금액은 일할 계산하여 환불하여 드립니다.」

"야! 야! 프리덤!"

「1차 구독 정지 기간은 1개월입니다. 구독 정지가 반복될 경우에는 기간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음을 주의하여 주십시오.」

"아, 안 돼!"

「구독 서비스 재가입을 원하신다면 1개월 뒤에 다시 프리덤을 찾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리고 프리덤은 사라져 버렸다.

곧바로 알람이 울렸고, 윤정아는 멍한 얼굴로 내용을 확인했다.

프리덤이 보낸 톡 메시지였는데, 문서 파일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동안 프리덤이 관리하던 윤정아의 여러 개인 정보들을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것이다.

개인비서 서비스 정지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인수인계.

"아, 안 돼! 제발!"

***

그런 식으로 프리덤 몰래 아들에게 거짓말을 강요한 학부모들은 발각되는 대로 환불받고 계약이 해지되었다.

또한 1개월 동안은 구독 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제지를 받았다.

프리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안 되지만.

거짓말을 통해 약관상 아동학대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를 방조하도록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단체와 학부모 단체는 부모의 정당한 교육권,양육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프리덤인더스트리의 CEO, 오철현 회장은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소송?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 우리 같은 대기업이 가장 좋아하는 방법을 개인이 굳이 사용하겠다는데, 뭐하러 말리나."

"예. 그럼 계속 무시로 일관하고 소송 들어오면 박호진 로펌에 넘기겠습니다."

로펌 규모로 확장한 박호진 변호사는 수영그룹과 범수영그룹의 모든 법적인 문제를 도맡아서 처리한다.

그만큼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때문에 현직 판검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롤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

황금선악과는 불티나게 팔렸다.

월 매출이 무려 6,000억 원에 이른 것이다.

"거의 천만 명의 소비자들이 4일에 한 번씩 황금선악과를 먹는다고 보면 됩니다."

"와, 진짜 먹는 게 남는 거군요. 이거 다 순수익 아닌가요?"

"수영농장은 로봇 말고는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으니까요. 심지어 로봇들도 고정 자산으로 잡히고 있으니까 뭐 땅 짚고 헤엄치기입니다."

"배송비도 소비자 부담이고, 포장비 정도만 드니까 뭐 진짜 보수적으로 잡아도 70% 이상이 순수익이라는 말이네요."

"어쩌면 순수익이 90% 이상일지도 몰라요."

"에이, 설마요. 그건 너무 말이 안되는데."

하지만 설마가 사실이었다.

수영농장을 운영하는 데에는 돈이 안 들어간다.

테라리움 건설비, 로봇 구입비, 발전소 건설비 따위를 제외하고, 농사그 자체에 들어가는 돈은 제로에 수렴한다.

희석한 엘릭서는 한정된 농지에서 무한정 작물을 뽑아낼 수 있게 해주니까.

"근데 사과는 식량이 아니잖아요. 비식량작물 소득은 50억까지만 면세 아니에요?"

"그거 폐지된 지가 언젠데요. 한참 됐어요, 한참."

"아, 그래요? 제가 정보가 좀 늦어 하하."

"지금은 사람이 먹는 걸 내다 파는 건 얼마를 벌든 부가세니 소득세니 전혀 안 물려요. 물론 비가공품만요."

"그거 때문에 서해그룹과 수영그룹이 틀어져서 안 좋은 감정 쌓다가 반도체에서 펑, 하고 터져서 크게 싸우고 화해했었는데."

"아, 그게 시초였군요."

"그나저나 국회나 정부가 좀 뼈아프겠어요. 농사가 이렇게 돈벌이가 되는 줄 알았으면 완전면세법 막았을 텐데."

매해 수십조 원 이상의 세수가 눈앞에서 증발하고 있으니, 기획재정부에서는 아쉬워서 입맛만 다시고 있을 것이다.

"황금사과 단일 품목 하나로 한 달에 6,000억 원씩 버는 거 알면 또 폭발하는 거 아닌지 몰라요."

***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언론에서 슬금슬금 식품과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군불을 지피기 시작한 것이다.

전성렬 회장은 혀를 내둘렀다.

"이것들은 광고 좀 달라고 그렇게 매달릴 땐 언제고, 또 이렇게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네."

"기더기들이 원래 다 그렇죠. 이랬다저랬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허파에 붙었다, 당연한 습성이잖아요."

정서희가 천연덕스럽게 말을 받았다.

"알아보니까 황금선악과가 너무 잘팔려서 배가 아픈가 봐요."

"단일품목으로 치면 황비버섯이 훨씬 더 많은 매출을 내는데?"

"황비버섯은 너무 고였죠. 하지만 황금선악과는 혜성처럼 등장한 따끈따끈한 신인이잖아요. 얼마나 물어 뜯기 좋겠어요? 그것도 월 6,000억원 매출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숫자인데."

심지어 어떤 기사에서는 6,000억원 중에서 100억 원 정도만 비용이 들고, 나머지 5,900억 원이 순수익일 것이라는 극단적인 논조까지 싸질러놨다.

그런데 그게 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기자 새끼는 근데 어떻게 알았지?"

"그러게요. 내부에 정보망이 있을까요? 근데 프리덤이 일괄 관리하는 거라서 알 수가 없을 텐데."

전국에 깔린 CD1 편의점이야 수영마트 소유이니 유통에 돈이 따로 안 든다.

뉴월드, 하우스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도 수영마트 자회사이므로 약정된 판매대행 수수료만 받을 뿐, 수익쉐어는 없다.

모든 이익을 수영농장이 독식하는 구조인데 소득세와 부가세가 없다.

"그냥 우리가 너무 잘나가는 게 배아프니까 세금 폭탄이라도 맞아 보라고 고사 지내는 거 같아요."

"이거 참. 이런 걸 가지고 뭐라고 보복을 할 수도 없고."

"광고 주는 것도 없으니까 협박할 거리가 없긴 하네요. 재계에서도 은근히 부추겼나 봐요. 광고주들이 요구하니까 옳거니 하고 받은 거죠."

"설마 국회에서 정말로 식량과세법을 개정하지는 않겠지?"

"그랬다가는 더 큰 난리 나죠. 그냥 시끄럽게 스피커 몇 번 틀어대다가 끝날 거 같아요. 그리고 국회에는 로한이 있잖아요."

"아, 그렇지. 현직 의원이 있으니까 참 마음이 든든하군."

"로한이 힘 좀 쓰면 식량과세법 건드리는 거 우르르 무너뜨릴 수 있을 걸요. 다음 대통령도 결정할 수 있는 킹메이커인데."

여의도 연구기관에서는 로한이 대선에서 말 한 마디로 최소 700만 표 이상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것도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이 정도면 후보 중에서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 캐스팅보트다.

"다음 대선이 어떻게 될지 정말 기대되는데."

"지금 여야야 원래 한 몸에서 갈라져 나온 지 몇 년 안 됐으니까……. 아마도 후보들끼리 난장판이 벌어질 거 같아요. 여의도 근무하는 제 친구는 최소 4명의 후보들이 쟁쟁하게 대립할 거라고 보고 있던데요?"

"최소 4각 대립 구도라니.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야."

"그러니까 누가 로한을 잡느냐가 다음 대선에서 아주 중요하죠."

***

재계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면서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세금한 푼 안 내는 수영농장이 너무 얄미웠다.

수영농장은 재무정보를 공시하지 않지만, 세금 신고만큼은 꼬박꼬박 한다.(납세액이 0원이더라도 신고는 정당하게 해야 하므로) 때문에 재벌 회장들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수영농장의 순이익률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매출 대비 90% 이상을 넘나드는, 말도 안 되는 순이익률.

누구는 뼈 빠지게 큰돈 들여서 공장 짓고, 판매촉진비 쏟아부어서 물건 팔고.

원자재 매입과 인건비 등 이것저것 나가는 비용 빼면 이익률이 한 자릿수이고, 거기에 이것저것 세금도 다양하게 내고 있는데.

누구는 6,000억 원을 벌어도 세금한 푼 안 낸다니.

단지 식량이라는 이유만으로!

황금선악과 때문에 또다시 질투심버튼이 눌린 재벌들과 언론은 식량과세법 개정을 가지고 열심히 나팔을 불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얼마 가지 못했다.

바로 하나의 청와대발 헤드라인이 모든 이슈를 덮어버린 것이다.

[대통령, 공무 중 실신하여 서해서울병원으로 긴급 후송!]

[뇌출혈 일으킨 대통령, 직무에 복귀할 수 있나?]

대통령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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