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59화 (1,159/1,270)

프랜차이즈 갓 1159화

269장 호미에서 우주까지 (3)

디스커버리호, 아틀란티스호, 엔데버호.

현재까지 남은 우주왕복선은 이렇게 총 3척.

영예롭게 임무를 마친 우주왕복선들은 각각 워싱턴 D.C., 플로리다, 캘리포니아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수영은 지금 그들을 불러와서 화성으로 보내자고 말한 것이다.

나사 부국장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퇴역해서 연금으로 손주 용돈을 주며 생활하는 공군대장을 불러와서 현역 파일럿을 시키겠다니요. 이것은 노인 학대입니다."

"진정한 파일럿이라면 지루한 연금살이 보다는 하늘을 나는 전투기 안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을 겁니다. 우리 톰 형을 보세요."

"예?"

"동기 녀석은 별 넷 달고 태평양사령관 하는 동안 계속 전투기에서 내리지 않았죠. 자기보다 기수 낮은 별 셋 장군 후배한테 그동안 대체 뭐했냐고 조인트 까이는 수모까지 당하면서 말입니다. 그만큼 비행을, 하늘을 사랑했던 겁니다."

"……."

"……."

"하물며 우주만을 위해 태어난 친구들은 어떨까요? 우리의 스페이스셔틀 친구들도 관람객들 코 묻은 돈받아가면서 노는 것보다는, 화성 여행 한 번 다녀오는 걸 기쁘게 반길 겁니다."

"하지만 퇴역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정비 문제가 심각합니다. 아예 새로 만드는 게 더 빠르고 안전할 거란 말입니다."

"정비 문제는 로한이 알아서 한다고 했습니다."

"여론이 반대를……."

"할거 같아요?"

"……."

국장은 입을 다물었다.

퇴역한 우주왕복선 3척이 화성유인 탐사를 위해 다시 현역으로 복귀한다.

이 얼마나 미국인들의 향수를 폭발시키기 좋은 소재란 말인가.

신문사들이 그런 헤드라인을 걸고 뿌리기 시작하면, 거리는 기쁨에 미쳐 날뛰는 애국자들로 가득 찰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탐사가 아닐지라도, 우주왕복선의 현역 복귀 그 자체를 반길 이들이 넘쳐날 거란 뜻이다.

그 고물들을 어떻게? 라는 것은 대중이 고민할 영역이 아니었고.

"상부의 허가를 받아보겠습니다."

"허가해 줄 겁니다. 제가 원하는 건 뭐든지, 그게 핵전쟁이라 해도 들어줄 거라고 백악관이 약속했거든요."

당연히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국장은 곧바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무조건 오케이라는 승인을 얻어냈다.

얼떨떨한 얼굴로 테이블에 돌아온 그가 입을 열었다.

"백악관은 의원님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그거 봐요. 자, 빨리 준비합시다.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

우주왕복선 한국 수송작전이 시작되었다.

보잉747 화물기 3기가 수송을 위해서 퇴역 우주 노구들이 잠든 쉼터로 떠났다.

박물관에서 우주왕복선이 밖으로 나오는 현장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들었다.

절반 이상은 미국의 우주 진출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던 노인들이었다.

[People of the Americans :I have returned!]

[우리는 다시 우주로 갑니다.]

[아틀란티스, 모험을 떠나는 걸 환영해!]

보잉 747 의 등에 업혀서 활주로를 떠나는 모습을 본 이들 중에서 일부는 울음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퇴역한 우주왕복선을 늙은 자신의 처지에 이입하며, 그 기적적인 복귀에 감격을 크게 받은 것이다.

백악관의 강력한 의지 덕분에 우주 왕복선 한국 인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우주왕복선은 부산해군항공기지에 차례차례 착륙했다.

해군항공기지는 1,000기의 F35, F22 수용을 위해 기지 및 활주로 확장 공사를 진작 끝내놓은 상태였다.

덕분에 우주왕복선을 실은 보잉 747 이 안락하게 내려설 수 있었다.

해군기지 철조망 밖에는 우주왕복선을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엄청나게 몰려 있었다.

대포알만 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항덕들, 흥분에 취해서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스트리머들, 그리고 옛 추억에 젖은 40대 중년들…….

"챌린저호 공중폭파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챌린저의 동생들이 현역 복귀해서 우리 한국에 올 줄이야."

"뭔가 내가 아는 한국이 아니라 다른 세상의 한국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우주왕복선이 해군기지에서 정비와 개조, 수리를 마치고 다시 나로우주센터로 이동할 것이라고 한다.

"왜 나로센터에 바로 안 가고 여기에서 수리를 한대요?"

"거기에는 보잉747 이 내릴 공간이 없대요."

"아……."

"근데 발사하려면 어차피 거기까지 가야 하는데, 저걸 어떻게 옮기죠? 차에 실어서 옮기려고 해도 날개 때문에 웬만한 도로는 이동을 못 할 텐데."

"아. 여기 내용이 있네요. 나로기지 발사대에서 하는 게 아니라 여기 해군기지에서 바로 발사를 할 모양인가 봐요."

"역시 로한 교수님은 처음부터 다 생각이 있으셨구나."

"우리나라의 작은 국토와 우주선을 옮기기에 빈곤한 도로 사정 따위는, 이미 다 계산 안에 들어 있었단 거겠죠."

달 안드로이드 무인탐사가 성공한 이후, 로한이 밝힌 로드맵은 이랬다.

(1) 우주왕복선 3척 개조.

1척은 거주용으로, 1척은 화성조사에 필요한 물자 적재용으로, 1척은 비상 보험용

(2) 소형 달 탐사선 청담 1호를 타고 유인 달 탐사 시행. 화성유인탐사를 앞둔 예비연습.

(3) 우주왕복선 3척과 청담 1호를 선단으로 꾸려서 화성으로 출발. 청담 1호는 최후의 구명정 역할 수행.

(4) 1차 화성탐사 성공 후에는 건조 중인 정식 화성탐사선이 완공되어 있을 것.

막연한 먼 미래를 그려보는 상상도가 아니었다.

착실하게 하나하나 진행이 되고 있는 현실 로드맵이었다.

중장년층 이상은 눈으로 보고 듣는 게 정말 현실이 맞나 싶었다.

***

프리덤이 말했다.

「우주왕복선 재활용으로 시간은 아낄 수 있겠지만, 미국이 이름이 숟가락을 얹는다는 면에서는 좋지 않습니다.」

"뭐 어때? 내가 곧 미국이고, 미국이 곧 나인데."

「그렇게 따지면 이익이 훨씬 크겠습니다만.」

"그리고 디스커버리호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어. 나도 프로젝트에 참여했었거든."

「전생 이야기군요.」

"난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더 크게 확장해서 화성탐사까지 해내고 싶었다. 결국 못다 한 꿈이 되고 말았지만……. 이번 생에서라도 녀석의 꿈을 이루게 해줘야지."

「이번 생의 디스커버리호는 화성탐사는 애초에 꿈도 꾸지 않은 채 만들어졌을 겁니다.」

"무슨 소리냐. 우주를 향하는 길에는 한계가 없다고. 현실적 종착지만 있을 뿐이다."

하수영은 기지 군수공장에서 한창 정비 중인 우주왕복선 3척을 았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장성들이 마주칠 때마다 절도 넘치게 경례했다.

나로센터 및 나사 엔지니어들이 우주왕복선 상태를 점검하는 걸 한동안 구경한 후, 하수영은 군수공장을 나섰다.

해군장성들은 어미 오리를 따르는 새끼 오리처럼 하수영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때 하수영이 별안간 멈춰 서더니 기지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금 저 경비정, 왜 도색을 하는 겁니까? 작전일지에는 오늘 아침에 복귀한 걸로 아는데요?"

이 더운 날, 해군 장병들이 땡볕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배를 청소하고 도색을 하는 등 한창 정비작업에 바빴다.

장성들은 곧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보좌관들도 마찬가지.

한낱 소형 경비정의 선체 정비 사유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을 리가.

소형 경비정의 운항 내역까지 꿰고 있는 해군원수가 이상한 것이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부랴부랴 전화를 돌리고 난 후, 3성 사령관이 얼른 대답했다.

"내일 외부 견학을 온다고 해서 정비 중이라고 합니다."

"바다 위에서 쌩고생하고 돌아온 병사들을 이 날씨에 저 고생을 시키다뇨. 정비 작업 멈추라고 하세요."

"원수님. 하지만 견학 주체가 인근초등학교입니다. 멋지게 다듬어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라라는 미래 새싹들에게 해군의 새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군인 정신 아니겠는가.

장성들은 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본래의 해군다운 모습을 보여줘야죠. 소금바람 맞고 갈매기똥 맞고 따개비 범벅이 되어가면서 열심히 나라 지키고 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세요."

"……."

"아니면 장성 여러분들은 힘들게 작전 끝내고 온 저 모습이 부끄럽습니까? 전 학생들 앞에서 자랑스러운데요."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작전 막 끝낸 병력을 청소하라고 굴리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입대를 안 하려고 하죠. 전원 수영펜션으로 외박 보내서 쉬게 하세요."

장성들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하수영의 지시를 반박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견학이라는 것 때문에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그러나 '저 모습이 부끄러운가?'라는 질문에는 더 이상 반박할 말이 없었다.

***

차근차근 우주왕복선을 수리하는 동안, 세계정세는 삐걱거리면서도 꾸준히 흘러갔다.

러시아는 대대적인 포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밀밭을 불태워 국제 밀값을 또 한 번 상승시켰다.

중국에서는 수영농장에 또 한 번 대규모 곡물 거래를 요청했다.

밀 3,000만 톤을 선불결제로 요구했고, 수영농장은 군말 없이 거래를 이행했다.

-전쟁은 없다는 우호적 제스처인가, 아니면 향후 전쟁을 대비한 사전 비축인가?

중국은 잊을 만하면 영농장에 거래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를 놓고 국내 전문가들은 우호적 제스처다, 전쟁 대비 사전 비축이다.

의견이 심히 갈렸다.

미국은 첩보라인을 통해 한국 정부에 은밀하게 경고했다.

"중국의 야욕을 절대로 우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입자집합명령 기술의 가치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거대합니다."

여의도에서는 정말 중국과 러시아가 1, 2년 안으로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는지를 놓고 온갖 불안과 루머가 떠돌아다녔다.

적어도 겉보기만큼은, 중국은 전쟁의사가 조금도 없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안 요소는 여전히 존재했다.

서진파운드리 때문에 반도체 산업육성 프로젝트가 박살 난 것을 가지고, 조금도 유감을 표하지 않는 점.

필요 이상으로 곡물을 과하게 비축하는 점.

그 밖에도 여러 가지로 한중 정책이 신사적이고 깔끔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한국의 외교 전문가들을 불안하게 했다.

***

다른 우주비행사 후보자들이 나사에서 열심히 훈련을 하는 동안, 드디어 청담 1호기의 유인 발사 준비가 완료되었다.

데이터 분석 및 정비와 보수 작업이 모두 끝났고, 유인 달 탐사에 필요한 물자도 모두 완비되었다.

이제 물자를 싣기만 하면 언제든지 발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로한은 이번에도 깜짝 발표를 했다.

"두 시간 후에 청담 1호의 달 유인탐사 발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는 1차 발사 때만큼 대중이 놀라진 않았다.

하지만 우주비행사 명단이 연이어 발표되자 여론이 뒤집어졌다.

[하수영 비행사 외 안드로이드 프리덤 1기.]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파일럿으로 동승한다지만, 사람은 하수영 혼자만 타기로 발표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전국의 수많은 수영그룹 가맹점주들이 뒤집어져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아니, 우리 회장님 혼자서 우주를 보내드리는 게 말이 돼?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지금 중국이고 러시아고 일본이고 우리 회장님 납치나 암살하려고 눈에 핏발이 서 있는데, 이 시국에 달에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해요. 제발 회장님 마음을 돌렸으면."

"안 돼요! 회장님한테 무슨 일생 기면 우리나라 다 망하고 우리 가족다 굶어 죽어요!"

"회장님, 제발 그냥 향년 200세로 자연사하시면 안 될까요?"

그들에게 하수영은 자기들이 딛고 서 있는 땅이나 마찬가지.

땅이 붕괴하면 그대로 저 아래 지옥으로 떨어지고 만다.

하지만 차마 시위 따위는 생각도 못 하고, 그저 SNS 메시지와 수영그룹 홈페이지에 걱정과 우려의 글을 잔뜩 남기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이에 하수영은 우주복을 입고 헬멧을 옆구리에 낀 채 차분하게 대국민발언을 했다.

"국민 여러분들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청담 1호는 지구상그 어떤 발사체보다도 빠릅니다. 우려하는 사고가 일어날 일은 없을 겁니다."

***

드디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1호 무인발사 때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발사를 지켜보았다.

-큰일이야. 지금 중국 전투기들이 급출격해서 남해 상공 근처에 모여들고 있어.

-이거 무슨 조치 취해야 하는 거 아님?

-근데 우리 영공도 아니고 공로상이라서 뭘 어떻게 할 수는 없는데…….

-설마 진짜로 미친 척하고 요격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겠지?

정부에서는 이제라도 발사를 취소하는 게 어떻겠냐고 급히 연락이 왔지만, 하수영은 무시했다.

우주탐사의 총권한은 로한한테 있었고,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정부라 해도 참견이나 통제를 할 수 없었다.

"비서실장님, 걱정 마세요. 저는 우리 해군과 미 해군, 그리고 로한을 믿습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의원님.

"지금은 강남구의원이 아니라 나로 우주센터 임시 우주비행사입니다."

***

남해 상공 근처에는 수십 기가 넘는 중국 전투기가 떠 있었다.

또한 청담함(경항모)에서 발진한 26기의 F35B, 미7함대에서 발진한 호넷 비행단이 벌떼처럼 날아다니며 중국 전투기와 신경전을 벌였다.

"사령관님, 백악관 지령입니다. 대응 핵공격을 준비하라는 내용입니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아메리카."

미 7함대 사령관은 백악관의 핵공격 대기명령에 눈을 감고 성호를 그었다.

발사 과정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핵전쟁이다. 백악관의 의지는 강력했다.

'웬만한 대공 미사일로는 절대로 청담 1호를 격추시킬 수 없다. 핵미사일만이 답이다. 중국도 그걸 모르지 않을 거다.'

대기권을 탈출할 만큼 빠르게 상승하는 우주선이기에 전투기처럼 스텔스 처리를 할 수 없다. 레이더에 쉽게 걸린다.

중국이 유일하게 손쉽게 격추하는 방법은, 예상 궤적을 따라서 핵폭발로 광범위한 타격을 입히는 것뿐이다.

기껏해야 초속 5km나 나오는 일반대공미사일로는 쫓아가지도 못할 테니까.

백악관은 중국이 우주선을 노린다면 핵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보복핵공격을 준비시킨 것이다.

-카운트다운 개시. 3, 2, 1, 점화.

우주선이 잠시간의 추진력 비축후,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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