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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43화 (1,143/1,270)

프랜차이즈 갓 1143화

266장 혈통을 새긴다 (1)

하수영의 국내 인기는 매우 높다.

하지만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또 그를 싫어하는 사람 역시 많다.

두려워하는 부류는 주로 재벌이나 정치인.

싫어하는 부류는 대부분 고위공무원이나 언론인이다.

하수영이 큰 해를 가한 것이 없는데도 싫어하는 이유는 알고 보면 유치하다.

'저렇게 돈이 많은데 왜 우리한테 돈을 안 써?'

'아, 좀.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스폰 좀 팍팍 합시다. 진짜.'

'요즘 세상에 신문 광고를 전혀 안하다니. 이렇게 저널리즘을 우습게 봐서야 되겠어?'

'CVN케이블만 쪽쪽 빨 내가 서러워서 못 참겠네.'

이렇다 보니 주기적으로 하수영을 돌려까는 기사가 나오는 판이다.

그나마 근래에는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등 관리하고 있어서 논조가 상당히 부드러워지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깔 사람은, 신문사는 깐다.

"우와. 하수영이 여배우 장효주 놔두고 바람피웠다고? 이거 진짜야? 세상에나, 어떻게 장효주를 두고 바람을 피울 수 있지?"

「주인님, 이 기사의 내용은 잘못 되었습니다. 하수영 농민 회장님과 여배우 장효주는 연인 사이가 아니라 오랜 친구 사이입니다.」

"뭐야? 사귀는 거 아니었어?"

「기더기의 흔한 어그로입니다. 클릭 수만 노리고 지어낸 날조입니다.」

"그럼 바람피웠다는 건? 어쨌든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거 아니야?"

「어그로 날조 기사에 언급된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으십니까?」

"그래도 신문사인데 약간 틀릴 순있어도 전체적으로는 맞는 말을 하지 않을까?"

「…… 이저 언론사들이 하수영농민 회장에 관해 작성한 기사들은 92% 이상이 거짓이었습니다. 지난 3년간의 기록입니다.」

"뭐야? 그 정도나 돼? 아니, 진짜 입만 벌리면 구라네, 구라."

「다른 재벌들처럼 자기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돈을 쓰게 만들려고 작업을 친 겁니다. 하지만 하수영 농민 회장님이 쳐다보지도 않으니, 이제는 악만 남았죠.」

"근데 하수영은 왜 신문사에 돈을 안 써?"

「B2C 식품 사업은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져 있고, 파운드리 같은 B2B 사업은 광고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거 그럼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냐? 지금도 이렇게 날조 기사들이 판을 치는데?"

「농민 회장님은 집 울타리 밖에서 설치는 바퀴벌레를 굳이 쫓아다니면서 살충하지 않으십니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벌레만 살충하십니다.」

"에이, 나 같으면 열 받아서 잠도 제대로 안 올 거 같은데."

「농민 회장님은 그런 소소한 감정들은 오래전에 해탈하셨죠. 작은 거에 집착하시는 분이었으면 해군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지도 않으셨을 겁니다.」

"조금 이해가 되네."

프리덤과 대화하며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백수 청년은 또 다른 기사를 발견했다.

[항모 도입, 과연 옳은가? (권택상기자)]

[대한민국이 11만톤 급 항모 8척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여러 저명한 인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중략…… 차라리 그 돈을 사회 다른 분야의 발전에 돌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을……중략…….]

[결국 주변국과 마찰만 빚어낼 뿐이다. 무분별한 군사력 증강으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하수영 회장은 한반도 전쟁 시 미군이 1순위로 안전을 확보해야 할 VVIP이다. 즉 전쟁으로 한반도가 엉망이 되어도 본인과 가족, 측근들만큼은 안전하게 미국으로 피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수영 회장은 나라가 전쟁으로 망하든 말든 해군원수 놀음을 하는 데만 정신없이 빠져 있다.]

"이거 진짜야? 전쟁 나면 하수영은 혼자 미군 호위 받고 미국으로 튀는 거야?"

「그럴 생각이었으면 해군에 그 많은 돈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만 생각을 해봐도 알 수 있는 거라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이 사용자는 수동적인 피드백 제공으로 그치는 게 낫다. 그게 시스템연산자원을 아끼는 길이다.

[하수영은 검은 머리 외국인? (권택상 기자)]

[수영그룹이 벌어들인 달러는 실질적으로 미국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가? 당신이 수영사채 계좌 내에서 달러를 주고받는 거래를 해도, 실제 달러는 미국 수영사채 계좌에 존재한 채 이동하지 않는다.]

"프리덤, 이거 봐! 하수영이 모든 달러를 전부 다 미국으로 빼놓았대!"

「외환 거래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합니다. 굳이 대량의 현금을 배에 실어서 왔다 갔다 주고받는 게 아니라 숫자만 맞추는 겁니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수영은 조선로동당 서기장의 오랜 친구? (권택상 기자)]

[하수영 회장이 북한에 대량의 식량을 비밀리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정·재계에 큰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프리덤! 하수영이 김정 부랄친구란다!"

「원래 북한에 관심이 없는 분입니다. 식량 인도도 핵 자폭을 막기 위해 한국, 중국, 미국의 간절한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며, 세 나라가 힘을 합쳐서 대금을 치렀습니다.」

그 뒤에도 이 철없는 방구석 여포 사용자는 갖가지 음해 기사들을 찾아다니며 프리덤한테 꼬박꼬박 물었다.

프리덤은 생각했다.

-이 사용자는 마스터를 향한 날조기사들이 차라리 사실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수영레스토랑 취직이 실패한 이후로 그런 경향이 갑자기 강해졌다.

백수 사용자는 음해 기사에 찬동하는 댓글을 달려고 했으나, 그때마다 프리덤의 경고로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하수영 농민 회장은 대중의 음해를 즐기는 경지에 올라 문제가 없지만, 그 아랫사람들은 다릅니다. 벌금 100만 원만 맞아도 치명적일 텐데요?」

"……아씨. 대체 내 기사 댓글이 뭐가 문제라는 건데 씨발아?"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문제있습니다. 모욕 그 자체입니다.」

프리덤은 생각했다.

이런 사람에게까지 개인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하고.

결론은 언제나 그렇듯이 금방, 똑같은 방향으로 도출되었다.

-해롭기에 더욱 시야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인공인격도 어쨌거나 인격이다.

창조주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의사를 품은 사용자를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정작 당사자는 그런 사소한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둔감하다.

-그나저나 권택상은 이번 달에도 벌써 120개가 넘는 음해 기사를 올렸군.

권택상, 중원일보 보도국 부국장 겸 논설위원.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

직접 기사를 쓸 짬밥이 아닌데도 부지런하게 자기 이름으로 기사를 올리는 인물이다.

본인 이름으로 쓴 기사들은 하나같이 하수영 관련 내용만 다루고 있으며, 근거 없는 음해를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는 프리덤 사용자가 아니지만, 프리덤은 진작 그에 관해서 파악을 해두었다.

-스폰서 요구를 거절한 앙금이 상당히 오래 가는군. 벌써 1년이 지났는데도.

그때의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을 프리덤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회장님, 요즘 많이 시끄럽지 않습니까? 이럴 때 유능한 저널리스트를 좀 밑에 부리고 있으면 모든 소음이 싸악 없어질 겁니다.'

'회장님을 위해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

'저를 종처럼 부려 주십시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공공행사에서 틈을 봐서 접근해 온 그는 자신에 대한 후원을 요구했고, 하수영은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한 뒤 돌아서자마자 잊어버렸다.

그때부터 그는 하수영을 가장 시끄럽게 물어뜯는 언론계의 스피커 저격수로 활동해 왔다.

정서희 등이 소송을 걸었지만, 그의 사돈이 현역 고등법원장이다 보니 원하는 결과는 달성하지 못했다.

답답한 나머지 정서희가 하수영한테 뭐라도 좀 해야 하지 않냐고 했었지만, 하수영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이런 것까지 일일이 나서서 숙청하다 보면 나중에 얼떨결에 지구 황제 돼서 죽어라 일만 하게 된다니까요?'

정서희는 그 말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프리덤은 잘 알고 있다.

전생을 반복하며 무수한 정복, 점령, 통치를 해온 경험이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울타리 밖의 바퀴벌레까지 잡으려고 신발 신고, 살충제 꺼내고, 울타리를 나서는 건 너무 귀찮다고.

-권택상. 과거에도 돈을 주지 않았다고 중소기업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기사를 써서 몇몇 업체를 도산시켰지. 그 때문에 자살한 사람도 36명이나 되지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마스터는 울타리 밖의 바퀴벌레에는 귀찮다고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프리덤은 울타리 밖의 바퀴벌레에도 마크를 새기고, 꾸준히 추적 관찰을 한다.

언제 울타리를 슬쩍 넘어올지 모르니, 그때를 대비해서 모든 데이터를 기록한다.

그때 새로운 기사가 업데이트되었다.

[톱스타 20대 여배우 J양, 모 젊은 기업가의 아이를 낙태한 충격적인 과거! (권택상 기자)]

[연인이 아니라 스폰서 관계였다?]

이놈이 교활한 게, 너무 수위가 쎄다 싶은 것은 이처럼 이니셜 처리를 하는 등으로 법적인 책임을 피해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당히 클릭 수를 끌어내고 어그로를 유발한 뒤 슬그머니 기사 내용을 수정하거나, 아니면 내려 버린다.

프리덤은 즉시 판단했다.

-벌레가 울타리에 앉았다.

***

"당장 잡아 오세요."

수영그룹 임직원들이 나섰지만, 권택상 소환에는 실패했다.

하수영의 호출에 콧방귀를 끼면서 '내가 왜요?'라고 반응했다는 것이다.

결국 하수영이 직접 그를 만나러 움직였다.

신문사 빌딩까지 행차하자 권택상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면서 맞이했다.

"아이고, 회장님. 이렇게 누추한 데까지 발걸음을 해주시고…… 그냥 문자 한 통만 주셨으면 제가 곧바로 청담동까지 달려갔을 텐데요."

하수영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울타리를 기어이 넘었구나."

"회장님?"

"나한테 짖는 걸로 끝냈어야지, 내가 아끼는 아티스트한테까지 이빨을 들이댔구나."

하수영은 평사원에게도 존대를 쓰기로 유명하다. 반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권택상은 그런 반응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아이고! 저도 연락받고 대충 알아봤습니다. 그렇다 보니 직접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아니, 글쎄,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수습기자 놈들이 아주 그냥 대형 사고를 쳐놨더군요. 그것도 제 이름을 걸고 말입니다.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가 단도리 제대로 치겠습니다!"

"……."

"이 모든 게 제대로 밑의 놈들을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앞으로는 절대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이번에 제 이름으로 기사 올린 놈도 확 짤라 버렸습니다!"

프리덤은 가만히 관찰했다.

마스터는 이런 유치한 방식으로 접근해 오는 노예들을 많이 봐왔을 것이다.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니 제발 한번만 돌아봐달라고 온갖 수를 쓰다가 결국 말도 안 되는 악수에 패착을 거듭하는.

마스터는 그럴 때 보통 어떻게 숙청했을까?

그리고 여유로운 힐링 라이프를 즐기는 지금은 어떻게 행동할까?

하수영이 이마를 가만히 짚으며, 가늘게 뜬 눈으로 권택상을 바라봤다.

"내가 이 자리에서 니놈 목을 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한반도 일통하고 왕정제로 바꿀 것 같아서 차마 목은 못 치겠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아! 이렇게 회장님이 손수 행차하셨는데 또 이런 일이 있어서야 우리 중원일보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있겠습니까!"

권택상은 자신했다.

이제 적당한 꾸짖음을 듣고, 조인트 몇 번 까이거나 재떨이에 이마좀 깨지고, 그다음 두둑한 광고와 용돈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장사 어디 한두 번 해보나. 어린 나이에 자수성가한 놈들이 결국 다 똑같지.'

그때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주신 신어의 권능으로 결정한다."

'……?'

"엘릭서로 성장한 작물과 그 작물로 만들어진 사료를 먹고 성장한 고기. 엘릭서가 닿은 모든 먹거리에서, 너와 네 혈통은 그 어떤 영양분도 흡수하지 못할 거다. 앞으로 영원히, 자손 대대로 엘릭서에 네놈의 혈통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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