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40화
265장 항모는 사랑이야 (1)
뜬금없이 회장으로 만들어준다는말.
하지만 하수영을 접대한 게 어디 하루이틀인가.
조 위드너 부사장은 곧바로 말뜻을 알아들었다.
-항모를 구입하시려는군요.
"예리하시네요."
-항모 만드는 회사 임원한테 실적을 안겨주겠다면 항모 주문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지금 워싱턴이 술렁이는 중입니다.
"오, 벌써 소문났어요?"
-의회에서 항모 해외 수출이 날 거라고 분위기가 장난 아니에요. 그 대상국은 역시 한국이었군요. 아, 정확히는 수영그룹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아도 조 위드너 사장 역시 묻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런데 입자집합명령 장치면 항모 정도는 3D 프린팅하듯 뚝딱 찍어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먼 훗날에는요.
"훗날에는 가능하겠죠. 그런데 항모 사이즈의 원자들을 오류 없이 재조립하는 게 가능한 컴퓨팅 파워라면…… 인간은 더 이상 아무것도 일할 필요가 없는 시대일 겁니다."
-하하, 주가 폭락 따위는 걱정하는 의미가 없는 시대란 뜻입니까.
"누구나 항모쯤은 개인 참치배로 굴릴 수 있는 시대일 테니까요."
-지금의 컴퓨터 시스템만으로 구축하려면 크기가 얼마만큼 커지겠습니까?
"비교 대상은 아닌데. 그래도 컴퓨터가 호주 대륙 정도 사이즈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지금으로서는 리스크 언급이 무의미하군요.
"직경 약 20cm 정도가 한계입니다."
-반도체와 정밀부품, 의학에서만큼은 킬러 타이틀 기술이 되겠군요.
입자집합명령 장치의 공개 후,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는 것을 두려워했다.
3D 입자 프린팅 기술로 모든 제품을 찍어낼 수 있다면, 그 어떤 공장도 살아남을 수 없기에.
하지만 하수영의 설명을 들어보니, 전혀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반도체처럼 20cm 이하의 작고 정밀도가 중요한 부품은 수영그룹이 독점하겠지만…….
"그럼 일 이야기를 해볼까요?"
-몇 척을 원하십니까?
"척당 F35C를 60기씩 실어야 하니까 항모가 최소 5척은 되어야죠."
-한국 정부에서 니미츠급 항모 2척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건 미리 훈련용으로 쓰려고 사는 거 같으니까 논외로 해야지요. 내돈내산이 아니니까 제가 함 운용에 관여할 것도 없고요."
-니미츠급은 참견하지 않으시겠다, 이거로군요.
"호넷이나 사다가 실으라고 하죠. 기체가 니미츠급에 딱 맞네."
-하하하.
"근데 5척은 왠지 정 없으니까 그냥 6척 주문으로 하겠습니다. 동시건조 가능하겠죠?"
-아유, 가능하도록 해야죠. 도크를 더 늘리고 직원들도 더 채용해서 6척 동시 건조에 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격은 제가 잘해드리겠습니다. 척당 138억 달러에 해드리겠습니다.
"지금 건조비용이 140억 달러까지 오르지 않았나요? 2억씩이나 빼주시는 겁니까?"
-6척 동시 주문인데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하수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척당 145억 달러로 합시다."
-예?
오히려 하수영이 가격을 올려 버리자 조 위드너가 의아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면…….
"우리나라 조선소 인부들을 새항모 건조에 비정규직으로 써주시죠.
항모 건조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네요."
-…….
"인부 수준의 기술자들이니까 기밀유출 우려는 하지 마시고요.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언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겁니까?
"프리덤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제가 일하는 동안에는 프로 버전을 풀어줄 겁니다."
-이사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올 겁니다. 하지만 제가 한 번 밀어붙여 보겠습니다. 이게 또 우리 회사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기술보안법 적용을 받거든요.
"의회에는 제가 따로 로비를 하죠."
-알겠습니다.
항모 6척, 척당 145억 달러.
도합 870억 달러.
하지만 이번에 중국,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식량대금이 1,300억 달러.
조 위드너도 그걸 알고 있기에, 뱃값을 떼일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착수금으로 174억 달러를 지불하고, 건조 과정에 따라 87억 달러씩 지속적으로 지불하겠습니다. 대출받아서 건조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해주시면 저희야 더 편하죠. 돈 걱정 없이 건조에만 몰두하면 되니까요.
***
러시아에서 들어온 원유&가스 수송파이프는 동해를 통해 들어와서 대한민국의 중심을 가로질러 남쪽 아래까지 쭉 뻗는다.
충청도를 지난 파이프는 다시 태안쪽 대산석유화학단지, 여수국가산업단지, 울산석유화학단지로 쭉 뻗어 나간다.
원유관과 가스관은 처음에는 하나처럼 붙어 있지만, 경기도 즈음부터는 각자 갈라져서 갈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원유관은 보통 잠겨 있고, 꼭지를 트는 것은 주로 가스관이었다.
원유는 프라임오일이 UAE 국제자 원투자회사에서 거저 받아오는 물량이 있기 때문이다.
안살린은 수영리 하수영 저택 뒷산에 터를 잡는 대가로 한국 내수시장에 필요한 만큼 프라임오일에 원유를 무상 공급하고 있다.
한국 내수용이라고 해봐야 안살린 입장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물량.
본인 소유의 저수지에서 바가지로 조금 퍼서 나눠주는 수준.
이렇다 보니, 러시아 원유관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본이었다.
부산항에는 일본 유조선, 가스선이 언제나 바글거리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울산 원유관에서부터 출발한 기름차와 가스차를 기다리는 선박들이다.
바로 코앞의 나라에서 쉴 새 없이 실어올 수 있기에, 배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
원유관 통관세는 거의 100% 일본이 혼자 내고 있는 셈.
일본 석유기업들도 동아시아에 불어오는 불길한 전조를 감지하고 있었다.
"중러가 식량을 1,300억 달러어치나 샀다고? 이거 왠지 쎄한데요?"
"그 친구들이 입자집합명령 장치에 눈이 돌아가 버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부터 전쟁을 준비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중국은 몰라도 러시아는 왜? 러시아는 수영그룹과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어?"
"부틴이 사라지고 마르시초프가 권력을 잡으면서부터 조금씩 틀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식량 플랜트 때문에 수영그룹을 함부로 적대하진 못할 텐데."
"그걸 감수해서라도 입자집합명령기술을 손에 넣으려는 야심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석유기업들 입장에서는 전쟁으로 러시아 원유관이 잠기는 게 불운이다.
지금이 바로 가장 싸게 원유를 사올 수 있는 시기인데.
하지만 수천 년 동안 한반도 침공만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중앙정부의 정치인들은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렇게 각자 다른 상상을 속에 품고 있을 무렵, 별안간 충격적인 소식이 일본 열도를 덮쳤다.
[미 정부, 한국 정부에 현역 니미츠급 항모 2척 제공하기로 결정하다!]
니미츠급 2척이 부산항에 입항했다.
입항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평소와 달리 매우 뜨거웠다.
항모 소유권이 한국해군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진짜야? 진짜 우리나라가 정식 항모 보유국이 된다고? 그것도 2척이나?"
"이미 2척이 있긴 했지. 경항모까지 합치면 3척."
"아니,캐터펄트도 없는 경항모는 예외로 쳐야지. 그리고 포드 2척도 병원선으로 쓰는 건데 정식 항모 전력은 아니잖아."
부산항에서는 해군이 주최하는 항모 축하 행사가 열렸다.
국가적인 경사이다 보니 대통령까지 직접 참석을 했다.
미국에서도 전직 대통령을 보내 행사를 높이 기려 주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어댔고, 항모 갑판에 올라 견학을 하며 즐거워했다.
언론에서도 관련 기사를 수도 없이 쏟아냈고,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쉬지 않고 행복회로를 돌려댔다.
대표적인 IT&밀리터리&자동차 사이트로 알려진 '스페이스 포뮬러'에서도 하루 종일 끝없이 떡밥을 쏟아내고, 물고 씹고 즐겼다.
-이제 우리도 항모 전력 보유국인가?
-니미츠급 항모가 세상에 2척이나. 미황상님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미황상이 아니라 하황상께 감사를 드려야죠. 이거 백 퍼 하수영 회장님이 손 쓰신 거.
-근데 우리 원래 자동차 레이싱사이트 아니었어요? 요즘에는 사이트 정체성이 도대체 뭔지……
-뭘 정체성을 복잡하게 따집니까. 그냥 지금을 즐기면 되는 거지.
-당연히 오늘 하수영 원수님도 행사에 나오시겠죠? 대통령까지 참가 했는데.
-해군 장성들은 총출동했으니까 원수님도 당연히 나오시겠죠. 원수님이 손 쓰셔서 얻어낸 항모잖아요.
-왜 아직까지 안 보이시지?
-또 뭘로 우리를 놀래켜 주시려고 깜짝 이벤트를 기획하신 걸까?
-대통령도 참가하는 행사인데 해군원수가 자의적으로 그런 걸 진행할 수 있나?
미 전임 대통령은 당연히 하수영을 만나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하수영은 행사 내내 전혀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그리고 당황한 것은 한국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하수영 원수는 왜 안 오는 건가?"
해군 참모총장은 차마 대통령에게 원수님의 용언을 그대로 고할 수 없었다.
-저 포드 오너입니다. 구형 항모 뭐 볼 거 있다고 시간 낭비를 하죠?
니미츠 항모 가지고 떠들썩하는 자리에는 참석하기 쪽팔린다는 것이다.
포드 항모를 한 척도 아니고 2척이나 굴리는 사람인데.
하수영의 불참으로 다소 김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10만 톤급 세계 최강 항모 2척을 기념하는 자리이다 보니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뜨거웠다.
한미는 협의하에 구체적인 거래조건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언론들은 대체 얼마를 쥐여주고 항모를 샀는지 궁금해했지만, 대변인은 그에 관해서는 철저히 답변을 삼갔다.
애초에 대변인도 거래조건은 몰랐다.
"호넷 전투기, 전자전기, 정찰기, 수송기 등의 함재기 전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임대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적합한 함재기 없이 항모 운용 법을 배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파는 것은 항모뿐이지만, 함재기 전력도 그대로 최상으로 임대해 준다.
파일럿 교관, 갑판장, 지휘관 등의 인력도 배치하여 한국 해군의 적응훈련을 적극 돕기로 했다.
그 비용 역시 비공개 처리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죠? 항모 팔고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임대라지만 함재기도 풀패키지로 제공하고 훈련 교관들까지…… 이거 미 해군이 작정하고 족집게 초고 속 항모 과외를 시켜주겠다는 거네?
-와, 뭔가 무섭다. 내가 알던 대한민국 해군이 아닌 거 같아. 점점 완전체가 되어가고 있어…….
-이러면 우리나라 조선소는 당분간 불이 꺼질 날이 없겠네요? 이지스 호위함도 20척은 더 찍어내야 할 거 같고, 군수지원함도 또 얼마를 더 찍어내야 되는 거야.
-이미 백두중공업 주가는 하늘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함.
-항모 샀다고 끝이 아니니까 이제 또 함재기도 잔뜩 사와야겠네요.
-당연히 그것까지 미리 고려를 해서 항모를 사온 거겠죠?
-근데 F35C를 이미 300기나 주문했으니까, 전자전기, 정찰기 정도면 사오면 되지 않을까? 헬기 같은 거야 뭐 원래 있던 것들을 써도 되고.
-생각보다 추가 비용은 더 안 들겠네. 그나저나 승무원은 언제 또 육성할지…… 지금도 해군은 사람이 없어서 죽는소리 난다는데.
-근데 일본은 미국이 무서워서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은 왜 이렇게 조용함?
-그러게 야단법석을 피울 줄 알았는데 한마디도 없네.
-북한도 의외로 별 말이 없고……. 대체 무슨 일이지?
-아, 둘 다 너무 조용하니까 오히려 폭풍전야 같아서 뭔가 쎄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