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69화
272장 핵보유 농장 (1)
공중 폭발은 제주도 전역은 물론이고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도 목격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밝았다.
거리가 먼 지방에서는 유성이라고 생각했으나, 제주도와 일본의 고토시 인근에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목격한 거리가 가까운 만큼 큰 공중 폭발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제주도, 고토를 가리지 않고 목격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뭐지? 핵이라도 터졌나?
-설마 그럴 리가.
-하지만 폭발 섬광이 너무 컸어. 난 정말 핵인 줄 알았어.
-핵폭발을 실제로 본 적 있음? 아니잖아.
-민항기가 공중 폭발을 일으킨 게 아닐까? 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라면 그럴 수도.
-항공유가 저 정도로 한꺼번에 큰 폭발을 일으키기는 어렵다. A380이 한꺼번에 연료 폭발을 일으켜도 저 정도는 아닐걸?
-오늘 한국이 전투기 시제품 테스트 했다던데. 혹시 그게 폭발한 거 아님?
-전투기는 문제없었고 공중 요격테스트를 했다는데 아무래도 이거인 듯.
-그러네. 공중 요격 테스트인 듯.
-대체 뭘로 요격하면 저렇게 말도 안 되는 대폭발이 일어나는 거임?
-한국 국방부에서 공식 발표했음. 다용도 요격 미사일 테스트였다고 함. 또 로한이 만든 거라는데?
-또 로한이라고? 이제는 미사일까지 만드는 거냐? 작작 좀 하라고 해라 제발.
-화성유인탐사선을 심심풀이 취미로 뚝딱 설계하는 사람인데 미사일 정도야 개껌이지 않을까?
-그래서 위력이 얼마라는 건데? 내가 계산을 해봤는데 최소 TNT30톤에서 50톤을 왔다 갔다 하는 파괴력이었어.
-근거는?
-삼각측정 결과 고토에서 약 100km 떨어진 해역 고도 3.9km 지점에서 폭발한 것으로 나옴. 폭발 섬광크기나 광량으로 계산하면 얼추 파괴력은 나오지.
-대단하네.
-재래식 미사일은 절대로 저런 파괴력이 나올 수 없을 텐데?
-러시아의 열압력폭탄 ATBIP이 44톤인가 그러는데 현존하는 가장 쎈 재래식 폭탄임. 당연히 요격 미사일 장착 따위는 불가능하고, 항공기가 실어서 떨어뜨리는 식으로 사용함.
-음속의 5배로 비행하고 TNT 44톤의 파괴력을 내는 미사일? 이거 그냥 핵탄도 미사일 아닌가……?
-핵미사일이라고 하려면 적어도 TNT 10킬로톤 이상은 나와야 하지 않나? 44톤 가지고 핵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44톤하고 10킬로톤이 어느 정도 차인데? 누가 설명 좀 해줘.
-44톤은 말 그대로 TNT 화약 44톤에 맞먹는 파괴력. 10킬로톤은 TNT 10,000톤에 맞먹는 파괴력.1메가톤은 TNT 1,000,000톤에 맞먹는 파괴력.
-ㅇㅋ 감사.
한일 SNS에서는 요격 미사일의 진정한 정체를 놓고 온갖 논쟁이 벌어졌다.
공대공 요격 미사일이라기에는 파괴력이 말도 안 되게 크고.
핵미사일이라기에는 또 파괴력이 너무 낮고 방사능 검출도 되지 않았다.
-혹시 핵융합탄두는 아닐까?
자연히 사람들의 의견은 핵융합탄두 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핵융합로의 안정적인 소형화에는 이미 성공을 했으니, 그걸 무기화한 게 아니냐는 의견.
그러나 수영스페이스에서 짤막한 공지가 올라왔고, 여론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재래식 폭약보다 더 뛰어난 폭약을 사용했을 뿐, 핵폭탄류가 아니다.]
-이거 봐! 핵폭탄은 아니라잖아!
-어쨌든 재래식 폭약은 아니라잖아? 그럼 핵에너지 계열이라는 뜻아님?
-핵폭탄이 아니라는 게 핵융합폭탄이 아니라는 말은 될 수 없지. 핵탄두와 핵융합탄두는 엄연히 다르다.
-뭐가 다른데?
-탄두 물질부터가 다르다, 멍청아. 핵탄두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핵분열시켜서 나오는 에너지로 쓸어버리는 거고, 핵융합탄두는 수소나 헬륨을 핵융합 반응시켜서 나오는 에너지로 쓸어버리는 거란 말이다.
-짜르봄바 같은 수소폭탄도 핵융합 폭탄이라고 하지 않음? 그것도 중수소 쓴다고 들은 거 같은데.
-그 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끌어내려고 기폭제로 핵폭탄을 쓴다. ㅇㅋ?
-아……. ㅇㅋ
-이거 그거 아니냐? 핵융합탄두인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 NCND 스탠스.
-아, 그럴 수도 있겠는데?
***
일본 내각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관방대신은 총리 앞에서 땀을 뻘뻘흘리며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했다.
"저희는 핵융합탄두 미사일이라고 97% 이상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요?"
"TNT 44톤급 파괴력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핵융합 로켓으로 추진력을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하 5에 도달하기도 전에 추진제가 바닥나서 떨어질 겁니다."
"계속."
"추진체로 핵융합 로켓을 썼다면, 굳이 재래식 폭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핵융합 반응을 한꺼번에 일으켜서 그 파괴력으로 목표를 타격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위력이 왜 저 모양이오?"
TNT 44톤은 절대로 약한 위력이 아니다.
하지만 킬로톤, 메가톤 단위에서 노는 핵무기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다.
"저희는…… 일부러 러시아의 ATBIP 열압력폭탄만큼에 딱 해당하는 파괴력을 보여준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일부러 파괴력을 낮춰서 실험했다?"
"하잇! 요지는 원하는 때에 정확히 일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입니다. 그것만 확인하고자 한다면 굳이 대폭발을 일으켜서 세계를 자극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들은 원하는 바를 달성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이제 놈들은 파괴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핵융합탄두 제조기술을 완성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젠장. 그렇다면 결국 한국이 우리보다 한발 먼저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게 아닌가?"
"그렇게 봐도 무방합니다."
"이건 핵금지조약에는 걸리지 않겠지?"
"핵물질이 아니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아마 수소나 헬륨을 썼을 겁니다."
총리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한때 일본의 식민지에 불과했던 그 노예 나라가 감히 주인국을 제치고 먼저 핵보유국이 되다니!
이쪽은 아직 평화헌법에 묶여 정식 군대를 가질 수도 없는 신세인데.
솟구치는 치욕감과 열등감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조센징 주제에, 감히!'
식민지는 수십 년 전에 끝났지만, 그 뿌리는 굳건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 중 상당수는 직간 접적으로 일본의 장학금을 받고 성장했으니, 여당이고 야당이고 가릴 것 없이.
하지만 정치권을 움직여서 수영그룹을 압박하는 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과 손을 잡은 수영그룹은 일본 장학생 정치인들이 손질하기에 너무 거대했다.
"역시 우리도 헌법 개정을 서둘러야겠소. 바로 옆의 적성국가가 실질 적 핵보유국이 되었는데, 언제까지 마냥 태평을 외칠 수만은 없는 법. 게다가 놈들은 스텔스 줌왈트로 버젓이 우리 해역을 감시하고 있지 않은가."
"맞습니다. 한국은 이상할 정도로 강하게 우리 일본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뒤통수를 맞고 몰락할지도 모르지."
총리대신은 관방대신이 물러가자 즉시 농림수산성 장관을 호출했다.
"올해 우리 일본의 쌀 사정은 어떻소?"
"수요 맞추는 것은 문제없습니다.
잉여 비축량도 넉넉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아니라, 우리 일본의 자영농가 상태를 말하는 겁니다. 장관."
농림수산성 장관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농사를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합니다. 변종 붉은불개미 때문에 농사를 지어봤자 수확기에 갈려 나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까? 그깟 해충 하나 때문에 대일본국이 벼농사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고 쩔쩔 맨다는 게 말이 됩니까?"
"송구합니다. 워낙 약제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어 현존하는 약제로는 방역이 되지 않습니다."
"정확히 어느 정도입니까?"
"한해살이 작물은 90% 이상이 작황 불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총리 각하."
"90% 이상이라고……."
신음하던 총리는 눈을 부라리며 다시 물었다.
"그럼 수영농장 놈들은 대체 무슨 수로 벼농사를 잘 짓고 있는 겁니까?"
"놈들은 붉은불개미 방역에 성공했습니다. 놈들 농지에서 붉은불개미가 피해를 입혔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 그 방법을 알아내면 될 거 아니오? 놈들이 지금 일본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내각정보실은 그거 하나 못 알아내고 있다는 거요?"
"송구하오나 총리 각하, 히사타로 농업은 히사타로 전 총리 각하의 개인 사업체입니다. 함부로 첩보를 했다가는……."
총리는 또다시 이를 바드득 갈았다.
히사타로 전 총리, 일본 막후 정치의 실세이자 상왕이라 불리는 인물.
현 총리인 자신을 이끌어준 스승이기도 했다.
그 스승의 말년사업체에 손을 대는 것은 배신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스승을 배신한 이는 일본 정계에서 영구적으로 축출될 것이다.
심지어 힘이 없는 스승도 아니니.
"만약 놈들이 식량을 무기로 사용하면 우리 일본은 어떤 상황이 됩니까?"
장관은 그런 상황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총리가 바라는 것은 그런 객관적인 대답이 아닐 것이다.
"놈들은 히사타로농업을 통해 큰돈을 벌고 있습니다. 국가 간 갈등으로 히사타로농업을 정리하지는 못할 겁니다."
"확신합니까?"
"예. 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생선이 문제입니다."
"생선이라……."
총리의 얼굴도 흐려졌다.
지금 일본이 자체적으로 유통하는 생선은 본토의 강이나 호수, 하천에서 잡히는 민물고기뿐이다.
생선 무역 공격이 들어올 경우, 당장 총리의 밥상부터가 달라진다.
수영양식장은 일반 생선 암시장을 통해 백 배 이상의 가격으로 생선을 팔고, 그 생선들은 부유한 상류층들 사이에서만 소비된다.
"그 문제도 해결 방법은 있을 듯합니다."
"어떻게?"
"고리야마 초밥의 매장을 더욱 확대하는 겁니다. 고리야마 사장은 하수영 회장과 개인적으로 매우 친합니다. 그의 성정을 보면, 국가 간갈등으로 친구인 고리야마 사장의사업을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고리야마 초밥의 매장을 더욱 늘리는 게 왜 해결책이 된다는 겁니까?"
"고리야마 초밥이 시골 구석구석까지 널리 보급된다면, '어시장'이 사라지더라도 생선 섭취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으음, 그런데 어떻게 고리야마 매장 개수를 늘린단 말이지……?"
"국가보조금을 지원하고 매장 수를 지금보다 열 배 이상으로 늘리라고 하면 될 거 같습니다."
"오, 그 과정에서 정부가 고리야마초밥의 지분도 획득할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각하."
"좋아, 일단 시행하지. 헌법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놈들이 비겁하게 식량으로 채찍질을 할 수 있을테니."
그러나 고리야마 사장은 '투자 받아가면서까지 사업 확장할 의지는 없다.'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정부 협상단은 수차례 실패 끝에 결국 투자가 아니라 15년 채권, 그것도 마이너스 금리 형태로 겨우 매장 확대를 권유할 수 있었다.
심지어 계약 체결 장소에서는 한국에서 온 변호사까지 함께했다.
"박호진사님이라고 습니까?"
"예. 하수영 의원님 창업 초기부터 법적 자문과 수임을 해왔습니다."
"그럼 수영양식장도 함께 3자계약을 체결하시겠다는 의지입니까?"
"아닙니다. 다만 법적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검토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본 변호사들이 뒷돈이라도 받고 의뢰인을 속이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요."
정부 협상단은 뜨끔했다.
고리야마 초밥이 고용하는 법무법인에 은밀하게 손을 써서 정부에 유리한 계약으로 만들 계획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박호진이 거느린 국제변호사팀은 꼼꼼하게 계약서를 검토해서, 조금이라도 해가 될 만한 조항들은 모조리 짚어냈다.
"다행히도 독소조항은 없군요. 몇몇 조항들이 조금 문제가 있지만 이것들만 삭제하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고리야마 사장님."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수영 회장님께도 따로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하수영 회장님이 일본 내각에 전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무엇입니까?"
허탈함에 휩싸여 있던 협상 책임자가 물었다.
"생선 공급은 어디까지나 고리야마사장님 개인을 위한 약속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고리야마 초밥과 정식 법률관계는 맺지 않은 상태입니다. 상호신뢰와 우정만으로 맺어진 사이죠."
"……."
"고리야마 사장님이 이 사업 확장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초밥 사업을 접게 된다면 당연히 우리도 생선 공급을 중단합니다. "
"그, 그런……."
"아, 고리야마 사장님이 온전한 자기 의사로 지정한 후계자라면 생선 공급을 해줄 겁니다."
책임자는 깨달았다.
결국 고리야마 초밥에 어떤 수작질도 하지 말라는 경고라는 것을.
※작가의 말
순순히 쌀과 밀, 옥수수를 사간다면 핵 공격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