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62화 (1,162/1,270)

프랜차이즈 갓 1162화

270장 통신보안 수영농장 (2)

"흠, 데이터 요금이 너무 비싼데."

편한 홈원피스를 입은 채 뒹굴거리던 장효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데이터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요."

"수영 씨가 지금 비싸다고 한 거예요? 군함이나 빌딩이 아니라 겨우 데이터 요금을 가지고요?"

"우리 해군 장병들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비싸서 그래요. 무슨 한 달에 77,000원이나 하지? 게다가 배 타고 멀리 나가면 인터넷도 안 터집니다."

"그건 좀 심하네요."

"누구는 군인한테는 밥도 공짜로 주는데, 누구는 아주 그냥 뜯어먹기에 혈안이네요. 위수지역 넓히지 말라는 지역 이기주의자들하고 뭐가 다른지."

하수영은 혀를 차며 노트북 화면 스크롤바를 죽죽 내렸다.

"속도도 15MB/s도 안 나오는 걸 가지고 데이터 무제한 이 지랄을 하고 있네. 어휴. 이 답 없는 것들."

"그냥 수영 씨가 확 인수해 버리면 되지 않아요? 돈도 많잖아요."

"비싼 값에 인수하면 통신 재벌들만 배 불리는 꼴이죠. 이런 건요, 시장 파이를 뺏어와야 돼요."

하수영이 일어나자 장효주가 얼른 뛰어와서 등으로 폴짝 뛰어올라 업혔다.

안정적인 자세로 대충 그녀를 등에 업은 채 하수영은 프리덤에게 지시를 내렸다.

"프리덤. 혹시 수집품 중에서 통신 회사 같은 건 없냐?"

「화산텔레콤이 있습니다. 화산 그룹에서 사온 매물입니다. 3대 통신사의 기간망을 빌려서 사업을 하는 작은 통신 회사입니다.」

"어, 딱 적당하네. 바로 시작하면 되겠다. 근데 그런 건 언제 사뒀냐?"

「김범석 사장의 조언 때문입니다. 사업 영역 대부분에서 작은 회사를 인수해서 모으고 있습니다. 마스터가 언제 어디에 손을 댈지 모르니까 작은 회사라도 갖추고 있다면 즉시 시작할 수 있어서요.」

"걔가 확실히 내 마음은 잘 들여다 본다니까."

"그럼 나는요?"

등 뒤에서 더 세게 팔다리가 껴안아오지만, 하수영은 여전히 태연했다.

"지금 바빠요."

"그래서 내려가라구요? 내가 그렇게 무거워요?"

"아니, 무겁다는 게 아니고."

***

KST통신은 다른 3대 메이저 이통사와 손을 잡고 해외 자본에 한창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

넷플렉스 등 해외 OTT업체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국내판결선고를 끌어낸 것이다.

판결선고를 끌어내자마자 넷플렉스는 즉각 조치를 했다.

패킷 루트를 돌림으로써 국내 통신사의 망을 사용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해외망 이용을 강제당한 소비자만 느려 터진 전송 속도에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KST 회장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오히려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하하하! 잘했어, 잘했어."

"지금 소비자들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어쩌겠어. 오티티 놈들이 망 사용료를 안 물겠다는데 별 수 있나? 소비자들 좀 잘 다독거려 줘. 이건 우리 탓이 아니라 공짜로 데이터망을 쓰려는 오티티 놈들의 욕심 때문이라고."

"예, 회장님. 소비자들이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이면 넷플렉스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우리가 쿠글에는 굴복했지만, 절대 그 전철을 다시 밟을 수는 없지."

3대 통신사는 국내 포털 사이트에 대해 철저한 갑이었다.

뉴스 기사 면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포털사이트들도 통신사 앞에서만큼은 설설 긴다.

그들의 인터넷 사업은 결국 통신사의 데이터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쿠글한테는 그럴 수 없었다.

막강한 컨텐츠와 체급 때문에 통신사들은 쿠글 앞에서만큼은 굴복해야 했다.

그 뼈아픈 굴복 때문에, 지금도 통신사들은 쿠글의 UCC채널에 막대한 해외 망 사용료를 내고 있었다.

"암, 그렇고말고. 다시는 그런 바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지……."

해외 OTT업체들은 결국 통신사들 앞에서 굴복하게 될 것이다.

오랜만의 거머쥔 승리에 KST회장은 눈을 감고 기분 좋은 쾌감을 만끽했다.

그때 회장실에 들어온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회장을 향해 다가갔다.

"회장님. 급히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뭐야?"

"오늘 가입자 수가 갑자기 30만 명 넘게 줄어들었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회장은 눈을 번쩍 뜨며 호통을 쳤고, 비서실장은 급히 요약 보고서를 내밀었다.

"점심을 기해서 동시다발적으로 해지요청이 전산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해지를 했다고? 그게 말이 돼?"

"근데 사실입니다, 회장님."

"아니,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데 30만 명이 한꺼번에 해지를 한 거야? 어디 사이비 종교에서 단체로 해지 공격이라고 하라고 한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한꺼번에 30만 건의 해지신청이 몰려들 리가 없다.

분명히 종교 단체일 것이다.

'뭐지? 우리가 종교 단체에 밉보일만한 짓은 하지 않았는데.'

재벌들은 자나 깨나 종교 조심, 또 조심이다.

믿음은 설득의 영역이 아니기에, 그저 뇌관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피하는 게 나았다. 최선이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도 아니고 통신사가 종교 단체의 심기를 건드릴 게 뭐가 있겠는가.

"군대입니다."

"……뭐?"

전혀 상상하지 못한 대답에 회장의 늙은 얼굴이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변했다.

임원들도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본인의 귀를 의심했다.

"군대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군대에서 한꺼번에 해지를 진행했습니다. 전부 전산으로 들어온 요청이라 자동으로 해지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지방어 신공을 쓸 틈도 없었다는 소리다.

전화로 해지를 했으면 시간을 끌거나 어떻게든 해봤을 텐데, 홈페이지에서 해지를 해버렸으니.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순차적으로, 서버가 다운되지 않을 만큼의 트래픽이 분산돼서 들어왔습니다."

처음부터 해지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소리다.

원활한 해지를 위해서 회사 서버의 다운까지 고려한 세심함이라니.

"그리고 알아봤는데 다른 통신사들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군에서 해지라니. 아니, 정말로 병사들 핸드폰을 압수하는 건가?"

병사들 핸드폰을 다시 압수한다 만다는 이야기가 군부에서 슬금슬금 나온다는 말은 들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해지 위약금까지 전부 내면서 해지를 했습니다. 우리 3대 통신사를 다 합쳐보니 그 수가 대략 60만이라고 합니다."

"60만이면……."

"육해공군 병력 숫자를 다 합치면 딱 그 숫자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해지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해지 사유는? 해지 사유는 대체 뭐라고 하는데?"

비서실장은 이 부분에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가입자가 직접 작성한 해지 사유는 짜기라도 한 듯이 토씨 하나 안틀리고 똑같았다.

"OTT앱과 UCC채널의 화질이 좋지 않고, 부대 인터넷 속도가 15MB/s도 안 나와서 해지한다, 라는 게 해지 사유입니다."

"그리고 또?"

"이게 해지 사유입니다. 가입자 전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똑같은 해지 사유를 적었습니다."

"30만 명이 똑같이?"

그제야 심상치 않음을 느낀 회장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설마 다른 회사도 그래?"

"네. 거기도 해지 사유가 우리와 똑같았습니다. 한 글자도 안 틀립니다. 6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가 모두 똑같은 해지 사유를 적었습니다."

"……."

"아무래도 군 수뇌부에서 병사들에게 일괄적으로 해지신청 명령을 내린 거 같습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국방부 장관이 육해공 참모총장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가 자신들에게 왜 칼을 들이대나?

전혀 그럴 이유도 없고, 상상이 가지 않는다.

회장과 임원들은 설명 못 할 사태에 다들 경직되어 있었다.

"이거…… 어쩌면 정말로 핸드폰 금지 조치를 내리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요?"

"아니…… 그렇다 해도 말이 안 됩니다. 핸드폰 금지 조치만 내리면 되지, 이렇게 일괄적으로 동시에 해지하라고 명령할 이유가 없습니다."

"김 상무 말이 맞습니다. 이건 분명히 우리 통신사들 곤경에 빠지라고 작정한 겁니다."

"군부가, 국방부가 대체 우리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다들 혼란에 빠져서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30만 명의 이탈자,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최저 요금제로만 잡아도 일 년에 99억의 매출이 사라진 것이다.

정확한 금액은 대충 월 130억 정도 될 것이다. 일 년이면 1,560억원이다.

절대 적은 돈 아니고, 아주 큰돈이다.

"뭐? 그게 사실이야? 알았어. 내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뭔가 알아냈는지 전화하는 전무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화를 끊은 전무는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회장한테 보고했다.

다들 그의 입만을 쳐다봤다.

"회장님, 해지신청한 이탈자들이 전원 화산텔레콤으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화산텔레콤? 그거 우리한테 기간 망 빌려서 사업하는 하꼬 아냐?"

"예, 맞습니다."

그때 다른 임원이 황급히 발언했다.

"회장님! 화산텔레콤이 얼마 전 수영그룹에 인수되었다는 걸 들었습니다!"

"수영그룹? 아! 그렇군, 그랬어! 이 빌어먹을 사태에는 하수영 그놈이 배후로 있었던 거야!"

배후를 알고 나니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했다.

하수영이 자기 통신사업체를 키우기 위해서 60만 장병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리라.

"이건 불법이야! 엄연한 월권이고, 범죄라고! 해군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3군 장병들의 통신회사 선택권을 박탈하다니!"

"맞습니다. 분명한 범죄입니다. 재판을 진행해서 우리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야 합니다."

"절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언론에 이 일 터뜨리고, 고소고발도 준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진행시켜."

"예! 회장님!"

한편 홍상영 CTO는 혼자 우두커니 선 채 생각을 곱씹고 있었다.

다른 임원들은 하수영이 원수직위를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웠다고 분개하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지구와 달 사이 딜레이 없는 통신…… 양자 얽힘으로 추정되는 무선통신기술……."

사리사욕이 아니라 더 큰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30만 이탈자라는 위기는 진짜가 아니고, 폭풍전야의 산들바람 정도가 아닐까?

"화산텔레콤? 거기에 임대해 준 기간망도 다 끊어버려! 그 하꼬 놈들이 우리 기간망 없이 뭘 할 수 있는지나 지켜보자고."

"임대망 정지시키는 순간 화산텔레콤의 모든 핸드폰들이 불통이 될 겁니다."

***

「화산텔레콤으로 번호이동을 하시겠습니까?」

"응, 해줘."

「처리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한 달에 천 원만 내면 데이터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천원도 해군원수님의 사비로 출금 즉시 캐시백 됩니다. 실제적으로는 0원입니다.」

"대박이네."

「속도도 500MB/s를 지원합니다. 어디 회사처럼 쩨쩨하게 비트로 표시해서 헷갈리게 만들지 않습니다. 메가비트 아니고 메가바이트입니다.」

"이제야 좀 쿠글 UCC채널 고화질로 볼 수 있겠네. 맨날 최저화질로 보느라고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는데."

군인 데이터 무제한은 용량 제한이 없어서 좋지만, 너무 비싸다.

그리고 속도가 너무 느려서 동영상시청 따위가 불편했다.

"우린 땅개인데도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해군 녀석들은 얼마나 좋을까. 개부럽네. 나도 그냥 해군 갈 걸 그랬나?"

「전역 전에 해군 하사 전출을 지원해 보시죠. 복무 월수에 275만 원을 곱한 금액을 일시불로 받을 수 있습니다. 18개월 복무하시면 4,950만 원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진짜 해군 부사관으로 한 번 들어가 봐?"

「통신요금 지원 정도는 맛보기입니다. 하수영 해군원수님의 무자비한 복지를 느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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