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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53화 (1,153/1,270)

프랜차이즈 갓 1153화

268장 너의 미국은 Your America (2)

많은 냉소주의자들은 입자집합명령장치의 적용 범위가 20cm가 아니라 200m만 되었어도 세상이 바뀌었을 거라 말한다.

많은 긍정주의자들은 지금의 적용 범위로도 충분히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고 말한다.

입자집합명령 기술은 반도체 같은 초정밀 부품을 환경오염이나 불량없이 빠르고 쉽게,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한 인간의 체내에 존재하는 암세포나 결석 같은 위험인자들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소 연료를 작은 공간에 압축해서 월등한 양을 저장할 수 있으며, 이 특징은 인간의 우주진출능력을 적어도 수백 배 이상 증폭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미 대통령은 이 점을 강조하며, 하수영과 로한을 미국의 가족으로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정치인들을 설득해 나갔다.

당연히 전혀 쉽지 않은, 험난한 풍랑을 돛단배 하나로 헤쳐 나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

청담동에서 의학용으로 제공한 입자집합명령 장치는 딱 1대.

당연히 청담수영병원에 배치되었다.

보건복지부 승인만 앞두고 있는 지금, 청담수영병원은 입집명 시술을 받기 위한 암 환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듯 몰려들었다.

그런 문의는 프리덤이 일괄 처리할 수 있지만, 수영병원은 일부러 직원들을 고용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프리덤을 붙여서 업무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선호한다.

무조건 완전무인화 방식만 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진파운드리 공장처럼 아예 사람이 전혀 없거나, 아니면 병원처럼 사람이 바글거리거나, 그렇게 직원의 배치가 극과 극을 갈린다.

"네. 예약은 받지 않고 있고요. 네 네. 죄송합니다. 예약 신청이 언제 열릴지는 아직 저희도 결정이 된 게 없어서요."

"고객님. 지금 욕설을 하셨기에 법무팀으로 전화를 돌리겠습니다. 끊겠습니다. 매뉴얼 지침대로 하겠습니다."

"아직 보건복지부 승인도 나지 않은 상태이고 해서요. 네네……."

일반 암 환자들만 문의하는 게 아니었다.

세계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대부호들이 은밀하게 재단에 의사타진을 해왔다.

선순위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돈은 얼마든지 내겠다고.

왕세경은 그런 문의에도 태연하게 응대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다고 해. 아마 선착순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

"알겠습니다."

"돈 많은 것들 애를 바짝 태워놔야 주머니를 좀 풀 거 아닌가. 그나저나 우리 이사장은 치료비로 얼마를 생각하고 있으려나……."

그렇게 입자집합명령 암 치료 장치가 개봉을 앞두었을 때, 이탈리아에서 파격적인 요구가 왔다.

이탈리아에서 세 손가락에 꼽는 대재벌, 75세의 미타이 카사니 회장이 선제시를 해온 것이다.

-내 전 재산의 반을 주겠소. 가장 먼저 나를 치료해 주시오.

고령에 말기 췌장암 환자인 그는 순번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공개재산 300억 유로(30조 원)에 달하는 대재벌의 애절한 부탁이었다.

왕세경은 남 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측은해졌다.

"그래. 죽음 앞에서 돈이 무슨 의미가 있어. 저승에 싸짊어지고 가지도 못하고, 자식들이나 호의호식시켜 주는 셈이지……."

아련한 기억이 가슴을 간지럽힌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30조 원이면, 치료비로 15조 원을 내겠다는 겁니까? 우와…… 이건 세도 너무 센데요?"

"현금보다는 당연히 거의 대부분 기업이나 부동산으로 되어 있겠지. 이건 내가 직접 협상을 해야겠다."

"네, 부이사장님. 준비하겠습니다."

부이사장실에서는 치료 계약 협상을 위해 움직였다.

미타이 카사니 회장의 대리인이 은밀하게 한국을 방문했다.

"치료비 액수는 공개돼선 안 됩니다. 회장님 자손들이 알았다가는 들고 일어나서 집안이 시끄러워질 게 뻔합니다."

"음, 치료비는 환자 개인 정보도 아니고 엄연한 회계정보라서 아예 비공개로 할 수는 없소. 적어도 세무서에는 들어갑니다."

"하, 하지만……."

"그럼 이렇게 합시다. 공개 치료비는 10억 원으로 하고, 나머지는 이 사장 개인에게 지급해 주시오. 우리도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세청장 정도에게만 보고하리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해외 VVIP 고객들에게 전 재산의 절반을 치료비로 받은 적이 있다, 라고 어필하는 건 괜찮겠지요?"

"그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저희는 세상에 공개되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럼 계약 성립이오."

얼마 후, 미타이 카사니는 전용기를 타고 조용히 한국에 들어왔다.

약 10시간에 걸쳐 꼼꼼하게 치료를 받은 그는 당분간 수영병원 VIP 실에 입원했다.

하루 입원료가 2억 7,400만 원에 달하지만, 그에게는 전혀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었다.

그는 입원해 있는 동안 진짜 치료비 지급을 모두 이행했다.

우선적으로 가진 현금, 귀금속, 유가증권 등을 먼저 추렸고, 모자라는 것은 보유한 회사 지분으로 채웠다.

[이탈리아 대재벌, 미타이 카사니 회장! 청담수영병원에서 췌장암 치료를 받다!]

[치료비는 10억 원, 하지만 하루 입원료가 2억 7,400만 원인 VIP 병실에 입원.]

[청담수영병원, 입자집합명량 암치료기의 치료 비용을 10억 원으로 책정한 것인가?]

[세계 대재벌들이 줄을 지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왕세경은 부이사장의 역할에 충실했다.

포브스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재벌, 그리고 이름을 올리지 않는 왕족들을 상대로 엄청난 치료비를 뜯어냈다.

치료비는 무조건 전 재산의 절반.

물론 그 돈을 내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수십억, 수백억, 수천억 달러의자산가들이었다.

거기다가 VIP 병실까지 이용하며 하루 입원료로만 수십억 이상을 지불했다.

그리고 마침내…….

"축하하네, 이사장, 드디어 재단에 쏟아부은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군."

왕세경이 묘한 감격에 젖은 채축하를 건네자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부이사장님이 저보다 수완이 좋으신데요. 전 차마 늙고 병든 사람들한테 전 재산의 반을 내놓으라고는 못 하겠던데요."

"농담도 가려서 해야지. 그들은 재산의 절반을 내놔도 여전히 지구 최상위 계급층일세. 기적의 치료를 받고 싶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근데 이 투자금이 회수가 되긴 하네요. 애초에 회수는 생각도 안 하고 직원들 복지 삼아서 막 질렀는데."

수영병원은 오래전부터 흑자 구조에 들어섰다.

청담 스코프 시술로 인해 VIP 병실이 활성화가 된 덕분이다.

하지만 지출에 비해 수입이 늘었다 뿐이지, 병원 세팅에 들어간 투자금을 회수한 것은 아니었다.

병원선으로 운영되는 포드 항모 2척, 퀸 마리호.

병원선 호위함인 미제 경항모와 러시아제 미사일 순양함.

수십 대가 넘어가는 퀸 스텔리온(1,400억 원).

3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공중 급유기.

경항모에 탑재한 F35B 22기와, 그 외에도 수많은 수송헬기 및 무인기들.

병원재단에 집어넣은 투자금은 그것들을 전부 다 합쳐야 한다.

오로지 병원을 위한 목적으로 구입했고,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매몰비용을 모두 청산했다. 투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역시 인생은 한 방이야. 나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네."

"좁쌀이 백날 천날 굴러봐야 송유파이프 한 번 구르는 거 못 이기죠."

"송유파이프라. 하하, 그 말이 맞아. 암 치료 시술받은 VVIP 고객들은 거의 다 석유사업에 한 자락씩 걸치고 있었거든."

그동안 병원이 VIP 병실 운용으로 내는 흑자로는 최신의료설비를 매년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였다.

병원 복지가 워낙 좋았고, 가난한 환자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고정지출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포브스 재벌, 왕족들이 재산의 절반씩 툭툭 내놓으니, 그간 병원에 집어넣은 투자금이 모두 회수되고도 남았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은 뭐한다고 일주일이나 자네 옆에 붙어 있었나?"

"저와 가족이 되고 싶답니다."

"대통령 본인이? 아니면 미국이?"

"당연히 미국이죠. 대통령과 제가 어떻게 가족이 됩니까."

"손녀들이 다 결혼했나 보구먼."

"그건 아닌데, 제 취향이 아니에요. 전 서양 여자는 미레아나 로마노프같은 타입이 좋더라고요."

"음, 하긴 서구권에서는 선 굵고 강인한 느낌의 여자를 미인상으로 꼽았지."

"그럼 지금 암 치료기는 비용을 10억 원으로 자리 잡은 겁니까?"

"그렇지. 외부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으니까."

10억 원.

웬만큼 부유한 집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내기 힘든 가격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치료 문의는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자산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자산 1억 달러 이하는 10억 원만 받는 걸로요."

"음, 안 그래도 그런 방향으로 생각 중이었네. 상한선을 어느 정도로 잡을지가 고민이었지. 이사장 말대로 1억 달러로 하지, 그럼."

"어차피 돈 없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비 지원해 주니까 그냥 놔둬도 되겠네요."

"그 사람들은 돈은 문제가 안 되지. 잘하면 재단에서 치료비를 전액지원받을 수 있으니까. 문제는 순번일세.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입자집합명령 장치 만들기 꽤 빡센데. 알았어요. 제가 한 대 더 들일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이사장이 고생이 많네. 다 명계가서 받을 복 미리 쌓는 거라고 생각을…… 아, 이게 아닌가?"

"전 죽어도 명계 안 갑니다. 그리고 걔들, 제가 오면 엄청 싫어할 겁니다."

그때였다. 하수영의 폰이 진동했다.

발신인을 확인한 하수영이 씩 웃었다.

"미국이 드디어 지참금을 준비했나 봅니다."

***

장효주의 차가 하수영의 저택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는 주방에서 요리 중입니다.」

"응."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주차장에서부터 장효주를 안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본채에 내린 장효주는 맛있는 냄새에 섞인 흥얼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바람처럼 스쳐 가는 정열과 낭만아. 아직도 내겐 거친 꿈이 있어. 세상 속에 남았쥐이이이."

장효주가 걷다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가사가 왠지 익숙한데? 어디서 들었더라?"

「장효주 님의 부친께서 약주 하실 때마다 즐겨 부르시는 노래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기억에 남은 듯싶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중요하진 않으아! 미래와 소망을 위한! 세상이 내겐필요해애애!"

"아, 기억났다. 으, 갑자기 PTSD 올라고 그래. 아빠가 진짜 술만 드시면 이 노래 불렀는데, 노래방 기계 켜고 막 얼마 전에 우리 집에 놀러 와서도 그랬다니까?

"나는 미국이 될 거야! 어두운 세상 헤쳐가며! 아무도 나를! 위로하지 않아! 꺼지지 않는 핵융합 되려 하네! 나는 미국이 되겠어! 공화당반대 몰아쳐도! 두렵지 않은! 나의 뜨거운 레일건! 그저 난 남자일 뿐이야! 진정한 이 시대의……."

"……수영 씨. 가사가 대체 왜 그래요?"

"아, 왔어요?"

참치를 토막 내며 노래를 흥얼거리던 하수영이 게임 아이템처럼 생긴 화려한 대검을 내려놓았다.

"우리 아빠가 불렀을 땐 가사가 그렇지 않았던 거 같은데요? 미국이 되다니, 개사를 왜 그렇게 했어요? 진짜 미국에 이민 가요?"

"이민 안 갑니다. 청담동에 궤도 엘리베이터 지어야 하는데 무슨 이민이에요."

"근데 왜 미국이 될 거야 되겠어, 그런 노래를 불러요? 진짜 미국인 된다는 줄 알았잖아요. 기분도 되게 좋아 보이구."

"당연히 기분 좋죠. 132번째 실패한 업적이 드디어 달성됐거든요."

나를 미국으로 대하라.

지난 전생 동안, 미국은 차라리 맨틀이 될지언정 이 제안을 받아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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