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33화
263장 로동당 컬렉션 (2)
매입한 귀중품들은 클럽 마르스에 '로동당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었다.
[로동당 조직지도부장 조원용 컬렉션]
[로동당 선전선동부장 주일창 컬렉션]
[로동당 정치국장 정택경 컬렉션]
[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림일광 정찰총국장 컬렉션]
……중략……
가지런하게 정리된 귀중품들은 원소유주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이름과 직함이 각각 붙어 있었다.
하나같이 조선로동당에서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었던 권력자들이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클럽 손님들의 발길을 멈춰 세우게 만드는 타이틀이 있었다.
[로동당 총비서 김정O 컬렉션.]
우두머리답게 가장 많고 값비싼 귀중품이 가득 모여 있다.
여기까지 오면 손님들의 얼굴에서 이제 웃음이 사라져 버린다.
"이거 진짜……."
"혹시……."
"진짜 로동당 고위 간부들 재산으로 만든 컬렉션이야?"
"프리덤, 이거 한 번 알아봐줄 수 있어?"
「윤태호 차수 세력이 평양으로 진격했을 때, 대부분의 평양 원주민들은 부피가 많이 나가는 가택 자산을 챙기지 못하고 도주해야 했습니다. 거기에는 총비서인 국가원수도 예외가 없었죠.」
"와, 씨. 정말이라는 거네?"
「윤태호 차수는 국가재건기금을 조달하기 위해 압류한 평양 귀중품들을 수영그룹에 일괄적으로 팔았습니다. 그걸로 구성한 컬렉션입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럼 이거 대체 얼마에 샀다는 거야?"
"에이, 대외비일 텐데 프리덤이 그것까지 알고 있겠어?"
당연히 프리덤은 정확히 얼마에 샀는지 알고 있다.
중한과의 모든 거래는 수영사채를 통해 이뤄졌고, 프리덤은 수영를 통제하는 AI은행장이었으니까.
앉은 자리에서 모든 전산자료를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것이다.
컬렉션 가격은 공식적으로는 대외비였으나, 은밀하게 입소문으로 퍼지는 것은 적극 권장되는 사항이었다.
원래 압류한 평양 귀중품의 감정가는 56조 6,513억 원이었다.
그러나 뭐든 일시불 전량 매입은 할인이 들어간다. 중한 정부는 깔끔하게 50조 원에 팔았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제값을 받고 파는 것보다, 당장 50조 원의 거금을 손에 쥐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재건사업이 하루가 늦어질 때마다 그만큼 입게 되는 무형의 손해가 엄청나므로.
「총감정가는 57조 원 가까이 되지만, 50조 원에 일괄 매입했다는 수영그룹 익명 관계자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와, 50조라니! 진짜 지린다, 지려!"
설명에 취한 손님들은 기가 차서 손뼉까지 치며 감탄했다.
"역시 청담동 회장님! 컬렉션 클래스도 아주 그냥 지리신다."
"이게 56조 원이 넘는다고? 세상에나."
"하수영 회장님은 후궁은 필요 없으실까? 50번째 후궁이어도 난 상관없는데, 괜찮은데."
"난 100번째 후궁이어도 감사히 모실 듯."
"가만? 이게 진짜 로동당 컬렉션이면 마피아 컬렉션도 정말 망한 마피아 저택에서 털어온 거 아니야?"
"에이, 설마. 그냥 경매로 나온 걸 산 거겠지."
"프리덤이 마피아 컬렉션은 제대로 설명을 안 해주더라. 진짜 대외비인가 봐."
클럽에 새로 추가된 로동당 컬렉션은 금방 입소문을 탔다.
50조 원이 넘어가는 귀중품 모음.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이런 진귀한 구경거리를 볼 수 없다.
젊은 손님들은 강남 일대에 와있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꽉 돌렸다.
청담동 클럽 마르스에 추가 된 50조 원짜리 컬렉션을 구경하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다른 클럽 같으면 나이 때문에 입구에서 컷당할 나이의 손님들도 공평하게 줄을 섰다. 대신 이런 손님들은 무조건 테이블을 잡고 앉아야 했다.
그마저도 입구컷을 면제해 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지라, 아무도 불평이 없었다.
젊은 여자 손님들은 명품샵을 방문하는 기분으로 값비싼 컬렉션을 구경하러 오고.
그 젊은 여자 손님들과 컬렉션을 구경하기 위해 남자 손님들이 또 몰려드는 순환의 구조다.
수십조 원의 컬렉션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독특한 클럽.
전시관 클래스에 걸맞게 내부 인테리어와 시설, 술, 음식도 모두 최상급 수준이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지만, 그래서 더 선망의 대상이 된다.
마르스는 이처럼 강남 클럽 문화를 잡아먹는, 생태계 교란종이었다.
***
식사 도중에 장효주가 물었다.
"노동당 컬렉션, 정말 50조 원 주고 사온 거예요?"
"노동당이 아니고 로동당입니다. 고유명사니까 제대로 표기해야죠. 그리고 50조 원에 사온 건 맞는데 손해는 아닙니다. 귀중품들이라서 시간 지나도 가치는 유지돼요."
"평양 시민들이 그렇게 잘 사는 줄 몰랐네요. 귀중품만 털어도 50조 원이 넘는다니."
"에이, 서울 전체를 털면 그 수십배는 쏟아져 나올걸요?"
"아이, 그래도 북한과 한국은 다르잖아요. 경제 차이가 얼만데."
하수영이 어깨를 으쓱했고, 장효주가 다시 물었다.
"그게 평양 시민들 전 재산은 아니었겠죠?"
"최소한 가지고 갈 수 있을 만큼은 급히 챙겼을 겁니다. 부피가 작고 값나가는 것 위주로요. 개인당 배낭가방 한 개 정도는 챙겨서 도망치지 않았을까요?"
"와, 미처 못 챙긴 게 50조 원이 넘는다는 거군요?"
"그래도 가져간 양이 훨씬 적을 겁니다. 긴급 상황에서 챙겨봐야 얼마나 챙길 수 있겠어요? 아마 유가증권 위주로 챙겼을 거 같은데. 윤차수도 그런 건 거의 못 봤다고 하더군요."
귀중품은 부피가 작지만, 생각보다 무겁다.
그리고 처분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내전으로 인해 피난을 가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현금화가 힘들 것이다.
"특히 달러는 전혀 없었다고 하더군요. 평양 시민들이라면 분명히 달러 뭉치를 잔뜩 쌓아뒀을 텐데 말입니다."
"아, 거의 다 현찰 위주로 챙겼다는 거네요."
"그래야 평안함경도에서 쌀이라도 사먹을 거 아닙니까?"
"근데 쌀 사올 데도 없잖아요."
"그렇죠."
"나중에 장물이라면서 반환을 요구하거나 하지는 않겠죠?"
"그럴 수가 없죠."
"중한이 망하기라도 하면……."
"한국 정부가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아주 좋은 방패가 생겼는데, 그게 부서지도록 놔두겠어요?"
"그럴까요?"
"그럼요. 앞으로 정성 들여서 방패가 녹슬지 않도록 유지보수할 겁니다."
"뭔가 지금 한반도 구도 가지고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 찍었으면 좋겠어요. 되게 멋지고 잘 팔릴 거 같은데."
그 말에는 하수영도 잠시 생각했다.
"으음…… 지금 국민들이 한창 국뽕에 취해 있으니 뽕맛 가시기 전에 한 편 뚝딱 만들어내면 잘 팔릴 거 같긴 한데."
"그러니까요! B급 감성으로다가 제작비 엄청 끼얹어서 블록버스터 만들면 이천만은 넘기지 않을까요?"
맨 프롬 콜롬비아가 이천만을 가볍게 넘긴 이후, 영화계에서는 이천만 영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었다.
정작 다른 영화들은 1,300만 근처에 가는 것도 어려웠지만.
일부 영화 관계자들은 '하수영이 아니면 이천만은 턱도 없다.'라며 일침을 놓기도 한다.
이천만을 넘어선 것은 하수영이 투자하고, 출연까지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좋네요. 그런 컨셉으로 한 번만 들어 봅시다. 시원하게 쏘고, 쏘고, 부서지는 그런 화끈한 공산주의 내 전 블록버스터로."
"수영 씨도 출연할 거죠?"
"이런 재밌는 건 출연해야죠."
"이번에는 아예 주연으로 하는 게 어때요? 수영 씨 연기력도 굉장하잖아요. 감독들도 관객들도 엄청 칭찬하던데."
"저는 북괴 김씨왕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요."
"……아니, 왜 하필 그런 못생긴 고도비만자를? 마스크가 너무 안어 울리잖아요!"
"대사 비중 낮은 악역 수괴가 좋아서요."
장효주는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 맨 프롬 콜롬비아에서도 출연 비중이 낮은 콜롬비아 마약상 역할을 기깔나게 해냈었지…….
"최석만 감독님한테 연락해서 시나리오 한 번 뽑아보라고 하죠. 프리덤, 메시지 넣어줘."
「알겠습니다, 마스터. 제가 최 감독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장효주는 하수영의 얼굴을 가만히 주시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탑배우급 비주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미남이다.
체격 비율도 좋은 편이라 실제 키보다 더 커 보이고, 무엇보다 피부가 잡티 하나 없이 아주 매끈하다.
하수영을 실제로 만난 여배우들은 무엇보다 노메이크업으로도 광택이 나는, 잡티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를 부러워했다.
저런 건 정말 타고난 사람이 아주 좋은 것만 꾸준히 먹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몸에 좋은 건 삼시 세끼 매일 먹고 있겠지.'
무엇보다 그녀가 장점으로 꼽는 것은 그의 얼굴이 완벽한 좌우대칭이라는 점이다.
그의 얼굴을 좌우반전 해본 적이 있는데, 전혀 변화가 없어서 오류가 난 게 아닐까 싶었다.
"수영 씨 얼굴, 진짜 완벽한 좌우대칭인 거 알아요?"
"압니다. 그런 얼굴이 유권자들에게 친근감과 안정감을 주죠."
"좋겠어요. 저도 좌우반전하면 조금 다른 사람처럼 나오는데, 수영씨는 안 그러니까. 여자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만약 여자로 태어나면 곧바로 자살하고 다음 삶을 준비할 겁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었네요."
쿡쿡 웃던 장효주가 순간 생각나서 물었다.
"아, 맞다. 근데 핵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
북한은 원래 약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그리고 중한 정부가 확보한 핵탄두는 19기.
그중 18기는 킬로톤급 전술핵이지만, 1기는 메가톤급 전략핵인 게 밝혀져서 한미는 내부적으로 난리가 났었다.
북한이 전략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실제로 입증되었으니까.
핵탄두는 휴전선을 넘자마자 미 전략수송기에 실려서 미국의 사막 핵실험 지역으로 곧바로 이동했다.
가능성은 없지만, 북한이 원격으로 핵을 자폭시킬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핵탄두는 원격 명령코드와 탄두의 직접 발사 작업이 모두 이뤄져야 폭발합니다. 하나만 결핍돼도 폭발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국방부는 그렇게 주장하며, 어떻게든 이 귀중한 핵탄두를 품에 안고 있으려고 했다.
한국이 어부지리로 핵보유국이 될 수도 있는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그러나 국민들은 '언제든 북한이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핵탄두'를 자국 땅에 두고 싶지 않았다.
대통령 역시 그 불안함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래서 핵탄두는 휴전선을 넘자마자 미국으로 훌렁 날아가 버린 것이다.
"……라는 게 현재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귀관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
"……."
줌왈트 2번함.
함장 장강필 대령과 부함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앞에 놓인 19기의 핵탄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대외적으로는 미국 핵실 험장으로 수송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핵탄두들이, 왜 줌왈트 2번함 탄약고로 온 것인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로한 박사가 면밀히 비파괴식 검사를 한 결과, 원격만으로는 자폭시킬 수 없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원격접속장치는 무력화되었기에 이제 북한은 아무 짓도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가만히 있었습니까?"
미국이 하수영을 아무리 신뢰해도 핵확산은 전혀 다른 문제일 텐데?
미국의 대외정책상 필사적으로 막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아, 미국도 우리 정부나 국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자국 땅에 들여왔는데 갑자기 원격이나 시한으로 폭발을 일으키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함이 있었던 거죠."
"……그거야 전파차폐장치로 둘러싸면 막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100%는 될 수 없죠. 99.999%일 뿐. 그리고 0.001%의 가능성도 허용되지 않는 게 바로 핵폭발입니다."
"……."
"아무튼 로동당 컬렉션 중 핵심 컬렉션이니, 앞으로 보관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