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42화
265장 항모는 사랑이야 (3)
'우리 들으라고 하는 말이군.'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
지금 하수영은 러시아만을 들먹이고 있지만, 중국 역시 함께 묶어서 비난하고 있음을.
-너희들이 우리를 치려고 준비하니까, 우리도 항모함대를 꾸리는 거다. 왜?
라는 태도를 꼿꼿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중국의 국명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는 거다.
'우리가 따지기 어렵도록 교묘하게 비판점을 잡았군.'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는 핑계고, 사실은 우리하고 붙으려는 거 아니냐?'라고 섣불리 따질 수도 없다.
외교 입배틀에서 먼저 그러는 것은 내 혓바닥이 이거밖에 안 된다고 시인하는 거나 마찬가지.
"러시아가 한국 전쟁을 준비한다니. 금시초문입니다.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만으로도 충분히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어쩌겠어요. 본인들의 선택인데. 그리고 별로 힘들지도 않잖아요. 가스 차단 때문에 유럽만 더 힘들지."
"작년 겨울은 지나치게 따뜻해서 가스 부족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5일은 봄처럼 따뜻하다가 2일은 또 영하 수십 도를 뚫고 내려가는,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죠."
그래서 유럽에서 동사자가 상당수 나왔고, EU 이사회는 난방 자원을 해결하는 게 가장 급선무였었다.
"날씨 상황이 그렇다 보니 러시아는 가스 갑질로 재미를 크게 본 걸로 압니다만. 그리고 인도가 러시아산 기름 많이 사줘서 전쟁 재원 확보도 문제가 안 됐고요."
이거 봐라. 일부러 이러는 거다.
인도와 더불어 중국이 러시아 원유를 대량으로 구매했는데, 일부러 인도만 언급하고 있으니.
총리는 휘말리지 않으려 침착함을 유지했다.
"결정적으로, 러시아와 한국은 꾸준히 사이가 좋았습니다."
"사이가 좋았다는 게 어째서 전쟁을 준비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겁니까?"
"사이가 좋았는데 나중에는 식량을 못 살 것처럼 한 번에 사들였으니까요. 전쟁 중이라서 힘들 텐데 400억유로어치를 무리해서 사는 건 다른 속셈이 있는 거죠."
"겨우 400억 유로일 뿐입니다."
"겨우가 아니라 무리를 크게 했죠. 앞으로 몇 년은 살 수 없을 걸 걱정하는 것처럼."
"한국이 러시아 무역제재에 동참하는 미래를 두려워했던 겁니다."
"식량은 무기와 달라요. 성인병을 일으키는 것 말고는 사람을 죽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 식량 판매에는 차등을 두고 있지 않아요."
이를테면 적십자 구호단체 같은 것이다.
인간의 목숨을 해하는 게 아니라 구원하기 위해 생산된 것이므로, 무기나 전쟁 자원과 달리 제재 강도가 낮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식량 수입이 끊길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400억 달러어치나 한꺼번에 구매했네요? 전쟁 준비하는 거죠."
지극히 태연하고 온화한 표정이다.
총리는 하마터면 '그럼 900억 달러어치나 구매한 우리는 이미 전면전을 치르는 중이오?'라고 따져 물을 뻔했다.
"발트해에 2개 항모함대를 배치하면 그 자체가 전쟁이오."
"노르웨이에 배치할 겁니다. 노르웨이 양식장과 제휴를 맺고 있으니까 유사시 양식장 방어를 위한 군사훈련이라는 명분이 있죠."
"겨우 양식장 몇 개 방어하자고 2개 항모함대를 배치한단 말이오?"
"겨우라니요. 지금 생선값이 얼마나 금값인데요. 이제 돈만으로는 생선을 구경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어요."
"생선이 비싸 봐야……."
"지금 중국에서 유통되는 생선들은 모두 담수어들인데, 아마 가격이 예전보다 기본 100배 이상으로 올랐을 겁니다."
갑자기 생선값 이야기로 빠지자 총리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생선 내수시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어가는지는 잘 몰랐다.
유통량이 99% 이상 증발하고, 엉망이 되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렇게 중요한 양식장이니까 방어 훈련 핑계로 항모함대 배치했다가, 러시아가 선전포고 딱! 하는 순간 바로 발트해로 진입할 겁니다."
나머지 함대는 차마 어디에 배치하는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물어보는 것 자체가 입배틀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러시아는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이 책임지고 견제하겠소. 절대로 한국이 전쟁에 휩싸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한반도'가 아닌 '한국'
북한과 남한 사이에 낀 중한을 치더라도 말을 어기지는 않은 게 된다.
"러시아가 중국의 속국도 아닌데 어떻게 100% 책임지고 견제할 수 있겠습니까? 총리님, 러시아의 호탕한 불곰 이미지에 속지 마세요. 쟤들 분명히 전쟁 일으킨다니까요?"
그 말은 총리한테 이렇게 번역돼서 들렸다.
-니네 같이 손잡고 전쟁 일으킬거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총리는 자신의 임무를 떠올렸다.
어떻게든 포드 항모 6척 계약은 취소로 돌려야 한다.
날치기하듯이 구매해 버린 니미츠급 2척도 무효화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직 건조가 들어가지 않은 포드항모 6척 취소만큼은, 반드시…….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항모 8척을 운용하는 것은 군사력으로 주변국들을 짓누르겠다는 야욕으로 비칠 수밖에 없소."
"항모는 원래 방어무기입니다."
항모가 방어무기라니! 지나가는 돌고래도 그건 안 믿겠다!
"부디 항모 함대 증설에서 마음을 거둬 주시오. 오랜 이웃국으로서 드리는 간곡한 요청이오."
총리는 일부러 한껏 낮춰서 말했다.
바로 이어지는 통보를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중한무역의 일정 부분에서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소."
자, 두둑한 차이나 머니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지금 한국은 유례없는 대중 무역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이었다.
중국의 황비버섯농장, 신두 및 식량, 반도체 등 수영그룹을 빼고 계산해도 무역 규모가 연간 7조 달러이상이다.
중국 무역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눈앞의 하수영 본인.
그 많은 이익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으리라고, 총리는 확신했다.
"블러핑이군요."
"과연 그렇다고 생각하시오?"
"네. 왜냐면 러시아에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잖습니까."
총리는 다시 한번 표정의 단단함이 깨졌다.
"전쟁 일으킨 나라한테도 무역 제재 안 하는 위대한 중국이, 그 전쟁 일으킨 나라의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방어용 무기 사는 나라에 무역제재를 가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이, 이…… 그게 무슨……."
"저는 중국의 호탕하고 넓은 배포를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습니다. 결국 우리의 입장을 이해해 줄 거라고 믿습니다. 항모는 방어용 무기니까 크게 걱정은 안 되는데, 지나친 군비 증강으로 환경 개선에 쓸 돈이 없어질까 봐 그러는 거 다 다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총리 자신이 처음에 했던 환경개선비용까지 들먹이고 있다.
"전혀 걱정하지 마십시오. 방어용입니다, 방어용."
"원양항모함대가 방어용이라니. 그 무슨……."
"최선의 공격이 바로 최고의 방어죠. 그리고 핵탄두 없는 항모함대는 방어용이 맞죠."
결국 총리는 전혀 소득을 올리지 못한 채 돌아갔다.
***
중국 정부는 말로 하기에는 틀렸다는 걸 깨닫고, 실질적인 조치를 준비했다.
먼저 중국의 황비버섯농장을 건드리려 했으나, 이미 10년 어치 선매출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 포기했다.
버섯농장을 제재해 봤자 손해 보는 것은 류이엔 그룹과 인민들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서진파운드리에서 생산된 CPU 수입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중국의 슈퍼컴퓨터 사업 견제를 위해 미국이 오히려 윈텔과 ADM의 CPU 중국 수출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CPU를 건드렸다가는 다른 반도체까지 전부 다 묶여서 두들겨 맞을 수가 있었다.
알음알음 들어오는 수영농장산 식품은 대부분이 밀수였고, 밀수의 주체는 중국상사들이었기에 건드릴 수가 없었다.
수영농장산 곡물을 가득 실은 대형 벌크선이 들어와도 모른 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원자재 수출을 끊으시오! 한국은 우리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서 제조업을 돌리는 나라가 아니오!"
"그런데 수영그룹은 우리 공화국의 원자재를 전혀 수입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수영그룹은 이상하리만치 우리 공화국과 교역을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미국제를 씁니다. 애초에 원자재를 사올 만한 분야가 반도체, 건설, 철강 정도입니다."
막상 수영그룹 제재를 하려니 시작부터 태산에 맞닥뜨렸다.
"반도체는 규소 광맥이 진주에서 발견됐고, 농사 비료는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씁니다. 건설과 철강 원자재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그리 되면 반수성 금속을 수입하지 못해 우리 조선소들이 모두 무너집니다."
지금 세계는 반수성 금속 선박 열풍이었다.
해운 보험사들은 반수성 금속 처리를 한 선박들에 보험요율을 낮춰 줬고, 선주들은 안전성을 위해서 반수성 처리가 된 금속으로 선박을 만들고 싶었다.
가격 차이는 얼마 나지 않기에, 신형 선박에 반수성 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바보로 취급받았다.
"그럼 수영그룹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단 말인가?"
"무역 제재로는 그렇습니다. 애초에 수영그룹은 류이엔 그룹 외에는 우리 중국과 거래를 하지 않았습니다."
"미디어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고 언뜻 보고 받은 거 같은데."
"5억 달러 넘게 들여 찍은 블록버스터 컨텐츠도 우리 공화국에 수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해볼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저 안 된다, 안 된다고만!"
"죄송합니다."
이리 되면 총리의 입장만 우스워진다.
불이익을 줄 거라고 했는데, 막상 차분히 뜯어보니까 끊을 만한 거래자체가 없었다.
끊을 수 있는 거래는 오히려 중국이 손해를 입는 쪽이었고.
"그럼 할 수 없지. 수영그룹이 안된다면 다른 한국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합시다."
"예, 총리님.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이미 당 정부 차원에서 준비가 된 사안.
불협화음이 없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추진해야 했다.
성과가 없으면 총리의 차기 권력이 위협을 받을 수 있었다.
***
[예비역 공군, 해군을 찾습니다.]
[지금 재입대하시면 즉시 현금 1억원 지급. 대기업 수준의 급여 및 복지 보장.]
[수영그룹 사내마트 수영몰 이용 가능!]
하수영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예비역 공군과 해군의 재입대를 권유했다.
죽어도 재입대는 안 한다는 게 예비역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대기업 활황, 서민 불황기에 하수영이 보장한 급여 조건이 너무 좋았다.
특히 입대 즉시 1억 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이 눈에 확 들어왔다.
"정말 1억원 줘요? 입대하자마자?"
-네, 게다가 소득이 아니라 병역지 원금으로 분류되기에 세금 없이 정확히 1억 원으로 들어갑니다. 1,000일 이내에 불명예 제대할 경우 일할 계산으로 차감됩니다.
수영그룹은 이전에도 꾸준히 예비역들의 재입대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달랐다.
해군의 전력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인원이 더 많이 필요해졌고, 주요보직 예비군 같은 경우는 한 달만 교육시켜도 바로 투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군함 운용 인원, 함재기 운용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군, 공군 예비역들을 다시 끌어들여야만 했다.
지금의 수준을 유지했다가는 2년 안에 들어오는 포드항모 6척은커녕, 니미츠급 2척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다.
아무리 군대에 엿 같은 기억이 있다 해도 즉시 1억, 그리고 후한 급여와 복지는 서민 불황에 시달리는 이들을 혹하게 만들었다.
[입대지원금, 마감 시한 임박!]
[예산이 다 소진될 때까지만 특별재입대 정책을 시행합니다!]
[지금 바로 가입, 아니, 입대하세요!]
주요보직 고급 자원들이 고민 끝에 하나둘씩 훈련소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나이 마흔이 넘은 이들도 회사를 그만두고 재입대하기도 했다.
"지금 회사 더 다녀봐야 5년 뒤에는 정말 눈앞이 캄캄한데, 군대나 다시 가는 게 낫지. 1억도 일시불로 준다는데……."
항모함대 및 육상항공사령부(F-22위주)를 꾸리기 위한 통 큰 인원 모집.
불행하게도 육군 예비군은 여기에서도 푸대접을 받는 중이었다.
"예비역 받는다면서요? 왜 육군은 안 된다는 거요? 나 특전사 출신이란 말입니다!"
"육군은 육군항공대 아니면 안 받아요. 혹시 헬기 조종이나 정비, 관제 같은 항공보직 쪽으로 복무하셨나요?"
"특전사인데……."
"자주포 몰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