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61화
270장 통신보안 수영농장 (1)
하수영이 우주선에서 내리고 다시 발사대를 밟았을 때, 전국에서 기쁨의 함성이 터졌다.
월드컵 우승을 해도 이보다는 심하지 않을 광란의 파티가 열렸다.
호프집에서는 쉴 새 없이 골든벨이 울리고, 거리에는 어깨동무를 한 채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무도 그들에게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경사를 즐거워했다.
오늘만큼은 저널리즘을 주장하는 돈에 미친 새들에게도 청담동이 성역이었다.
그 어떤 비꼼이나 비아냥거림도 기사에 담지 않고, 오히려 한껏 부풀려서 홍보하고 미래를 예상하느라 바빴다.
-하수영 우주비행사가 겨우 한나절 만에 달을 다녀왔는데요.
-그냥 달을 다녀온 게 아니고. 앞 면과 뒷면을 모두 둘러보고, 또 달을 몇 바퀴씩 돌면서 꼼꼼하게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잠시 머물러 있었던 건 아니죠.
-네. 아무튼 이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미국의 암스트롱 일행이 달에 다녀온 이후, 여러 나라들이 달에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달 표면을 밟은 것은 여전히 12인, 그것도 전부 미국인이었지요. 지난 수십 년 간 그랬습니다.
-근데 이제 우리나라가 2번째로 달에 사람을 보낸 거군요.
-그것도 미국보다 월등히 앞선 우주선 기술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게 참 엄청난 의의가 있어요. 이제 우주시대를 선도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청담동입니다.
-네. 청담동.
-핵융합 로켓은 달과의 거리를 불과 1시간 이내로 줄여 버렸습니다. 연료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직진하면 그만이라는 거죠. 존 중앙을 시원하게 노리는 초속 50km짜리 패스트볼입니다.
-초속 50㎞면 1시간에 얼마를 가는 거죠?
-시속 18만km입니다. 1시간에 지구를 네 바퀴를 돌고도 남는 속도죠.
-엄청난데요.
-더 엄청난 건, 이게 최고 속도가 아니라고 로한 교수가 말했다는 겁니다. 핵융합 로켓의 잠재력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로켓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나사의 태양탐사선 파커가 태양에 근접하면서 최고속력 시속 53만 3,000km를 기록했습니다. 초속 148km, 인류의 신기록이죠.
-갑자기 핵융합 로켓이 초라해 보이는데요.
-하지만 파커의 속력은 금성 같은 다른 행성들의 중력을 이용하는, 스윙 바이 덕분입니다. 핵융합 로켓은 스윙 바이를 하지 않고, 자체 추력 만으로 시속 18만km를 달성한 것이 죠.
-그럼 화성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최단거리를 일직선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13일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화성과 지구가 가장 가까워졌을 때 기준입니다.
-겨우 13일이라니. 이거 정말 엄청난데요.
-그래서 나사가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 탱크에 광기와도 같은 추종을 보낸 겁니다. 우주시대의 판도를 뒤집어버릴 기술이에요.
***
2번에 걸친 달 탐사를 통해,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 탱크는 속도와 안전성, 효율을 확실하게 증명해냈다.
전 세계 우주열강들은 이제 깨달았다.
앞으로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 탱크없이는 우주 진출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을.
발사 비용은 1/100 이하로 줄어드는데 발사 효율은 100배로 늘어나며, 탐사 기간 또한 1/10 이하로 줄어든다.
"대충 따져도 10만 배는 낫다는 겁니다. 이건 도입을 안 하는 게 바보입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탐사선 로켓을 이제라도 중지하고, 남는 돈으로 청담 1호를 임대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우주선 자체를 빌리는 게 아니라 우주선의 공간을 빌리는 것이다.
임대료를 주고 위성 따위를 실어서 쏘아 보내면 편안하게 궤도에 올릴 수 있다.
탐사도 마찬가지.
로한이 우주로 보내는 탐사선에 돈주고 꼽사리를 껴서 다녀오는 게 낫다.
카풀의 우주선 버전인 셈이다.
"이제 한국은 화성 탐사만이 남았군요."
"역시 이번에도 먼저 안드로이드 무인 탐사부터 보낼까요? 아니면 바로 사람부터 보내려나요?"
"안전하게 가려면 일단 무인 탐사부터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 그것보다는 어떻게 달에서 보내온 영상이 지구 영상과 1.26초의 시차가 발생하지 않는지 그 점이 의문입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달 반대편에 있는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깔끔하게 제어할 수 있는지 이상합니다."
"그 정교한 로봇을 움직이려면 1기 마다 어마어마한 연산량이 필요할 텐데요."
과학자들은 또렷하게 느끼고 있었다.
로한이 우주탐사에 사용한 것은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 탱크만이 아니다.
현대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뛰어넘은 통신기술이 분명히 있다.
"이거 진짜 양자 얽힘……."
"그런 거라면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가는데요. 입집명 이상으로 세상을 뒤흔들어놓을 기술이잖아요."
"양자 통신 기술을 완성했다면 전 세계 통신이란 통신은 모조리 감청당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입집명 기술과는 전혀 다른 효과의 파급력이야."
"입집명 기술이 최고의 공장이라면, 양자 통신 기술은 만능 도청 장치니까요. 다른 나라들이 느끼는 위협성이 전혀 다를 겁니다."
***
로한이 설계를 마친 대형 화성탐사선은 이제 겨우 '일단 건조 방법부터 궁리해 봅시다.'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주왕복선 3척의 정비와 개조가 끝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워낙 튼튼한 선체고 상태도 좋아서, 우주비행사 최종 선발이 끝나기 전에는 비행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들이 특히 활약이 큽니다. 인간과 기계의 장점만 쏙 빼서 합쳐놨어요. 최고의 엔지니 어입니다."
우주왕복선 내부에 전자설비를 모조리 새로 설치했다.
전기배선 작업은 생략했다.
모든 설비마다 무선전기 수신칩을 넣은 덕분이다.
각 설비에 수신칩 여러 개를 넣어서, 우주왕복선끼리 서로 핵융합로에서 생산된 전기를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만일을 대비해서 강릉 발전소직통수신칩도 하나씩 넣었다.
이 작업은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맡아서 했기에, 다른 엔지니어들은 전기배선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근데 나머지 우주비행사 최종 선발 훈련은 꽤 오래 걸릴 거 같은데요."
"탐사 준비가 됐는데도 우주비행사훈련 종료가 안 되어 있다면……."
"설마 하수영 의원님이 이번에도 혼자 화성 다녀오겠다고 하시는 건 아니겠죠?"
"하하, 설마 그럴라고요. 어느 정도는 기다렸다가 함께 가실 겁니다."
***
노르웨이 양식장주 제이콥은 수영농장과 계약해서 양식어 사료를 공급받고 있었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료도매업체를 차려서 독점으로 사료를 공급받아 다른 양식장에 유통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한국과 미국 외에 양식장이 운영되는 나라.
덕분에 제이콥은 노르웨이와 주변 국에 생선을 내다 팔면서 떼돈을 긁어모았다.
심지어 소고기로 양식하는 미국과 달리, 노르웨이 양식어들은 비싸긴해도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었기에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 문제가 생겼다.
"사장님. 32번 가두리가 또 집단 폐사했습니다."
"수온?"
"네. 물 온도가 너무 올라가서 물고기들이 버티지를 못해요."
"으음…… 아무래도 가두리를 조금 더 해류가 빠른 바깥 지역으로 옮겨야 하나?"
"그래야 할 거 같습니다. 해안에 가까울수록 폐사율이 너무 높습니다."
이상기후가 또 문제였다.
수온이 높아짐에 따라 물고기들이 버티지 못하고 집단폐사하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제이콥은 손해는 보지 않았다.
폐사한 만큼 남은 물고기는 가격을 더 올려서 팔면 그만이고, 그런 가격에 내다 팔아도 공급이 모자라서 소비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니까.
다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걱정이다.
"수영사료를 구해서 이제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해수온 상승이라니……. 이거 참. 골치야, 골치."
"지금 시중에서 담수어들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합니다."
"언제는 안 그랬나?"
"그 정도가 아닙니다. 호수와 강, 하천 온도가 올라가면서 담수어들도 집단폐사하는 일이 잦아졌어요."
"저런."
"물고기 가격이 더 이상 오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또 미친 듯이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업체들이 담수어들을 나오는 족족 싸그리 쓸어 담고 있어요."
중국 역시 물고기는 매우 부족하다.
그리고 물 온도 상승으로 인한 담수어 폐사는 중국 역시 겪고 있을 것이다.
"수영양식장은 어떻지?"
"저도 알아봤는데, 거기는 폐사 사례가 나온 적이 아직까지 없다고 하네요."
"뭐지, 뭘 어떻게 관리하길래?"
"동해야 워낙 수심이 깊어서 온도 유지가 안정적이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남해 양식장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놀랍습니다. 저도 한 번 견학을 가보고 싶을 정도인데요."
***
해수부에서 나온 직원들은 통영 양식장 수온을 체크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아니, 다른 곳하고 온도 차이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서해는 지금 온도 상승 때문에 얼마 안 되는 물고기들도 떼죽음 당해서 갯벌에 밀려오는 판인데."
"3년 전 수온에 비해서 전혀 변한 게 없습니다. 오히려 인기 있는 품종들을 양식하는 데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때 촤아악 하고 물보라가 하늘높이 튀면서, 거대한 참다랑어가 높이 솟구쳤다.
언뜻 보기에는 참다랑어가 아니라 고래라고 의심할 정도로 큰 몸집을 자랑한다.
해수부 직원들은 일을 하다 말고 넋을 잃고 그쪽을 바라봤다.
"브라우니 볼 때마다 생각하는데, 저거 참치 아닌 거 같아요. 고래 아니에요?"
"생김새를 보면 분명히 참치가 맞지. 그냥 거인병 걸린 남방 참다랑어야."
"거인병이 아니라 거어병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게 중요해? 아무튼 저놈이 진짜 어디까지 커질지가 관건인데 말이지. 지금 기네스북에는 이름 올랐던가?"
"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참다랑어라고 이름 당당히 올렸습니다."
"범고래떼도 혼자서 맞짱 떠서 이길 거 같은 덩치인데요."
하수영의 애완 참치로 알려진 브라우니는 덩치가 너무 커져서 이제는 물의 저울에 올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눈에 보이는 크기를 가지고 체중을 추정한다.
-최소 30톤 이상. 그보다 훨씬 더 나갈 가능성도 있음.
브라우니는 남해의 통영 양식장과 동해의 울릉도 양식장을 자주 오고 간다.
때문에 해상교량을 이용하는 이들은 운이 좋으면 브라우니를 볼 수 있었다.
해시태그 브라우니를 검색하면 목격자들이 찍어 올린 사진이 수십만 장도 넘게 나온다.
이미 해외에서도 크게 알려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명물이었다.
한때 해적들이 브라우니를 잡으려고 몰래 EEZ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해적선들은 스크류 프로펠러가 파괴되는 의문의 사고를 당해서 해상에 표류했고, 한국해군 경비정에 검거되었다.
"어, 저기 줌왈트입니다!"
어느새 일은 뒷전이 되었고, 직원들은 쌍안경과 망원경을 꺼내서 브라우니 구경에 정신이 없었다.
해역을 순찰 중인 줌왈트가 육안으로 들어왔고, 브라우니가 그 옆에서 속도를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병사들이 갑판에 나와서 브라우니 구경하고 있네요."
"병사들한테도 브라우니는 신기하겠지. 저게 또 명물이라는데."
"아, 지금 브라우니가 갑판에 물을 뿜는데요? 뭐지?"
"저거 물고기를 입으로 뿜어주는 거래."
"물고기를요?"
"브라우니가 한국해군을 만나면 오징어, 돌돔, 전복 같은 걸 입에 넣고 물에 뿜어서 갑판에 던져준다고 하더라고. 아마 먹으라는 건가 봐."
"……."
"진짜 명물이네요. 혹시 자기 주인이 해군원수라는 걸 이해하고 있는거 아닐까요?"
"에이. 설마. 브라우니가 아무리 지능이 좋아도 그 정도는 아닐 거야."
"학자들 말로는 한국해군이 자기 주인 부하라는 걸 인식하는 거 같다는데요?"
"뭐? 정말?"
동물학자들은 브라우니가 최소 돌고래 이상의 지능을 가졌을 거라 추정했다.
브라우니는 하수영을 주인으로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하수영이 거느리는 직원들을 부하로 인식하는 반응을 보였다.
어느 동물학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브라우니는 수영그룹 직원들을 명백히 알아보고 있으며, 그들을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여기에는 한국해군도 포함됩니다. 내가 돌봐줘야 하는, 나보다 낮은 패밀리 구성원이라고 보는 거죠.'
실제로 브라우니는 한국해군과 일본자위대, 미해군을 철저히 구별했다.
심지어 미해군이 한국해군과 '동맹' 관계라는 개념도 이해했다.
그 증거로 브라우니는 미 해군 갑판에도 가끔 고급어종을 입으로 쏴준다.
하지만 일본 해상자위대에는 얄짤이 없으며, 오히려 가끔 위협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근데 바다에서 물고기 구경하기가 힘들 텐데, 브라우니는 신기하게도 용케 잘 사냥하는군요."
"저거 대부분이 양식장에서 빼돌리는 거라던데."
"……."
"영물은 영물이야.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