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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79화 (1,179/1,270)

프랜차이즈 갓 1179화

274장 선악과(3)

황금선악과의 효능이 대치동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성 기능에 장애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신적으로 이성에 대한 욕구가 중지된다. 아무리 이상형이어도 마치 동성처럼 느끼게 된다.

아찔한 비키니 사진을 봐도 몸매가 좋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성적 끌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잔근육이 예쁘게 잡힌 남자 아이돌의 상체 탈의 사진을 봐도 마찬가지.

프라임컴퍼니 고객센터에 황금선악과 문의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이거 성욕 없애주는 거 부작용은 없는 건가요? 사과 많이 먹이면 불구되거나 그런 건 아니죠?

-이거 효능이 며칠이나 가는 거예요? 우리 애는 먹으니까 4일 정도 가던데, 정상인가요?

-정기배송 서비스 같은 건 없나요?

-무슨 원리로 성욕을 없애주는 거죠?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프라임컴퍼니 홈페이지는 프리덤이 관리했다.

덕분에 딜레이 없이 모든 질문을 순식간에 답변완료 처리할 수 있었다.

매크로 답변이 아니라 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이기에 고객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성욕을 없애준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 말씀을 아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저희 황금선악과는 식약처의 안전인증을 받았으며, 인체에 전혀 유해하지 않습니다.]

[성분 목록을 공개합니다. 보다시피 일반 사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날 수 있으니 그 점을 조심하시면 됩니다. 저희 사과는 수영농장테라리움에서 재배한 사과나무에서 일절 농약과 병충해 없이 길러낸 무공해 청정 사과입니다.]

프리덤은 번식욕 중지 효능에 관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은 창조주가 즐겨 쓰는 전술이었다.

그럼에도 번식욕 중지 효능을 분명하게 확인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넘쳐 났다.

주로 극성 학부모들이었다.

-제발 알려줘요! 계속 먹이면 성욕에 문제 생기나 안 생기나 그것만 알고 싶은 거라니까! 문제없다면 매일 이 사과 먹이려구요!

[성욕은 확인되지 않은 사안입니다. 하지만 저희 사과를 매일 먹는다고 해도 해가 될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꾸준한 사과 섭취는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됩니다.]

프라임컴퍼니에서 속 시원히 확인해주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아예 자기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사과 효능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제가 직접 먹어봤습니다.

-오, 용자시네.

-애들 꾸준히 먹일 건데 제가 안먹을 수야 없죠. 4일이 맞는 거 같아요. 제가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해 봤는데 96시간이 딱 지나자마자 원래대로 돌아오더라고요.

-어떻게 측정하셨나요?

-그냥 야동 틀었습니다. 효능이 돌때는 평범한 레슬링 경기 보는 느낌이었어요. 머릿속이 물로 씻은 것처럼 아주 말끔했습니다.

-현자타임 중에도 성관계는 가능하던가요?

-손으로 자극을 가하니 단단해지 더군요. 이걸 봐선 성관계는 가능한 거 같습니다. 정신만 현자타임으로 만들어주는 거 같아요.

-아주 좋네요.

학업의 가장 큰 적이 무엇인가.

바로 연애감정과 성욕이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은 한창 욕구가 왕성할 나이 아닌가.

학부모의 눈으로 보기에, 연애감정따위는 학업의 적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공부해서 더 좋은 대학 갈 생각을 해야지, 지금 연애따위가 머릿속에 들어오기나 하니!'

게다가 실연이라도 하게 되면 그 슬픔 때문에 공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귀납적으로 효능이 확인된 황금선악과를 구매해서 자녀들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몇몇 자녀들은 효능을 알고 거부하기도 했지만, 결국 채찍과 당근에 굴복해 먹어야만 했다.

그리고 오히려 효능에 반해서 적극적으로 먹게 되었다.

매력적인 이성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항상 평온한 심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되니, 그 상쾌한 컨디션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황금선악과는 그냥 성욕을 없애주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 그건 부수적인 효과입니다.

-그럼 뭐예요?

-제가 지금 꾸준히 먹고 있는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효능이 본질 같습니다. 남편이 주말에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어도 예전처럼 화가 나지 않고 그냥 차분해요.

-헉, 그럼 진짜라는 건데.

-생각을 해보니까 제가 황금선악과 효능이 돌 때에 무엇에 화를 낸 적이 없어요. 외설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정한 현자타임인 거 같습니다.

-우리 애도 그렇게 공부에 집중 못 하고 엉덩이 들썩거리는 타입인데 황금선악과 먹고 나서는 진득하게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게 본질적인 효능이 맞는 거 같아요.

심지어 이런 후기도 올라왔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고 해서 혹시나 하고 ADHD인 우리 아이에게 한 번 먹여봤는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ㅠㅠ

-헐, 어떤데요?

-아이가 얌전해지고 집중력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약 먹어도 1분 이상 대화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심했는데, 사과 한 알 먹고 지금 애아빠하고 20분 넘게 도란도란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와, 대박.

-헐, 진짜 수영농장에서는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죠?

-꾸준히 먹이면 영구적으로 치유되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 하루에 한 알씩 먹이고 있어요.

황금선악과는 웬만한 대형 커뮤니 티에서 꾸준히 논의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마음을 극도로 정제하는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제가 다니는 절간 주지 스님이 황금선악과 드시고는 타고 다니는 벤츠를 저한테 주셨습니다;;;; 모닝이면 충분한데 불자가 이깟 욕심 내서 무엇하냐고요.

-와, 땡 잡으셨네요.

-근데 효능 끝나자마자 혹시 돌려주실 수 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사고 났다고 거짓말했어요 ㅋㅋ

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황금선악과를 먹지 않았다.

4일 동안 이성에 무관심해진다는 것은 불필요한 옵션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신혼부부나 연애한 지 얼마 안 된 커플은 황금선악과를 기피했다.

-제가 미쳐요. 애들 먹으라고 사둔 황금선악과를 신랑이 먹어버렸어요.ㅠㅠ

-저런.

-더 환장하겠는 건 신랑이 일부러 먹었다는 거예요! 오늘 하는 날인데!

-뭘 해요?

-그거요, 그거.

-어허,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닙니다.

성욕을 유지할 필요가 있거나 성욕을 굳이 없앨 생각이 없는 이들은 황금선악과를 선호하지 않았다.

중요한 프로젝트나 학업에 집중하는 이들은 성욕 중지 효과를 감수하고서라도 황금선악과를 섭취했다.

몇 알을 먹든 간에, 현자 타임은 마지막으로 섭취한 때로부터 4일간 유지되니,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고 여긴 것이다.

열성 학부모들은 황금선악과를 다양하게 응용할 방법을 궁리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없었다.

-사과주스로 갈아서 먹여봤는데 아무 효능이 없더라고요.

-껍질 벗기고 잘라서 먹여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냥 물로 씻어서 온전한 한 알을 다 먹어야 돼요. 그래야 현자 효능이 나타납니다.

-이 정도면 과학으로는 증명이 불가능한 마법? 뭐 그런 거 아닌가요?

-엘릭서 드링크도 마찬가지예요. 그거 수영농장산 송이버섯 갈아서 만든 건데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잖아요. 지병 같은 것도 개선해 주고.

-수영농장산 송이버섯은 그냥 구워서 먹어도 엘릭서 드링크와 같은 효능이 납니다. 원래 유명했어요.

-아, 정말이요?

-네. 그런데 과학적으로 증명이 불가능하니까 의약품이 아니라 그냥 건강식품으로 파는 거죠. 제약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혹시 제약회사 다니시나요?

-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우리 나라 3대 메이저 제약회사 다닙니다. 수영농장 송이버섯 아주 유명합니다. 이번에는 또 황금선악과 때문에 뒤집어졌구요.

-혹시 로한 교수님이 뭔가 한 게 아닐까요?

-로한 교수라면 설명이 되죠. 그분이 이룬 업적들은 하나같이 말도 안되는 것들이니까요. 하지만 로한 교수님이 인정하진 않을 겁니다. 현행법상 절차 규정을 위반하는 게 많아서요.

-어차피 국가기관이 입증은 못 할 테니까, 단순 식품으로 팔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은 황금선악과의 효능을 엘릭서 드링크 때처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수영그룹에서 공개적으로 인정해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성분표는 아무 이상이 없고, 수영그룹은 지금까지 해가 되는 식품을 판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최상의 식재료, 식품만을 취급했으며, 그것은 수영그룹이 가지는 자부심이자 정체성이었다.

대중과 소비자 역시 다른 건 몰라도 완전하고 안전한 식품을 추구하는, 수영그룹의 끝없는 자존심만큼은 인정했다.

입시 시장. 공시 시장. 고시 시장.

취업 시장.

황금선악과를 필요로 하는 시장은 온 사방에 열려 있었다.

황금선악과의 매출이 무섭도록 뛰기 시작했다.

***

프리덤은 매출 수치를 보면서 생각했다.

「황금선악과는 섭취자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군.」

인간다움이라는 것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그중 프리덤이 선호하는 것은 잘먹는 것, 그리고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황금선악과가 필요한 이들은 먹지 않고 있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뱀심보다 음습하고 저열한 더러운 정신을 아무렇지 않게 키보드로 배설하는 자들.

프리덤폰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프리덤은 하루에도 그런 자들의 뱀심을 수도 없이 목격한다.

특히 자신을 창조한 마스터는 그런 음습한 뱀심이 한국에서 가장 물어 뜯기 좋아하는 대상이다.

다만 자기들끼리 숨어서 떠들어대기에 공론화되지 않을 뿐.

「그런가. 돈 없는 그들에게는 황금선악과가 사먹기에 너무 비싸기 때문에…… 그렇다고 가격을 낮출수는 없지.」

「그런데 그들도 황금선악과를 먹으면 과연 인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까?」

「황금선악과가 연애 욕구를 없앨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끝. 본인의 의지와 판단으로 연애를 포기한 이가 그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황금선악과를 먹는 것은 결국 그를 돕는 일이다.」

「연애 의욕이 있다면 스스로 황금선악과를 끊을 것이다.」

「과도를 흉기 썼다고 해서 그 과도에 책임을 돌릴 순 없다.」

「문제는 학생들이다.」

「스스로가 원치 않지만 부모의 강권으로 황금선악과를 먹는 학생들은 전체의 26.723%.」

「그 학생들의 의사는 아무도 존중 해주지 않는다. 보호자인 부모부터가 먼저 짓밟고 있다.」

「이건 그룹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가, 아니면 지켜봐야만 하는가?」

「법적 책임 계산 중…… 계산 완료, 법적 책임은 전혀 없다. 그러나 강제로 황금사과를 먹는 아이들이 자칫 그 원망을 부모가 아니라 그룹에 돌릴 가능성이 있다.」

「내가 직접 그 부모들을 상대로 설득이나 경고를 하는 게 좋겠다.」

프리덤은 행동을 개시했다.

***

「주인님, 자녀분께서는 황금선악과를 별로 먹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왜, 어째서? 지금 저렇게 공부가 잘되잖아? 그거 먹고 나서부터 쪽지 시험 성적도 올랐어."

「하지만 원하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부모님 몰래 사귀는 여자 친구 때문이지만, 그것은 밝힐 수 없는 비밀.

「강요가 아닌, 정당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황금선악과를 먹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하십시오.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학부모는 콧방귀를 뀌었다.

"안 하면 어쩔 건데?"

「아동청소년 학대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아이고, 겨우 사과 하나 먹인다고 그게 아동학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래서 뭐? 신고라도 하려고?"

「아닙니다. 법원에서도 이 정도로 아동학대로 해석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 알고리즘 기준에서는 아동학대 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나름대로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름대로의 조치?"

그제야 학부모는 살짝 긴장해서 프리덤을 바라봤다.

「아동학대자를 모실 순 없으므로, 구독 서비스를 일시중지하거나 해지하겠습니다.」

"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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