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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60화 (1,160/1,270)

프랜차이즈 갓 1160화

269장 호미에서 우주까지 (4)

중국 인민해방군 창딩첸 상장은 손에 땀을 쥔 채 상황판을 보고 있었다.

공군 총지휘관인 그가 중앙군사위원회로부터 급히 받은 명령은 복합적이었다.

하수영이 탄 달 탐사선을 견제하되, 격추 시뮬레이션을 짜보라는 것.

즉 격추는 아니다.

격추 의도를 품은 것처럼 깔짝깔짝간을 보면서, 동시에 정말로 격추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부족한지 측정을 해보라는 것.

하지만 창딩첸 상장은 그 안에 담긴 정치적인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격추 가능성이 보인다면 주저 말고 격추하라는 뜻이겠지. 책임은 내가 지고'

동시에 그 책임은 자신의 단독 돌발 행동으로 취급될 것이다. 중앙군사위원회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 된다.

남해에는 중국 공군 전투기와 미7함대에서 발진한 슈퍼호넷 전투기들이 쉴 새 없이 날아다니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레이더에 잡히는 적기는 약 20기.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닐 것이다.

한국의 병원선 호위함인 경항모에서 발진한 26대의 F35B 스텔스기, 그리고 7함대의 F35C 스텔스기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있으니까.

창딩첸 상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3기의 전략핵 발사 권한을 상기하며 몸을 벌벌 떨었다.

왜 전략핵 발사 권한을 줬겠는가.

각이 나오면 그걸로 달 탐사선을 파괴하라는 의미였다.

'7함대에 오하이오급이 합류했을까?'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

그놈이 합류했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7함대가 즉각 보복핵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가 갈린다.

중국 해군의 잠수함들이 초계 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전략 핵잠수함합류 여부는 알기 어렵다.

미국은 한국에 핵탄두가 없는 오하이오급 2척을 제공했으니까.

오하이오급이 탐지되더라도 그게 한국해군 것인지 미 태평양함대 소속인지는 구별을 못 한다.

'미국은 과연 한 개인에 대한 핵공격에 대해, 우리 중국에 상호확증파괴의 원칙을 시행할 수 있는가?'

겨우 한 명을 위한 보복에, 미국의 존망을 송두리째 걸 수 있는가?

발사 시간이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공중 신경전은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언제 우발적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목표, 점화 개시했습니다! 상승중!"

드디어!

쳉딩첸 상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목표는 겁도 없이 생방송으로 발사의 모든 과정을 중계하고 있었기에, 앉은 자리에서 쉽게 위치와 궤적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달 탐사선은 덩치가 크고 스텔스 처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우주선.

중국 해군은 앉은 자리에서 모든 것을 훤히 볼 수 있었다.

'그럼 뭐하나. 따라잡을 수가 없는데.'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핵융합 로켓이라더니, 과연 남다르다.

저걸 핵 탄도미사일로 활용하면 요격이 불가능한 무적의 확증파괴 무기가 될 것이다.

"목표! 상승합니다! 젱뚜펑 편대, 가상 핵탄두를 투하! 목표의 예상궤도를 향해 접근 중!"

진짜 핵탄두를 투발한 게 아니다.

가상훈련의 일환이다.

가상의 핵탄두는 예정된 궤적을 그리며, 달 탐사선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가상 궤적이 너무 멀다.

지금 폭발해 봤자 탐사선은 폭발에너지에 휩쓸리기 전에 이탈할 것이다.

방사선이야 잔뜩 얻어맞겠지만, 탐사선은 차폐가 철저히 되어 있으니 아무 의미 없을 테고.

"목표! 범위 이탈했습니다! 가상핵탄두 투하, 실패! 가상 핵탄두 투하, 실패!"

"휴우."

상장 목을 감싼 옷깃을 풀었다.

어느새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하늘에서의 가상 핵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어떤 식으로 작전을 펼쳐야 놈을 잡을 수 있는지, 대충 견적은 나왔으니까.

"전투기 일부는 대만으로 돌리고, 나머지는 철수시켜라."

"예!"

이대로 모두 철수시켜 버리면 탐사선 발사를 노린 것이라고 대놓고 인정하는 꼴.

하지만 대만을 슬쩍 건드리는 척하면 체면은 살릴 수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대만 때문에 전투기를 발진시킨 거지, 달 탐사선 때문이 아니라고.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최소한의 명분도 챙기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상장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게 직통 전화를 걸었다.

***

하수영은 청담 1호 조종석에서 비공개 교신 채널을 열었다.

-놈들이 물러났습니다. 견제를 포기한 모양입니다.

"각 한 번 잰 겁니다. 이제 탐사끝나고 재돌입 때를 노리겠네요."

-……확실하게 대응하겠습니다.

합참의장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핵공격이 오갈 뻔했다. 실전 핵공격의 위협이 주는 긴장감은 실로 무자비했다.

하수영은 여유롭게 달을 향해 나아갔다.

빛이 1.26초 만에 도달하는 거리를 1시간도 채 안 돼서 도착했고, 고요의 바다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가 탐사선에서 내리며 첫 발자국을 찍는 순간, 숨을 죽이며 지켜보던 한국에서 억눌렀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하수영은 우주헬멧을 쓴 채, 달의지평선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주시했다.

그리고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을 한국인, 미국인, 전 세계인들을 향해 말했다.

"작은 호미 하나로 흙을 파먹으며 살던 소년 농부가 마침내 어른이 되어 달까지 왔습니다. 언젠가 이곳 달에 푸른 대농장을 건설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꾸어온 소박한 꿈입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반드시 오기를 빌어봅니다."

하수영은 선발대 안드로이드가 꽂은 깃발 옆에 직접 태극기와 가문기를 꽂았다.

4개의 깃발을 배경으로 선발대 안드로이드 프리덤과 탐사봇과 함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다.

달에 남았었던 안드로이드와 탐사봇을 우주선으로 회수하고, 다시 달뒷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마찬가지로 태극기와 가문기를 추가로 꽂고, 기념촬영을 하고, 안드로이드와 탐사봇을 회수했다.

-다행이다ㅠㅠ 다행이야ㅠㅠ 달에 계속 영원히 남겨두는 줄 알았었는 데ㅠㅠㅠ

-아, 이렇게 다시 데려오려고 남겨 놨던 거구나. 저대로 영원히 버림받는 줄 알고 슬펐었는데.

-아니, 대체 어떻게 달과 딜레이 없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건지 누가 설명 좀. 전송 딜레이가 있으니까 달의 시간은 지구보다 1.26초 늦게 표시되어야 한단 말이야.

-나는 기대합니다. 로한 교수라면 언젠가 제임스웹을 넘어서는 심우주 우주망원경을 만들어서 우주에 띄워 올릴 것이라고.

달 탐사선은 곧장 우주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달궤도를 글빙 돌면 초고해상도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수영스페이스 홈페이지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우주선이 보는 풍경을 실시간 16K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지금 동시 접속자가 9억 명이 넘어갔는데, 이거 왜 안 퍼지냐?

-서버 시스템 자원이 대체 얼마나되는 거야ㄷㄷㄷ

-이 정도면 나노소프트 기업 클라우드 서비스도 울면서 엎드려 절해야 할 수준 아님?

지구인들은 모처럼 그렇게 우주에서 전해오는 달의 경치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

"이놈들아. 일을 치려면 지금이다."

한편 하수영은 달 궤도를 계속 돌면서 한반도 상황을 확인했다.

미국이 팔았던 1조 원짜리 종합위성은 중국의 상공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겉으로는 중국 전투기들이 철수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중국 국토위 공로를 계속해서 비행하는 중이었다.

달 탐사선이 언제 지구에 재진입하든지 그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가 보였다.

"이놈들은 기회를 만들어줘도 떠먹지를 못하네. 어휴, 답답."

「발사 당시에는 중국군도 섣불리 공격하기 조심스러웠을 겁니다. 이제 데이터를 확보하고 전술도 가다듬었을 테니, 재진입 시 조심하셔야 합니다, 마스터.」

"응, 마하 150으로 피하면 그만이야."

「대기권에서는 선체가 그 1/5도 버티지 못할 거 같습니다만.」

"그래? 뭐야, 되게 약해빠졌잖아. 하여튼 21세기 우주기술은 너무 낙후됐다니까. 이러니까 아직까지 화성에도 못 갔지."

충분한 시간은 줬다.

지구인들이 달을 감상할 시간, 그리고 중국이 준비를 다질 시간.

이제는 지구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다.

***

-국민 여러분, 우리의 자랑스러운 달 탐사선이 지금 지구를 향해 돌아오고 있습니다.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돈 후에 나로우주센터에 다시 재진입할 거라고 합니다.

-달의 절경에서 이제 지구의 푸르고 아름다운 경치를 즐겨 보십시오.

창딩첸 상장은 눈을 부릅뜨고 상황판을 노려보았다.

청담 1호는 지구를 한 바퀴 돈 다음 나로우주센터에 내린다.

즉 마지막에는 중국의 상공을 지나친다는 뜻이다.

고도를 따지면 영공이라고 볼 수 없는 영역

"사령원님, 지금 목표는 초속 13m로 대기권을 돌고 있습니다. 앞으로 15분 뒤면 우리 중국의 상공으로 진입합니다."

"대놓고 대륙간탄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군."

"예. 13km/h의 속도면 대기권을 탈출해서 떨어져 나가야 하는데 일정한 궤도를 유지 중입니다. 언제든지 재진입이 가능하다는 걸 과시하고 있는 겁니다."

대기권 이탈 후 재진입.

대륙간탄도의 제조와 운용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그냥 빠르게 쏘아 올리기만 하면 대륙간탄도는 우주 밖으로 나가 버릴 테니까.

상장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대놓고 도발을 하는 건지, 아니면 멍청해서 그러는 건지. 좋아, 우리 동중국해 상공으로 빠져나갈 즈음에 핵공격을 실시한다."

"예!"

"핵탄두를 예상 궤적에 미리 설치, 포위하는 방식으로 섬멸하라. 절대로 도망치지 못하게."

"명 받듭니다!"

상장은 거듭 생각했다.

과연 미국은 한 명의 보복을 위해서, 미국이 멸망할 각오를 하면서까지 보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놈…… 우리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믿고 자신만만한가 본데, 국제사회의 비장함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겠다.'

하수영은 자본주의에 찌든 인물.

손해와 이익에 대해 철저하리만치 이성적으로 움직인다.

겁 없이 중국을 도발하는 것도 그런 경험에 기인한 오만함이리라.

중국이 큼지막한 손해를 감수하면 서까지 공격을 할 리가 없다고 믿고, 저렇게 오만방자하게 도발을 하는 것이다.

"긴급 첩보입니다! 백악관이 태평양함대에 새로운 지령을 내렸습니다!"

"무슨 내용이지?"

워싱턴에 꽂아놓은 첩자를 통해서 첩보가 들어왔다.

얼마나 중요한 내용이면, 공군 사령원에까지 첩보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탐사선에 대한 종류를 막론하고 공격이 가해지면, 북경에 전략핵탄두를 발사하라는 명령입니다."

"뭐야, 이놈들이 미쳤나?"

핵보복도 아니고, 어떤 공격이든 무조건 핵으로 대응하라고?

옛날에 북한도 감히 쓰지 못한 이런 막가파 전술을 미국이 구사한다고?

'이럴 리가 없다.'

더군다나 이런 심각한 내용이 이렇게 빨리 스파이를 통해 접수될 리가 없다.

즉 이것은 백악관이 의도적으로 중국에 들어가도록 흘린 정보라는 소리다.

"7함대에서 전투기가 다시 발진되었습니다. 괌 미군기지에서 폭격편대가 발진했습니다. 방향은 우리 중국입니다!"

미국은 선제적 전방위 핵타격의 의지를 품고, 일부러 중국에 그 사실을 흘렸다.

이것은 고도의 기만인가, 아니면 정말 갈 데까지 가보자는 최후통첩인가?

중국이 무너지면 미국의 경제도 붕괴한다.

전 세계의 생산력과 인플레이션의 충격은 지금 중국의 밑에서 떠받들고 흡수해 주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 기반이 사라지면 세계적 대공황이요, 경제적 멸망만이 남는다.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선제적 핵타격을 한다고?

상장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기만이다. 멸망전을 벌일 용기도 없으면서 그런 척 으르렁대는 것일 뿐이다. 예정대로 목표에 대해 핵공격을 하라."

"예! 사령원님!"

베이징에서도 자신과 똑같은 판단을 했으리라.

상장은 그렇게 믿고, 예정대로 청담 1호를 불태워 버릴 준비를 했다.

작전은 청담 1호가 착륙을 위해 속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동중국해 상공.

앞마당이기에 쉽게 함정을 파놓고 기다릴 수 있다.

"목표, 홍콩 상공을 지났습니다!"

이제 곧 실행구역으로 진입한다.

상장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그때였다.

"사령원님! 주석 각하의 직통전화입니다!"

"얼른 줘."

부동자세로 힘차게 전화를 받은 상장은 곧 표정이 일그러졌다.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각하."

마지막까지 공손하게 전화를 받고 통화를 끊은 상장의 표정은 벌레라도 씹은 것 같았다.

참모들은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

"작전은 취소다!"

"예?"

"작전은 모두 취소다! 모든 작전을 중단하고 병력은 복귀하라! 지금 즉시!"

베이징은 미국의 위협을 블러핑이라고 여기지 않은 것 같다.

수뇌부는 자신들의 머리 위로 버섯구름이 터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결국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소국을 완전히 진압할, 중화의 미래가 걸린 대계를 바로 세울 소중한 기회를.

상장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었지만, 그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

청담 1호가 처음 출발했던 발사대로 안전하게 재착륙했다.

하수영이 가장 먼저 내리고, 안드로이드와 탐사봇들이 뒤를 따라 내렸다.

헬멧을 벗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전 세계에 방송되었고, 나사의 모든 직원들 역시 그 함성에 기꺼이 끼어들었다.

미 대통령은 그 모습을 보며, 손수 건으로 얼굴에 가득 흘러내린 식은땀을 닦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베이징이 우리의 최후통첩을 제대로 이해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블러핑이라고 오판했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겁니다."

"폭격대는 다시 괌으로 복귀시켜."

핵탄두를 싣고 비장하게 출발했던 폭격대 파일럿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우리가 물밑에서 이렇게 고생했다는 걸 '아메리카'가 잘 알아줘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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