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68화 (1,168/1,270)

프랜차이즈 갓 1168화

271 장 의원님은 못 말려 (4)

사천공항.

KAI는(한국항공우주산업 주식회사)한국의 전투기 사업을 담당하는 방산업체다.

또한 수영그룹에서 추진하는 종합항공기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참여한 기업이기도 했다.

원래 차세대 전투기 보라매 프로젝트의 완성이 눈앞이었는데, 로한이 갑자기 항공기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처음에는 눈치를 봤었다.

하지만 보라매 프로젝트는 중지되지 않았고, 오히려 수영그룹으로부터 알음알음 지원까지 받았다.

보라매 전투기 첫 테스트 비행을 앞두고, KAI 임직원들은 다들 들떠있었다.

"수영그룹이 프로펠러 전술기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우리가 살았습니다. 로한 교수의 도움도 많이 받았구요."

"핵융합 로켓을 달아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워."

"로켓이 너무 비싸서 일개 전투기에 달기에는 가격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노즐이 발산하는 열을 꼬리날개가 버틸지도 의문이고요."

"그래도 핵융합 로켓을 준다면 프로젝트가 얼마든지 연장되어도 상관없었는데, 내열 문제야 더 개량을 하면 되고."

KAI 및 방사청 관계자들은 격납고에서 나오는 보라매 전투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4.5세대 전투기라 일컬어지는, 국산 전투기.

비록 주요 부품들은 미국의 것을 가져다 쓰긴 했지만, 어쨌든 한국은 자신의 손으로 4.5세대 전투기를 만들어냈다.

그때 한쪽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졌다.

"팀장님! 하수영 의원님과 로한 의원님이 오신답니다!"

"뭐? 하수영 의원님까지?"

로한이 참관은 예정에 있지만, 하수영은 예정에 없었다.

사천공항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휩싸였다.

"저기 오십니다."

거대한 퀸 스텔리온의 동체가 착륙장에 서서히 내리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두 귀빈을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헬기 앞으로 뛰어갔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로한과, 어두운 해군정복을 입은 하수영이 헬기에서 내렸다.

둘 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훤칠한 비율을 자랑했다.

로한의 가슴에 단 금뱃지와, 하수영의 예모에 박힌 5개의 별이 나란히 있으니, 대통령 봉황 마크가 가볍게 생각될 정도다.

"어서 오십시오. 하수영 의원님, 로한 의원님."

"반갑습니다."

"미리 말씀을 주셨으면 준비를 제대로 했을 텐데……."

"그럴까 봐 조용히 온 겁니다. 제가 그럴 자격은 있지 않습니까?"

사재로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1,026기를 사서 해군에 기증한 해군 원수.

당연히 불쑥 찾아와서 참관을 할 자격은 넘친다.

현직 국회의원이자 국방위원인 로한은 말할 것도 없고.

공군 소장은 정신이 어질어질해질 것 같았다.

하수영이 올 줄 알았으면 공군참모총장이 미리 뛰어와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여기 있는 군인 중에서 계급은 자신이 가장 높다.

그때 로한이 공군 소장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제가 전에 말씀드린 건 준비 되었습니까?"

"아, 네. 준비되었습니다. 표적 미사일 1기와 요격 미사일 1기, 모두 1호기 무장칸에 탑재했습니다."

"뭐야, 로한, 그냥 시제기가 잘 날아오르나 그것만 체크하는 게 아니었어?"

"비행이야 실패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하는 김에 공중 요격 테스트도 해봐야죠."

"오, 그럼 미티어인지 그 공대공미사일 실제발사 오늘 볼 수 있는 건가?"

"미티어는 아닙니다. 기대하십시오."

"뭐야. 이 녀석, 사람 엄청 궁금하게 만드네."

공군 소장은 하수영이 로한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걸 보고 속으로 깜짝 놀랐다.

게다가 로한도 하수영 앞에서 한없이 깍듯하고 자세를 낮춘다. 그게 당연하고, 몸에 밴 듯이.

'대체 두 분이 무슨 사이이기에…….'

둘의 화려한 여성 편력 소문만 없었어도, 이상한 오해가 수도 없이 불거졌을 것이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로한과 하수영의 등장에 사천공항공군비행장 전체 분위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대통령이 와도 이보다는 긴장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첨단산업에서 둘의 이름이 끼치는 영향력은 거대했다.

심지어 둘은 얼마 전에 두 달 만에 개조한 달 탐사선을 이용해, 달유인 탐사까지 성공적으로 마치지 않았던가.

실무 엔지니어들은 직접 몸으로 자격을 증명한 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로한이 말했다.

"자, 슛 들어갑시다."

"예?"

"아, 드라마 현장 용어입니다. 웃을 줄 알았는데요."

사람들은 직위를 가리지 않고 배꼽이 빠지게 웃어댔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이다.

하수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다들 왜 웃습니까? 뭐가 재밌는 거죠?"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처절한 것이다.

공군소장 앞에서 반말을 한 것은 일부러 틈틈이 흘리는 전략적인 연출이었다.

무리가 커지자 하수영은 그때부터 로한에게 공대를 사용했다.

"로한 의원님도 보라매 전투기 프로젝트에 막바지로 참여했다면서요?"

"네. 거의 다 완성된 것에 숟가락만 조금 얹었습니다. 전체적인 조율을 좀 봐줬습니다."

"그래도 우리 로한 의원님이 조율을 봐줬으면 뭐 실패할 일은 없겠네요. 달 탐사선에 비하면 솔직히 껌 아니에요?"

"난이도가 낮은 건 사실이지만, 가볍게 치부할 건 아닙니다. KAI와 방사청도 그간 정말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우리 로한 의원님, 국방위원 되시더니 많이 너그러워지셨네. 다른 과학자, 엔지니어한테 원래 엄청 까칠하시잖아요."

관계자들은 태평하게 오가는 둘의 대화를 놓칠세라 귀 기울여 들었다.

-보라매 1호기가 곧 이륙합니다.

시원하게 활주로를 달린 보라매 1호기가 마침내 가볍게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모두 크게 박수를 치며 첫 이륙을 축하했고, 관제팀은 좋아하는 한편, 조금의 이상이라도 없는지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그럼 이제 공중 요격 테스트를 한번 해봅시다."

"네, 의원님."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다들 기대감이 가득했다.

로한이 가져온, 아직 이름도 붙지 않은 공대공 요격 미사일의 성능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차세대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에 비하면 어떨까.

다들 가슴이 두근거렸다.

"안전을 위해서 예정대로 요격 테스트는 해상에서 실시하겠습니다."

"표적 미사일 발사합니다. 5, 4, 3, 2, 1, 발사."

"요격 미사일 발사합니다. 5, 4, 3, 2, 1, 발사."

격추 예정 고도는 지상 3.9㎞.

'가상의 적기' 역할을 맡은 표적 미사일이 꽁지가 빠르게 도주하고, 느긋한 격차를 두고 발사된 요격 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추격했다.

표적 광원은 마하 2.3의 속력으로 빠르게 회피 기동을 실시하며 도주했지만, 추적 광원은 어느덧 마하 5.3 를 돌파해서 뒤쫓고 있었다.

"우와……."

관제실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두 광원이 순식간에 좁혀졌고, 마침내 거리가 0이 되는 순간…….

"명중! 명중했습니다! 표적, 통신소실! 레이더에서도 둘 다 잡히지 않습니다! 격추 확인!"

"오오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요격 성공이 확인되자 관제실에서 기쁨의 함성이 사정없이 울렸다.

하수영도 느긋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로한과 사전에 짠 대로 연기를 했다.

"오, 분위기를 보니 성공한 모양이군요."

"네. 표적 미사일이 꽤 격렬한 회피 기동을 실시했는데도 요격 미사일이 스스로 쫓아가서 격추했습니다. 아마 이 요격 미사일을 피할 수 있는 전투기는 거의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요? 일본, 중국 전투기는 확실히 잡을 수 있어요?"

"네, 장담합니다."

"로한 의원님은 국회 의정 보시느라 바쁘셨을 텐데 언제 또 이런 걸 만드셨대요?"

"항모함대가 갖춰지면 반드시 필요할 거 같은 무장이라서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핵융합 로켓을 응용한 거라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역시. 근데 핵융합 로켓은 아직 엄청 비싸지 않나요?"

"제조비가 비싸죠. 하지만 만능 랩팩토리가 완공되면 가격을 많이 다 운시킬 수 있을 겁니다. 입자집합명령 장치를 포함해서요."

공군 및 방사청 관계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운 채 둘의 대화를 귀담아들었다.

그때였다.

"소장님! 방공관제사령부에서 온 연락입니다!"

"무슨 연락인데?"

"일단 받아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사령관님이 직접 연락하셨습니다!"

공군 소장은 급히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같은 소장이지만 기수가 자신보다 많이 높다.

"필승, 소장……."

-야, 자식아! 너네 시제기 비행 테스트한다면서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한 거야!

"미사일 공중 요격 테스트를 추가로 했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예정된 테스트입니다."

-그러니까 그 미사일이 대체 뭐냐고! 니들 무슨 사고 낸 거 아냐? 어디 엄한 여객기라도 터뜨린 거 아니냐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선배님이 먼저 아셨을 겁니다."

격추 지역에 민항기가 있는지 없는지는 방공관제사령부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사전에 충분히 공로통제구역을 설정해서 민항기들이 피해에 휩쓸리지 않게 했다.

'로한 의원님이 통제구역을 너무 넓게 잡아서 그거 때문에 힘들었는데…….'

-아니! 그런데 왜 제주도에서 핵이라도 터진 거냐고 말들이 나오는 거냐고!

"예?"

-대낮 상공인데 갑자기 태양이 한 개가 더 뜬 줄 알았댄다! 어떻게 된 거냐고!

공군 소장이 쩔쩔매자 로한이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밀었다.

"바꿔 주십시오.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아, 네. 선배님. 로한 의원님이 직접 설명하신다고 바꿔달라고 하십니다."

-뭐? 로한 의원님이?

빠르게 폰을 받아든 로한이 입을 열었다.

"통신보안, 국방위원 로한입니다."

-통신보안, 방공관제사령관 임태후입니다. 필승.

"경례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중 요격 실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십시오."

-그, 그렇습니까? 하지만…….

"사전에 설정한 통제구역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피해 범위를 충분히 고려하여 넉넉하게 잡았습니다. 폭파 고도는 약 4m였고, 제주도 해안선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지점입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사령관은 뭐가 죄송한지도 모른 채, 그저 로한의 이름 앞에서 쩔쩔매기 바빴다.

"TNT 44톤급 열압력폭탄의 일종입니다. 러시아의 ATBIP와 유사한 거죠."

-아, 그렇다면 그 정도 파괴력을 보일 만하군요. 이해했습니다.

공군소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렇게 작은 미사일이 ATBIP급이라고? 재래식 폭탄 중에서 최강의 폭발력을 자랑하는 그……?'

체급이 적어도 닭과 곰 정도는 될텐데?

"네, 외부에는 열압력폭탄의 공중 폭발 실험도 겸한 테스트였다고 발표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로한이 폰을 넘겨주었고, 공군 소장은 멍청한 얼굴로 받아들였다.

"의원님, 정말로 TNT 44톤급짜리였습니까? 하지만 미사일의 사이즈가 너무……."

"네. 설마 그럼 공대공 핵융합폭탄 미사일이라도 되겠습니까?"

"……죄송합니다."

***

제주도 서귀포시 해안.

계절에 맞지 않는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모래사장에 대자로 누워 있던 청년은 순간 깜짝 놀랐다.

저 먼 하늘에서 환한 빛이 크게 터졌다가 사그라진 것이다.

"뭐야? 유성? 아니, 비행기라도 폭발했나? 아니아니, 설마 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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