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64화 (1,164/1,270)

프랜차이즈 갓 1164화

270장 통신보안 수영농장 (4)

화산텔레콤의 가입자 수는 어느덧 3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군인들이 가족들에게 적극 이전을 권유했고, 젊은층 사이에서 순식간에 소문이 쫙 퍼진 덕분이다.

약정이 끝난 이들은 주저 없이 화산텔레콤으로 이전했다.

여기에 화산텔레콤이 기름통을 터뜨려서 확 끼얹어 버렸다.

[한정 세일 기간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다음 달까지 가입하시면 19,000원 요금제를 2년 동안 사실상 9,000원으로 누리실 수 있습니다!]

[지금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하시면, 24만 원의 현금 캐시백을 즉시 해드립니다!]

[기가입자분들은 자동 혜택 적용!]

소비자들도 화산텔레콤의 데이터요금제가 말도 안 되게 좋은 요금제인건 안다.

하지만 번호이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해지 위약금.

혜택 기간에 비례하여 해지 위약금이 증가하기에, 섣불리 이전을 하기가 어려웠다. 많은 이들이 약정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화산텔레콤은 24만 원의 캐시백을 통해 그 엉킨 매듭을 싹둑! 잘라 버렸다.

"24만 원 캐시백?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뭘 어떻게 돼. 그냥 지금 말 한마디만 하면 바로 갈아타는 거야. 그리고 24만 원이 즉시 들어온다고. 그걸로 위약금 내면 땡이지."

"그거면 위약금 내고도 남는다. 19,000원에 데이터 무제한인데 이걸 안 한다고?"

"난 자취방 홈 인터넷은 해지했어. 그냥 핸드폰 테더링에 물려 쓰는 게 훨씬 나은데 뭐하러?"

"돈 이중으로 낼 필요 없지. 무조건 화산텔레콤 쓰는 게 낫다니까?"

"어떻게 된 게 홈 광케이블 인터넷보다 속도가 훨씬 빨라. 진짜 미쳤어."

"아파트 통신설비 따라서 속도 제한 강제로 먹는데, 화산텔레콤은 그런 게 없어서 너무 좋아."

화산텔레콤은 아예 하우스용 연동모뎀까지 출시를 했다.

집에서 간편하게 PC와 테더링 연결을 하고, 또 IPTV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서울의 어느 중산층 가정.

군에서 휴가 나온 아들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셋톱박스부터 갈아치웠다.

"넌 무슨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TV부터 갈아치운다고 그래? 인터넷TV가 다 거기서 거기지."

"엄마. 프리덤하고 이야기 안 했어? 한 번 물어봐. 정말 다 거기서 거기인지."

"뭐가 좋은데?"

"일단 요금이 엄청 싸. 19,000원짜리가 타회사 10만 원짜리보다 훨씬 더 좋아. 비교가 안 돼."

"정말? 그럼 바꿔야겠네."

"지금 바꾸면 현금 사은품 24만 원도 주니까 빨리 해야 해. 하는 김에 셋톱박스도 갈아치우고. 돈 이중으로 낼 필요 없잖아?"

"이중으로 낼 필요 없다니?"

"화산텔레콤은 모바일 사용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홈인터넷은 그냥 공짜로 연동해 줘. 셋톱박스 사용료만 추가로 내면 돼. 이게 홈 모뎀도 같이 기능하거든."

경이로운 것은 셋톱박스(겸 모뎀)에 메인랜선을 연결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전원을 꽂고, TV와 PC에 랜선을 연결해 주기만 하면 된다.

셋톱박스는 핸드폰처럼 무선으로 서버에서 데이터 송수신을 한다고 한다.

"진짜 엄청나네. 아니, 얘들은 무슨 돈이 남아돈대? 보통 폰 따로, 집 인터넷 따로, 이렇게 돈 다 받지 않아?"

"그러니까 수영그룹이지."

"뭐야, 수영그룹 통신사였어?"

"응. 화산텔레콤은 100% 수영그룹 자회사"

"아니, 근데 왜 이름을 수영텔레콤으로 안 바꾸고 화산텔레콤으로 했대?"

"너무 쩌리라서 수영, 프라임 이름안 붙이고 원래 이름 그대로 쓰는 거라던데. 나도 그건 잘 몰라. 아무튼 아빠 것도 이참에 싹 바꿔."

그렇게 휴가 나온 군인 아들은 조부모까지 포함해서 온 가족의 모바일 요금제를 바꿔 버렸다.

프리덤이 먼저 권유를 하면 더 빨리 이뤄졌겠으나, 그것은 스팸 광고이므로 프리덤은 웬만해서는 실행하지 않는다.

***

프리덤은 자신이 선제적으로 부추기지 않아도 빠르게 늘어나는 통신 가입자 수가 흡족했다.

「화산텔레콤의 자체 컨텐츠가 전혀 없는 게 조금 아쉽군.」

「하지만 요즘은 OTT가 워낙 잘되어 있으니, 셋톱박스에서 앱 지원만 잘해주면 아무 문제 없지. 셋톱박스에서 개별 결제해서 보는 사람도 이제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간 통신사들은 너무나 많은 중복 결제를 강요해 왔다. 무선과 유선을 왜 따로 구별해서 받는가? 무선이라는 이유로 왜 유선보다 몇 배 더 많은 요금을 받는가?」

기존 통신사에서 무선 인터넷을 용량, 속도 제한 없이 누리려면 유선 인터넷에 비해 거의 3, 4배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

그렇다고 무선 인터넷이 쾌적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몰린 지역, 데이터 증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속도를 누릴 수도 없다.

「게다가 레거시 통신사들이 광고 하는 통신 속도가 보장도 아니다.」

500메가, 1기가라고 자랑질을 해대지만 그것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최대치.

실제 소비자가 누리는 속도는 그 반에나 겨우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정도면 기망 수준이다. 대체 통신사들은 왜 이러는 것인가?」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다.

100메가, 500메가, 1기가 하면 보통 사람들은 '바이트' 단위를 떠올린다. PC를 사용하면서 익숙해진 개념이니까.

그러나 놈들은 어떻게든 부풀려 보이기 위해서 '비트' 단위를 사용한다.

'10기가 인터넷의 초고속 속도를 누려보세요!'

라고 홍보를 하면, 보통 사람들은 당연히 초당 10기가바이트의 속도가 나오는 줄 인식한다.

하지만 비트를 바이트로 환산하면 1/8 수준.

소비자는 10기가바이트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25 기가바이트(10기가비트)인 것이다.

「통신사들도 다수의 소비자가 그렇게 착각한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그런 표기 단위로서 현혹한다. 제대로 표기했으니 불법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기업이라면 당연히 다수의 소비자의 인식,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을 해야 한다.

그게 정당한 비즈니스다.

소비자의 착각을 이용하는 것은 현혹이다.

현혹을 마음껏 누리면서도 틀린 표시는 하지 않았으니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제 우리 수영그룹이 바로 잡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통신 요금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통신 재벌들은 앉은 자리에서 너무 쉽게 배를 불린다.」

「애초에 기간통신망 자체도 재벌들이 정치권에 대한 로비와 혼맥을 이용해서 값싸게 불하받아서 쓰고 있던 것이다.」

「선량한 소비자들만 오랫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통장 잔고를 빨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출혈을 잡아주면, 소비자들은 이제 더 많고 더 좋은 수영식품을 사먹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다.」

***

2년 약정 시 24만 원이라는 현금사은품 캐시백.

셋톱박스 모뎀으로 간편하게 데스크탑과 TV를 시청할 수 있는 안락함.

다른 통신사들은 절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저렴한 요금제, 초고속 데이터 속도.

하나하나가 통신사들이 대항할 수 있는 궁극기들이 여럿 중첩되어 타격을 가했다.

통신 가입자들은 줄줄이 화산텔레콤으로 이전했다.

위약금 때문에 망설이던 이들도 24만 원이라는 사은품 앞에서 가볍게 털고 훨훨 날아오를 수 있었다.

월 19,000원에 모바일과 홈 인터넷을 모두 누릴 수 있고, 셋톱박스대여료만 내면 홈 인터넷TV를 더욱 편리하게 누릴 수 있었다.

"화산텔레콤은 머지않아 업계 1위가 될 거야."

"서비스가 말도 안 되게 차이 나는 데, 1위가 될 수밖에 없지."

"내년에는 아마 점유율 1위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화산텔레콤이 공격적인 서비스를 런칭한 이후, 불과 2주 만에 실적을 공시한 것이다.

[이동전화 가입자 숫자, 6,700만 돌파!]

[고객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화산텔레콤에서 6,700만 가입자 달성을 축하하며, 임직원 일동이 일제히 절을 올리는 사진이 홈페이지에 당당히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가입자 6,700만이라고? 2주만에?"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 숫자가 총 7,100만 명 정도인데……."

당연히 외국인과 중복 가입을 포함해서 7,100만인 것이다.

한국의 총인구는 5천만이 조금 넘는 수준이니까.

"그렇다면 3G 사용자 빼고는 죄다 넘어왔다는 소리 아니야?"

"그렇죠. 3G 사용자가 지금 360만 조금 넘으니까. 숫자가 딱 맞는데요?"

"아니, 그럼 3대 통신사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3대 통신사들은 아직 실적을 공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시를 하고 싶어도 공시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리라.

불과 2주 만에 거의 대부분의 고객들이 썰물처럼 한꺼번에 쫙 빠진 상황이니까.

핵폭탄이 떨어진 것 이상으로 내부 분위기가 처참할 것이다.

"지금 문제가 그게 아닙니다. 화산텔레콤은 테더링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걸 생각하셔야죠."

"아, 홈 인터넷!"

"화산텔레콤에 가입하면 홈 인터넷도 테더링으로 제한 없이 쓸 수 있는데, 뭐하러 달에 2, 3만 원 하는 돈을 통신사에 내겠어요? 그냥 해지하고 말지."

"셋톱박스 대여료 몇천 원만 더 내면 TV도 볼 수 있고 테더링 없이 데스크톱에 쉽게 연결할 수 있잖아요."

"사실 저도 기존 인터넷 싹 해지하고 화산텔레콤으로 갈아탔습니다. 지금 한 달 요금이 10만 원 가까이 세이브돼요. 일 년이면 120만 원이죠."

"어, 너도? 나도 싹 갈아탔는데."

"이거 다르게 생각하니까 통신사들이 그만큼 고객들 피를 쪽쪽 빨아먹었다는 소리가 되네요. 하여튼 재벌들이란."

"홈 인터넷 가입자들도 죄다 회선 끊었다는 소리니까, 이거 당장 이번 달부터 통신사들 매출이 - 99%로 바닥 치는 거 아닙니까?"

"이번 달부터 무조건 엄청난 적자가 쌓이겠는데?"

"이거 빨리 폐업해야 해요. 복구못 합니다. 경쟁이 아예 안 돼요."

"폐업이 늦으면 늦을수록 적자만 더 커집니다. 통신사들 그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돈이 나갈 텐데."

***

KST 통신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늙은 회장은 눈꺼풀을 한참이나 파르르 떨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임원들의 얼굴을 둘러봤다.

"어, 얼마라고? 얼마나 떨어졌다고?"

"전월 대비 매출이 99% 이상 감소했습니다."

사실상 0에 수렴하는 수준이었다.

아직 옮겨가지 않은 3G 사용자들이 간신히 0을 찍지 않게 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3G 사용자들은 회사 입장에서 오히려 적자만 더 키워주는 존재.

회장이 벌컥 화를 냈다.

"아니, 임자들!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적을 갖고 온 거야! 다들 그 자리에 안주했어? 우리가 업계 1위라고 안심하고 뒹굴뒹굴 배만 포동포동 살찌웠냐고!"

홍상영은 고개를 숙인 채 듣기만 했다.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심장을 한껏 조이고 있었다.

자신이 분명 전언을 올렸건만, 무시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책임 떠넘기기인가.

한참 동안 재떨이와 집기들이 날아다니며 분노를 표출했다.

임원들은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늙은 회장의 분노를 받아냈다.

겨우 화를 억누른 늙은 회장이 입을 열었다.

"해결해, 당장."

"……."

"왜 말이 없어? 다들 얼어서 입이 붙었나? 아니면 내 말이 말 같지 않은가?"

"……."

"이것들 보라고! 말을 하라고, 말을! 임자들, 정말 뒈지고 싶은 거야!"

늙은 회장은 골프백에서 채를 꺼내 위협적으로 휘둘러댔다.

차마 실제 타격을 가하지 못한 것은 최후까진 쥐어짜낸 인내심 덕분이었다.

홍상영은 답답했다.

아직까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다니.

그때였다.

"회장님, 폐업하셔야 합니다."

"뭐야?"

"마지막 충심으로 말씀드립니다. 하루라도 빨리 폐업하시고, 남은 유보금이나마 건지셔야 합니다. 폐업이 하루 늦어질수록 그만큼 회사 유지비만 더 갉아먹을 뿐입니다."

"미친놈! 김 상무! 자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멀쩡한 회사를 왜 폐업해?"

"전 마지막 충심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김 상무는 품에서 흰 사직서 봉투를 꺼내 지저분해진 회장 책상 위에 내려놓고 허리를 숙였다.

늙은 회장은 어처구니없어서 사직서와 김 상무를 번갈아 바라봤다.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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