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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78화 (1,178/1,270)

프랜차이즈 갓 1178화

274장 선악과 (2)

정서희는 공부를 매우 잘한 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입시 경험에 빗대어서 황금사과의 가치를 바라봤고, 덕분에 하수영도 생각지 못한 판로를 떠올릴 수 있었다.

「효능은 확실한 거죠? 부작용도 없고요?」

"네, 그렇습니다."

엘릭서 작물은 인체에 버프를 주면 줬지, 디버프를 주지는 않는다.

4일의 현자타임도 '성기능 정지'가 아니라 '성욕 정지'일 뿐이다. 성욕만 없을 뿐, 발기나 성관계 자체는 가능하다.

중독 효과를 남기는 것도 아니고, 사과 섭취를 끊고 4일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좋아요. 그럼 이건 제가 책임지고 마케팅해 볼게요. 아, 군납도 할 게요. 수량은 얼마나 가능해요?」

"수량이야 문제없죠."

「해외 수출도요?」

"수출은 아직. 일단 나무 개체 수를 먼저 늘려야 합니다."

「아무튼 시간만 지나면 나중에 수량 맞추는 건 문제가 없다는 거네요. 그쵸?」

"네."

「좋았어. 간만에 재밌는 아이템 주웠네요. 아, 설렌다. 이따 청담동들러도 되죠?」

"그러세요."

「자고 갈 거예요. 내 방 좀 치워 놔 줘요.」

"……그러세요. 어차피 프리덤이 할 겁니다."

「끓어오르는 젊은 피! 황금선악과로 가볍게 식혀보세요! 당신의 일상이 달라집니다.」

정서희는 광고 CF까지 찍었다.

CF에는 장효주와 미레아, 로마노프 이렇게 셋이 함께 출연했다.

여러 버전의 CF를 찍었는데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은 동일했다.

여자 스타킹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릴 젊고 앳된 청소년들이, 누가 봐도 매력이 넘치는 여자들과 맞닥뜨려도 평온함을 유지한다는 것.

욕구나 본능의 정지라는 표현은 일절 담지 않았다.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맑고 또렷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깨끗한 정신의 유지.

그것을 키워드로 내세워서 CF 광고를 만들었다.

"부회장님. 이 장면은 너무 노골적이지 않을까요?"

광고 컨펌을 위해 직원이 정서희에게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아찔하고 도발적인 금발의 미녀들이 대놓고 유혹해도 수험책에만 시선을 꽂고 있는 앳된 수험생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정서희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이 정도로 노골적으로 해줘야 수험생들을 자극할 수 있어요."

"그런데 수험생들이 정말 스스로 이런 걸 원할까요?"

"희망하는 대학이나 회사, 국가기관의 합격을 진짜 원하는 수험생들은 고마워서 눈물을 흘리면서 먹을 거예요."

옆에서 다른 직원이 한마디 거들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진짜 목표의식이 또렷한 수험생이라면 잡념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되는 걸 마다할 리가 없어요. 몸에 해로운 것도 아니잖습니까."

"저도 취직한다고 장기 스터디 생활 좀 해봤어서 아는데, 가장 힘든게 이성 접촉이었어요. 어쩌다가 손끝이라도 한번 스치면 가슴이 벌렁거려서 공부에 도통 집중이 안 됐다니까요."

"근데 정말 신기하네요. 사과에 어떻게 그런 효능이 있을 수 있죠?"

"생긴 것부터가 일단 범상치가 않잖아요. 그리고 수영농장이니까요."

"수영장이면 뭐 그럴 수도 있죠."

수영농장에서 나온 특별한 사과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라는 게 대중이 취하는 스탠스다.

"엘릭서 드링크만 봐도 의학적으로 증명은 안 됐는데 분명히 건강 증진 효능이 또렷하게 있잖아요. 이 황금선악과도 그런 거겠죠, 뭐."

"진짜 수영농장에선 그 전설의 엘릭서를 비료로 뿌려서 작물을 키우는 거 아닙니까?"

"수영농장이라면 그럴 수 있어요. 제가 농사는 잘 모르지만 일단 면적 대비 소출량이 말이 안 된다는 건 알겠더라고요."

정서희가 가벼운 박수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자, 자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걸 정해야 할 시간이네요."

"부회장님, 가격입니까?"

"그래요. 얼마에 팔아야 좋을까요?"

"일단 타깃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수험생들이니만큼 적절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설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전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효능만 보면 수험생들에게는 꼭 필요한 식품입니다. 저렴한 가격은 오히려 사과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저도 일반 사과 수준으로 책정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는데요. 수험생들은 안 그래도 돈 나갈 곳이 많은데 사과를 매달 7, 8개씩 먹어야 한다면 너무 비싸도 곤란합니다."

"요즘 사과가 한 알에 1,000원에서 1,500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압니다. 흉작이면 3,000원까지도 치솟고요. 그래서 2,500원 정도가 어떨까 하는데요."

"전 아예 개당 만 원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입장벽을 확 높여서 가치를 드높이는 거죠. 황금선악과라는 브랜드를 명품화하는 겁니다."

"하지만 개당 만 원이면 정말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수준인데요. 일반 서민들은 너무 비싸서 손도 못댑니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갔다.

끝까지 듣고 있던 정서희가 주변을 조용히 시키고, 입을 열었다.

"저는 1알에 8,000원 정도로 팔았으면 해요."

고급 브랜드화를 구축하면서도, 꼭 필요한 수험생들이라면 진지하게 구매를 해볼 만한 가격.

한 달에 56,000원에서 64,000원의 지출이 나가는 셈이다.

다양하게 쏟아진 의견들을 취합한 부회장의 결정이었기에, 더 이상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부회장님, CF에 관해서 추가 건의가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지금 여러 가지 컨셉으로 CF를 찍었지만, 결국은 피 끓는 젊은 남자들이 그 어떤 예쁜 여자들한테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할 일에 몰두할 수 있다, 이게 핵심이잖습니까?"

"그렇죠."

"반대 성별 CF도 찍으면 좋을 거 같아서요. 주연은 에릭 로한 의원님으로 해서요."

"로한 의원님을요?"

정서희의 표정에 놀란 감정이 떠올랐고, 다들 저도 모르게 숨을 흡 멈췄다.

"원래 연애 먹이사슬에서 최상위포식자는 예쁜 여자가 아니라 잘생긴 남자라고 하잖아요?"

"그렇죠. 잘생긴 남자는 정말 희소하니까."

"1부 CF에서 나온 여자 모델들이 이번에는 황금선악과를 먹고 로한 의원님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라는 컨셉으로 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괜찮네요. 진행하세요."

"그, 그런데…… 로한 의원님 캐스팅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니……."

다들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제일 섹시한 두뇌와 바디를 가진 마성의 미남자.

그의 현업은 바로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CF 모델로 캐스팅을 시도하기에는 광고주 측의 부담이 너무 크다.

이건 정서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설득은 제가 해보겠어요. 그 점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출연 허락만 받아오면 그 뒤는 일사천리다.

정서희는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

'수영 씨한테 부탁하지, 뭐.'

로한을 캐스팅해서 CF를 추가 촬영하는 동안, 정서희는 대치동 학원가로 접근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식품재벌이 직접 나타나자 명문 학원장들이 당황해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그녀를 맞이했다.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그런데 저희 학원에는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

수영그룹 경영진이자 재벌이란 타이틀, 그리고 빼어난 미모는 협상자리에서 큰 도움이 된다.

"별건 아니고요. 영업을 좀 하러 왔어요."

"영업이요?"

"네. 요즘 대치동 학원가에서 신두가 그렇게나 인기라면서요?"

"아, 그렇지요. 학원 주변 편의점들은 신두가 들어오는 족족 동이 납니다. 아예 신두만 쫙 깔아놓은 가판도 늘렸구요. 학원 매점에서도 신두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성장기와 학습에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함유한 데다가 식사 시간이 무척 짧다.

게다가 중환자도 먹을 만큼 몸에 안정적이어서, 급작스러운 배탈이나 장염 등에 걸릴 가능성도 없어진다.

이렇다 보니 신두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락이자 간식이 되었다.

"이거예요."

정서희가 황금선악과를 꺼내자 원장은 동공이 커지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와, 그거 진짜 사과입니까? 금으로 도금이라도 한 줄 알았습니다."

"진짜 사과예요. 그리고 머리를 매우 맑게 해주는 효능을 갖고 있어요."

"머리를 맑게 해준다고요?"

"네. 공부에 집중하기에 아주 좋은 두뇌 컨디션을 유지해 주죠. 나흘 동안이요."

여느 잡상인이 이런 말을 했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꺼지라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프라임컴퍼니 부회장, 신두를 판매하는 식품재벌기업의 경영진이다.

"곧 정식 유통을 할 건데, 사전에 대치동 학원가를 홍보 간판으로 활용하고 싶어서요. 이미 CF까지 다 찍었답니다."

"으음, 대치동을 홍보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원가니까요."

비밀개인과외가 아닌, '학원 상권' 으로서 대치동은 가장 우수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즉 수험생들을 상대로 좋은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치동에 신두가 도시락으로 유행하자, 전국의 수험생들이 앞다투어 신두를 찾으면서 매출이 늘어났던 것처럼.

"12일 동안 여기 학생들을 상대로 홍보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 대신 신두 2억 원어치를 무상으로 제공하겠습니다."

심지어 광고 비용도 제공한다.

현금이 아닌 현물이지만, 학원 매점에서 신두는 가장 잘나가는 아이 템이기에 2억 원어치 정도야 빠르게 현금화가 될 것이다.

원장은 생각을 굳혔다.

재벌가 일원이 직접 찾아와서 좋은 제안을 하는데 거절하는 것은 바보다.

"좋습니다."

정서희는 그렇게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직접 원장들을 상대로 설득을 했고, 무난히 성공했다.

그녀 자신을 광고판으로 활용한 덕분.

홍보팀에서 움직였다면 이만큼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치동 원장이면 돈에서만큼은 웬만한 부자들 부럽지 않은 초고소득자들이니까.

황금선악과의 효능을 설명받은 학생들은 '신두 제조사'라는 타이틀을 믿고, 기꺼이 황금선악과를 섭취했다.

19세 김태원은 대치동에 거주하며 법조인 부모를 둔 수험생이었다.

김태원은 요즘 부모 몰래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다.

상대는 다름 아닌 같은 학원 여학생.

얼마 전에는 드디어 첫 키스를 했는데, 입술이 맞닿으면서 불이 날 것 같은 그 뜨거운 맛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첫 키스를 한 날부터 매일같이 몽정을 하고 있으니.

문제는 공부에 집중이 안 되고, 성적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으아, 미치겠네! 희정아! 사랑한다 으아!'

아예 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면 모를까, 어설프게 한 점 맛만 보고 끊겼으니, 정욕에 불타오르는 몸뚱이는 매일같이 주인을 힘들게 했다.

"이 사과가 정신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그러던 어느 날 학원 매점에서 기이한 사과를 팔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지 않았으면 금색으로 도금한 모형인 줄 알았을 것이다.

프로모션 기간이라서 공짜라고 하기에 김태원도 여자친구와 같이 사과를 먹었다.

그런데 사과를 다 먹고 나서 여자 친구를 바라보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

여자친구가 더 이상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미워졌다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가까이에서 숨소리만 들어도 얼굴을 만지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꽉 안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그런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뭐라고 할까?

여전히 좋은 건 맞는데, 귀가 때 자신을 반기는 강아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

"……."

"이제 공부하자, 우리."

"그래, 공부하자."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참 후 여자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평소처럼 꽁냥거리는 애정이 가득 담긴 톡이 아니었다.

-수학 19번 문제 풀이가 이해가 안 돼. 넌?

평소라면 이 핑계를 대고 만나서 머리를 맞대며 풀이 자랑을 했으리라.

김태원은 조용히 자신의 풀이를 사진으로 찍어서 톡으로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에는 김태원이 톡을 보냈다.

-국어 지문 21번 3번째 문단, 이게 왜 답이 아닌지 알아?

-나도 몰라. 쌤한테 물어봐줘?

-아냐. 괜히 혼날라. 수경이한테 물어봐 줘. 걔는 알지도.

-알았어.

그날 고3 커플은 밤새도록 공부 이야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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