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56화 (1,156/1,270)

프랜차이즈 갓 1156화

268장 너의 미국은 Your America (5)

[로한, 미국에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 연료탱크를 제공하기로 하다. 기술이전은 아닌, 단순 완제품 판매.]

[나사, 우주 관련 모든 지적 자산을 수영코스모스에 무제한으로 제공하기로 통 큰 결정.]

[필자는 생각한다. 나사가 통 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연료탱크의 우주패권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이 거래는 수영코스모스가 미국의 우주산업을 매우, 크게 배려해 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나사의 JPL연구팀, 속속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어.]

[개발 중인 KSLV-III 프로젝트, 긴급히 방향타를 틀다. 로한 박사가 프로젝트를 넘겨받아 진두지휘하기로 결정.]

[KSLV-III, 누리 3호에서 '청담 1호'로 명칭 변경할 것으로 예정.]

[로한 박사, "두 달 안으로 달에 무인착륙하겠다. 이미 만들어진 KSLV-III 발사체를 약간만 손보면 손쉽게 가능. 그 후에 유인착륙을 성공시키겠다."]

[항우연 과학자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팡질팡하나?]

[청담 1호 프로젝트, 로한과 JPL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밀어붙일 예정.]

[한국,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달을 밟는 국가가 되나?]

[하수영 의원, 청담 1호 우주인 선발 계획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혀 주변이 경악. 강남구의회 최우석 부의장은 격려 보내. "그래도 우리 하의원이 최초로 달에 간 한국인이 되어야지."]

세상은 로한이 왜 이렇게 급작스럽게 KSLV-III 프로젝트를 개조하려는지 그 목적을 이해했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기 전, 먼저 달착륙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 신뢰를 쌓기 위함이다.

달에도 사람을 못 보냈는데, 저 머나먼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이미 상당히 진행 중인 KSLV-III 프로젝트를 이용하면 시간도 아낄수 있다.

"연료탱크와 로켓을 변경하고, 우주인의 식량과 분뇨처리기만 실으면 됩니다. 우주인만 준비되어 있으면 두 달 뒤에는 달 표면에 사람을 직접 보낼 수도 있는데, 아쉽군요."

-어때요, 참 쉽죠?

-로한 교수님ㅠㅠㅠㅠ 저희 어리 석은 구인류가 그걸 몰라서 여태 미국 말고 달을 못 간 게 아니거덩요…….

-로한은 아무리 봐도 신인류 같은데?

-다 떠나서 지금까지 로한이 한 것들을 보면 진짜 달 유인탐사도 두달이면 해낼 거 같아서 소름이 돋는다.

-하수영 의원님은 근데 왜 갑자기 우주인 선발에 지원하신다는 거지?

-의원님이 달에 갔다가 사고라도 나면 진짜 큰일인데. 우리나라 전쟁날 수 있음. ㄷㄷㄷㄷ

-그만큼 로한을 믿는다는 게 아닐까?

-내가 보기에는 바람잡이야. 의원님이 지원했으니 이제 유능한 자원들이 엄청 몰려들 거다. 그걸 노린 계산이지.

수영코스모스는 아직 사옥은커녕 회사 직원도 채용하지 않은 상태.

하지만 로한에게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있었다.

100기가 넘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청담 1호'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그 어떤 기술자보다 뛰어났으며, 힘이 좋았고, 정교하고, 지치지 않으며, 마지막으로 실수를 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엔지니어 군단은 수작업으로 기존 발사체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근데 로봇 100기가 달려들어서 작업하는 건데, 이걸 수작업이라고 할 수 있나?"

"이 정도면 그냥 움직이는 첨단정밀공장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진짜 두 달 안에 개조해서 달에 보낼 기세인데. 핵융합 로켓과 연료탱크는 벌써 만들어져서 연료까지 이미 다 채운 상태라던데요."

"오히려 우주인 선발이 가장 마지막에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

하수영은 정말로 우주인 선발에 지원했다.

사람들은 프로젝트 홍보와 인재 확보를 위한 바람잡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차로 국내에서 치러지는 이론 교육에서, 교관들은 곧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수영은 우주선에 대한 제원, 조종법, 기술원리, 항행기술에 관해서 그 어느 지원생보다도 우수했다.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오히려 교관들이 그에게 한 수 배워야 할 거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1차 이론 코스를 통과한 하수영은 100명의 1차 합격생들과 함께 2차 코스에 돌입했다.

하수영이 1차 코스를 가볍게 만점으로 통과하자, 교관들은 그의 신체 검사 데이터를 다시 한번 펼쳤다.

"놀랍습니다. 시력, 근력, 골밀도, 심박, 혈압, 안압, 뇌압, 혈당…… 모든 신체 데이터가 그저 완벽 그 자체입니다."

"신체 능력만 봐도 다른 사람들은 비교도 안 되게 건강한데요? 이정도면 지구에서 가장 건강하고 강인한 사람 아닙니까?"

"이런 신체를 가지고 1차 이론을 만점으로 통과했으니, 정말 어쩌면……."

"……."

진짜 하수영이 선발되는 거 아닌가?

교관들은 좋다기보다는 불안해졌다.

로한을 믿지만, 그래도 하수영이 우주에 나갔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한국, 아니, 전 세계 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

게다가 호시탐탐 중국이 한국을 노리고, 러-우 전쟁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이 때에…….

"그렇다고 일부러 떨어뜨릴 수도 없고 말입니다."

교관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

2차 훈련은 스트레스 적응 훈련이었다.

우주선은 좁고, 누구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다.

폐쇄된 공간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시, 스트레스나 패닉, 발작에 얼마나 저항을 하는지는 우주인으로서 중요한 요소다.

신체조건과 지식이 우수해도, 이 과정에서 대거 탈락자가 나온다.

그리고 교관들은 또 한 번 놀라운 광경을 보고 말았다.

"하수영 의원님, 아니, 지원생, 아주 편안해 보이는데요? 설마 눈 뜨고 잠든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있겠어요?"

어느덧 6시간이 지났다.

아직까지 탈락하지 않은 이들은 벌써 몇 시간째 좁은 가상조종석에 우주복을 입은 채 끼어 앉아 스트레스를 버티고 있었다.

혈압과 심박이 올라가고, 스트레스수치가 실시간으로 높이 솟아 있다.

단지 이를 악물고 버틸 뿐이다.

팔다리를 조금씩 움직이는 것은 전혀 감점 요소가 아니다.

하지만 하수영은 마치 온몸이 결박되기라도 한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편안하게 앉아서 떠들어대고 있다.

가상 교신 훈련을 하는 것이다.

"저렇게 오랫동안 팔다리 꼼짝 안하면 근육이 굳거나 쥐가 나지 않을까요? 괜찮을까 모르겠네."

"하수영 지원생님, 괜찮습니까? 너무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만 앉아 있는데요?"

-편안합니다.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습니다.

"하, 하하……."

하수영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훈련을 버텼다.

무려 36시간 동안 자세를 전혀 바꾸지 않고, 심지어 생리적인 활동도 참아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혀 맥박이 빨라지지도, 혈압이 올라가지도, 뇌파가 스트레스로 더러워지지도 않았다.

마치 조용한 숲속에서 절경을 즐기듯이, 편안한 상태를 보여 주었다.

그저 앉아 있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앉아 있는 내내 가상교신훈련을 했는데, 통제관이 지쳐서 몇 번이고 교대를 해야만 했다.

"그만하겠습니다."

-벌써요? 전 더 할 수 있는데요.

"……이만하면 충분한 거 같습니다."

36시간 만에 해방된 하수영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 우주복을 벗었다.

온몸의 근육이 굳어있을 법도 한데,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안색도 전혀 변함이 없다.

최종 훈련을 위해 미국 훈련장으로 들어갈 5인이 선발되었다.

하수영의 성적이 너무 압도적이었기에, 교관들은 그가 정치, 경제적 이유가 아니고서는 떨어질 거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하수영 의원님, 영어와 러시아어도 네이티브 아니었나?"

"……알고 보면 로한 교수와 같은 과인 거 아니에요?"

***

하수영이 2차까지 만점으로, 다른 지원생들을 압살하는 성적으로 통과 하자 한국과 미국의 걱정거리가 늘어났다.

정말 그가 우주선을 탄다고 해도 말릴 재간이 없다.

"워낙에 특별한 경험을 좋아하는 분이니까, 한국인 최초로 달을 밟은 우주인이 되는 기회를 절대 마다치 않으려고 하실 텐데."

"중국이 달 탐사선을 격추하려고 시도할지도 모릅니다. 방공망을 아주 두텁게 쳐야 합니다."

발사는 공개 일정으로 진행된다.

당연히 중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요격을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한다면, 핵미사일로 요격을 시도해도 된다.

물론 직접 움직이지 않고, 북한을 대리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미 국방부는 나로우주기지 주변부터 우주까지 촘촘한 방공망을 설정하기 위한 계획을 짜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한편, 로한과 항우연, 나사의 JPL 연구소, 안드로이드 프리덤 100기는 순조롭게 청담 1호 개조 작업을 진 행하는 중이었다.

핵융합로켓은 이미 장착되었고, 3인의 우주인이 탑승할 조종공간도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발사에서 3단, 2단 로켓 분리 과정이 모두 생략되었다.

3단, 2단 로켓이 들어가야 할 외부 선체는 조종사들이 머무를 공간과 달에 가져갈 물건을 싣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연료탱크와 로켓의 크기가 극단적으로 줄어들다 보니, 유인탐사선임에도 불구하고 인공위성 발사로켓보다 더 길이가 짧아지는 기괴한 결과가 발생했다.

"두 달 안에 유인탐사가 가능할 정도로 개조할 수 있습니다."

"로한 교수님, 그래도 먼저 무인탐사를 보내서 안정성을 테스트해야 합니다. 어쩌면 하수영 의원님이 타실지도 모르는데……."

"교관님이라면 그런 절차를 생략할 겁니다. 하지만 다른 우주비행사 2인을 생각하면, 무인테스트는 거쳐야겠군요."

항우연과 JPL 과학자들은 정말 제대로 되어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 연료탱크는 그들의 수준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영역이었으니.

다만 지속되는 로켓 분사 시험에서, 핵융합 로켓은 언제나 완벽한 데이터를 보여줬다. 입집명 연료탱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우주인들에게 최종 훈련 및 선발을 위한 미국 출발까지 2주의 휴가가 주어졌다.

***

장효주, 정서희, 로마노프, 미레아, 오랜만에 4명이 다 함께 하수영을 찾아왔다.

휴민트타워 최상층 레스토랑 룸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너무 급하게 처리하는 거 아니에요? 보통은 몇 년씩 잡고 진행하는 프로젝트잖아요? 무슨 이걸 두 달만에 밀어붙여요?"

"이미 만들어놓은 발사체가 있고, 로한이 안드로이드 프리덤 군단까지 데리고 직접 나섰으니 탐사선은 문제없습니다. 우주인 선발이 더 문제죠."

"그러니까 아무리 로한이라도 두달 만에 탐사선으로 개조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은 거예요. 우주에서는 무슨 변수가 나올지 모르잖아요."

"로한은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목성에도 갈 수 있어요."

사실이다.

예술용 보검으로 위장한 개인우주 선을 이용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목성을 찍고 돌아올 수 있다.

오히려 하수영이 이것저것 준비하느라고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말도 안돼."

"난 오히려 훈련 프로그램 때문에 1년 이상 잡아먹을까 봐 걱정되는데요? 나사의 우주인 양성 과정이 좀 까다로워야 말이죠."

미국에 가면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해야만 한다.

한국프로야구 선수가 미국으로 가면 마이너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한국의 선발 과정은 효율을 위한 일종의 예선전이었다.

"그럼 앞으로 1년 넘게 미국에서 훈련받는 거예요?"

"설마요. 후딱 끝내 버려야죠. 우주인 훈련 그게 뭐 대단하다고. 전월반으로 금방 합격받고 먼저 들어올 겁니다. 나머지는 계속 거기서 죽어라고 굴러야죠."

탐사선에 탑승할 사람은 총 3인.

하수영은 먼저 훈련을 월반해서 마치더라도, 남은 2인이 선발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여자들은 유인발사까지는 정말 1년 넘게 걸릴 수 있겠구나 하고, 조금 안도했다.

그동안 로한과 항우연에서 계속해서 탐사선 검증을 할 테니까.

"탐사선 준비는 일찍 끝나겠지만, 우주인 준비는 아무튼 늦을 거예요. 뭐, 저 혼자 타고 갔다 오는 게 아닌 이상은요."

"만약 달 갔다 오게 되면 이거 영화 찍는다 생각하고 다각도로 잔뜩 찍어두면 어때요? 나중에 이 소재 수영 씨 주연으로 영화 찍을 때 유용할 거 같은데."

"음, 주연으로 영화를 찍는 건 조금 부담스러운데."

"뭐래요. 맨 프롬 콜롬비아 1에서 거의 주연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한 남자를 두고 넷이서 경쟁 아닌 경쟁을 하게 된 사이.

겉보기에 그녀들은 생각보다 친하고 편해 보였다.

그러나 눈치 빠른 이라면 사소한 눈짓이나 발언에도 기 싸움이 실려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수영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겉으로는 태연하게 합동식사를 즐겼다.

네 여자는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다 같은 생각을 했다.

'진짜 나쁜 남자야.'

***

우주비행훈련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하기 이틀 전, 로한이 갑작스러운 폭탄선언을 했다.

-청담 1호 발사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앞으로 2시간 후, 안드로이드프리덤 3기를 파일럿으로 하여 테스트 발사를 합니다.

한미 여론이 발칵 뒤집어졌다.

그리고 수영그룹 직원들은 왜 오늘 갑자기 일제히 유급휴가를 주었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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