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52화
268장 너의 미국은 Your America (1)
미 대통령은 남은 일정을 전부 하수영과 함께 보냈다.
정상회담 일정은 겨우 하루밖에 보내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무려 일주일 동안 하수영, 로한과 함께 일정을 소화했기에, 외교 무대에서 이런저런 말이 다양하게 나왔다.
한국 언론은 미국이 국부 유출을 시도한다며 입에 게거품을 물었다.
-미국이 로한 교수와 그 기술들을 모조리 가져가려고 작업을 치고 있다!
-정치인들은 뭐하나? 빨리 저걸 막지 않고?
-지금 에릭 로한이 기술 들고 미국 가버리면 우리나라는 망한다, 망해!
하수영이 떡값 안 준다고 물어뜯던 지난 과거는 그새 잊어버린 급발진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전문가들은 하수영이나 로한이 미국으로 떠나 버리게 될 경우, 한국이 어떤 입지가 될지를 놓고 불길한 예측을 쏟아냈다.
-일단 우리나라가 식량자급률이 지금 형편없거든요? 그러니까 수영농장을 빼면 말입니다.
-예전에는 쌀은 그래도 100% 자급이 됐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수영농장이 죄다 공급하는 추세입니다. 2년 이상 홍수와 태풍으로 논농사를 망친 농부들이 더 이상 쌀농사를 짓지 않아요.
-수영농장이 빠져나가면, 글쎄요. 가정 식비가 지금보다 최소 5배 이상은 뛸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선은 이제 자취를 감출 거고요.
-식비가 뛰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게요. 필요한 식량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식량 확보 경쟁에 나섰어요.
-우리 국민들은 사실 지금의 식량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고 있어요. 수영농장이 모든 걸 문제 없도록 공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민물에서 낚시나 통발, 그물로 잡는 담수어나 겨우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가격이 수십 배 이상 뛰어서 부자들의 전유물이죠.
-우리나라는요? 마트에 가면 고등어 한 마리에 몇천 원밖에 안 합니다.
-프리덤, 없어져요. 핵융합, 삭제되고요. 반도체, 날아갑니다. 항모함대? 꿈 깨세요.
전문가들의 거듭된 경고에 국민들은 드디어 불안감을 품기 시작했다.
하수영과 로한, 그리고 미 대통령은 삼위일체가 되어서 대한민국 명소 곳곳을 둘러보고 다녔다.
미 대통령이 일주일씩이나 해외 단일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거의 없는일.
한국은 미국이 하수영과 로한을 빼가려고 한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정·재계를 비롯해서 직통 전화가 쏟아졌지만, 하수영은 그 어디에도 응하지 않았다.
지지자들이 의원사무실에 몰려와서 제발 떠나지 말라고 매일같이 읍소했지만, 하수영은 울릉도 양식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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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희의 연락은 무시할 수 없었다.
-진짜 우리 전부 다 미국 가는 건가요?
"아뇨. 어디든 제가 있는 곳이 곧 터전입니다. 누가 오라고 해서 쪼르르 가거나 그러지 않아요."
-다행이네요. 알고는 있는데 워낙 분위기가 흉흉해서 혹시나 했어요. 비밀로 해야 되는 거죠?
"알려져도 상관은 없는데. 명분 좀 쌓는답시고 대통령이 지금 계속 제 옆에 붙어 있는 겁니다."
-그럼 당연히 비밀로 해야죠. 뭔지 모르지만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하수영은 전화를 끊고 다시 대통령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대통령은 넓은 바다를 가득 채운 가두리 양식장에 한가득 들어 있는 해수어들을 보고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수영그룹이 역시 식량기업 중에서 최고라는 걸 알겠습니다."
일주일 동안 미 대통령은 수영그룹의 핵심 사업체들을 견학했다.
그중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끝도 없이 쌓여 있는 밀봉신두였다.
수영그룹이 단독으로 비축한 식량만 해도, 한반도 전체가 적어도 10년 이상은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다른 나라들은 식량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수영그룹은 남아돌아서 해외에 수출까지 하고 있으니.
"나노소프트 수영레스토랑이 매해 1,0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영레스토랑 덕분에 우리 미국이 밀 부족 사태는 간신히 피했다고 하더군요."
미국 수영레스토랑은 대부분의 식재료를 수영농장에서 제공받는다.
"설마요. 미국이 국제 밀값을 좌지 우지하는 나라인데, 밀이 부족할 수가 있겠습니까?"
내수용 밀과 수출용 밀이 아예 따로 구분돼서 유통되는 나라인데.
"곡물의 수출량은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내수용 밀을 다소 쥐어 짜 내는 한이 있더라도요. 다시 고립주의를 택할 게 아닌 이상 말입니다."
"흐음."
"다른 나라들이 앞을 다투어 식량수출을 잠그는 바람에, 우리 미국까지 거기에 동참했다가는 정말 세계적으로 큰일이 납니다."
"국제경찰이라는 헤게모니 유지를 위해서도 어쩔 수 없긴 하겠네요. 이해합니다."
미국으로 다시 출발하는 날.
하수영이 직접 공항까지 배웅을 나갔다.
마지막으로 포옹을 나누며, 미대통령이 낮게 당부했다.
"미국의 국가대전략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일입니다. 만약 성사가 되더라도 공식적으로는 드러내지 못할 겁니다. 양해 바랍니다."
미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이 거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그렇게 넌지시 밝혔다.
"외왕내제는 뭐 익숙해서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실리죠. "
"부디 그대가 나의 미합중국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미 대통령은 한국을 떠났다.
***
미 대통령이 워싱턴 정가 인물들을 만나고 다니며 은밀한 설득 작업을 벌이는 동안, 한국은 꽤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냈다.
하수영 지지자들은 한국을 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농민들이 불같이 반대하며 맞시위를 했다.
"아! 농민 회장님이 어디든 자기 대우해 주는 것으로 떠나는 거야 자기 자유인데! 그걸 왜 억지로 맹세하라고 하는 겨!"
"니들이 잘해봐! 니들이 우르르 떠받들고 기분 좋게 해드려봐! 그럼 떠나시려다가도 다시 한번 생각하실겨!"
"이렇게 시끄럽게 억지 부리는데 안 떠나려다가도 짜증 나서 떠나시겠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로한이 설계한 우주선 건조권을 따내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핵융합과 입자집합명령 연료탱크만 봐도 이 우주선의 가치는 측정이 불가했다.
돌아가는 시국이 심상치 않으니, 일단 건조권이라도 먼저 따내기 위해 안달이 났다.
"내 조건은 하나입니다. 100% 민간주도로 할 테니 모든 행정적 지원을 퍼부어주십시오."
나라에서 숟가락을 얹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요구였다.
항우연으로서는 감지덕지할 조건이었다.
그저 이 프로젝트에 항우연이 참여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100% 민간사업이니, 예산을 가지고 아쉬운 소리를 할 이유도 없었고.
다만 정부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름만이라도 살포시 올리고 싶었다.
"어떤 권리도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지원금 1,000억을 드릴 테니, 그냥 받아서 써주기만 해주십시오."
우주개발산업에서 1,000억 원은 큰 돈이 아니라 오히려 한참 적다.
로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 그렇게 원하시니 받아는 주겠습니다. 우주선에 실을 연료는 살수 있겠네요."
"하하…… 영광입니다."
연료만 사기에는 과할 정도로 많은 돈이지만, 차관은 어설프게 웃었다.
항우연은 곧 우주선 건조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로한과 하수영이 떠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던 대중의 발작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었다.
우주선 건조가 몇 년은 걸릴 테니, 적어도 당장 로한이 한국을 떠날 일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
입자집합명령 장치 첫 의료시술 임상 대상자가 나왔다.
환자는 20대 악성 뇌종양 여성 환자였다.
이미 중증 말기단계인지라 높아진 뇌압으로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고, 더 이상의 치료 요법은 의미가 없이 죽을 날만 받아둔 상태.
"뇌에 자리잡은 암세포를 모두 파괴해서 뇌수막 바깥의 혈관으로 빼낼 겁니다. 파괴한 세포들은 원자 미만 단위로 분해해서 세포 사이를 통과시키기 때문에 다른 조직에는 손상을 주지 않습니다."
수술이 불가능한 부위에 자리 잡은 종양.
그러나 시술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두개골 내부를 압박하던 종양이 사라지자 환자는 두통이 잦아들었고, 로한은 덤덤하게 말했다.
"끝났습니다."
"어…… 어떻게 된 건가요?"
임상시술에 참여한 의사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뇌에 자리 잡은 암세포는 모두 파괴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이, 이렇게 빨리 말입니까?"
"네. 다 끝났습니다."
말도 안 되는 기적에 의사들은 경악했다.
응용원리를 알기에 대충 이 정도 효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건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렇게 빨리 끝난다고?
"이제부터 다른 곳에 전이된 암세포가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입집명 기술의 적용 범위는 직경 20㎝의 구형.
즉 가상의 구형 스캐너를 조금씩 움직이면서 온몸을 훑어가는 방식으로 전신 어딘가에 있을 암세포를 찾아낸다.
다만 이 방법은 한 번 스캔을 마친 클리어 구역에 다시 암세포가 흘러들어오는 것까지는 찾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전신을 총 10번 훑으며 암세포를 추적하겠습니다. 클리어 구역에 흘러들어오는 암세포까지 박멸하기 위해섭니다."
세포라고 해봐야 바이러스보다 월등히 큰 생명 단위.
미립자 단위까지 조작 가능한 입집명 기술 입장에선 추적이 쉬웠다.
다만 한 지역을 스캔하는 데 약 1분이 걸렸고, 전신을 1차례 훑는 데 약 40분이 걸렸다.
10회는 400분이니 6시간 40분 동안 스캔 작업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암세포가 발견된 것은 3시간 23분 시점입니다. 그 뒤로 3시간 17분 동안은 암세포와 그 DNA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 그렇다면……."
"99.999%로 완치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로한은 덤덤히 말했지만, 의사들은 도저히 차분할 수가 없었다.
겨우 7시간도 안 되는 스캐닝 파괴 시술을 통해 손 쓸 수 없는 암을 치료하다니.
"그렇다면 입집명 장치 40개를 동시에 장착해서 한 번에 일제 스캔한다면, 5분도 안 걸려서 암을 제거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어느 의사의 질문이었고, 다들 비슷한 발상을 떠올렸다.
추적 범위가 직경 20㎝라면, 그만큼 더 많은 장치를 중첩해서 일제포격을 하면 되지 않을까?
로한이 피식 웃었다.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명령 장치 1대 가격을 생각하셔야지요. 절대 싸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중입자치료기가 지금 1,300억 원정도 하던가요?"
"네, 그 정도 합니다."
중입자를 이용해 암세포만을 파괴하는 꿈의 치료기. 현재 시판 중이다.
하지만 1회 시술 비용이 1억 원이 훌쩍 넘는 터라,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 암 제거 시술을 받은 임상자는 최소 10억 원 이상에 상당하는 치료를 받은 것이다.
임상은 총 10회 이뤄졌고, 모두 '암 말소' 판정을 받았다.
항상 물어뜯기만 하던 언론도 이번만큼은 떡값도 안 받고 열과 성을 다해 기사를 썼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암이다.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1/3은 거의 거쳐 간다고 알려진, 이제는 흔하지만 무서운 질병.
그 암을 완전히 정복할 물리적 수단이 나왔기에, 이번만큼은 기자들이 기사에서 온갖 호들갑을 떨어댔다.
특히 집안에 암 환자가 있는 기자들의 똥꼬쇼는 눈물 없이는 봐주지 못할 정도로 극적이었다.
-하수영과 로한, 아폴론이 인간을 위해 내려준 생명의 구원자 10명의 말기 암 환자를 단 몇 시간 만에 완치자로 바꿔 버렸다!
-꿈의 암치료장비로 알려진 중입자 치료기는 가격만 1,300억 원에 달하며 1회 시술 비용이 1억에서 2억에 달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완치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미립자 단위로 조작이 가능한 입자집합명령 장치는 암세포란 암세포는 모조리 찾아내서 파괴해 버린다.
-결국 암이 정복되고 말았습니다…….
***
워싱턴에서는 세상이 모르는 뜨거운 논의가 한창 이어지고 있었다.
"보십시오, 이 순간에도 청담동 대스타의 몸값은 열권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단 말입니다."
"대통령. 그래도 미국 그 자체로 간주한다는 것은 이례가 없아니,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입니다.
대체 누가 그런 발상을 한 겁니까?"
"미스터 하수영이 직접 요구한 겁니다. 가족이 되기 위한 유일 조건이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