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66화
271 장 의원님은 못 말려 (2)
SC그룹은 수영그룹에 통신사업 매각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언론에도 손을 썼다.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화산텔레콤, 가입자 7,000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루아침에 대부분의 가입자를 잃은 3대 이동통신회사들! 최소 2만 명 이상의 실업자 예상?]
[대량실업의 책임, 누가 짊어지나?]
그렇게 불을 지피우면서 댓글 알바들을 동원해서 땔감을 슬슬 밀어 넣기 시작했다.
-솔직히 화산텔레콤이 너무했다. 아니 그런 저가공세 펼치면 살아남을 기업이 어디 있어?
-실업자가 2만 명 이상이라는데. 4인 가족으로 잡으면 적어도 8만 명 이상이 생계를 위협받게 된거임. 이거 아주 크나큰 위험.
-굳이 그렇게까지 다 해처먹었어야 속이 시원했냐! 니들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굶어 죽게 생겼다고!
상황을 주시하던 프리덤은 자동방어권을 발휘해도 되는 때임을 깨달았다.
프리덤은 주인들을 설득했다.
"주인 SC그룹에서 댓글 알바들을 풀었습니다. 놈들의 최종 목적은 화산텔레콤이 통신 카르텔의 담합에 가담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기들도 계속 통신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뭐? 안 되지. 프리덤. 내 계정으로 댓글 알바 놈들한테 반박 댓글좀 달아줘."
「알겠습니다.」
"저번에 알바들 패턴이 뭐라고 했었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복붙 꼬리물기 반박을 일삼다가 상대방이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을 끄면 자기가 승리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망할 새끼들. 내가 어떻게 해서 손에 넣은 1.9 완전 무제한 요금제인데 이걸 뺏으려고 들어? 프리덤, 앞으로 무제한으로 놈들을 물어뜯고 반박해! 아, 욕은 하지 말고."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10만 명의 유저로부터 '참전 권한'을 얻은 프리덤은 본격적으로 나섰다.
프리덤은 시스템 자원이 넘치는 인공지능이다.
댓글 알바 1만 명이 1만 년 동안 작성 가능한 댓글을 1초도 안 돼서 끝낼 수 있다.
그런 프리덤이 무려 10만 개의 계정을 들고 참전을 표명했으니.
-말은 똑바로 해야 합니다. SCI 룹을 포함한 통신사들은 정당한 비즈니스 경쟁에서 졌습니다. 담합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고 덤핑도 아닙니다. 기술의 차이에서 진 겁니다.
- 경쟁에서 패배한 상대기업의 실업자들을 승리자가 왜 챙겨줘야 합니까? 세상 어느 자본주의를 뜯어봐도 그런 법은 없습니다.
-논리 없는 물타기입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전형적인 논점 이탈법을 사용하는군요.
-2만 명의 실업자를 위해서 전국민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까? 당신은 이동통신사의 직원입니까, 아니면 이 나라의 국민입니까?
-국회에서는 실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충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댓글알바부대와 프리덤이 화력전을 벌였다.
당연히 댓글알바부대는 상대조차 되지 않고 나가떨어졌다.
선동 댓글을 슬쩍 달면 곧바로 온갖 파훼로 무장한 장문의 댓글이 1초도 안 돼서 수십 개씩 줄줄이 달렸으니.
심지어 계정도 전혀 달랐다.
외주를 받아온 알바팀장은 돌아가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이거 뭐지? 설마 화산텔레콤에서도 마케팅팀을 썼나?"
댓글알바부대는 절대 스스로를 알바라 하지 않고, 마케팅 회사라고 칭한다.
"팀장님, 아무래도 놈들도 마케팅팀을 쓴 거 같은데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화력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아니, 그래도 반박글 다는 속도가 너무 빠르잖아. 너라면 이렇게 긴 장문을 1초도 안 돼서 타이핑할 수 있어?"
"미리 작성을 해놓은 댓글들을 불러오기 한 거 아닐까요?"
"그것도 상황에 맞는 댓글들을 불러와야 하는데, 그럼 최소한 읽고 나서 생각을 할 시간이 필요한데.
작성 시간을 보라고. 우리가 올리고 나서 몇 초도 안 돼서 줄줄이 올라온다고."
"화력이 너무 딸려요."
임진왜란 시절의 왜구들과 지금의 한국해군이 맞붙은 꼴이나 마찬가지다.
영해를 채 벗어나지도 못하고 줌왈트 3척의 레일건 화력에 1초 만에 우수수 격침되는 꼴이나 마찬가지.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화력 차이 앞에서, 댓글알바부대는 결국 두 손을 놓았다.
"이 새끼들은 잠도 안 자는 거냐, 뭐냐?"
"아무래도 한두 명이 아닌 거 같은데요. 지금까지 대충 세어본 계정개수만 1천 개가 넘습니다."
"우리보다 팀원이 훨씬 많은 건 분명해요."
"아, 이거 안 되겠다. 접어야겠는데. 아오, 씨발."
그렇게 여론 공작은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국민 여론은 '수십 년 동안 소비자 지갑 뜯어먹은 이통사를 왜 구제해야 하느냐?'라며 분노를 품기 시작했다.
통신요금 인하는 소비자들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주제였다.
여기에 로한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기름을 부었다.
"폐업하는 이통사들은 법으로 정해진 근로퇴직금을 100% 지불해야만 할 겁니다. 제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겁니다."
로한은 국회 내부가 아니라 정문앞 대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덕분에 일반 시민들도 얼마든지 실시간 기자회견장을 구경하러 올 수 있었다.
"청담 스코프 양산 프로젝트를 글로벌 첨단종합연구생산단지로 확장하겠습니다. 청담스코프뿐만 아니라 인공위성과 우주선까지, 모든 것을 생산할 수 있는 만능 랩팩토리로 키우겠습니다."
국회 톱스타답게, 그의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무수한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덕분에 국회는 벚꽃 축제 이상으로 교통이 마비되었다.
"앞으로 재벌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내부단속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겁니다."
"특종이다! 특종이야!"
"빨리 송고해! 속보로 내보내야 해!"
기자들은 난리가 나서 급히 기사를 써서 포털에 올리는 등 정신이 없었다.
청담 스코프 양산 프로젝트.
1,520억 원짜리 청담 스코프를 5,000만 원 이하로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모든 부품을 국산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거대한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최소 6조 달러'가 필요하다는 수영그룹의 견적서에 기겁을 한 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투자한 돈은 겨우 500억 달러.
안살린 왕자가 1조 달러를 투자하긴 했지만, 아직 사업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부지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만능 랩팩토리는 입자집합명령 장치 양산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입니다. 이번 달 안으로 투자금을 확보해서 부지 건설에 들어가겠습니다."
[지지부진했던 청담 스코프 양산사업, 드디어 시동 거는가?]
[로한 의원, "더욱 덩치를 불려서 올라운드 만능 연구공장으로 만들겠다."]
[현재까지 확보한 투자금은 1조 500억 달러, 남은 4조 9,500억 달러를 이 달 안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수영사채 총수신액이 3조 달러가 안 되는데, 과연 가능할까?]
청담 스코프 양산사업 투자금 1조 500억 달러는 현재 수영사채가 관리하지만, 수신액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대중은 수영그룹이 과연 6조 달러를 어떻게 맞출지를 놓고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로한이 그 답을 해주었다.
"처음 이 사업을 논의했을 때는 제가 관심이 없었습니다."
"……!"
맨땅에서 하나하나 부딪치며 모든 기술을 쌓아야 하기에 최소 6조 달러는 필요했을 겁니다. 이제는 상황이 변했습니다. 2조 달러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9,500억 달러가 필요한데?
원화로는 950조 원이라는 거금이다.
"미 정부가 차관을 약속했습니다. 10년 무이자 거치 조건입니다."
"10년 무이자라고요?"
"물가 상승을 생각하면 그냥 공짜로 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10년 동안의 물가상승, 그리고 삭감한 이자를 합산하면, 950조 원이상을 거저 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파격적인 조건.
기자들도,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심지어 실업을 앞둔 이통사직원들조차도.
더 이상 3대 통신사의 폐업은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았다.
2조 달러짜리 거대한 첨단연구밸리 프로젝트가 곧 삽을 뜬다.
"그러니 더 이상의 걱정은 접어두시고, 저렴하고 빨라진 무선 인터넷을 마음껏 즐기십시오."
대한민국이 흔들릴 것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
카르텔은 굳건하다.
하지만 이익 앞에서는 가차 없이 오랜 동지의 등에 꽂을 수 있는 게 또 카르텔이다.
그런 비열한 이기주의가 없다면, 애초에 카르텔을 형성하지도 않았을 것이기에.
이익이라는 신의로 뭉쳐져 있기에, 그 이익이 깨지면 주저 없이 등을 찌르게 되는 것이다.
KST그룹과 SC그룹은 철저히 그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3위인 델지통신은 조금 입장이 달랐다.
그룹 입장에서 통신은 주력 사업이 아니었고, 큰 이익을 내지도 못했다.
제대로 투자해서 잘 키워보려고 했지만, 이제는 미래가 안 보인다.
그래서 델지통신은 주저 없이 폐업을 진행해 버렸다.
그 과정에서 통신사 직원들을 해고 하지 않고, 타계열사에 분산배치해서 해고자 0을 달성했다.
KST그룹과 SC그룹이 전전긍긍하는 사이, 로한이 동료의원들을 움직여 기습공격을 가했다.
[통신기간사업자 폐업 절차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특별법을 통과시켜서 두 이통사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손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무도 두 그룹을 돕지 않았다.
이제 두 회사의 폐업 절차는 정부의 관리로 들어왔다.
국회에서도 감사 자격으로 임시위원회가 구성돼서 간섭을 시작했다.
임시위원장으로 나온 로한은 안드로이드 보좌관들을 무제한 활용해서 두 회사를 들쑤시고 다녔다.
"담합의 증거를 찾았습니다. 한두번이 아니라 수십 년간 꾸준히 이어진 담합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국민여러분들은 높은 통신요금에 고통받았던 겁니다."
"래플폰 1세대가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것은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담합해서 막았기 때문입니다. 후발 상품을 내놓을 시간을 벌기 위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 겁니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초기 시절, 와이파이 모듈 탑재를 막기 위해 온갖 갑질과 협박, 로비를 자행했습니다. 데이터 장사를 하기 위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막은 겁니다."
회계팀과 임시위원회는 온갖 담합의 증거들을 줄줄이 찾아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과 로한의 두뇌앞에서는 그 어떤 복잡한 회계조작도 의미가 없었다.
불법자료 또한 아무 깊은 곳 숨겨놔도 모조리 찾아냈다.
심지어는 인적이 드문 야산에 방치된 컨테이너 안에서 십수 년 전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SC통신, 과징금 11조 원.
-KST통신, 과징금 8조 원.
두 회사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얻어맞았다.
주요 자산인 통신 인프라는 고철신세로 전락했기에, 두 회사의 자산가치는 현저하게 감소한 상황.
회사를 송두리째 팔아도 과징금을 전부 납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임시위원회는 현금성 자산을 모두 정리해서 직원들의 퇴직금을 지불했다.
그리고 주식을 전량 소각하고, 남은 자산 전부를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으로 과징금 납부를 정리했다.
납부 주체인 법인이 소멸했으니, 애초에 남은 과징금을 더 받아낼 곳도 없었다.
SC그룹은 그나마 화학과 에너지가 살아 있기에 그룹 체제는 유지할 수 있었다. 비록 덩치가 쪼그라들긴 했어도.
하지만 통신이 가장 큰 뿌리였던 KST는 더 이상 그룹을 유지할 동력 원을 상실했다.
KST그룹의 다른 자회사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매각되거나, 정부 공사소유로 들어갔다.
[공기업 한국전기통신공사에서 민영화된 KST, 정경유착으로 한국통신의 인프라 자산을 매입해 통신사업을 시작한 SC통신, 수십 년의 삶을 정리하고 본래대로 국고로 돌아 오다.]
[화산텔레콤, 마침내 국내 1위 통신기업으로 우뚝 섰다. 화산 호크스의 리그 1위는 언제쯤 가능할까?]
-회장니뮤ㅠㅠ 선발은 바라지도 않으니 마무리로 뛰어주시면 안되나요?ㅠㅠ
화산텔레콤은 통신시장 점유율 98%의 괴물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너무나 저렴한 요금제 때문에, 월 매출은 2조 원이 간신히 넘는 정도였다.
KST의 한 해 매출이 그 10배 이상이었던 과거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은, 이 상황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