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72화
273 장 펜션 델루나(1)
안살린 왕자는 마음껏 달 관광의 즐거움을 과시했다.
그의 SNS에는 달에서 찍은 여러 풍경 사진들이 틈날 때마다 올라왔고, 각 게시글마다 조회수가 수억이상 나왔다.
가장 인기 많은 게시글은 심지어 조회수가 14억을 넘기기도 했다.
[달의 여신들과 함께]
테이블 중앙에 안살린 왕자가 앉아 있고, 그 앞에는 수십 가지가 넘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다.
옆에는 반듯한 지배인 정장 차림의 하수영이 공손하게 포도 주스를 따라주고 있다.
(종교 율법 때문에 음주 장면을 공식 게시할 수 없다.)
그 뒤에는 네 명의 호텔리어 미녀들이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고 있으며, 그들의 머리 위에는 푸른 지구가 창백한 듯 환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환상이 현실로 강림한 그 풍경은 많은 사람들의 감탄과 부러움을 낳았다.
-이것이 200억 달러짜리 루나 스위트룸 클라스…….
-안살린 왕자는 달에서 지구 구경을 하면서 호화만찬을 즐긴 사람으로 두고두고 인류사에 길이 남겠네.
-이런 업적은 못 참지. 나라도 200억 불 질러버릴 듯.
-200억 불이래 봐야 전 재산의 1/350도 안 돼~
-헐, 안살린 왕자님 재산이 그렇게나 많았음?
-공개된 자산만 7조 달러 이상인가 그럼. 전 세계 알짜배기 광산만 100개 넘게 갖고 있는 것으로 앎.
-석유, 가스, 다이아몬드, 금, 철, 알루미늄, 티타늄, 규소, 구리……. 국제자원투자회사에서 취급하지 않는 광물이 없을 걸?
-하수영 회장이 모든 곡물을 취급 한다면, 안살린 왕자는 모든 광물을 취급하고 있지. 둘이 합치면 전세계와 전쟁을 벌여도 승리할 듯.
-요리 진짜 맛있어 보인다.
-달에서는 컵라면만 먹어도 맛있을 거 같다.
-너무 멋지다. 부럽다는 마음도 안든다. 그냥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다.
-응, 다른 세상 맞아.
호텔 체임버는 4겹으로 구성된 거대한 원형 천막이라고 보면 된다.
직경이 20미터에 달하고 높이도 4미터라서 답답하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1/2는 6개의 방과 서재, 2개의 거실, 욕실, 그리고 풀장을 갖춘 단독스위트룸으로 되어 있으며, 나머지 1/2는 고객을 모시는 호텔리어들의 투숙 및 휴식 공간 및 조리시설 등으로 되어 있다.
"고객님, 고요의 바다를 한 번 돌아보시지요."
"그래요."
식사를 마친 안살린은 흔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는 이미 커다란 탐사 로버가 준비되어 있었다.
보딩 브릿지가 연결되어 있기에, 그들은 굳이 우주복을 입을 필요가 없었다.
안살린은 가장 뷰가 좋은 로버 상석에 앉아, 조용한 달의 표면을 느긋하게 관광했다.
그 모습을 담은 사진 역시 그의 SNS에 게시되었고, 수많은 조회 수와 추천, 댓글을 낳았다.
"달은 참 아무것도 없군요. 고요하다 못해 쓸쓸하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생명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언젠가는 달도 지구처럼 다양한 생명들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테라 포밍할 수 있을까요?"
"로한이 마음만 먹는다면 불가능할건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문제지요."
"오, 자신만만해요. 그렇다면 나도 그 꿈에 한 번 투자를 해볼까요?"
"고객님, 아니, 교수님의 투자라면 언제든지 두 팔 벌려 환영입니다."
안살린은 로버의 특수유리창을 통해 지구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달에서 내려다보니 지구가 참 작고 아름다운데, 인류는 저 아름다운 지구를 욕심만으로 짓밟고 있군요……."
"지구는 겨우 인간에 짓밟히기에는 너무 거대한 요람입니다. 단지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죠."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라……. 하수영 의원은 이상기후가 결국 인간을 몰락시키리라고 믿습니까?"
"몰락이라기보다는 쇠퇴죠. 그리고 그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안살린은 동조한다는 듯이 씁쓸한 미소로 조용히 끄덕이기만 했다.
달 표면 관광을 마치고 호텔 체임버로 돌아온 안살린은 풀장에서 느긋하게 수영을 즐겼다.
지금은 카메라를 꺼둔 상태라 그는 손에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
"내가 비록 아부다비의 왕족이긴 하나, 코란을 믿지 않아요."
전 세계 무슬림과 UAE가 알았다가는 전쟁과 테러가 빗발칠 발언.
하지만 하수영과 안살린은 둘 다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지구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에 대한 끝없는 탐구욕…… 그 끝없는 지적 허기를 채우는데 코란은 오히려 방해만 됐습니다."
"외로우셨겠습니다. 아주 많이."
"하하, 여기는 달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마음껏 해도 되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저의 펜션 델루나는 고객의 모든 비밀을 철저히 지킵니다."
"홍보는 나한테 일일이 양해를 구하지 않고 마음껏 활용해요."
"예. 감사합니다. 고객님께 피해가 가는 정보는 철저히 필터링하겠습니다."
"오늘 하루 고생한 우리 레이디들도 이제 그만 같이 노는 게 어때요?"
"그것이 고객님의 바람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어울리겠습니다."
네 여자들도 신이 나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풀장에 들어왔다.
카메라가 다시 돌아갔고, 안드로이드 프리덤들이 이제부터 본격적인 서빙을 맡았다.
말만 하면 뭐든지 척척 갖다 주는 덕분에, 여섯 남녀는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휴식과 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다 같이 건배할까요?"
"좋죠."
"수영펜션 달 분점의 번영을 위하여, 건배!"
"건배!"
부드럽게 건배를 외치며 잔을 부딪치고 와인을 마신 뒤, 안살린이 짓궂은 표정을 띠며 여자들을 둘러보았다.
"보아하니 여러분들, 아직 내부 교통정리가 안 된 거 같습니다. 맞지요?"
여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풀썩 웃어버렸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아부다비 명예시민권을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아시죠? 아부다비에서는 부인을 4명까지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는 참지 못하고 여자들도 마침내 웃음이 터졌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로마노프가 가장 먼저 하수영한테 다가와서 속삭였다.
"전 귀화도 괜찮을 거 같아요."
다음에는 미레아도 다가와서 슬쩍 말했다.
"공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수영 씨 옆에 남는 게 그 길뿐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틈을 봐서 정서희도 그의 옆에 다가왔다.
"난 틀렸어요. 다른 남자들은 이제 눈에 안 들어온다고요. 책임져요. 내 눈을 다시 낮추든, 세상의 기준을 바꾸든지간에요."
마지막으로 장효주가 다가와서 등에 업히듯이 달라붙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여긴 달이잖아요. 지구의 법이 중요해요?"
안살린이 크고 호탕하게 웃으며 잔을 높이 들었다.
"하수영 의원, 여러 부인을 맞이하려면 부인들 간의 케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 가정이 평안해요. 내가 보기에는 이 레이디들은……."
안살린은 입을 다물었고, CIA 요원답게 미레아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 레이디들은? 그 다음은요?"
"미안합니다. 이건 남자들끼리만 해야 할 거 같아서요."
"아, 말해주세요. 말을 하다가 중간에 끊는 게 어디 있어요?"
안살린은 느긋하게 달의 적막함을 마시며, 하수영이 교대로 여자들을 어깨에 무동 태우며 힘자랑하는 걸 감상했다.
다섯 남녀의 모습은 화폭에서 튀어 나온 것처럼 아름답고, 참 잘 어울린다.
그는 서로 달에 데려가 달라고 치열하게 치정 싸움을 벌이던 아내들을 떠올리며, 느긋하게 눈을 감았다.
"나만 당할 순 없지. 그대도 겪어 보시오."
영상 대부분은 사적인 추억으로 남았지만, 일부는 짧게 클립으로 편집 돼서 세상에 공개되었다.
하수영과 안살린이 풀장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며 잔을 부딪치고, 그 위에 지구가 조용히 떠 있는 사진이 또다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둘은 잠을 자지 않고 심지어 UCC 브이로그 라이브 방송을 켜기도 했다.
처음에는 쉴 새 없이 터지던 슈퍼챗들이 어느 순간부터 고요해졌다.
10만 달러 단위로 터지는 슈퍼챗큰손들이 등장한 덕분이었다.
-안살린 왕자님과 하수영 회장님 지인들이 몰려들었다……!
-슈퍼리치들이라서 그런지 말 한 마디 하는데 1억 원씩 투척. ㅎㄷㄷㄷ
-아, 10만 달러 이상 안 쏠 쩌리들은 슈퍼챗 금지. 그게 이 채널 국룰임.
(cryptokesper님이 100,000$를 후원하셨습니다)
-달 호텔 다음 숙박은 언제입니까?
"cryptokesper님, 감사합니다. 돌아가는 대로 바로 티켓 경매를 열 건데요. 오픈식을 함께한 저와 다른 여자분들은 함께하지 않습니다. 그 점을 감안하시고 경매에 참여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cryptokesper님이 100,000$를 후원하셨습니다)
-T.T
"죄송합니다. 원래 첫 번째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저는 1회차 티켓을 낙찰받으신 고객님의 추억을 희소하고 소중하게 가꿔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다른 대부호들은 200억 달러가 아닌, 그 이상을 지불하더라도 안살린이 누린 특별한 추억은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신기루처럼 사라지지만 기록에는 영원히 남는 소중한 추억.
그것이 200억 불을 기꺼이 지불해 준 VVIP에 대한 예우다.
"대신 2회차 티켓부터는 6인까지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지배인과 호텔리어가 없는 대신, 동반자를 더 많이 태우실 수 있습니다."
(KP님이 100,000$를 후원하셨습니다)
-정말 다행. 기쁨, 6인 동행은 나에게 가족들과의 화려한 휴식을 꿈꿀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KP님 감사합니다. 이제 당분간은 제가 달에서 함께하지 않겠지만, 더 많은 동반인들을 모시고 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수영과 여자들이 빠진 만큼 가족,친구, 지인들과 함께할 수 있을테니.
그렇게 한국 시간으로 새벽까지 안살린과 브이로그 라이브 활동을 한 뒤, 안살린이 마침내 크게 하품을 했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자야겠습니다."
"네, 안드로이드 서버가 안내해드릴 겁니다. 제가 지금은 옷차림이 이래서."
"괜찮습니다. 나도 친구처럼 같이 어울려서 노는 게 좋습니다. 혼자 시중만 받아봤자 그게 무슨 재미겠어요?"
안살린은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랍니다."
하수영은 피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텔리어 섹터와 연결된 개방문에서 나이트가운을 입은 네 여자들이 빨리 오라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들은 그를 유혹하듯이 저마다 손에 와인병 하나씩을 흔들어댔다.
"그럼 이제 다시 또 먹어볼까."
「마스터, 무엇을 말입니까?」
"뭐겠냐. 술이지."
「정말 술입니까?」
하수영이 들어가자 문이 닫히며, 스위트룸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남았다.
***
안살린과 하수영 일행이 지구로 귀환하고, 곧바로 2회차 달 관광 경매가 열렸다.
사전에 공지한 것처럼 하수영 일행은 더 이상 달에서 서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도 경매는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최종 낙찰가는 6억 7,000만 달러에 결정이 되었다.
2회 관광 우승자는 헤슬라자동차의 창업주이자 CEO, 알롱 비스크였다.
하수영이 함께 달에 가지 않지만, 1회차 달 관광으로 인해 그는 달여행의 안전성을 누구보다 강하게 확신했다.
그는 가족 대신 자신이 세운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Y의 주요 기술자들과 함께 갔다.
동반자 선정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함께 화성기지의 꿈을 꾸어온 소중한 동료들에게, 우주여행의 꿈과 낭만을 충전해 줄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6인의 관광객들은 1박 2일의 여행에 무척이나 만족했으며, 여행하는 내내 SNS에서 온갖 자랑글을 올렸다.
그러나 달 관광을 모두가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헬륨-3는 그럼 이제 안 캐는 겁니까?"
"아, 청담 1호가 지금 달 관광선으로 운용하고 있어서요."
"헬륨-3가 훨씬 더 돈이 되는데 어째서 관광선으로 돌리는 겁니까?"
"돈은 되죠. 하지만 낭만은 안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