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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44화 (1,144/1,270)

프랜차이즈 갓 1144화

266장 혈통을 새긴다(2)

권택상은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알아듣기에는 다소 생소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문맥상으로 듣자 하니, 하수영이 키운 농작물과 고기를 앞으로 영영 먹지 못할 것이다. 대충 그런 의미로 들렸다.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자신을 전국의 모든 마트에서 블랙리스트로 등록해서 구매가 불가능하게 만들겠다고?

그런 법도 없거니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텐데?

그때 하수영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탁탁 여러 번 쳤다.

"자, 이제 네놈이 날 싫어할 이유는 충분히 만들어줬다. 기쁘냐?"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는 행동.

하지만 스폰을 따기 재벌이고 자수성가 기업가고 이리저리 치인 경험이 있는 그에게는 아무런 불쾌감을 주지 못했다.

다만 작고 징그러운 벌레를 바라보듯 가소로운 시선이, 이상하리만치 가슴에 콕 박혔다.

보통 저런 시선쯤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런 경멸을 받아내고 견디는 게 저널리즘이요, 자신은 숱한 가시밭길을 헤치고 부국장까지 올라온 존재 아닌가.

"아직 감이 안 잡히지? 며칠 있다가 보자고."

그렇게 하수영은 돌아갔다.

내심 그의 이너서클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권택상은 잔뜩 실망했다.

하수영이 조금 전에 했던 말도 어느새 잊고, 어떡하면 그의 간택을 받을 수 있을지만 골똘히 생각했다.

"본인이고 회사고 아무리 달려들어도 무신경하다가, 장효주를 건드리니까 바로 반응이 오네?"

그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을 잡고,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겼다.

다음 날.

권택상은 아침에 머리가 핑 도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이상하게 온몸에 힘이 없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늙어가는 게 하루하루마다 느껴진다고, 그는 투덜거리면서 세안을 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그래도 직접 회사로 찾아오기까지 했으니까 예의상 며칠 정도는 쉬어줘야 면피가 서겠지?"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장효주를 물어뜯는 건 자신의 지시가 아니라 철부지 기자들이 한 것으로 처리해야 하니까. 출근을 한 권택상은 자리에 앉으려다 말고 다리가 휘청거리는 바람에 주저앉을 뻔했다.

"이거 뭐야? 왜 이래?"

몸에는 여전히 힘이 없다.

"설마 아침을 안 먹어서? 에이, 내가 오십 가까이 평생 아침을 안먹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그러고 보니 몸에 힘이 없는 게, 꼭 점심을 오래 건너뛰었을 때와 흡사하다.

권택상은 직원이 사온 빵과 음료수를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우고는 일에 집중했다.

그런데 머리가 여전히 어지럽다.

"당이 떨어졌다. 갑자기 왜 이래……."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부하 직원들의 간식거리 중 초콜릿 등 당도가 높은 것들로 뺏어 왔다.

하지만 증세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는 점점 힘이 빠져만 나가고 있었다.

어디 아픈 게 아니고, 그저 오랫동안 끼니를 건너뛴 것처럼 힘이 없을 뿐이었다.

결국 권택상은 점심시간보다 더 일찍 회사 빌딩을 나서서 식당을 찾았다.

백반을 허겁지겁 먹다 보니 어느새 3인분을 해치웠다.

나른하게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포만감을 즐기는데, 눈이 감기고 자꾸 졸리다.

"너무 먹었어. 식곤증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다리가 비틀거린다.

겨우 회사로 돌아온 그는 업무를 보다 말고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는 직원을 시켜서 먹거리를 잔뜩 사오게 한 뒤 책상 옆에 쌓아두고 먹어댔다.

"부국장, 웬일로 이렇게 군것질을해? 자네, 이런 거 원래 쳐다보지도 않았잖아?"

"아, 선배.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지 머리가 포도당을 달라고 난리를 치지 뭡니까."

"쉬엄쉬엄해. 우리 나이에 무리했다가 한 번 쓰러지면 바로 골로 가."

"제가 없으면 보도1국이 돌아가질 않는데 어떻게 쉬엄쉬엄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으이그."

1국장과 그렇게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이 어질 어질했다.

저녁때가 되자마자 그는 식당을 찾아가서 식사를 주문하고 먹어치웠다.

"이상하다……."

분명히 상당한 포만감이 올라오는 데, 끼니를 오래 참은 듯한 이 어지러움은 대체 무언가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아랫배가 갑갑한 느낌이다.

마치 맥주와 안주를 엄청나게 과식해서 장내에 음식물이 가득한 때처럼.

권택상은 어지러움이 심해져서 저녁 내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새벽, 복통을 느낀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변기에 앉았다.

"크으……."

시원하게 쏟아 내린 뒤 물을 내리려던 그는 변기 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뭐야? 뭐가 이렇게 많이 나와?"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겁을 할 정도로 많은 대변 양이었던 것이다.

변비인 것도 아니고, 심지어 오늘 아침에도 시원하게 배설했는데도 이런 양이라니.

뭔가 찜찜한 마음에 그는 물을 내리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어지러움은 계속해서 심해져만 갔다.

그는 하루 종일 군것질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포만감은 잠깐이었고, 금방 다시 배가 고파졌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더 힘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을 번쩍 울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엘릭서로 성장한 작물과 그 작물로 만들어진 사료를 먹고 성장한 고기. 엘릭서가 닿은 모든 먹거리에서, 너와 네 혈통은 그 어떤 영양분도 흡수하지 못할 거다.

'아귀…….'

불현듯 그 말이 생각났다.

배는 산처럼 크고 목구멍은 가늘고 좁아, 늘 배고픔의 고통에 허덕이게 되는 운명.

자신의 지금 상황이 딱 비슷하지 않은가?

그때였다.

와이프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그는 현기증 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겨우 핸드폰을 잡았다.

"무슨 일이야?"

-여보! 애들이 둘 다 쓰러졌어! 지금 응급실에 실려갔대!

"뭐?"

-일사병인가 봐요! 체육 수업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대!

그 순간 의식을 간신히 유지하던 무언가가 강제로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야가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권택상은 폰을 놓은 채 쓰러졌다.

영양결핍.

권택상과 두 아들, 세 부자는 똑같은 진단을 받았다.

아내는 당연히 진단명을 믿지 못했다.

"영양결핍이라뇨. 우리가 얼마나 잘 먹는데. 심지어 애들은 오늘 아침에 밥도 세 그릇이나 비우고 갔다고요."

"하지만 혈액 속 영양 함유량이 너무 적고, 또 근손실이 급속하게 이 뤄지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영양결핍 상태입니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는데…… 평소에 얼마나 잘 먹는데……."

"일단 영양액을 놓고 있으니 차분히 지켜보면서 정밀진단을 해보겠습니다."

"정밀진단이요?"

"네. 식사를 꾸준히 제대로 했는데도 결핍이 일어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잘 좀 봐주세요, 선생님."

그러나 정밀검진을 해도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장내 소화 작용은 정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걸리는 게 있다면 대변 양이 지나치게 많다는 건데……."

"대체 원인이 뭐죠? 이러다가 정말 숨넘어가겠어요. 영양주사 제대로 놓고 있는 거 맞아요?"

"제대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영양액이 어디 싸구려 하자품 그런 건 아니고요?"

"국내 저명한 제약회사가 만든 영양액입니다.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가 뚜렷해졌다.

병원밥을 포함해서 하루에 10끼이상씩 먹어대는데도 살이 쭉쭉 빠지는 게 눈에 보였다.

대변 양은 또 기이할 정도로 많았다.

"배고파. 배고파."

"엄마, 내 배고파. 밥 더 줘."

"배고파"

밥을 먹고 나면 포만감이 들지만, 그것은 잠깐이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더 배고픔은 심해졌고, 근육은 에너지원으로 소화되고 있었으며,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배고픔으로 숨을 헐떡거리는 와중에도, 권택상은 하수영이 했던 말을 생각했다.

-너와 네 혈통은 그 어떤 영양분도 흡수하지 못할 거다. 앞으로 영원히, 자손 대대로 엘릭서에 네놈의 혈통을 새긴다.

"여보, 여보."

"응. 왜? 밥 또 사다 줘? 말만 해, 어서."

"밥…… 수입산으로 가져와 봐."

"수입산?"

"그래, 수입산 소고기든 돼지고기 든 수입산으로 사다 줘."

"아, 알았어!"

그렇게 아내는 허겁지겁 병실을 나섰다.

하지만 꽤 오래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배고픈 와중에도 걱정하는데, 마침내 아내가 돌아왔다.

아내는 빈손이었다.

"여보…… 수입산 먹거리가 없어."

"어, 없다고?"

순간 하늘에서 바위가 쿵 하고 머리를 내리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수입산 식품이 왜 없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내가 다섯 번째 들린 정육점에 물어봤는데, 수입산 육류 안 들어온지 꽤 됐대."

"어, 어째서!"

"식품 수입 끊긴 지 오래됐대. 업체들이 수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식품 수출을 안 하고 잠그고 있다."

"뭐…… 야?"

눈앞이 캄캄해지는 소리였다.

아내가 죄를 지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스나 뭐 그런 식품 말고, 쌀이나 고기 같은 주식은 다른 나라들이 수출을 안 한대."

권택상은 퍼뜩 생각났다.

식량자급화가 안 되던 한국이 언젠가부터 식량수출국의 큰손으로 등극했다는 말.

그러고 보니 중국, 러시아, 북한을 합쳐서 수억 명도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을 수출하지 않았던가?

"이상기후 때문에 전 세계가 식량부족으로 난리래. 생선 없으니까 고기를 많이 찾아서 내수물량 돌리기도 바쁘다고……."

권택상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폰을 들었다.

그는 프리덤 사용자가 아니기에 직접 모든 걸 검색해야 했다.

식료품을 닥치는 대로 검색했지만, 수입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생선 통조림은 아예 전멸상태, 참다랑어 통조림 말고는 목록에 보이지도 않았다.

전 세계 어획대란으로 인해 생선 유통량이 바닥을 치면서 통조림 사업이 무너진 것이다.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 더욱 기가 막혔다.

모든 것은 아내가 정육점 사장에게 들은 대로였다.

세계 4대 곡창지대는 가뭄과 메뚜기떼, 붉은불개미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식량자급률 300% 이상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유럽 외의 나라에 식량수출을 금지한 지 오래되었다.

유럽이 식량 수출을 끊자 아프리카는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내전이 일어나는 등 혼잡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년 이상 식량수출 규모가 0을 찍고 있었고.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곡물, 육류 시장은 폭등한 지 오래였다.

[세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국민들은 평범한 가격으로 해산물 요리를 아무렇지 않게 즐긴다.]

[외국인들이 앞다퉈서 한국에 식도락 관광을 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 나라에서는 해수어는 구경도 할 수 없으며, 담수어 kg 당 천달러가 넘는다.]

[해외 양식장이 망한 이유? 양식장에서 쓰이는 사료는 바로 대구 같은 바다 생선을 갈아서 만들기 때문이다. 사료를 구할 수 없으니 자연히 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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