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32화
263장 로동당 컬렉션 (1)
앞으로 중한은 북한에 맞서서 탱킹하는 남한의 방패가 되어줘야 한다.
남한과 하수영이 지불하는 지원은 거저가 아니다.
그들이 피를 잃을 것을 전제로 한 대가이다.
중간에 끼어서 탱킹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된다.
그 과정에서 두려움에 마음이 변질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보험을 들어둔다는 생각으로 윤태호 몰래 북한과 소통을 하는 정도이지만, 훗날에는 거꾸로 북한과 손을 잡고 윤태호를 몰아내는 반역을 일으킬수도 있다.
"우리 아버지가 천기를 볼 줄 아셨습니다. 매번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마다 승자의 득표수를 일의 단위까지 정확하게 맞추셨죠."
"……."
"국회의원 선거? 300명의 당선자 명단과 선거법 위반으로 자격 상실되는 사람들까지 정확하게 모두 추려냈었습니다."
윤태호 세력으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신을 믿지 않는 이들도 홀딱 넘어갈 정도의 정밀함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 영험함을 물려받은 덕에 저도 관상을 제법 볼 줄 압니다. 지금 여러분들 중에서 8인은 중한과 끝까지 함께 갈 수 없는 운명이로군요."
"……."
"그러나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면 운명을 개척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기회를 한 번 드리고 싶군요."
윤태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8명이 누굽니까?"
"그걸 말해줄 수는 없습니다."
"조선로동당과 몰래 소통하는 배신 자들에게조차 기회를 주겠다는 말씀입니까?"
"윤 차수님도 한때는 로동당 고위간부였잖습니까."
"……지금은 아닙니다."
하수영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
"기회를 주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변절의 상을 가진 이들에게 주는 게 아닙니다. 이제 막 태어난 신생국가인 귀 공화국에 드리는 겁니다."
"그게 무슨……?"
"이 정도 작은 시련은 스스로 해결할 줄 알아야죠. 친절하게 경고도 하고, 숫자도 알려주고, 폭도 좁혀줬잖습니까?"
윤태호는 조금 흠칫했다.
하수영의 눈빛이 어딘지 조소를 띠고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힌트를 퍼줬는데, 문제까지 다 풀어달라는 거냐?
라고 비웃는 것만 같았다.
"이만큼 지원을 약속했고, 이만큼 많은 걸 알려드렸습니다. 그럼 잡음없이 조용히 해결할 줄 알아야죠. 그 과정에서 변절의 상이 바뀔 수도 있을 테고요."
"……."
"국정 훈련 과정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즉 상황을 이용해 부여한 트레이닝이다?
윤태호는 자신의 아들보다 어린 청년 앞에서 한없는 그릇의 격차를 느꼈다.
공화국 주민들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운수 대통한 졸부 따위가 아니었다.
하수영이 다시 실리콘 가면을 썼다.
윤태호는 그를 붙잡고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몸이 들썩거렸다.
지금이 아니면, 그와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오지 않으리라.
"하수영 의원님."
묵직한 목소리가 돌아서려던 하수영을 멈춰 세웠다.
"나중에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겠소?"
"필요하다면 프리덤이 안내해 줄 겁니다."
프리덤폰은 전 주민에게 지급된다.
윤태호 차수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
"우리 공화국에 큰 기회를 베풀어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오. 실망을 끼치는 일은 없을 거요."
실망을 끼칠 일을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실망할 일은 없으며, 그건 그거대로 여흥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하수영은 그런 속마음을 고이 접어두었다.
"기대하겠습니다."
***
특별사절단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당당하게 휴전선을 넘었다.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었다.
휴전 국가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들면서, 코스피 등 경제지표가 일시적으로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와 식량 문제로 전 세계가 공황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였다.
[박상필 총리,취임하자마자 일내다!]
[윤태호 정권을 상대로 끌어낸 놀라운 합의!]
[서울,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서 이제 완전히 벗어나다!]
[한국에 들어온 핵탄두, 향후 소유권 문제는?]
[5년간 총 250조 원의 막대한 차관 제공! 별도로 매해 17조 원의 무상지원! 이렇게 퍼줘도 과연 괜찮을까?]
매스컴은 매일같이 합의 내용을 가지고 이런저런 분석을 떠들어댔다.
대부분의 포커스는 250조 원의 차관에 맞춰져 있었다.
한국 정부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중한 정부는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상환은 어떻게 될 예정이며 악성채무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등.
수영개성농장에 관한 이야기는 매스컴이 거의 다루지 않았다.
메이저 언론사와 하수영은 친하지 않고 상당한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말할 것도 없고, 케이블채널인 CVN에서만 특별방송을 편성해서 열심히 수영개성농장의 영향력을 떠드는 정도였다.
언론이 의도적으로 북한에서 수영농장을 지우고 있지만, 하수영은 개의치 않았다.
"비싼 술값 꽂아줘야 기사 써서 팔아먹는 놈들이 저널리스트는 무슨 저널리스트. 어차피 중한 식량 사업은 한국하고 무관하니까 놔둬. 신경쓰지 말고."
「예, 마스터. 지금도 먼저 물어보는 사용자에 한해서 틀린 내용을 교정해 주는 정도로만 대응하고 있습니다.」
"리스트는 잘 작성해 둬라."
「그런데 마스터, 특별히 불이익을 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적대적인 세력 리스트를 꾸준히 작성하시는 겁니까?」
"기록해 두면 나중에 결국 쓸 날이 온다. 그때 미루지 않고 숙제 해둘걸, 하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그런다."
「결국 쓸 날이라는 것은 어떤 형태로 오게 될까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뭐,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이제 농사 지겨우니 예전처럼 패왕놀음이나 해야겠다고 마음이 바뀔 수도 있는 거 아니냐?"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군요.」
"가능성은 거의 없긴 해. 전생에서 너무 많이 해본 것들이라 이제 좀 지겹거든. 내 집이나 농장 앞에서 시끄럽게 시위하는 것만 아니면 웬만해선 그냥저냥 넘어가려고."
이따금씩 농장이나 회사 앞에서 시위하는 이들이 나타난다.
주로 무슨무슨 부모 협회나, 혹은 채식주의자 협회였다.
하수영은 그런 이들만큼은 즉각적으로 대응해서 시위를 못 하도록 쫓아냈다.
주로 갑자기 소나기를 핀포인트로 내리게 해서 홀딱 젖게 만들어 카메라고 폰이고 다 망가뜨리는 식이다.
신어 초급 단계지만 작은 운동장하나 정도에 국지적인 소나기를 퍼붓는 것은 가능하다.
「마스터, 그런데 이제는 수입산 육류 재고가 모두 떨어졌습니다.」
북한에 고기를 보낼 때 수영목장뿐만 아니라, 국내 냉동창고에 있던 수입산 육류까지 몽땅 털어 넣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수영목장산 육류만 보내야 할 거 같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인 출하를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목표 마릿수는 넘어서지 않았나?"
「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뿐,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하기에는 턱도 없죠. 소만 해도 적어도 6억 두 이상은 갖춰야 합니다.」
"그건 천천히 갖춰 나가면 되고. 이제부터는 슬슬 출하도 해보자."
「중한과 한국 내수시장을 커버하고 나면, 미국에 연간 몇천 마리 정도만 수출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꽤 적긴 하네."
「중한의 소 목장은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도 볏짚 나오는 게 있는데 아예 안 할 수는 없고. 일단 천 마리 정도로 소소하게 시작은 해."
「예, 마스터.」
"아, 양식장은 서둘러라. 금방금방 키워낼 수 있는 것부터 해야지."
「알겠습니다.」
농장은 프리덤이 통제하는 로봇으로 100% 운용하지만, 양식장과 목축장은 사람의 손을 써야 한다.
바닷물에 의한 부식, 분뇨로 인한 오염 등에서 로봇들이 아직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시판모델 기술력의 한계라 하겠다.
수영사채에 정부돈 67조 원이 들어왔다.
1차 차관액 50조 원과 1차 무상지 원금 17조 원을 합친 액수였다.
일차적으로 수영사채 중한정부계좌에 입금된 67조 원은 앞으로 중한의 기업,사업체, 주민들한테 널리 나눠질 것이다.
돈을 어떻게 쓸지는 중한 정부가 한국 기재부와 논의해서 결정하지만, 돈 관리와 보관은 수영사채에서 전담한다.
한국과 중한이 끈적끈적한 친분을 맺자, 평안 함경도로 물러난 북한 정권이 발끈해서 항의하는 목소리를 냈다.
-윤태호는 로동당을 배신하고 민족의 등에 칼을 꽂은 반역자이다! 역사에 두고두고 기록되어 자손 대대로 영혼을 씹어 먹어도 부족할 악덕한 자를 지원하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항의는 예전처럼 핵폭탄을 떨어뜨린다느니 하는 강력한 막무가내를 담지 못했다.
당장 수영농장에서 지원하는 신두가 없으면 천만이 넘는 주민들이 두달 안으로 굶어 죽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중한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신두 지원을 맡겼다.
북한 정권은 겉으로는 둘의 동맹을 비난하면서, 뒤로는 은밀하게 애걸 해왔다.
-차라리 한국 정부가 직접 우리에게 식량을 지원해 주시오.
반역자 손을 통해서 적선을 받듯 식량을 받으니 자존심이 상해서 죽겠다는 투정이었다.
한때 핵 자폭이 일어나지 않을까 긴장감이 서렸던 한반도에는 그렇게 일시적이지만 평화가 찾아왔다.
***
청담동 클럽 마르스.
과거 핀익스란 간판을 달았으며 다른 강남 클럽들이 그러하듯이 마약의 온상지였지만, 지금은 1급 청정수 구역으로 소문이 났다.
처음에는 퇴폐적이고 말초적인 쾌락을 좇는 이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손님의 숫자가 다소 줄었지만, 그 대신 '건전한 흐느적 부비부비' 를 원하는 이들이 그만큼 자리를 채웠다.
와트니 사장은 지금은 강남에서 사라진 정통 음악 클럽을 지향했고, 그런 오락을 바라는 젊은 손님들이 발걸음을 향했다.
특히 마르스는 다른 클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구경거리가 있었다.
그 덕분에 오히려 처음보다 더욱 찾는 이들이 늘었다.
"대박. 부가티가 추가됐어!"
"우와, 거의 반년 만에 새 콜렉션이 추가됐네. 이번엔 어떤 부잣집 아들래미가 마르스에서 사고를 친거지?"
클럽 입구 주변에는 억대를 넘어가는 비싼 차들이 줄을 지어 주차돼있다.
클럽에서 만취해서 난동을 피우던 부잣집 2세, 3세들이 합의금으로 놓고 간 슈퍼카들.
또한 클럽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전시장에는 그들이 놓고 간 시계와 구두까지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다.
"나는 이 마피아 컬렉션이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해. 설마 마피아들도 마르스에서 난동 부리다가 물건 압수당하고 쫓겨났을까?"
"에이, 이런 귀중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클럽을 다니는 사람이 어딨어. 그냥 어디 망한 마피아가 경매로 내놓은 걸 싸게 사서 전시해 놓은 게 아닐까?"
클럽 마르스 전시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바로 마피아 컬렉션.
수많은 금괴와 은괴, 각종 보석, 그리고 온갖 명화와 시계 등 사치품이 초대형 전시공간에 함께 반듯하게 진열된 컬렉션이었다.
하수영이 이탈리아 마피아를 궤멸시키고 얻은 전리품이다, 뉴욕 마피아가 파산해서 경매로 내놓은 것들을 사온 것이다, 온갖 도시괴담급 추리만 가득했다.
"어? 이건 뭐지?"
"전시공간이 새로 추가됐는데?"
"우와…… 귀중품이 그냥 한 가득 이네. 마피아 컬렉션은 비교도 안돼."
마피아 컬렉션보다 최소 수십배이상은 되어 보이는 가짓수를 자랑하는 초대형 귀중품 콜렉션 전시공간이 새로 추가되었다.
방탄유리에 달라붙듯이 몰려든 손님들은 이게 다 얼마인가 하며 호들갑을 떨기 바빴다.
"이건 또 뭐지?"
"어? 여기 써 있다."
"로동당 컬렉션……?"
"이거 설마……?"
"……."