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36화 (1,136/1,270)

프랜차이즈 갓 1136화

264장 새 학기 (2)

"이번에는 수영병원 특집을 한 번 편성해서 내보내 보자고. 반응이 좋을 거 같은데."

하수영의 어용방송국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CVN케이블 교양국에서는 한창 기획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

"근데 그건 이미 단물 쓴물 우려낼만큼 우려내서 시청자들 반응이 시큰둥하지 않을까요?"

"우리 방송국 별명이 뭐지?"

"수영그룹 어용방송국이요."

"지금 내가 시청자들 반응 보려고 특집 편성하려는 거 같아?"

"아뇨. 병원 재단 보라고 편성하려는 거 같은데요."

"그럼 문제 있어?"

"생각해 보니 없네요."

"김피디 너는 수영그룹 어용방송국이라는 별명이 불명예스러워?"

"그럴 리가요. 오히려 자랑스럽죠. 덕분에 우리 방송국이 먹고사는데요."

하수영은 방송국 매출의 가장 큰 파이를 자랑하는 광고주이자, 광고료의 일정 부분을 직원들 급여비로 지급할 것을 강제하는 독특한 광고 주이기도 했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하수영이 쓰는 돈이 워낙 큰 터라 두 말 없이 착실하게 조건을 따르고 있었고.

수틀리면 가장 큰 매출 파이프라인을 잃을 수 있기에 경영진은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

덕분에 CVN케이블은 지금 업계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직장이 되었고, 입사나 이직을 위해 끊임없이 고급 인력들이 문을 두드리는 곳이 되었다.

그런 선순환이 다시금 방송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질적 향상을 낳았고, 이제는 지상파의 위상까지 감히 넘보는 중이다.

"좋은 것에 대한 칭송은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법이야. 그 좋은 것을 갖고 있는 소유주 입장에서는 말이야."

"그건 그렇네요. 그럼 어떻게, 처음부터 새로 찍습니까?"

"그럼 저번에 내보낸 거 또 재탕하려고 했냐? 이사장님이 퍽이나 좋아하시겠다."

애초에 시청자보다는 하수영보고 흐뭇해하라고 만드는 것인데, 재탕을 하면 무슨 의미인가.

"수영병원이 아직도 사망자 0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이걸 이어서 다뤄볼까요?"

청담수영병원은 사망자 0이라는 명성을 거듭 이어 나가고 있다.

누구든지 병원 사유지 안으로 일단 들어오기만 하면 절대 죽지 않는다.

아무리 심각한 상태의 환자여도 결국 완치돼서 제 발로 걸어서 나간다.

"음, 그것도 슬쩍 다루긴 해야지. 하지만 메인은 다른 걸 해보자고. "

부국장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수영의료재단, 그 첨단의료기술이 어디까지 닿아 있나. 뭐 이런 컨셉은 어떨까? 수영병원이 가진 의료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부각시키는 방향을 메인으로 잡아보자."

"근데 수영병원은 그냥 현질빨로 좋은 장비와 우수한 의료진을 잔뜩 굴려서 얻은 명성 아니에요? 딱히 의료기술 발전에 엄청난 뭔가를 했다, 그런 이야기는 못 들어봤는데요."

"아! 없긴 왜 없어. 청담 스코프가 있잖아! 눈먼 장님도 시력 2.5 초광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장비가 있는데!"

"그건 병원에서 만든 장비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우리 말고 다른 매체에서도 하도 많이 다뤄서, 이젠 뭘 해도 재탕이고 삼탕이에요. 아무리 쥐어짜도 맹물밖에 안 나온다고요."

다른 직원도 거들었다.

"청담 스코프 대단한 건 요즘 개나 소나 다 알아서 이제는 오히려 심드렁해요. 언제 양산돼서 가격 떨어지나 그거 말곤 더 이상 캐낼 이슈라고 할 것도 없어요."

또 다른 직원도 한마디 보탰다.

"사우디 왕족이고 헐리우드 대스타고 간에 나올 만한 구매자는 다 한번씩 나와 줘서 그런 쪽으로도 이제 이슈 안 돼요."

"뭘 다루든 그 아이템은 이제 재탕삼탕밖에 안 됩니다, 부국장님."

"그렇다고 이렇게 손 놓고 있을 거야? 누가 알아? 에릭 로한 박사가 청담 스코프 다음가는 대단한 의료기기를 짠 하고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을지?"

부국장은 답답하다는 듯이 프리덤에 대고 물었다.

"프리덤, 수영병원에서 뭐 새로 도입한다는 최신 의료기술 같은 거 없냐?"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하수영 이사장님입니다. 받아 보십시오.」

"뭐? 하수영 이사장님?"

순간 부국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듯이 놀랐고, 직원들도 입이 쇄골에 닿을 듯이 벌어졌다.

"부국장님, 이사장님이랑 평소에 연락하고 그런 사이셨어요?"

"그, 그럴 리가 있겠냐? 이사장님께서 나 따위를 알 리도 없을 텐데……."

"지금 전화 들어온다잖아요! 얼른 받으세요!"

"바, 받아야지!"

프리덤이 틀린 말을 했을 리는 없고, 부국장은 얼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예! CVN 교양국 부국장 함상진입니다!"

-하수영입니다. 우리 청담수영병원최신 의료기술을 널리 홍보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시라면서요?

"여, 영광입니다! 평소에 무척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신……."

-모든 프리덤은 연결되어 있죠. 그래서 방금 저도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함상진 부국장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고리를 만들어준 자신의 프리덤이 매우 기특했다.

스탠더드 버전도 이러한데, 프로 버전이나 엔터프라이즈 버전은 정말 얼마나 대단할까?

'그런데 내가 최신 의료기술 현황이야기를 꺼낸 게 몇 분이나 지났다고, 이렇게 전화까지 올 정도라고?'

빨라도 너무 말도 안 되게 빠른 타이밍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하수영이 말했다.

-그런 유익하고 훌륭한 특집을 제작하신다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이번에 기발한 거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아니, 공개하려고 합니다.

"아! 이미 공개를 앞둔 신 의료기술이 있었던 겁니까!"

중간에 조금 이상한 표현이 섞여 있긴 했지만, 기쁨에 취한 함상진 부국장은 그냥 넘어갔다.

-네. 병원 특집을 만들려면 이전에는 없었던, 뭔가 새로운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괜찮은 걸로 준비해 봤습니다. 우리 에릭 로한 박사가 정말 고생했어요.

"혹시 어떤 건지 미리 살짝 들어볼수 있을까요……?"

-혈액투석장비입니다.

"투석장비요?"

함상진 부국장의 눈빛이 조금 묘해졌다.

귀를 가까이 대고 듣는 직원들의 표정도 아리송하게 변해서 입 모양으로 대화를 나눴다.

'고작 투석장비요?'

'청담 스코프에 비하면 너무 없어 보이는 거 같은데?'

'적어도 청담 스코프급은 될 줄 알았는데, 너무 약하지 않을까요?'

함상진 부국장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약한 아이템이었기에, 표정이 다소 떨떠름해졌다.

-이런,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래도 줄기세포 인공 신장 구축 기술보다는 바로 아래 단계 수준의 의료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하겠습니까! 아무래도 청담 스코프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조금 비교가 되었을 뿐, 차세대 투석장비라면 반응이 아주 좋을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투석받는 환자 숫자만 해도……."

[25만 명.]

부국장은 직원이 구글링해서 보여준 자료를 얼른 눈으로 읽었다.

"25만 명이나 됩니다. 좋은 시청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그럼 미팅합시다. 언제 볼까요?

"예? 아! 영광입니다! 이사장님이 편하신 시간대와 장소를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거기로 가겠습니다! 북한이라고 해도 가겠습니다!"

-북한은 아니고, 하수영의대에서 미팅하죠. 동물실험도 보여줘야 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부국장은 환희에 넘쳐서 외쳤다.

"김 피디! 이거 한다! 바로 준비해!"

"국장님 결재는…… 필요가 없겠군요. 알겠습니다!"

국장, 사장을 넘어서는 하수영의 협조를 얻었으니, 이 프로그램은 이제 무조건 방영되어야만 하는 운명이 되었다.

***

하수영의학대학은 삼성동 상업빌딩을 매입해서 개조하여 입주했다.

하수영의대는 국내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독특한 교육 시스템을 가진 유일한 대학이었다.

의학, 간호학, 방사선과 등등 의학관련 학부로만 구성된 대학이었던 것이다.

일체의 국가지원 없이, 오히려 1,000억 원의 돈을 국가에 납부하면서 국회의 지원으로 특별법까지 통과시켜 세운 대학교.

때문에 학과 TO 등 웬만한 교육부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대신 수영병원에서 그만큼의 의료진 고용 파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삼성동 한복판에 이런 의대가 들어설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여기는 위치가 이미 비즈니스 상권이라서 대학생들 술 먹기에는 마땅하지 않겠어요. 삼성동이니까 술값, 음식값도 엄청 비쌀 거 아냐."

「점심은 학식을 이용하십시오. 초청 손님이기에 학교식당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오, 그럴까?"

"그래요, 피디님. 밖에 또 나가기도 귀찮은데 대충 학식으로 먹어요."

"먹을 거 하나는 진심인 수영그룹이 운영하는 대학인데 학식은 과연 어떠려나……."

그리고 학과 식당에 들어선 그들은 벅찬 감동으로 얼어붙고 말았다.

"여기가…… 대학 식당?"

"내가 대학교 때 먹었던 학식은 진짜 여기에 비하면 개밥이었네……."

"이게 학교 식당? 호텔 뷔페가 아니고?"

백여 가지가 가뿐히 넘어가는 다양한 뷔페 식단이 길게 차려져 있고, 신입생들은 이걸 정말 먹어도 되는지 혼란에 빠져 있었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등 각각 음식만 수십 가지가 넘었고, 디저트도 얼핏 보기에 50가지 이상은 되어 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호텔 출신으로 보이는 수십 명의 요리사들이 정신없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돌아다니는 서버만 없을 뿐, 영락없는 특급호텔 뷔페다.

음식 맛도 아주 기가 막혔다.

매일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학생들이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냥 아예 우리 회사도 수영그룹에 편입돼 버리면 안 되나?'

다큐팀은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하루빨리 구내식당으로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식사를 마친 다큐팀은 드디어 하수영을 만날 수 있었다.

편안한 옷차림을 한 그는 서글서글하게 피디의 인사를 받고, 다큐팀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했다.

'역시 소문대로 겸손하고 사람들을 많이 아끼시는 분이구나.'

'이런 분을 음해하고 다녔으니, 신문사 놈들은 광고 따위를 받을 자격이 없지.'

"자, 동물 실험실로 가시죠. 로한 박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이사장님."

다큐팀은 군기가 바짝 들어서 하수영을 따라 이동했다.

"여기는 생명공학 연구소가 아니고 서울 한복판 대학이기 때문에 위험한 세균이나 화학 연구 같은 건 하지 않아요. 동물실험도 어느 정도 검증된 의료장비를 전임상보다는 진지하게 실전 테스트를 하는 정도입니다."

그렇게 하수영이 안내한 곳은 100제곱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실험실이었다.

실험실에는 여러 종류의 동물과 교수진, 그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눈에 확 들어오는 키가 큰 남자가 있었다.

똑같이 흰 가운을 입고 있지만, 남자의 존재감은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빛을 발했다.

대한민국 미디어계를 한창 뜨겁게 달구고 있는, 브레인과 페이스, 바디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섹시한 미남배우.

로한이었다.

"오셨습니까."

로한이 무뚝뚝하게 돌아보자, 다큐팀은 저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무수한 연예인들을 접했지만, 로한이 발산하는 존재감은 그 어떤 톱스타도 비교되지 않는 압도적인 것이었다.

"그럼 이제 기기 테스트를 시작하죠."

로한은 역시나 무뚝뚝하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머리가 벗겨진 교수 한 명이 하수영을 의식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로한 교수님, 신형 투석장비는 언제 오는 겁니까?"

"이미 저기 있습니다."

로한이 손가락을 들어, 실험용 염소의 배에 감긴 벨트를 가리켰다.

한눈에 보기에도 당장 사람의 바지에 꿰어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듯한 벨트 디자인.

교수들은 당황해서 벨트와 로한을 번갈아 보았다.

"이게 신형 투석장비라고요?"

"아니,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벨트인데……."

"이거 작동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동력전기는요?"

"5,000mAh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이죠. 하지만 전력소모량이 적어서 한 번 완충 시일주일은 쓸 수 있습니다."

"피를 걸러내려면 그 정맥에 주삿바늘을 꽂아야 하는데 어딜 봐도 그런 건 보이지 않는데요? 도대체 무슨 원리로 이 벨트가 혈액을 투석한다는 겁니까?"

"비침습식 투석장비라서 그렇습니다."

"비침습식이라고요?"

교수들은 입을 쩍 벌렸다.

혈액투석은 당연히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아서 피를 빼내고 노폐물을 걸러낸 다음 다시 혈관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비침습식이라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대충 말하자면 신장에 들어가는 노폐물의 입자 움직임을 조절해 방광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전자기파 같은 무형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하십시오."

"노폐물의 입자 움직임을 조절……."

"무형의 에너지 작용으로…… 방광에 들어가게 한다고요?"

"네, 사구체에는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설명을 들었는데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1시간 동안 처리해야 하는 노폐물입자의 개수만 해도 천문학적일 텐데, 그 많은 것들을 일일이 통제할 수 있다고?

"무형 에너지로 노폐물 등의 입자들을 조절해서 신장의 거름망 역할을 대체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새로 개발한 기술은 아니고, 서진파운드리의 반도체 제조기술을 이용해서 만들었습니다."

피디는 멍한 얼굴로 질문했다.

"그러니까 이게 반도체 제조기술로 만든 투석장비라고요?"

하수영이 활짝 웃으며 끼어들었다.

"입자집합명령 장치라고 하네요. 반도체 시장을 초토화시킨 핵탄두같은 기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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