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38화
264장 새 학기 (4)
다큐는 방영되자마자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 벨트를 차고 있기만 해도 저절로 투석이 된다고요?
-암세포 제거에도 매우 뛰어납니다. 메스가 닿지 않는, 체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암세포도 정확히 파괴할 수 있습니다.
-요로결석 제거는 아무것도 아니죠.
-뇌혈관, 심혈관 등 주요 혈관이 막혀서 죽는 일은 이제 없어질 것입니다.
-원래는 서진파운드리의 반도체 제조에 쓰이던 기술이지만, 의학에 접목하니 놀라운 신기술이 되었습니다.
-소개합니다! 입자집합명령 장치입니다!
벨트의 첫 임상 시험자로 선택된 이는 수영그룹에 다니는 만성 신부 전증 환자였다.
벨트에는 2개의 입자집합명령 장치가 장착되어, 신장 2곳에 힘을 투사하여 분해한 이물질을 요관으로 옮겨준다.
-직경 약 20㎝의 구체! 그 '조립범위 내에서 무궁무진한 기적의 재조립이 일어납니다!
-서진파운드리는 이 놀라운 3D 프린팅 기술 덕분에 환경오염 없이 최고의 반도체칩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립 범위를 더 늘린다면, 예를 들어 300미터 이상으로 늘린다면 최신 군함도 재료만 있다면 한순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아쉽지만 조립 범위를 더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약 직경 20㎝에 달하는 지금의 조립 범위를 제어하는 것만 해도 무궁무진한 연산 작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패 없이 안전하게 입자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겨우 약 20㎝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겨우'라고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 직경 20㎝의 구체 안에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입자로 채워질 수 있기 때문이죠.
-같은 이유로, 살아 있는 세포나 세균 따위를 창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미세한 연산 작용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폭 1나노의 반도체 회로를 만들거나, 불순물을 파괴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죠.
-원래 창조보다는 파괴가 몇천만 배는 더 쉬운 법이니까요.
1호 임상자가 된 신부전증 환자는 모니터링 결과 가장 건강한 신장 능력을 지닌 수준의 노폐물 제거 능력을 보였다.
또한 기기에는 자가안전진단 장치가 있어, 고장이 날 경우 즉시 작동을 멈추며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자에게 고장 사실을 알려주게 된다.
-그런데 누가 절 해치고 이걸 훔쳐가려면 어떡하죠? 외국 산업 스파이 같은 사람들 말이에요.
-이 장치에는 오직 신장 노폐물제거 기능만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또한 김상훈 씨외에 다른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훔쳐가도 소용이 없다는 거네요.
-어차피 곧 정식으로 허가받고 시판을 하게 될 겁니다. 무리해서 훔칠 동기가 없죠. 그리고 절대로 다른 사람들은 뜯어봐도 해석할 수 없도록 강력한 암호보안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원래 하수영이 다큐팀한테 한 말은 '청동기 시대 사람들에 핵탄두를 준다 한들 그게 뭔지 알 수나 있겠느냐?'였다.
그리고 다큐팀은 고심 끝에 이광역 도발 멘트를 싣기로 했다. 조금 더 양념을 쳐서.
-원시인이 양자 컴퓨터를 얻는다 한들 그걸 뜯어서 기술을 훔칠 수 있겠어요? 켜는 법도 모를 겁니다.
***
그리고 그 도발은 제대로 먹혔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의학 전문가들과 다양한 공학 전문가들이 한국을 찾았다.
안 그래도 늘상 막히는 삼성동 포스코 사거리는 이제 24시간 주차장이 되고 말았다.
과학자들은 서진파운드리도 방문하길 원했으나, '반도체 생산에 방해 된다'며 정서진이 정중하게 선을 그었다.
그들이 입자집합명령 장치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삼성동 수영의학대학 뿐이었다.
그들은 동식물을 상대로 진행되는 수천 번 이상의 테스트 진행과 결과를 보고 신음하고 말았다.
"개별 세포 단위로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군요."
"정말…… 말도 안 되는 기술입니다."
"이 위대한 기술을 서진파운드리는 겨우 반도체 만드는 데에만 쓰고 있었단 말입니까?"
"아니, 반도체 시장을 잡아먹은 것만 해도 충분히 위대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자연과학자들은 '입자집합명령장치'라고 정확하게 부른 반면, 의학자들은 '만능 메스'라는 이명을 선호했다.
"로한 박사…… 대체 그는 어디까지 천재인 것인지……."
"프리덤, 반수성 금속처리, 핵융합만 해도 놀라운데, 이제는 입자집합명령 기술까지……."
"이 우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에요. 우리 모두는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가는 NPC입니다. 로한 박사는 시뮬레이션 관리자이고, 시뮬레이션 세상의 발전 속도가 생각보다 느려서 자기 전용 캐릭터로 잠시 접속을 한 게 분명합니다."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믿진 않지만, 방금 그 말은 저도 공감이 갑니다."
한편, 놀라움이 어느 정도 가시자 의학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다 좋은데, 범위가 약 20㎝에 국한되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조립 범위가 인체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면, 세균 바이러스 질병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혈관을 막은 노폐물은 제거할 수 있지만, 늘어난 혈관을 재수복할 순없군요."
"어허, 우리가 너무 사치스러운 말을 하는 겁니다. 지금의 만능 메스수준만 해도 의학계에 새 역사를 여는 기적의 문물이에요!"
"이제 의학은 또 한 번 도약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만능 메스 등장이전과 이후로 의학계 역사는 구분이 될 겁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과학자들이 앞을 다투어 입자집합명령 장치에 대찬사를 보냈다.
***
"……."
백악관의 주인은 할 말을 잃었다.
입자집합명령 장치의 자세한 스펙과 활용성을 확인한 그는 최고기술자문가에게 물었다.
"이러면 우리 미국은 어떻게 되는 거요?"
"차세대 과학의 패러다임은 한국, 아니, 수영그룹이 움켜쥐고 있습니다. 강인공지능 프리덤, 상온 핵융합, 레일건, 무선 전기에 반도체. 이것만 해도 이미 미국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입자집합명령 장치까지 더해졌다?"
"입자집합명령 장치는 조립 범위가 비록 작다 하나, 다양한 분야에서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기술자문가는 다소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대통령 각하, 이제 수영그룹은 자타공인 과학의 황제입니다."
"……그나마 폭정을 하지 않는 온건한 황제임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가."
"그나마 희소식은, 입자집합명령 장치가 중국의 반도체 의욕을 완전히 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겁니다."
기술자문가의 말에 대통령도 조금은 기운이 났는지 껄껄 웃었다.
"수조 달러를 들여서 하나부터 열까지 반도체 기술을 구축하려 했는 데, 서진파운드리가 어떻게 반도체를 만드는지 알았으니 기겁을 했겠지."
"서진파운드리는 지금까지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봐주고 있었던 겁니다. 덤핑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정가격을 낮출 수 있었지만, 최대한 시장에 맞춰줬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참모들도 대통령의 웃음에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런저런 조언을 건넸다.
"일본은 지금 리틀보이와 팻맨을 맞은 심정일 겁니다."
"하하, 총리가 얼마나 얼이 빠졌을지 한 번 보고 싶은데."
"일본의 전자기업들은 지금이라도 한국에 굴복하고 무역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제 갈 데가 없습니다."
그저 싸고, 효율 좋고, 환경오염없이 반도체를 만드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 실체는 무시무시했다.
진주만 습격을 막으러 시간을 거슬러온 21세기 이지스함을 보고 '그래도 1척이니까 전부 덤비면 할 만해!'라고 달려들었다가 와장창 깨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지스함 혼자만 건너온 게 아니라 미국 전체가 시간을 거슬러 왔다.
대충 이 정도 수준의 절망감이 아닐까?
"이것으로 수영농장의 생산 능력 역시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기술이 적용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음."
수영농장의 면적당 생산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수영농장을 건드렸다가는 큰일 나는 걸 알고 있으니 최대한 조용히 놔두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수영장이 대단한 농작 기술을 숨기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훨씬 압도적인 경작 기술이 적용되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인력을 전혀 쓰지 않고 폐쇄적으로 운용하는 건가."
"히스토리를 보면 드론을 먼저 만든 다음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미 그 전부터 로한 박사와 인연이 있었다는 겁니다."
"……."
"대통령 각하, 입자집합명령 기술을 미국이 가지지 못한다면, 최소한 수영그룹 외에 다른 나라도 갖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 역시 예외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에 넘어가게 되면, 부패한 정치인들이 뒷돈을 받고 다른 나라에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하수영 회장과 로한 박사가 기술을 공유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행보가 말해줍니다. 다만 이제는 더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합니다."
"적극적인 보호라면?"
"중국이든 누구든 간에 감히 수영그룹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보호 강화 범위를 한국 전체로 확대해야 합니다."
수영그룹만 보호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전체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로한 박사와 수영그룹을 미국으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정보에 따르면 로한은 하수영 밑에서 지내는 것에 매우 만족한다고 들었다.
제3자는 절대 알지 못하는, 둘만의 끈끈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심지어 둘은 평소에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데도.
'현실적으로 둘을 미국으로 데려올 순 없다. 그렇다고 압박을 가하는 것도 말도 안 된다.'
이미 더 이상 친할 수 없는 친분을 쌓았는데, 그것을 스스로 무너뜨릴 순 없다.
결국 한국에 대한 강력한 보호 제공만이, 입자집합명령 기술을 탐욕스러운 타국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한국에 항공모함을 판매하는 건 어떻소?"
순간 참모진이 다 같이 크게 놀랐다.
"대통령 각하, 설마 군사용도 판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타국에 대한 항모 수출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병원선 항모는 어디까지나 안전장치를 둔 예외일 뿐입니다!"
심지어 2척의 항모 병원은 함 운용을 미군이 도맡아서 하고 있다.
언제든 미국이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심어둔 셈.
그러나 지금 대통령의 말은, 한국군이 알아서 쓰라고 아예 넘겨주는 것을 뜻했다.
"지금부터 동시 건조에 들어가도 3년은 족히 걸릴 거요. 그러니 서둘러 결정을 내리는 게 좋지 않겠소?"
"하지만 대통령 각하, 이건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이미 우리는 수영그룹과 전례가 없는 거래를 수차례 맺었지. 거기에 하나 더 얹는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은데."
다른 참모가 급히 의견을 꺼냈다.
"그보다는 차라리 주한미군의 규모를 늘리는 게 어떻습니까? 일본에 있는 7함대는 부산이나 제주도로 전진 배치하고, 일본에는 미 공군을 추가 배치하여 만약의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다른 참모가 대통령에 찬동하는 의견을 꺼냈다.
"군사용 항모 정도는 제공을 해줘야 성의 표시가 제대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입자집합명령 기술이 적용된 상품을 우선적으로 도입할 구실이 되겠죠."
"게다가 수영그룹이 구매한 F35는 모두 함재기형인 C타입입니다. 지금 한국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항모죠."
격렬한 토의가 오갔다.
그러나 행정부의 최종 결정은 대통령의 권한.
몇 시간에 걸친 국무회의가 끝나고, 드디어 의견이 모였다.
"의회의 항모 수출 승인을 끌어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