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58화 (1,158/1,270)

프랜차이즈 갓 1158화

269장 호미에서 우주까지 (2)

미국 상하원의원 535인 중에서 '하메리카 조약'에 서명을 한 이들은 357명.

그들은 나머지 이들로부터 이것은 매우 부당하고 반헌법적인 내용이라며 비난을 받았지만, 꿋꿋하게 비준을 통과시켰다.

국가와 개인 간에는 조약이 성립할 수 없다는 둥 온갖 비판이 난무했지만, 그래도 수적 우위로 통과는 되었다.

그리고 끝까지 반대했던 이들은, 3분할된 화면에서 손을 흔드는 세안드로이드 프리덤을 보고 내면이 크게 돌아섰다.

"그런 조약을 통과시킬 가치는 있었다는 건가……."

"의원님, 우주산업을 지키려면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 연료탱크는 이제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말았습니다."

"저게 연료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고 했지?"

"네, 그냥 바다에서 해수를 퍼서 수소를 만들어 채웠다고 합니다. 남은 것들은 다시 밖으로 쏟아냈고요."

"분리해서 버린 모듈 따위도 없으니, 정비 비용 정도만 나가는 거군."

현재 미국의 우주산업은 우주선을 한 번 발사하는 데 약 1억 8,000만 달러가량 든다.

하지만 청담 1호는 그 1/100도 채 들지 않았다.

그마저도 나로센터 시설을 이용한 내역이 가장 컸는데, 이걸 과연 비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이러면 스페이스Y의 운명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청담동에서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연료탱크를 제공해 주기로 했으니, 앞으로 오히려 더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너무 순진한 발상일세. 자네라면 최초의 화성유인탐사 타이틀을 다른 나라에 굳이 양보하고 싶겠는가?"

"아!"

"한국은 지금 우주산업 기반이 약해. 아무리 로한 박사가 천재라고 해도 시간만큼은 뛰어넘을 수 없지. 그가 발사체를 전부 일일이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훌륭한 로켓과 연료는 있는데, 정작 그것을 장착할 선체가 없다.

"지금 당장 로켓과 연료통을 제공하면 스페이스Y는 두 달 뒤에 화성에 사람을 보낼 것이야. 내가 로한 박사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네. 주더라도 선점을 한 뒤에 주겠지."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로한도 결국 시간이란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어서, 이미 항우연이 만들어놓은 발사체를 개조해서 달에 가지 않았던가.

그가 국회 재직 중에 설계한 화성유인탐사선이 만들어지고, 화성에 사람을 보내기 전까지는 로켓과 탱크가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리 나사가 항우연을 총공세로 지원한다지만,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청담동은 스페이스Y 오너와 긴밀한 관계가 아니었나?"

스페이스Y와 헤슬라자동차는 창업주가 동일하다.

"예. 헤슬라자동차는 프리덤 자율주행 모듈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 대부분도 서진파운드리에서 만듭니다."

"일단 서로 우호적인 관계라는 이야기인데. 지금 스페이스Y가 비상장이었지?"

"예. 그렇습니다."

"헤슬라 창업주가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군. 스페이스Y의 운명도 거기에 달렸어."

***

KST 통신은 국내 메이저 통신사 3대장이었다.

홍상영 CTO는 달 탐사 과정을 지켜보며, 남들과 다른 포인트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거 조작 아니야?'

달과 지구는 거리 때문에 전파가 도달하는 데 약 1.29초가 걸린다.

즉 지구에 귀환한 안드로이드와 달에 남은 안드로이드가 보내오는 영상이 한 화면에 잡힌다면, 당연히 그만큼의 시차가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3기의 헤드디스플레이 한쪽에 표시되는 현재 시각은 정확하게 일치했다.

달의 안드로이드 2기는 1.29초 정도 시간이 더 늦어야 하는데?

'이거 말이 안 되는데?'

거리에서 나오는 통신 딜레이는 필연적이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에, 홍상영 CTO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빠졌다.

다행히 그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연구원들이 하나같이 그 점을 지적하며, 이상하다고 아우성을 쳤다.

"그리고 초음속 항해 중인 우주선에서 보내오는 영상 정보가 너무 깨끗합니다."

"로한 교수가 분명 획기적인 무선 통신 기술을 개발한 게 틀림없습니다."

"아니, 아무리 무선 통신 기술이 획기적이라고 해도 빛의 속도를 돌파할 수는 없는 건데. 달에서 보내오는 영상이 어떻게 시차 없이 지구에 도달할 수 있는 거지?"

"양자 얽힘 기술 같은 걸 개발한 게 아닐까요?"

"……."

"그거라면 설명이 되잖습니까."

서로 얽힌 두 입자를 아무리 멀리 떨어뜨려 놔도, 한쪽에 일어난 반응은 즉각적으로 다른 쪽에도 일어난다는 원리.

물론 아직 개발되지는 못하고, 연구와 상상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로한이라면?

'크, 큰일이다!'

홍상영은 새하얗게 질렸다.

정말 그런 류의 통신기술이라면, 시장에 내놓는 순간 3대 통신사들은 수영그룹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도체 공정 때문에 서해전자가 결국 서진파운드리에 굴복했듯이, 3대 이통사들도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는 급히 회장한테 보고했지만, 회장은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난 또 뭘 그리 호들갑을 떠나 했다. 상영아, 우리나라에서 통신 사업이라는 게 그렇게 기술 하나만으로 뚝딱 먹고 들어가는 게 아니다. 지금 전국에 쫙 깔아놓은 인프라, 무시하냐?"

"회장님, 그런데 정말 양자 얽힘같은 류의 동기화 통신 기술이라면 기존 인프라는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왜 필요가 없어? 기지국, 케이블, 중계기, 통신타워, 이런 거 없이 뭘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주파수 대역도 3대 회사가 셋이서 찢어먹고 있는데, 후발주자가 무슨 재주로 여길 들어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회장은 위기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양자 얽힘 동기화 통신이 어떤 건지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동기화 통신 기술이라면 그런 중계기 같은 시설이 전혀 필요 없습니다, 회장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런 게 필요 없는 통신 기술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 너, 철도 없이 기차가 혼자 달릴 수 있는 거 봤냐?"

"회장님."

"아, 시끄러."

늙은 회장은 축객령을 내리고는 골프 가방을 직접 챙겨 들었다.

비서에게 맡길 법도 한데, 그는 골프백만큼은 직접 챙기곤 했다. 말년에 골프에 단단히 재미가 들린 탓이다.

***

하수영은 우주비행사 후보자들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휴스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부터 수많은 인파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대부분 한국의 달 탐사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미국인, 그리고 한인들이었다.

나사에서는 국장이 직접 하수영을 맞이하러 공항까지 나왔다.

"휴스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다른 분들 비행사 훈련,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립니다."

"하하, 회장님 본인은 언급하지 않으시는군요."

"저야 예외죠. 우주비행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나사 국장은 어설프게 웃었다.

얼마 전에, 그에게 백기 투항을 하러 갈 때만 해도 몰랐다. 그가 천재적인 우주비행사 자질이 있다는 걸.

지식, 근력, 건강, 체력, 인내심, 스트레스 저항 능력 등 그는 모든 면에서 만점 그 이상을 기록했다.

결과를 본 훈련교관들도 앞으로 다시는 나오지 않을 위대한 우주비행사 재능이라며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매에게 하늘을 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 신세가 된 기분입니다. 정작 저도 하늘을 못 나는데요.

어느 교관이 푸념처럼 한 말이 생각났다.

첫날은 숙소에서 다들 편히 쉬었고,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하수영은 무중력 훈련장치에서도 태연하게 임했다.

잘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무중력 우주 공간에서 한 수십 년은 살았던 것처럼 여유로웠다.

발사, 비행, 착륙, 재이탈 등등 모든 가상 조종훈련에서도 하수영은 완벽한 대처 능력을 보였다.

그 어떤 돌발 상황을 던져줘도 교본 그 이상으로, 그리고 아주 빠르고 침착하게 상황을 돌파해 나갔다.

"우리가 더 가르칠 건 없어 보이는데요…… 오히려 우리가 가르침을 받아야 할 거 같습니다. 아니, 정말 우주 비행이 처음인 사람 맞습니까?"

"자기 말로는 로한이 정리한 실전 지식을 단기 학습으로 배웠다고 하더군."

"오, 맙소사! 로한을 우리 나사 국장으로 모셔왔어야 했는데! 그럼 예산도 무제한으로 지원받고! 의회에서도 끽소리 못하고! 으아아아!"

하수영은 불과 나흘 만에 모든 필수교육을 완벽하게 이수했다.

6개월 일정을 완전히 소화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그가 틈틈이 다른 교육생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교관들도 그 자리에 끼어서 학생처럼 얌전히 수강했다.

하수영이 저녁을 같이하자는 말에, 나사 국장은 좋아서 얼른 모든 스케줄을 취소했다.

부국장과 비서도 하수영의 요구로 함께 참석했다.

"핵융합 로켓과 연료탱크를 드리긴할 겁니다. 그런데 당분간 새로운 업적 달성은 우리가 먼저 해야겠습니다."

"신기록 갱신은 자제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자제가 아니고 금지요."

"아니면 저희가 업적 달성을 한 다음에 로켓과 탱크를 드릴까요?"

"아닙니다. 금지하겠습니다."

"빠른 결정 좋습니다. 당분간입니다. 어느 정도 업적 달성하고 나면 다 풀어줄 겁니다. 그동안은 새로운걸 시도하기보다는, 기존에 했던 것들을 새롭게 시도해 보세요."

"하하, 그렇지 않아도 당장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달에서 헬륨을 캐오려고 합니다."

"헬륨? 핵융합이라도 하시게요?"

"저희는 항공우주국이죠. 이미 수영그룹이 완성한 핵융합 시장에 진출할 이유도, 명분도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아니죠."

"음, 하긴 핵융합 기술을 제가 미국 말고 다른 곳에 제공할 일은 없으니까요."

"특히 중국에서 헬륨을 아주 비싸게 사줄 겁니다. 나사가 돈만 쓰는 조직에서 돈도 잘 버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겁니다."

"좋네요. 저도 도와드릴 게 있는지 로한한테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로한 교수가 간단히라도 자문을 해준다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럼 수익 배분은……."

나사 국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로켓과 탱크에 대한 비용, 그리고 헬륨 채굴로 인한 수익 배분은 당연한 수순이다.

과연 얼마를 부를까?

"로켓과 탱크는 싸게 임대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수익은 당분간 나사가 다 먹으세요."

"진심이십니까!"

국장보다는 비서가 더 경악해서 벌떡 일어나며 흥분했다.

그동안 나사가 예산 때문에 의회에서 얼마나 구박을 받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헬륨 그까짓 거 팔아봤자 얼마나 남겠어요. 요즘 세상엔 그냥 밀과 생선 장사가 최고예요. 나사는 돈 때문에 눈치도 많이 보고 하니까 내가 양보해 줄게요."

"그, 그렇습니다."

"그 대신 나사가 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는데."

"예. 말씀하십시오."

과연 하수영은 무엇을 요구할까?

이미 나사가 공유한 모든 노하우와 기술, 특허 등은 무제한으로 제공하기로 되어 있었다.

즉 나사는 하수영한테 더 줄게 없었다. 이미 다 줬으니까.

"달 유인탐사 끝나자마자 바로 화성으로 가고 싶은데 화성탐사선이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걸려요."

"제로에서 새로 시작하는 거니까 아무래도 시간이 관건이겠습니다."

"그렇다고 청담 1호는 화성까지 가기에는 너무 좁고 열악하고, 그건 달 탐사용으로나 딱이죠. 저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힘들 겁니다."

"음…… 확실히 우주비행사 여럿이 2, 3개월씩 장기간 생활하기에 청담 1호는 너무 작죠."

항우연과 나사가 로한의 통제하에 만드는 화성탐사선의 건조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그동안 다른 방법을 찾고 싶다는 이야기.

나사 입장에서는 사실 정말로 빠르게 일을 진행하는 거지만, 하수영과 로한 입장은 이것도 느려서 답답한 모양이다.

"퇴역한 우주왕복선들, 현역으로 복귀시키죠."

"예?"

"걔들도 박물관에서 잠자는 것보다는 다시 우주로 나가는 게 좋을 거예요. 그 친구들 미리 개조하고 정비하고, 달 탐사한 다음에 후딱 화성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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